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VS 김동래’ 래몽래인 경영 분쟁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22 09:09:11
  • 호수 1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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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회사를 꿀꺽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가 이정재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래몽래인 주가가 출렁였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올리브나인을 KT가 인수하던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자이기도 한 김 대표가 논란에 휩싸인 이유에 대해 ‘전적으로 인수자 측 책임이라고 지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59분 기준 래몽래인은 전 거래일(1만1600원) 대비 3.62%(420원) 하락한 1만1180원에 거래됐다. 차익실현 매물이 발생하면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전날에는 전 거래일 대비 10.79% 급등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24.16% 오른 1만3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급등세
이면에···

래몽래인 주가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김동래 대표가 이정재 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방송계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6월 이정재 이사와 박인규 전 위지윅스튜디오 대표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정재 이사가 최대주주인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래몽래인의 최대주주다.

김 대표 측은 이정재와 박 전 대표가 ‘기업사냥’을 목적으로 래몽래인 경영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업 성장’과 ‘공동경영’을 내세우며 자신을 속여 래몽래인 최대주주 지분을 취득했다며 “이정재와 박 전 대표가 자신과 공동경영을 약속하고 계약서에도 ‘향후 성실하게 협의해 회사를 함께 경영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초록뱀미디어 인수안을 반대하자 경영서 완전히 배제시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정재 측이 래몽래인의 자금을 이용해 거래정지 상태인 엔터테인먼트 상장사 초록뱀미디어 인수를 추진하려 하며 경영권을 부당 편취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투자의 진짜 목적이 당초 제시했던 래몽래인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IP 확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법무법인 린을 통해 낸 입장문서 “김 대표와 공동경영을 하기로 합의된 사항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국내 엔터사의 매니지먼트 부문 인수, 미국 연예기획사 투자 유치 등은 래몽래인 인수 후 성장 방안으로 고려되던 사업 아이디어였을 뿐 경영권 인수를 위한 투자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7월 이정재 측은 래몽래인을 향해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래몽래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특정 시점 이후부터 법의 위반 일수를 적용해 하루에 500만원을 아티스트유나이티드에 지급해야 한다는 세부 조건을 달았다.

“기업 사냥꾼” 주장에 맞고소
유명 PD와 배우 진흙탕 싸움

래몽래인의 소액주주도 이정재 측이 제3자 유상증자 정관을 위배했다고 무효화를 주장하며 갈등에 합류했다. 이들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이뤄진 신주발행의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과 신주발행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지난달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정재 측은 “정관상 발행한도인 40%를 단지 1.99%에 초과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지난 3월 래몽래인이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180억원이 투입됐다. 래몽래인 인수로 주목을 끌었던 이정재 측은 3개월여 만에 김 대표와 법적 다툼에 나서게 됐다.


결국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김 대표에 대해 무고와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지난달 서울 서초경찰서에 맞고소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정재 측은 김 대표가 경영 참여 논의에 응하지 않고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도 무시했다며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아울러 김 대표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공식 입장을 통해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옳지 않은 일에 굴복할 이유는 없다”고 분쟁에 대한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법무법인 린도 “래몽래인 경영권을 인수한 투자자들은 래몽래인 대표이사인 김동래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무고죄로 고소했다”며 관련 입장을 전했다.

법무법인 린에 따르면, 래몽래인은 지난 몇 년간 비정상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었으며,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김 대표 사이에 투자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이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래몽래인, 김동래, 투자자들은 지난 3월14일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자들이 래몽래인의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신주유상대급 납입 등 계약상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경영권을 이양하지 않았으며, 투자자들은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6월5일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했다.

비정상적
수익 악화?

이후 김 대표는 래몽래인 직원 4인을 포함한 소액주주 12인이 투자자들이 취득한 신주에 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한 것에 이어 투자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법인 린 측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김동래가 도리어 본건을 고소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황당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린은 김 대표가 고소장을 통해 ▲투자자는 경영권 취득 이후 김동래와 회사를 함께 경영할 것 ▲투자자는 국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K사의 매니지먼트 부문을 인수하거나 미국 연예기획사 C사로 투자를 받기로 약속 ▲투자자들은 래몽래인의 유보금과 신주발행으로 투자받은 돈을 이용한 M&A를 통해 이득을 취할 생각만 있었다 ▲투자자들이 김동래를 기망함으로써 신주를 기준가액보다 낮은 발행가격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하는 보통주 투자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은 “래몽래인 경영권 취득 이후 김 대표와 공동경영을 하기로 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김 대표가 이사진 전원을 교체하는 것에 명시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 초록뱀미디어 인수 및 투자유치 등에 대해선 “래몽래인 인수 이후 진행될 사업 아이디어 중 하나였을 뿐,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해당 내용은 투자 전제조건이 아니었으며, 확약 가능한 성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록뱀미디어 매각 주관사가 실시한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래몽래인도 컨소시엄 소속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두 회사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컨소시엄서 빠졌다. 

임시주총
결과 주목

이어 투자자들이 타 회사를 M&A해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래몽래인을 인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타사 인수의 건은 래몽래인이 컨소시엄의 구성원으로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에 불과했고, 5월 중순경 구성원서 제외됐다”고 해명했다.


기준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하게 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기준주가보다 약 10% 할인된 금액으로 발행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유상증자에 있어 지극히 통상적인 할인 방법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린 측은 “김동래가 주장하는 내용은 어느 하나도 사실관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모든 내용은 경찰 조사과정서 객관적 자료와 증거를 통해 소상히 입증할 계획”이라며 “이와는 별도로 김동래의 불법 고소행위에 대해서는 무고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이미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임시주총 개최 여부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의 주주총회 소집 허가신청은 김 대표로부터 회사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이태성 대표를 임시주총 의장으로 내세웠고, 최대주주인 이정재 등을 포함한 측근 인사 4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 상태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제3자 유상증자 관련 소송 결과도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이정재 측의 래몽래인 지분 취득이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신모씨를 포함한 12인의 래몽래인 소액주주들이 아티스트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유상증자 계약을 무효화하는 내용으로 제기한 소송은 분쟁의 새로운 변수가 됐다. 법원이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아티스트유나이티드와 래몽래인의 접점이 완전히 사라져 김 대표의 승리로 분쟁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급등한 주가···투자 유의 지적
올리브나인 인수 복마전 재조명


주주들은 “회사의 정관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발행주식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이뤄질 수 있음에도 3월의 유상증자는 40%의 비중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월 유상증자서 새로 발행된 래몽래인의 주식은 총 292만440주로 이는 전체 유통 주식(695만4203주)의 41.99%였다.

이에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측은 “유상증자 발행한도를 1.99% 초과한 것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 역시 당시에 래몽래인의 동의하에 이뤄진 계약”이라고 반박하며 “김동래 대표가 자신의 우호세력인 소액주주들을 동원해 압박을 넣고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련의 갈등으로 래몽래인과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사이에는 임시주총 개최, 유상증자 무효, 그리고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신청 등 총 3건의 송사가 걸리게 됐다.

래몽래인은 지난 2007년 설립된 드라마 제작사로 <성균관 스캔들>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에 참여했으며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는 올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래몽래인을 인수했다. 이후 래몽래인과의 경영권 분쟁 끝에 지난 6월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일부 래몽래인 주주들이 같은 달 이씨 측이 취득한 신주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래몽래인의 최대주주는 아티스트(18.44%)고 이정재(5.12%)의 지분율을 합치면 총 23.56%에 달한다. 김 대표의 지분은 13.41%, 래몽래인 윤희경 이사의 지분은 0.51%다. 콘텐츠 제작사 위지윅스튜디오와 이 회사의 박인규 대표가 각각 래몽래인 지분 10%와 5.12%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래몽래인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법정 다툼
그 승자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은 단기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배우 이정재가 주축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더욱 큰 상황”이라면서도 “주가는 향후 승기를 잡는 쪽으로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당분간 테마성 기조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올리브나인  인수 복마전 재조명

과거 김동래 대표가 부사장 겸 드라마 제작 총괄로 근무했던 올리브나인을 KT가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이 재조명됐다.

KT는 방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의 주식 890만주를 223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서 엄청난 손해를 봤고 이 과정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T는 1년 후 35만주를 추가로 매입해 모두 925만주, 19.14% 지분으로 올리브나인의 경영권을 확보한다.

KT가 올리브나인을 인수하기 전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리브나인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KT는 당초보다 비싼 가격에 올리브나인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이정재 측의 분쟁으로 래몽래인 주가가 오른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또 인수금액에는 KT가 올리브나인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 금액 10억원이 포함돼있었지만 KT는 올리브나인을 인수할 당시 올리브나인 고대화 대표에게 향후 5년간 자율적 경영권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고 대표는 경영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올리브나인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KT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2009년 6월, 925만주 주식 전량을 온라인 교육업체인 아윌패스에 53억6500원에 매각했다.

KT가 인수할 당시 올리브나인의 주가는 2400원대였고 매각할 당시에는 500원대로 폭락했으니 KT는 인수 3년 만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모 상무와 고 대표는 서울대 동기생으로 인수 과정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KT의 상무 이모씨는 올리브나인 인수 및 매각 과정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부사장을 지낸 올리브나인은 <파리의 연인> <주몽> <쾌도 홍길동> 등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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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