‘이정재 VS 김동래’ 래몽래인 경영 분쟁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22 09:09:11
  • 호수 1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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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회사를 꿀꺽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가 이정재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래몽래인 주가가 출렁였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올리브나인을 KT가 인수하던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자이기도 한 김 대표가 논란에 휩싸인 이유에 대해 ‘전적으로 인수자 측 책임이라고 지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9분 기준 래몽래인은 전 거래일(1만1600원) 대비 3.62%(420원) 하락한 1만1180원에 거래됐다. 차익실현 매물이 발생하면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전날에는 전 거래일 대비 10.79% 급등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24.16% 오른 1만3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급등세
이면에···

래몽래인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김동래 대표가 이정재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방송계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6월 이정재 이사와 박인규 전 위지윅스튜디오 대표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정재 이사가 최대주주인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래몽래인의 최대주주다.

김 대표 측은 이정재와 박 전 대표가 ‘기업사냥’을 목적으로 래몽래인 경영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업 성장’과 ‘공동경영’을 내세우며 자신을 속여 래몽래인 최대주주 지분을 취득했다며 “이정재와 박 전 대표가 자신과 공동경영을 약속하고 계약서에도 ‘향후 성실하게 협의해 회사를 함께 경영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초록뱀미디어 인수안을 반대하자 경영서 완전히 배제시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정재 측이 래몽래인의 자금을 이용해 거래정지 상태인 엔터테인먼트 상장사 초록뱀미디어 인수를 추진하려 하며 경영권을 부당 편취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투자의 진짜 목적이 당초 제시했던 래몽래인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IP 확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법무법인 린을 통해 낸 입장문서 “김 대표와 공동경영을 하기로 합의된 사항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국내 엔터사의 매니지먼트 부문 인수, 미국 연예기획사 투자 유치 등은 래몽래인 인수 후 성장 방안으로 고려되던 사업 아이디어였을 뿐 경영권 인수를 위한 투자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7월 이정재 측은 래몽래인을 향해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래몽래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특정 시점 이후부터 법의 위반 일수를 적용해 하루에 500만원을 아티스트유나이티드에 지급해야 한다는 세부 조건을 달았다.

“기업 사냥꾼” 주장에 맞고소
유명 PD와 배우 진흙탕 싸움

래몽래인의 소액주주도 이정재 측이 제3자 유상증자 정관을 위배했다고 무효화를 주장하며 갈등에 합류했다. 이들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이뤄진 신주발행의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과 신주발행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지난달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정재 측은 “정관상 발행한도인 40%를 단지 1.99%에 초과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지난 3월 래몽래인이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180억원이 투입됐다. 래몽래인 인수로 주목을 끌었던 이정재 측은 3개월여 만에 김 대표와 법적 다툼에 나서게 됐다.


결국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김 대표에 대해 무고와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지난달 서울 서초경찰서에 맞고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정재 측은 김 대표가 경영 참여 논의에 응하지 않고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도 무시했다며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아울러 김 대표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공식 입장을 통해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옳지 않은 일에 굴복할 이유는 없다”고 분쟁에 대한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법무법인 린도 “래몽래인 경영권을 인수한 투자자들은 래몽래인 대표이사인 김동래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무고죄로 고소했다”며 관련 입장을 전했다.

법무법인 린에 따르면, 래몽래인은 지난 몇 년간 비정상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었으며,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김 대표 사이에 투자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이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래몽래인, 김동래, 투자자들은 지난 3월14일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자들이 래몽래인의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신주유상대급 납입 등 계약상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경영권을 이양하지 않았으며, 투자자들은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6월5일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했다.

비정상적
수익 악화?

이후 김 대표는 래몽래인 직원 4인을 포함한 소액주주 12인이 투자자들이 취득한 신주에 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한 것에 이어 투자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법인 린 측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김동래가 도리어 본건을 고소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황당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린은 김 대표가 고소장을 통해 ▲투자자는 경영권 취득 이후 김동래와 회사를 함께 경영할 것 ▲투자자는 국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K사의 매니지먼트 부문을 인수하거나 미국 연예기획사 C사로 투자를 받기로 약속 ▲투자자들은 래몽래인의 유보금과 신주발행으로 투자받은 돈을 이용한 M&A를 통해 이득을 취할 생각만 있었다 ▲투자자들이 김동래를 기망함으로써 신주를 기준가액보다 낮은 발행가격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하는 보통주 투자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래몽래인 경영권 취득 이후 김 대표와 공동경영을 하기로 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김 대표가 이사진 전원을 교체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 초록뱀미디어 인수 및 투자유치 등에 대해선 “래몽래인 인수 이후 진행될 사업 아이디어 중 하나였을 뿐,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해당 내용은 투자 전제조건이 아니었으며, 확약 가능한 성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록뱀미디어 매각 주관사가 실시한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래몽래인도 컨소시엄 소속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두 회사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컨소시엄서 빠졌다. 

임시주총
결과 주목

이어 투자자들이 타 회사를 M&A해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래몽래인을 인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타사 인수의 건은 래몽래인이 컨소시엄의 구성원으로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에 불과했고, 5월 중순경 구성원서 제외됐다”고 해명했다.


기준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게 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기준주가보다 약 10% 할인된 금액으로 발행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유상증자에 있어 지극히 통상적인 할인 방법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린 측은 “김동래가 주장하는 내용은 어느 하나도 사실관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모든 내용은 경찰 조사과정서 객관적 자료와 증거를 통해 소상히 입증할 계획”이라며 “이와는 별도로 김동래의 불법 고소행위에 대해서는 무고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이미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임시주총 개최 여부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의 주주총회 소집 허가신청은 김 대표로부터 회사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이태성 대표를 임시주총 의장으로 내세웠고, 최대주주인 이정재 등을 포함한 측근 인사 4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 상태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제3자 유상증자 관련 소송 결과도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이정재 측의 래몽래인 지분 취득이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신모씨를 포함한 12인의 래몽래인 소액주주들이 아티스트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유상증자 계약을 무효화하는 내용으로 제기한 소송은 분쟁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 법원이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아티스트유나이티드와 래몽래인의 접점이 완전히 사라져 김 대표의 승리로 분쟁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급등한 주가···투자 유의 지적
올리브나인 인수 복마전 재조명


주주들은 “회사의 정관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발행주식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이뤄질 수 있음에도 3월의 유상증자는 40%의 비중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월 유상증자서 새로 발행된 래몽래인의 주식은 총 292만440주로 이는 전체 유통 주식(695만4203주)의 41.99%였다.

이에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측은 “유상증자 발행한도를 1.99% 초과한 것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 역시 당시에 래몽래인의 동의하에 이뤄진 계약”이라고 반박하며 “김동래 대표가 자신의 우호세력인 소액주주들을 동원해 압박을 넣고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련의 갈등으로 래몽래인과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사이에는 임시주총 개최, 유상증자 무효, 그리고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신청 등 총 3건의 송사가 걸리게 됐다.

래몽래인은 지난 2007년 설립된 드라마 제작사로 <성균관 스캔들>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에 참여했으며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올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래몽래인을 인수했다. 이후 래몽래인과의 경영권 분쟁 끝에 지난 6월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일부 래몽래인 주주들이 같은 달 이씨 측이 취득한 신주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래몽래인의 최대주주는 아티스트(18.44%)고 이정재(5.12%)의 지분율을 합치면 총 23.56%에 달한다. 김 대표의 지분은 13.41%, 래몽래인 윤희경 이사의 지분은 0.51%다. 콘텐츠 제작사 위지윅스튜디오와 이 회사의 박인규 대표가 각각 래몽래인 지분 10%와 5.12%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래몽래인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법정 다툼
그 승자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배우 이정재가 주축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더욱 큰 상황”이라면서도 “주가는 향후 승기를 잡는 쪽으로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당분간 테마성 기조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올리브나인  인수 복마전 재조명

과거 김동래 대표가 부사장 겸 드라마 제작 총괄로 근무했던 올리브나인을 KT가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이 재조명됐다.

KT는 방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의 주식 890만주를 223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서 엄청난 손해를 봤고 이 과정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T는 1년 후 35만주를 추가로 매입해 모두 925만주, 19.14% 지분으로 올리브나인의 경영권을 확보한다.

KT가 올리브나인을 인수하기 전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리브나인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KT는 당초보다 비싼 가격에 올리브나인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이정재 측의 분쟁으로 래몽래인 주가가 오른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또 인수금액에는 KT가 올리브나인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 금액 10억원이 포함돼있었지만 KT는 올리브나인을 인수할 당시 올리브나인 고대화 대표에게 향후 5년간 자율적 경영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고 대표는 경영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올리브나인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KT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2009년 6월, 925만주 주식 전량을 온라인 교육업체인 아윌패스에 53억6500원에 매각했다.

KT가 인수할 당시 올리브나인의 주가는 2400원대였고 매각할 당시에는 500원대로 폭락했으니 KT는 인수 3년 만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모 상무와 고 대표는 서울대 동기생으로 인수 과정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KT의 상무 이모씨는 올리브나인 인수 및 매각 과정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부사장을 지낸 올리브나인은 <파리의 연인> <주몽> <쾌도 홍길동> 등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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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