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 만화계의 대가’ 허영만 화백이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전남도립미술관은 허 화백의 50년 만화 인생을 돌아보는 전시 ‘종이의 영웅, 칸의 서사’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전남도립미술관이 제9의 예술로 불리는 만화를 문화예술 영역까지 확대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허영만 화백은 전남 여수 출신이다. 1974년 <한국일보> 신인 만화 공모전에 <집을 찾아서>라는 작품이 당선되면서 만화가로 데뷔했다. 같은 해 <소년 한국일보>서 연재한 만화 <각시탈>이 흥행하면서 명실상부한 인기 만화가로 올라섰다.
장르의 경계
이후 <서유기>를 재해석한 작품 <날아라 슈퍼보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만화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비트> <타짜> <식객> 등 허 화백의 작품은 동명의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전남도립미술관서 준비한 허 화백의 전시 ‘종이의 영웅, 칸의 서사’는 작가의 걸작을 중심으로 만화사에 미친 영향과 예술적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1부 ‘만화가 허영만’, 2부 ‘시대를 품은 만화’, 3부 ‘매스미디어 속 만화’, 4부 ‘일상이 된 만화’ 등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만화의 초기 발전부터 대중문화까지 영향을 끼친 만화사 자료와 함께 허 화백의 펜 끝에서 탄생한 각종 캐릭터와 작품 연대기 등을 집대성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2부는 <각시탈>과 <오! 한강> 속 나타난 시대상과 이념, 사회 문제 등을 심도 있게 조명했다. 2012년 방영된 드라마 <각시탈>에서 실제 사용된 각시탈도 볼 수 있다.
<오! 한강>은 1945년 해방부터 1986년 6·29 민주화 선언까지 격동의 근현대사를 풀어낸 작품이다. 해방과 전쟁, 광복, 쿠데타, 민주화운동에 이르는 격변의 근현대사가 만들어낸 서사가 허 화백의 걸출한 연출력과 결합해 의미있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각시탈>로 인기 만화가 대열
<식객> <타짜> 영화 드라마로
3부는 ‘매스미디어 속 만화’를 주제로 종이 예술이 미디어 영상물로 발전하는 과정과 양상을 살펴보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와 TV 드라마가 흥행한 배경을 살피고 만화가 갖는 대중·예술적 가치를 조명했다.
<날아라 슈퍼보드>와 20대 청춘의 방황을 아름답게 그려낸 <비트>, 상업 도박의 단면을 낱낱이 드러낸 <타짜> 등은 예술 장르 내에서 매체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방증이다. 지면 만화가 영상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통해 만화가 대중예술의 한 장르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현상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4부에서는 ‘일상이 된 만화’를 만날 수 있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서 식문화를 예술로 승화해 미식 문화의 유행을 선도하고 대중적인 관심도를 이끌어낸 작품 <식객>과 허 화백이 최근까지도 꾸준히 집필하고 있는 <만화 일기>를 볼 수 있다.
<만화 일기>는 소재 자체가 ‘작가의 일상’이다. 작가의 시선에 비친 하루의 짧은 순간을 가뿐한 그림체와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넘어섰다
전남도립미술관은 “다양한 매체로 발전해 산업적 가치와 예술로 인정받은 만화 예술이 대중예술의 한 장르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0월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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