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집값 치솟는 분양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서 분양 중인 기분양 아파트 단지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지속해서 오르자 기존에 분양에 나선 단지들의 분양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비 급등 문제로 인해 신축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도 수요자들이 기존 분양 단지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5월 말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3㎡당 분양 가격은 약 3870만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 24.4% 급등한 수치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고작 2.7% 오른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 상승폭은 유독 가파르다. 예컨대 작년에 9억원에 살 수 있었던 아파트를 이제는 11억원을 넘게 내야 하는 것이다.

가파른
상승폭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 역시 올 들어 4월까지 1월 1743만원, 2월 1771만원, 3월 1859만원 4월 1875만원 등 매달 최고치를 경신했다. 5월 전국 분양가는 1839만원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이는 통계상 표본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 아파트가 많았기 때문이다.

분양가는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 단지로 보면 가격 상승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달 21일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온 서울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는 3.3㎡(평당)당 분양가격이 5150만원으로 책정됐다. 역대 강북지역 재건축 아파트 중 가장 높은 분양 가격이다. 강북도 평당 5000만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전용면적 59㎡가 최고가 기준 약 13억4000만원, 84㎡는 약 17억4000만원이다.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역대 분양가 상한제 단지 중 최고가인 3.3㎡당 6737만원으로 나올 예정이다. 아파트 분양 가격이 치솟자 초기 미분양됐던 단지 중 수개월 내 완판되는 곳이 최근 늘고 있다. 기존 가격이 저렴해진 효과 때문이다. 과거에는 비싸 보이던 단지도 현재 시점에선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이 돼버린 것이다. 

곳곳 미분양도 완판 성공
서울·경기 단지 노려볼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18가구였던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3월 968가구, 4월 936가구로 석 달 연속 줄었다. 경기도 역시 브랜드 아파트 위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

경기 용인에서는 연초 오픈한 ‘영통역자이 프라시엘’이 최근 완판에 성공했고, 지난해 11월 분양한 의정부 ‘힐스테이트 금오 더퍼스트’도 초기 미분양을 딛고 최근 완판에 성공했다. 수원시 ‘매교역 팰루시드(지난해 12월 분양)’도 초기 계약률은 저조했지만, 정당계약 두 달 만에 100% 계약을 마쳤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꿈틀대고 있는 점도 미분양을 털어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시세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는 6월 셋째 주까지 13주 연속 오름세다. 최근 5주 동안은 상승폭도 매주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안양, 성남, 수원, 부천, 광명, 하남 등 서울 인접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관측되고 있다. 공급부족을 겪고 있는 일부 지역에선 주변시세보다 비싼 분양가라도 완판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영통역자이 프라시엘’의 경우 분양가가 전용 84㎡ 최고가 기준 8억6300만원으로, 인근 ‘영통SK뷰(2016년 준공)’의 동일 평형대 최근 실거래가(8억4500만원·20층)보다 여전히 비싸지만 신축의 프리미엄을 업고 4개월여 만에 모든 계약을 마쳤다.


‘의정부 힐스테이트 금오 더퍼스트’는 분양가격이 전용 59㎡ 최고가 기준 약 4억3000만원으로, 인근 구축 대비 2억원 가까이 비쌌으나 역시 완판에 성공했다.

꿈틀대는
수도권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건설 경기 침체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어 미분양 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입지와 브랜드가 좋은 곳을 중심으로 완판 소식이 추가로 들릴 것으로 전망되며, 지역별로 편차가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기존 분양 단지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단지들은 빠르게 잔여 물량을 털기 위해 다양한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자금 부담이 덜한 점도 수요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서울, 경기 지역서 분양 중인 단지.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대우건설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에 대해 회사 보유분 잔여세대 선착순 분양에 들어갔다. 전용 59㎡와 74㎡는 분양이 완료됐으며, 전용 84㎡ 잔여세대 일부가 남았다. 분양가는 12억7000만~13억8000만원대다.

지하 5층~지상 18층, 10개 동, 전용면적 59~84㎡ 총 771세대 규모다. 1차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30%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2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이 65% 이상인 상도동 일대서 2020년 6월 분양한 상도역 롯데캐슬 이후 3년 만에 분양하는 신규 아파트다.

단지 전체가 남향 위주로 배치돼 조망과 채광을 극대화했다. 단지 내에는 보행녹도를 설치했으며 전용면적 74㎡와 84㎡ 타입은 안방 파우더룸 및 드레스룸이 있다. 전 세대 발코니 무상 확장을 비롯해 침실2 붙박이장, 시스템에어컨, 하이브리드쿡탑, 전기오븐, 식기세척기 등 다양한 옵션을 무상 제공한다.

티하우스서 잔디밭을 보며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그린 파티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테마 놀이터와 물놀이 공간으로 꾸며진 ‘어린이 놀이터’, 소나무와 정원으로 만들어진 휴식 공간 ‘라운지가든’, 초화원과 돌담, 수목 등으로 조성된 ‘스텝가든’ 등이 조성돼 있다. 단지 중앙에 위치한 ‘워터가든’에는 석가산과 휴게공간이 설치됐다. 단지 내 구립어린이집이 위치해 있다.

기존 분양 단지 눈길 돌리는 이유?
공사비 급등으로 신축 부족 우려↑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2번 출구서 도보로 약 7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 좌측에는 종합행정타운이 건설 중이고, 우측에는 상도역권 도시개발 사업 진행 중이다. 강남과 용산, 여의도 등 여러 업무지구에 접근하기 쉬운 편이다. 가장 가까운 역인 7호선 장승배기역을 통해 강남구청역까지 20분대 이동이 가능하다.

또 상도터널과 한강대교, 올림픽대로로 진입이 쉬워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업무지구인 여의도, 용산까지 접근할 수 있다. 단지 바로 인근에 이듬해 상반기에 착공에 들어가 서부선 경전철 신상도역(가칭)이 신설될 예정이다. 인근에 국사봉과 상도근린공원이 있어 쾌적한 환경과 둘레길 산책로가 제공된다.

▲호반써밋 개봉= 서울 구로구 개봉동 일원 들어서는 ‘호반써밋 개봉’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4층, 3개동 전용 49~114㎡ 총 317가구 중 190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현재 전용 84㎡의 잔여가구를 분양 중인데 분양가는 9억대다. 입주 예정일은 오는 12월.


단지는 채광과 통풍에 유리한 남향 위주 배치 설계가 적용됐다. 지상은 차가 없는 공원형 단지로 선큰광장, 테마가로길 등 풍부한 조경공간도 계획했다. 피트니스와 GX룸, 실내골프장, 작은도서관, 어린이집, 경로당 등 다양한 입주민 시설도 마련될 예정이다.

지역별로 
편차 크다

가구 내부를 보면 동선을 고려한 주방가구 배치와 드레스룸 등 다양한 수납공간 설치(타입별 상이) 등이 눈길을 끈다. 계약자가 원하는 공간 구성을 할 수 있는 가변형 벽체도 적용된다. 전용 84㎡ 일부 가구에는 쾌적성과 개방감이 탁월한 개방형 발코니가 제공된다. 각 동 최상층에는 특화 평면으로 펜트타입을 구성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서 신구로선도 추진 중이다. 신구로선은 제4차 국가철도망에 포함된 노선으로 경기 시흥 대야역서 온수역~개봉~양천구청을 지나 서울 목동역까지 연결된다. 단지와 인접한 남부순환로(오류IC)를 비롯해 경인고속도로, 서부간선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도로 등을 이용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전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지근거리서 광명~서울고속도로도 계획돼 있다.

도보통학거리에 오류초와 개봉중이 있고, 고척 도서관과 목동 학원도 가깝다. 매봉산과 온수공원, 오류역 문화공원, 개봉공원 등 단지 주변 녹지시설서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도 즐길 수 있다.

▲의정부역 파밀리에 1차=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서 주상복합 아파트 ‘의정부역 파밀리에Ⅰ’이 선착순 분양 중이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거주 지역과 청약통장 유무, 주택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원하는 호수 선택 후 계약이 가능하다.


지하 5층~지상 24층, 전용 84㎡ 단일평형으로 구성된 단지는 전 타입 4Bay로 설계됐다. 2.4m의 천장고, 11자형 주방 및 주방 팬트리 등으로 풍부한 수납공간도 제공한다. 전용 84㎡ 분양가격은 6억원대다. 발코니 확장 시 거실, 주방 시스템에어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주차장은 편리한 자주식 주차 설계에 이 중 35%는 확장형 주차장으로 조성되며, 전기자동차 전용 주차공간 및 충전설비도 설치된다. 입주는 이듬해 3월 예정.

다양한 
금융혜택

GTX-C 개통 예정인 의정부역까지 도보 3분대에 위치해 개발에 따른 최대 수혜 아파트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GTX-C 노선은 청량리, 삼성, 양재 등 서울 중심권과 강남을 통과하는 노선으로 GTX 노선 중에서도 알짜 노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통 시 의정부역서 서울 삼성역까지도 2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등 서울로의 접근성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는 의정부의 최중심 입지에 조성되는 만큼 우수한 정주여건을 갖추고 있다. CGV, 대형서점 등 문화생활과 신세계백화점, 로데오거리, 제일시장 등 쇼핑 인프라가 있어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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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