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갤러리 호리아트스페이스서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특별한 전시를 준비했다. 미술계서 대표적인 불교 신자로 알려진 작가 오원배의 드로잉 특별전 ‘기록, 우연과 의도 사이’. 오원배는 인간 실존에 대한 고민을 장엄하고 독창적인 조형어법으로 발표해 왔다.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8일), 성년의날(20일), 부부의날(21일) 등 가정의 달로 알려진 5월에는 기념일이 많다. 호리아트스페이스는 그중에서도 ‘부처님오신날’과 불교 신자인 오원배의 작품을 엮어 드로잉 특별전 ‘기록, 우연과 의도 사이’를 준비했다.
관조적 시선
오원배는 동국대 미술학과에 30여년간 재직하면서 방학이면 조용한 사찰에 머물며 수행과 드로잉 작업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강화도 대표 사찰인 전등사에 오원의 작품이 있다. 현존하는 사찰 중 가장 오래된 사찰인 전등사 무설전의 주불 뒤에는 후불탱화 대신 후불벽화가 돔형 굴에 자리하고 있다. 반달 형태로 석굴암 감실의 원형을 닮은 듯한 이 후불벽화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전등사 무설전의 후불벽화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제작됐다. 프레스코 기법은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등 서양미술 거장이 성당의 벽화를 그릴 때 사용한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오원배는 30대 전후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프레스코 기법에 천착해 꾸준히 회화 작업에 접목해 왔다. 호리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현존하는 최고의 사찰 벽에 최초로 프레스코 기법을 적용해 탄생한 후불벽화는 오원배의 불교에 대한 신념과 정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원배는 “드로잉은 살아 있는 생물이고 스스로 증식한다. 또 상상의 기록이자 비현실을 현실화하는 일체의 과정을 기록하는 행위”라며 “드로잉은 모호함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는 과정으로, 상상을 자극하고 구체화한다. 사유와 상상이라는 살을 뼈에 바르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미술계 대표 불교 신자
전등사 후불벽화 제작
오원배는 평소에도 드로잉 작업에 몰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크고 작은 수백 권의 드로잉북은 오원배가 평생 창작자로서 살아온 삶의 기록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30여점의 드로잉과 특별 제작된 대형 회화 2점을 선보인다.
‘기록, 우연과 의도 사이’라는 전시 제목서 짐작되듯 오원배의 드로잉 작품에는 우연성과 의도성이 중첩돼있다. 평범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듯한 드로잉에는 작가의 치열한 실험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화면을 채운 재료는 본래 재질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없다. 오원배는 나름의 방식으로 재료를 혼용해 자신만의 특별한 질감과 밀도감을 얻어냈다. 드로잉 작업 순간순간에 의도된 즉흥성을 가미해 이상적인 조형성과 여백미를 조율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정영목 평론가는 “드로잉은 그것을 봤거나, 아니면 기억과 상상을 통해서 화가가 발견한 어떤 사건의 자전적 기록”이라며 “존 버거의 말에 덧붙여 오원배의 드로잉은 ‘촉각적인 자전적 기록’이라고 부르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정 평론가는 “오원배의 기법은 우리 현대미술사에 기록할 정도로 탁월한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원배의 드로잉에 삶을 관통한 관조적인 시선이 담겨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의 촉각적 몸짓은 사유와 상상을 자극해낸 기록인 셈이다.
탁월한 독창성
호리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외줄을 타듯 우연과 의도의 경계를 미묘하게 오가는 오원배의 이번 전시서 잠자던 새로운 감성을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며 “정영목 평론가의 안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22일까지.
장지선 기자 jsjang@ilyosisa.co.kr
[오원배는?]
▲학력
동국대학교 미술대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파리국립미술학교 수료
▲개인전
호리아트스페이스&아이프라운지(2024)
인천아트플랫폼(2023)
아트스페이스카고(2023)
예울마루(2021)
갤러리 아트사이드(2019) 외 다수
▲수상
제1회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2023)
제9회 이중섭 미술상(1997)
올해의 젊은 작가상(1992)
프랑스 예술원 회화 3등상(1985)
파리국립미술학교 회화 1등상(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