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사람만 피 보는 배달플랫폼 막장 경쟁

“축구 다 끝나고 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지연을 호소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배달 지연은 배달 플랫폼의 묶음배달과 라이더의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배달플랫폼들은 라이더 확보와 묶음배달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도 다시 배달대행업체의 손을 빌리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대행사인 쿠팡과 배달의민족(배민)의 배달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오히려 배달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주들도 배달기사가 배차되지 않아 곤욕을 치르곤 한다고 넋두리를 내뱉는 실정이다. 각 사는 배달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툭하면 지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서 ‘배달이 1시간 이상 지연됐다’ ‘다 식은(다 불은) 음식을 배달받았다’며 배달 지연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이벤트에 맞춰 미리 음식을 주문했는데 배달이 너무 지연돼 이벤트를 망쳤다’ ‘축구 경기를 한참 앞두고 시켰는데 경기가 다 끝나고 왔다’는 글이 많은 공감을 받기도 했다.

한 소비자는 “점심시간에 맞춰 음식을 주문했다. 예상 도착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났는데 아직 출발도 안 했었다”며 “주문을 취소하고 급하게 인근 식당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배차 지연으로 배달이 늦어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넘쳐난다. 배달이 늦었다는 이유로 ‘별점’이 깎이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주문이 취소되기도 하는 등 손해를 보고 있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배민과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 경쟁을 하면서 심화됐다. 무료 배달 경쟁은 쿠팡이츠가 지난 3월26일부터 쿠팡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서비스를 시작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배민이 지난달 1일부터 ‘알뜰 배달’을 무료 서비스하며 맞불을 놨다.

쿠팡이츠와 배민이 무료 배달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은 ‘세이브 배달’과 ‘무료 배달’이다. 이는 동선에 따라 최적 묶음 배달을 하는 서비스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배달지가 여러 곳인 탓에 한정적인 배달 라이더의 배차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알뜰 배달과 세이브 배달은 각 플랫폼의 자체 배달서비스다. 자체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반드시 플랫폼이 지정한 라이더(배달 기사)가 배달을 수행해야 하는데, 라이더가 부족해 배차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묶음 배달은 배차되기도 힘들고 배차가 된다고 하더라도 라이더들이 가게에 오는 데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묶음 배달로 사장은 라이더 배차 문제로 스트레스 받고 라이더들은 음식이 늦게 나온다고 가게에 불평을 쏟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무료 배달 경쟁 심화 
“묶음배달이 문제다”

라이더들은 묶음 배달로 노선 중간에 주문이 밀려들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라이더는 “배달을 하다 보면 중간에 묶음 배달주문이 여러 건 밀려들어 처음에 왔던 배달이 밀리는 사태가 발생한다”며 “비슷한 구간을 묶어서 가야 하다 보니 배달 애플리케이션서 먼저 들어온 주문이 아니라 뒤늦게 들어온 주문을 먼저 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차가 지연되는 이유는 배달 단가가 낮아진 점도 한몫한다. 현재 주요 플랫폼들이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기본 배달 단가는 2500~3000원 수준이다. 거리에 따라 할증이 추가되기는 하지만 코로나19 당시 기본 단가인 4000원보다 낮아진 셈이다.

한 라이더유니온 소속 라이더는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배달 기본료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낮아진 단가로는 오토바이 감가‧수리비‧보험비 등을 고려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라이더를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배달플랫폼이 점주와 라이더에 배달 지연 이유와 피해를 떠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프로모션과 쿠폰 등 혜택을 통한 소비자 잡기 치킨게임에 많은 금원을 투입한 배달 플랫폼은 해당 금원을 가게와 라이더에게서 수수료 형식으로 가져오고 있다”며 “배달플랫폼이 사실상 ‘무료 배달’을 통해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을 진행하면서 그 피해와 책임을 가게와 라이더에 전가하고 있는 셈”이라고 직격했다.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은 “묶음 배달 도입 플랫폼이 여러 건 배차를 연결해 주다 보니 라이더들도 무리하게 배달을 할 수밖에 없고 자영업자와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며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고도화해야 하는데, 라이더와 자영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소·라이더 갈등도 잦아
다시 대행업체에 손 벌려

이에 대해 배달플랫폼들은 소비자 잡기와 배달 고도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알뜰배달과 한집배달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구조로 한집배달 배달비도 소비자의 배달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폭 감소했다”며 “그러면서도 라이더 확보를 위해 시간제 보험료를 933원서 870원으로 낮춰 라이더의 재정적인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낮아진 배달 단가로 라이더가 줄었다고 하지만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배달료는 라이더 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따라 정해진 최소 배달료와 거리 및 날씨 할증 등에 따라 원칙대로 지급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른 추가분(프로모션 등)을 가외로 얹는 구조로 별도 수립된 정책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또 배달 지연을 줄이기 위해 가게 거리와 날씨, 라이더 상황 등 70개가 넘는 요인을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하고 더 효율적인 배달을 실천하기 위해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쿠팡이츠 관계자는 “다른 배달플랫폼보다 기본 배달비 단가가 저렴한 것은 맞지만 프리랜서 라이더가 많아진 만큼 특정 시간대 라이더 프로모션 등을 진행해 평균적인 라이더 단가는 코로나 시기보다 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배달플랫폼들은 배달 지연문제 해소를 위해 제3자 배달대행 서비스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배민은 바로고, 부릉 등 외부 배달대행사도 배민1의 자체 배달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했다. 지난 1월 말부터 일부 지역서 배달대행사와 테스트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서비스가 잘 안착하면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하소연

요기요는 지난해 자사 배달서비스 배달 일부를 바로고·부릉·생각대로도 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 최근 요기배달 일부 배달주문을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플랫폼 ‘카카오 T 픽커’를 통해 수행하도록 하는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쿠팡이츠는 큰 배달 대행사는 아니지만, 여러 지역서 소규모 배달 대행 협력업체를 두고 라이더 수급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배달플랫폼들이 자체 운영 라이더를 공공연하게 내세웠지만 문제가 생기자 결국 다시 배달 대행 서비스로 돌아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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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