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VS 김동래’ 래몽래인 경영 분쟁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22 09:09:11
  • 호수 1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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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회사를 꿀꺽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가 이정재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래몽래인 주가가 출렁였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올리브나인을 KT가 인수하던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자이기도 한 김 대표가 논란에 휩싸인 이유에 대해 ‘전적으로 인수자 측 책임이라고 지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9분 기준 래몽래인은 전 거래일(1만1600원) 대비 3.62%(420원) 하락한 1만1180원에 거래됐다. 차익실현 매물이 발생하면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전날에는 전 거래일 대비 10.79% 급등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24.16% 오른 1만3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급등세
이면에···

래몽래인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김동래 대표가 이정재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방송계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6월 이정재 이사와 박인규 전 위지윅스튜디오 대표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정재 이사가 최대주주인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래몽래인의 최대주주다.

김 대표 측은 이정재와 박 전 대표가 ‘기업사냥’을 목적으로 래몽래인 경영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업 성장’과 ‘공동경영’을 내세우며 자신을 속여 래몽래인 최대주주 지분을 취득했다며 “이정재와 박 전 대표가 자신과 공동경영을 약속하고 계약서에도 ‘향후 성실하게 협의해 회사를 함께 경영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초록뱀미디어 인수안을 반대하자 경영서 완전히 배제시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정재 측이 래몽래인의 자금을 이용해 거래정지 상태인 엔터테인먼트 상장사 초록뱀미디어 인수를 추진하려 하며 경영권을 부당 편취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투자의 진짜 목적이 당초 제시했던 래몽래인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IP 확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법무법인 린을 통해 낸 입장문서 “김 대표와 공동경영을 하기로 합의된 사항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국내 엔터사의 매니지먼트 부문 인수, 미국 연예기획사 투자 유치 등은 래몽래인 인수 후 성장 방안으로 고려되던 사업 아이디어였을 뿐 경영권 인수를 위한 투자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7월 이정재 측은 래몽래인을 향해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래몽래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특정 시점 이후부터 법의 위반 일수를 적용해 하루에 500만원을 아티스트유나이티드에 지급해야 한다는 세부 조건을 달았다.

“기업 사냥꾼” 주장에 맞고소
유명 PD와 배우 진흙탕 싸움

래몽래인의 소액주주도 이정재 측이 제3자 유상증자 정관을 위배했다고 무효화를 주장하며 갈등에 합류했다. 이들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이뤄진 신주발행의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과 신주발행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지난달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정재 측은 “정관상 발행한도인 40%를 단지 1.99%에 초과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지난 3월 래몽래인이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180억원이 투입됐다. 래몽래인 인수로 주목을 끌었던 이정재 측은 3개월여 만에 김 대표와 법적 다툼에 나서게 됐다.

결국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김 대표에 대해 무고와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지난달 서울 서초경찰서에 맞고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정재 측은 김 대표가 경영 참여 논의에 응하지 않고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도 무시했다며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아울러 김 대표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공식 입장을 통해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옳지 않은 일에 굴복할 이유는 없다”고 분쟁에 대한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법무법인 린도 “래몽래인 경영권을 인수한 투자자들은 래몽래인 대표이사인 김동래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무고죄로 고소했다”며 관련 입장을 전했다.

법무법인 린에 따르면, 래몽래인은 지난 몇 년간 비정상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었으며,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김 대표 사이에 투자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이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래몽래인, 김동래, 투자자들은 지난 3월14일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자들이 래몽래인의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신주유상대급 납입 등 계약상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경영권을 이양하지 않았으며, 투자자들은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6월5일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했다.

비정상적
수익 악화?

이후 김 대표는 래몽래인 직원 4인을 포함한 소액주주 12인이 투자자들이 취득한 신주에 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한 것에 이어 투자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법인 린 측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김동래가 도리어 본건을 고소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황당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린은 김 대표가 고소장을 통해 ▲투자자는 경영권 취득 이후 김동래와 회사를 함께 경영할 것 ▲투자자는 국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K사의 매니지먼트 부문을 인수하거나 미국 연예기획사 C사로 투자를 받기로 약속 ▲투자자들은 래몽래인의 유보금과 신주발행으로 투자받은 돈을 이용한 M&A를 통해 이득을 취할 생각만 있었다 ▲투자자들이 김동래를 기망함으로써 신주를 기준가액보다 낮은 발행가격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하는 보통주 투자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래몽래인 경영권 취득 이후 김 대표와 공동경영을 하기로 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김 대표가 이사진 전원을 교체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 초록뱀미디어 인수 및 투자유치 등에 대해선 “래몽래인 인수 이후 진행될 사업 아이디어 중 하나였을 뿐,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해당 내용은 투자 전제조건이 아니었으며, 확약 가능한 성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록뱀미디어 매각 주관사가 실시한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래몽래인도 컨소시엄 소속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두 회사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컨소시엄서 빠졌다. 

임시주총
결과 주목

이어 투자자들이 타 회사를 M&A해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래몽래인을 인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타사 인수의 건은 래몽래인이 컨소시엄의 구성원으로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에 불과했고, 5월 중순경 구성원서 제외됐다”고 해명했다.

기준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게 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기준주가보다 약 10% 할인된 금액으로 발행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유상증자에 있어 지극히 통상적인 할인 방법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린 측은 “김동래가 주장하는 내용은 어느 하나도 사실관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모든 내용은 경찰 조사과정서 객관적 자료와 증거를 통해 소상히 입증할 계획”이라며 “이와는 별도로 김동래의 불법 고소행위에 대해서는 무고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이미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임시주총 개최 여부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의 주주총회 소집 허가신청은 김 대표로부터 회사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이태성 대표를 임시주총 의장으로 내세웠고, 최대주주인 이정재 등을 포함한 측근 인사 4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 상태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제3자 유상증자 관련 소송 결과도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이정재 측의 래몽래인 지분 취득이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신모씨를 포함한 12인의 래몽래인 소액주주들이 아티스트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유상증자 계약을 무효화하는 내용으로 제기한 소송은 분쟁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 법원이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아티스트유나이티드와 래몽래인의 접점이 완전히 사라져 김 대표의 승리로 분쟁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급등한 주가···투자 유의 지적
올리브나인 인수 복마전 재조명

주주들은 “회사의 정관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발행주식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이뤄질 수 있음에도 3월의 유상증자는 40%의 비중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월 유상증자서 새로 발행된 래몽래인의 주식은 총 292만440주로 이는 전체 유통 주식(695만4203주)의 41.99%였다.

이에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측은 “유상증자 발행한도를 1.99% 초과한 것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 역시 당시에 래몽래인의 동의하에 이뤄진 계약”이라고 반박하며 “김동래 대표가 자신의 우호세력인 소액주주들을 동원해 압박을 넣고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련의 갈등으로 래몽래인과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사이에는 임시주총 개최, 유상증자 무효, 그리고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신청 등 총 3건의 송사가 걸리게 됐다.

래몽래인은 지난 2007년 설립된 드라마 제작사로 <성균관 스캔들>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에 참여했으며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올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래몽래인을 인수했다. 이후 래몽래인과의 경영권 분쟁 끝에 지난 6월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일부 래몽래인 주주들이 같은 달 이씨 측이 취득한 신주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래몽래인의 최대주주는 아티스트(18.44%)고 이정재(5.12%)의 지분율을 합치면 총 23.56%에 달한다. 김 대표의 지분은 13.41%, 래몽래인 윤희경 이사의 지분은 0.51%다. 콘텐츠 제작사 위지윅스튜디오와 이 회사의 박인규 대표가 각각 래몽래인 지분 10%와 5.12%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래몽래인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법정 다툼
그 승자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배우 이정재가 주축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더욱 큰 상황”이라면서도 “주가는 향후 승기를 잡는 쪽으로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당분간 테마성 기조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올리브나인  인수 복마전 재조명

과거 김동래 대표가 부사장 겸 드라마 제작 총괄로 근무했던 올리브나인을 KT가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이 재조명됐다.

KT는 방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의 주식 890만주를 223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서 엄청난 손해를 봤고 이 과정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T는 1년 후 35만주를 추가로 매입해 모두 925만주, 19.14% 지분으로 올리브나인의 경영권을 확보한다.

KT가 올리브나인을 인수하기 전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리브나인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KT는 당초보다 비싼 가격에 올리브나인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이정재 측의 분쟁으로 래몽래인 주가가 오른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또 인수금액에는 KT가 올리브나인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 금액 10억원이 포함돼있었지만 KT는 올리브나인을 인수할 당시 올리브나인 고대화 대표에게 향후 5년간 자율적 경영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고 대표는 경영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올리브나인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KT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2009년 6월, 925만주 주식 전량을 온라인 교육업체인 아윌패스에 53억6500원에 매각했다.

KT가 인수할 당시 올리브나인의 주가는 2400원대였고 매각할 당시에는 500원대로 폭락했으니 KT는 인수 3년 만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모 상무와 고 대표는 서울대 동기생으로 인수 과정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KT의 상무 이모씨는 올리브나인 인수 및 매각 과정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부사장을 지낸 올리브나인은 <파리의 연인> <주몽> <쾌도 홍길동> 등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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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