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VS 김동래’ 래몽래인 경영 분쟁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22 09:09:11
  • 호수 1493호
  • 댓글 0개

누가 회사를 꿀꺽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가 이정재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래몽래인 주가가 출렁였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올리브나인을 KT가 인수하던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자이기도 한 김 대표가 논란에 휩싸인 이유에 대해 ‘전적으로 인수자 측 책임이라고 지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9분 기준 래몽래인은 전 거래일(1만1600원) 대비 3.62%(420원) 하락한 1만1180원에 거래됐다. 차익실현 매물이 발생하면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전날에는 전 거래일 대비 10.79% 급등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24.16% 오른 1만3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급등세
이면에···

래몽래인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김동래 대표가 이정재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방송계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6월 이정재 이사와 박인규 전 위지윅스튜디오 대표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정재 이사가 최대주주인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래몽래인의 최대주주다.

김 대표 측은 이정재와 박 전 대표가 ‘기업사냥’을 목적으로 래몽래인 경영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업 성장’과 ‘공동경영’을 내세우며 자신을 속여 래몽래인 최대주주 지분을 취득했다며 “이정재와 박 전 대표가 자신과 공동경영을 약속하고 계약서에도 ‘향후 성실하게 협의해 회사를 함께 경영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초록뱀미디어 인수안을 반대하자 경영서 완전히 배제시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정재 측이 래몽래인의 자금을 이용해 거래정지 상태인 엔터테인먼트 상장사 초록뱀미디어 인수를 추진하려 하며 경영권을 부당 편취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투자의 진짜 목적이 당초 제시했던 래몽래인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IP 확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법무법인 린을 통해 낸 입장문서 “김 대표와 공동경영을 하기로 합의된 사항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국내 엔터사의 매니지먼트 부문 인수, 미국 연예기획사 투자 유치 등은 래몽래인 인수 후 성장 방안으로 고려되던 사업 아이디어였을 뿐 경영권 인수를 위한 투자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7월 이정재 측은 래몽래인을 향해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래몽래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특정 시점 이후부터 법의 위반 일수를 적용해 하루에 500만원을 아티스트유나이티드에 지급해야 한다는 세부 조건을 달았다.

“기업 사냥꾼” 주장에 맞고소
유명 PD와 배우 진흙탕 싸움

래몽래인의 소액주주도 이정재 측이 제3자 유상증자 정관을 위배했다고 무효화를 주장하며 갈등에 합류했다. 이들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이뤄진 신주발행의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과 신주발행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지난달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정재 측은 “정관상 발행한도인 40%를 단지 1.99%에 초과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지난 3월 래몽래인이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180억원이 투입됐다. 래몽래인 인수로 주목을 끌었던 이정재 측은 3개월여 만에 김 대표와 법적 다툼에 나서게 됐다.

결국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김 대표에 대해 무고와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지난달 서울 서초경찰서에 맞고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정재 측은 김 대표가 경영 참여 논의에 응하지 않고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도 무시했다며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아울러 김 대표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공식 입장을 통해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옳지 않은 일에 굴복할 이유는 없다”고 분쟁에 대한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법무법인 린도 “래몽래인 경영권을 인수한 투자자들은 래몽래인 대표이사인 김동래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무고죄로 고소했다”며 관련 입장을 전했다.

법무법인 린에 따르면, 래몽래인은 지난 몇 년간 비정상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었으며,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김 대표 사이에 투자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이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래몽래인, 김동래, 투자자들은 지난 3월14일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자들이 래몽래인의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신주유상대급 납입 등 계약상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경영권을 이양하지 않았으며, 투자자들은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6월5일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했다.

비정상적
수익 악화?

이후 김 대표는 래몽래인 직원 4인을 포함한 소액주주 12인이 투자자들이 취득한 신주에 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한 것에 이어 투자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법인 린 측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김동래가 도리어 본건을 고소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황당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린은 김 대표가 고소장을 통해 ▲투자자는 경영권 취득 이후 김동래와 회사를 함께 경영할 것 ▲투자자는 국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K사의 매니지먼트 부문을 인수하거나 미국 연예기획사 C사로 투자를 받기로 약속 ▲투자자들은 래몽래인의 유보금과 신주발행으로 투자받은 돈을 이용한 M&A를 통해 이득을 취할 생각만 있었다 ▲투자자들이 김동래를 기망함으로써 신주를 기준가액보다 낮은 발행가격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하는 보통주 투자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래몽래인 경영권 취득 이후 김 대표와 공동경영을 하기로 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김 대표가 이사진 전원을 교체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 초록뱀미디어 인수 및 투자유치 등에 대해선 “래몽래인 인수 이후 진행될 사업 아이디어 중 하나였을 뿐,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해당 내용은 투자 전제조건이 아니었으며, 확약 가능한 성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록뱀미디어 매각 주관사가 실시한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래몽래인도 컨소시엄 소속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두 회사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컨소시엄서 빠졌다. 

임시주총
결과 주목

이어 투자자들이 타 회사를 M&A해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래몽래인을 인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타사 인수의 건은 래몽래인이 컨소시엄의 구성원으로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에 불과했고, 5월 중순경 구성원서 제외됐다”고 해명했다.

기준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게 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기준주가보다 약 10% 할인된 금액으로 발행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유상증자에 있어 지극히 통상적인 할인 방법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린 측은 “김동래가 주장하는 내용은 어느 하나도 사실관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모든 내용은 경찰 조사과정서 객관적 자료와 증거를 통해 소상히 입증할 계획”이라며 “이와는 별도로 김동래의 불법 고소행위에 대해서는 무고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이미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임시주총 개최 여부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의 주주총회 소집 허가신청은 김 대표로부터 회사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이태성 대표를 임시주총 의장으로 내세웠고, 최대주주인 이정재 등을 포함한 측근 인사 4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 상태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제3자 유상증자 관련 소송 결과도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이정재 측의 래몽래인 지분 취득이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신모씨를 포함한 12인의 래몽래인 소액주주들이 아티스트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유상증자 계약을 무효화하는 내용으로 제기한 소송은 분쟁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 법원이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아티스트유나이티드와 래몽래인의 접점이 완전히 사라져 김 대표의 승리로 분쟁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급등한 주가···투자 유의 지적
올리브나인 인수 복마전 재조명

주주들은 “회사의 정관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발행주식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이뤄질 수 있음에도 3월의 유상증자는 40%의 비중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월 유상증자서 새로 발행된 래몽래인의 주식은 총 292만440주로 이는 전체 유통 주식(695만4203주)의 41.99%였다.

이에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측은 “유상증자 발행한도를 1.99% 초과한 것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 역시 당시에 래몽래인의 동의하에 이뤄진 계약”이라고 반박하며 “김동래 대표가 자신의 우호세력인 소액주주들을 동원해 압박을 넣고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련의 갈등으로 래몽래인과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사이에는 임시주총 개최, 유상증자 무효, 그리고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신청 등 총 3건의 송사가 걸리게 됐다.

래몽래인은 지난 2007년 설립된 드라마 제작사로 <성균관 스캔들>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에 참여했으며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올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래몽래인을 인수했다. 이후 래몽래인과의 경영권 분쟁 끝에 지난 6월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일부 래몽래인 주주들이 같은 달 이씨 측이 취득한 신주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래몽래인의 최대주주는 아티스트(18.44%)고 이정재(5.12%)의 지분율을 합치면 총 23.56%에 달한다. 김 대표의 지분은 13.41%, 래몽래인 윤희경 이사의 지분은 0.51%다. 콘텐츠 제작사 위지윅스튜디오와 이 회사의 박인규 대표가 각각 래몽래인 지분 10%와 5.12%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래몽래인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법정 다툼
그 승자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배우 이정재가 주축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더욱 큰 상황”이라면서도 “주가는 향후 승기를 잡는 쪽으로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당분간 테마성 기조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올리브나인  인수 복마전 재조명

과거 김동래 대표가 부사장 겸 드라마 제작 총괄로 근무했던 올리브나인을 KT가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이 재조명됐다.

KT는 방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의 주식 890만주를 223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서 엄청난 손해를 봤고 이 과정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T는 1년 후 35만주를 추가로 매입해 모두 925만주, 19.14% 지분으로 올리브나인의 경영권을 확보한다.

KT가 올리브나인을 인수하기 전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리브나인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KT는 당초보다 비싼 가격에 올리브나인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이정재 측의 분쟁으로 래몽래인 주가가 오른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또 인수금액에는 KT가 올리브나인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 금액 10억원이 포함돼있었지만 KT는 올리브나인을 인수할 당시 올리브나인 고대화 대표에게 향후 5년간 자율적 경영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고 대표는 경영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올리브나인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KT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2009년 6월, 925만주 주식 전량을 온라인 교육업체인 아윌패스에 53억6500원에 매각했다.

KT가 인수할 당시 올리브나인의 주가는 2400원대였고 매각할 당시에는 500원대로 폭락했으니 KT는 인수 3년 만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모 상무와 고 대표는 서울대 동기생으로 인수 과정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KT의 상무 이모씨는 올리브나인 인수 및 매각 과정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부사장을 지낸 올리브나인은 <파리의 연인> <주몽> <쾌도 홍길동> 등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