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사람만 피 보는 배달플랫폼 막장 경쟁

“축구 다 끝나고 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지연을 호소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배달 지연은 배달 플랫폼의 묶음배달과 라이더의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배달플랫폼들은 라이더 확보와 묶음배달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도 다시 배달대행업체의 손을 빌리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대행사인 쿠팡과 배달의민족(배민)의 배달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오히려 배달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주들도 배달기사가 배차되지 않아 곤욕을 치르곤 한다고 넋두리를 내뱉는 실정이다. 각 사는 배달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툭하면 지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서 ‘배달이 1시간 이상 지연됐다’ ‘다 식은(다 불은) 음식을 배달받았다’며 배달 지연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이벤트에 맞춰 미리 음식을 주문했는데 배달이 너무 지연돼 이벤트를 망쳤다’ ‘축구 경기를 한참 앞두고 시켰는데 경기가 다 끝나고 왔다’는 글이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다.

한 소비자는 “점심시간에 맞춰 음식을 주문했다. 예상 도착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났는데 아직 출발도 안 했었다”며 “주문을 취소하고 급하게 인근 식당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배차 지연으로 배달이 늦어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넘쳐난다. 배달이 늦었다는 이유로 ‘별점’이 깎이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주문이 취소되기도 하는 등 손해를 보고 있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배민과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 경쟁을 하면서 심화됐다. 무료 배달 경쟁은 쿠팡이츠가 지난 3월26일부터 쿠팡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서비스를 시작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배민이 지난달 1일부터 ‘알뜰 배달’을 무료 서비스하며 맞불을 놨다.

쿠팡이츠와 배민이 무료 배달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은 ‘세이브 배달’과 ‘무료 배달’이다. 이는 동선에 따라 최적 묶음 배달을 하는 서비스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배달지가 여러 곳인 탓에 한정적인 배달 라이더의 배차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알뜰 배달과 세이브 배달은 각 플랫폼의 자체 배달서비스다. 자체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반드시 플랫폼이 지정한 라이더(배달 기사)가 배달을 수행해야 하는데, 라이더가 부족해 배차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묶음 배달은 배차되기도 힘들고 배차가 된다고 하더라도 라이더들이 가게에 오는 데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묶음 배달로 사장은 라이더 배차 문제로 스트레스 받고 라이더들은 음식이 늦게 나온다고 가게에 불평을 쏟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무료 배달 경쟁 심화 
“묶음배달이 문제다”

라이더들은 묶음 배달로 노선 중간에 주문이 밀려들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라이더는 “배달을 하다 보면 중간에 묶음 배달주문이 여러 건 밀려들어 처음에 왔던 배달이 밀리는 사태가 발생한다”며 “비슷한 구간을 묶어서 가야 하다 보니 배달 애플리케이션서 먼저 들어온 주문이 아니라 뒤늦게 들어온 주문을 먼저 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차가 지연되는 이유는 배달 단가가 낮아진 점도 한몫한다. 현재 주요 플랫폼들이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기본 배달 단가는 2500~3000원 수준이다. 거리에 따라 할증이 추가되기는 하지만 코로나19 당시 기본 단가인 4000원보다 낮아진 셈이다.

한 라이더유니온 소속 라이더는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배달 기본료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낮아진 단가로는 오토바이 감가‧수리비‧보험비 등을 고려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라이더를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배달플랫폼이 점주와 라이더에 배달 지연 이유와 피해를 떠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프로모션과 쿠폰 등 혜택을 통한 소비자 잡기 치킨게임에 많은 금원을 투입한 배달 플랫폼은 해당 금원을 가게와 라이더에게서 수수료 형식으로 가져오고 있다”며 “배달플랫폼이 사실상 ‘무료 배달’을 통해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을 진행하면서 그 피해와 책임을 가게와 라이더에 전가하고 있는 셈”이라고 직격했다.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은 “묶음 배달 도입 플랫폼이 여러 건 배차를 연결해 주다 보니 라이더들도 무리하게 배달을 할 수밖에 없고 자영업자와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며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고도화해야 하는데, 라이더와 자영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소·라이더 갈등도 잦아
다시 대행업체에 손 벌려

이에 대해 배달플랫폼들은 소비자 잡기와 배달 고도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알뜰배달과 한집배달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구조로 한집배달 배달비도 소비자의 배달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폭 감소했다”며 “그러면서도 라이더 확보를 위해 시간제 보험료를 933원서 870원으로 낮춰 라이더의 재정적인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낮아진 배달 단가로 라이더가 줄었다고 하지만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료는 라이더 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따라 정해진 최소 배달료와 거리 및 날씨 할증 등에 따라 원칙대로 지급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른 추가분(프로모션 등)을 가외로 얹는 구조로 별도 수립된 정책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또 배달 지연을 줄이기 위해 가게 거리와 날씨, 라이더 상황 등 70개가 넘는 요인을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하고 더 효율적인 배달을 실천하기 위해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쿠팡이츠 관계자는 “다른 배달플랫폼보다 기본 배달비 단가가 저렴한 것은 맞지만 프리랜서 라이더가 많아진 만큼 특정 시간대 라이더 프로모션 등을 진행해 평균적인 라이더 단가는 코로나 시기보다 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배달플랫폼들은 배달 지연문제 해소를 위해 제3자 배달대행 서비스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배민은 바로고, 부릉 등 외부 배달대행사도 배민1의 자체 배달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했다. 지난 1월 말부터 일부 지역서 배달대행사와 테스트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서비스가 잘 안착하면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하소연

요기요는 지난해 자사 배달서비스 배달 일부를 바로고·부릉·생각대로도 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 최근 요기배달 일부 배달주문을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플랫폼 ‘카카오 T 픽커’를 통해 수행하도록 하는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쿠팡이츠는 큰 배달 대행사는 아니지만, 여러 지역서 소규모 배달 대행 협력업체를 두고 라이더 수급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배달플랫폼들이 자체 운영 라이더를 공공연하게 내세웠지만 문제가 생기자 결국 다시 배달 대행 서비스로 돌아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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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