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VS 김동래’ 래몽래인 경영 분쟁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22 09:09:11
  • 호수 1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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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회사를 꿀꺽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가 이정재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래몽래인 주가가 출렁였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올리브나인을 KT가 인수하던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자이기도 한 김 대표가 논란에 휩싸인 이유에 대해 ‘전적으로 인수자 측 책임이라고 지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9분 기준 래몽래인은 전 거래일(1만1600원) 대비 3.62%(420원) 하락한 1만1180원에 거래됐다. 차익실현 매물이 발생하면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전날에는 전 거래일 대비 10.79% 급등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24.16% 오른 1만3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급등세
이면에···

래몽래인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김동래 대표가 이정재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방송계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6월 이정재 이사와 박인규 전 위지윅스튜디오 대표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정재 이사가 최대주주인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래몽래인의 최대주주다.

김 대표 측은 이정재와 박 전 대표가 ‘기업사냥’을 목적으로 래몽래인 경영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업 성장’과 ‘공동경영’을 내세우며 자신을 속여 래몽래인 최대주주 지분을 취득했다며 “이정재와 박 전 대표가 자신과 공동경영을 약속하고 계약서에도 ‘향후 성실하게 협의해 회사를 함께 경영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초록뱀미디어 인수안을 반대하자 경영서 완전히 배제시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정재 측이 래몽래인의 자금을 이용해 거래정지 상태인 엔터테인먼트 상장사 초록뱀미디어 인수를 추진하려 하며 경영권을 부당 편취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투자의 진짜 목적이 당초 제시했던 래몽래인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IP 확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법무법인 린을 통해 낸 입장문서 “김 대표와 공동경영을 하기로 합의된 사항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국내 엔터사의 매니지먼트 부문 인수, 미국 연예기획사 투자 유치 등은 래몽래인 인수 후 성장 방안으로 고려되던 사업 아이디어였을 뿐 경영권 인수를 위한 투자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7월 이정재 측은 래몽래인을 향해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래몽래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특정 시점 이후부터 법의 위반 일수를 적용해 하루에 500만원을 아티스트유나이티드에 지급해야 한다는 세부 조건을 달았다.

“기업 사냥꾼” 주장에 맞고소
유명 PD와 배우 진흙탕 싸움

래몽래인의 소액주주도 이정재 측이 제3자 유상증자 정관을 위배했다고 무효화를 주장하며 갈등에 합류했다. 이들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이뤄진 신주발행의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과 신주발행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지난달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정재 측은 “정관상 발행한도인 40%를 단지 1.99%에 초과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지난 3월 래몽래인이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180억원이 투입됐다. 래몽래인 인수로 주목을 끌었던 이정재 측은 3개월여 만에 김 대표와 법적 다툼에 나서게 됐다.


결국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김 대표에 대해 무고와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지난달 서울 서초경찰서에 맞고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정재 측은 김 대표가 경영 참여 논의에 응하지 않고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도 무시했다며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아울러 김 대표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공식 입장을 통해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옳지 않은 일에 굴복할 이유는 없다”고 분쟁에 대한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법무법인 린도 “래몽래인 경영권을 인수한 투자자들은 래몽래인 대표이사인 김동래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무고죄로 고소했다”며 관련 입장을 전했다.

법무법인 린에 따르면, 래몽래인은 지난 몇 년간 비정상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었으며,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김 대표 사이에 투자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이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래몽래인, 김동래, 투자자들은 지난 3월14일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자들이 래몽래인의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신주유상대급 납입 등 계약상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경영권을 이양하지 않았으며, 투자자들은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6월5일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했다.

비정상적
수익 악화?

이후 김 대표는 래몽래인 직원 4인을 포함한 소액주주 12인이 투자자들이 취득한 신주에 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한 것에 이어 투자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법인 린 측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김동래가 도리어 본건을 고소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황당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린은 김 대표가 고소장을 통해 ▲투자자는 경영권 취득 이후 김동래와 회사를 함께 경영할 것 ▲투자자는 국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K사의 매니지먼트 부문을 인수하거나 미국 연예기획사 C사로 투자를 받기로 약속 ▲투자자들은 래몽래인의 유보금과 신주발행으로 투자받은 돈을 이용한 M&A를 통해 이득을 취할 생각만 있었다 ▲투자자들이 김동래를 기망함으로써 신주를 기준가액보다 낮은 발행가격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하는 보통주 투자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래몽래인 경영권 취득 이후 김 대표와 공동경영을 하기로 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김 대표가 이사진 전원을 교체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 초록뱀미디어 인수 및 투자유치 등에 대해선 “래몽래인 인수 이후 진행될 사업 아이디어 중 하나였을 뿐,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해당 내용은 투자 전제조건이 아니었으며, 확약 가능한 성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록뱀미디어 매각 주관사가 실시한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래몽래인도 컨소시엄 소속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두 회사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컨소시엄서 빠졌다. 

임시주총
결과 주목

이어 투자자들이 타 회사를 M&A해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래몽래인을 인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타사 인수의 건은 래몽래인이 컨소시엄의 구성원으로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에 불과했고, 5월 중순경 구성원서 제외됐다”고 해명했다.


기준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게 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기준주가보다 약 10% 할인된 금액으로 발행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유상증자에 있어 지극히 통상적인 할인 방법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린 측은 “김동래가 주장하는 내용은 어느 하나도 사실관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모든 내용은 경찰 조사과정서 객관적 자료와 증거를 통해 소상히 입증할 계획”이라며 “이와는 별도로 김동래의 불법 고소행위에 대해서는 무고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이미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임시주총 개최 여부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의 주주총회 소집 허가신청은 김 대표로부터 회사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이태성 대표를 임시주총 의장으로 내세웠고, 최대주주인 이정재 등을 포함한 측근 인사 4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 상태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제3자 유상증자 관련 소송 결과도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이정재 측의 래몽래인 지분 취득이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신모씨를 포함한 12인의 래몽래인 소액주주들이 아티스트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유상증자 계약을 무효화하는 내용으로 제기한 소송은 분쟁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 법원이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아티스트유나이티드와 래몽래인의 접점이 완전히 사라져 김 대표의 승리로 분쟁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급등한 주가···투자 유의 지적
올리브나인 인수 복마전 재조명


주주들은 “회사의 정관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발행주식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이뤄질 수 있음에도 3월의 유상증자는 40%의 비중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월 유상증자서 새로 발행된 래몽래인의 주식은 총 292만440주로 이는 전체 유통 주식(695만4203주)의 41.99%였다.

이에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측은 “유상증자 발행한도를 1.99% 초과한 것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 역시 당시에 래몽래인의 동의하에 이뤄진 계약”이라고 반박하며 “김동래 대표가 자신의 우호세력인 소액주주들을 동원해 압박을 넣고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련의 갈등으로 래몽래인과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사이에는 임시주총 개최, 유상증자 무효, 그리고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신청 등 총 3건의 송사가 걸리게 됐다.

래몽래인은 지난 2007년 설립된 드라마 제작사로 <성균관 스캔들>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에 참여했으며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올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래몽래인을 인수했다. 이후 래몽래인과의 경영권 분쟁 끝에 지난 6월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일부 래몽래인 주주들이 같은 달 이씨 측이 취득한 신주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래몽래인의 최대주주는 아티스트(18.44%)고 이정재(5.12%)의 지분율을 합치면 총 23.56%에 달한다. 김 대표의 지분은 13.41%, 래몽래인 윤희경 이사의 지분은 0.51%다. 콘텐츠 제작사 위지윅스튜디오와 이 회사의 박인규 대표가 각각 래몽래인 지분 10%와 5.12%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래몽래인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법정 다툼
그 승자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배우 이정재가 주축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더욱 큰 상황”이라면서도 “주가는 향후 승기를 잡는 쪽으로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당분간 테마성 기조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올리브나인  인수 복마전 재조명

과거 김동래 대표가 부사장 겸 드라마 제작 총괄로 근무했던 올리브나인을 KT가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이 재조명됐다.

KT는 방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의 주식 890만주를 223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서 엄청난 손해를 봤고 이 과정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T는 1년 후 35만주를 추가로 매입해 모두 925만주, 19.14% 지분으로 올리브나인의 경영권을 확보한다.

KT가 올리브나인을 인수하기 전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리브나인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KT는 당초보다 비싼 가격에 올리브나인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이정재 측의 분쟁으로 래몽래인 주가가 오른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또 인수금액에는 KT가 올리브나인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 금액 10억원이 포함돼있었지만 KT는 올리브나인을 인수할 당시 올리브나인 고대화 대표에게 향후 5년간 자율적 경영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고 대표는 경영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올리브나인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KT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2009년 6월, 925만주 주식 전량을 온라인 교육업체인 아윌패스에 53억6500원에 매각했다.

KT가 인수할 당시 올리브나인의 주가는 2400원대였고 매각할 당시에는 500원대로 폭락했으니 KT는 인수 3년 만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모 상무와 고 대표는 서울대 동기생으로 인수 과정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KT의 상무 이모씨는 올리브나인 인수 및 매각 과정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부사장을 지낸 올리브나인은 <파리의 연인> <주몽> <쾌도 홍길동> 등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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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