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불문’ 몰카 범죄의 허점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23 11:03:50
  • 호수 1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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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몰래 찍어도 100만원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몰래 찍고 사진을 소장하고 있으면 어떨까? 최소한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불쾌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몰카 범죄다. 그러나 몰카 범죄가 인정되려면 ‘공공장소’서 찍히면 안되고,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 피해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스마트폰 사용 여부를 물은 결과 97%가 ‘사용한다’고 답했다. 국내 성인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2012년 1월 53%서 그해 6월 60%, 2013년 2월 70%, 2014년 7월 80%, 2016년 하반기 90%를 돌파했다.

초소형 
카메라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93%서 정체했으나, 2021년 95%, 2022년 97%로 추가 상승했다. 스마트폰 사용률이 90%대에 접어든 시기는 저연령일수록 빨랐다. 2012년 상반기 20대, 그해 하반기 30대, 2014년 40대, 2016년 50대 순으로 90%를 돌파했다.

60대 이상 스마트폰 사용률은 2012년 상반기 10% 초반, 2013년 7월 30%, 2016년 1월 60%, 2022년 90%, 지난해 92%에 다다랐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전 국민이 ‘초소형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스마트폰에는 초소형 크기의 카메라가 부착돼있다. 이에 따라오는 것이 바로 ‘몰래카메라’ 범죄다.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휴대전화에 부착된 초소형 카메라로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년간 몰카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만8529건으로 2018년 5497명, 2019년 5556명, 2020년 5151명, 2021년 5792명으로 꾸준히 5000명대를 유지했다. 2022년에는 6533명이 몰카 범죄로 검거됐다.

특히 2022년 경찰이 검거한 6533명의 몰카 범죄자 중 10대와 20대 피의자가 3269명으로 전체 몰카 범죄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몰카 범죄자 10명 중 2명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61세 이상 몰카 범죄자도 2018년 112명서 2022년 213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몰카 피해 장소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안이 863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노상 692건, 역·대합실 357건, 지하철 361건, 숙박업소·목욕탕 269건 등이 뒤를 이었으며 학교서도 164건의 몰카 범죄가 발생했다.

특히, 최근 몰카 사건은 공중화장실도 통계 분류 유형에 포함돼, 지난해 7월 기준 공중화장실 내 몰카 범죄도 313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몰카 범죄가 나날로 심각해지면서 관련 법규도 제정됐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찰영죄’는 이동 통신기기와 온라인의 발달로 새로운 성폭력인 몰래카메라 범죄를 규정한다.

전 국민 핸드폰 소유…몰카도 기승
대부분 벌금형, 노출 없으면 무죄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몰카 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구성요건이 ‘성적 욕망 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로 특정해서, 법원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나이를 기준을 중요시한다.

또 여성의 특정한 신체 일부가 부각해서 촬영했는지를 중심으로 처벌하고 있어서 피해자가 함부로 촬영을 당하지 않을 자유와 보호가 빠졌다는 지적이다. 즉, 피해자의 관점과 경험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다.

몰카 범죄 처벌은 71.97%가 벌금형이 선고되고 있고, 촬영물이 유포돼 보복성 포르노에 이용되더라도 벌금형이 선고되는 등 미약한 처벌로 이뤄지고 있다.

원주시의 한 대학 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에서 용변을 보던 대학생의 모습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2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21)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원주시의 한 대학 건물 5층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에서 용변을 보던 B(19)군의 모습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같은 대학에 다닐 뿐 별다른 친분이 없는 B군을 상대로 불법 촬영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사실이 공소장에 담겼다. 또 A씨의 이 같은 행위는 사건화가 되지 않았을 뿐 처음이 아니었던 점도 수사와 재판 과정서 드러났다.

관련 법규
조항 보니…

박 부장판사는 “범행 직후 피해자에게 발각돼 영상을 삭제하고 수사 단계서 피해자와 합의한 점, 대학 자퇴를 선택한 것이 자숙의 의미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관사에서 동료 교사를 몰래 촬영하려다 붙잡힌 남성에게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강동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이용 촬영·반포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31)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했다.

C씨는 전남의 한 중학교 교직원 관사에서 창문을 통해 여성 교사의 샤워 모습을 몰래 촬영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샤워를 하던 여성 교사는 촬영하는 소리를 듣고 경찰에 곧바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할 임무가 있는 교사 신분으로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정도가 더욱 크다. 다만 피고인의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를 표한 점, 잘못을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자신이 입원 중인 요양병원서 의료진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거나 여성 화장실에 숨어든 6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도 있다.


광주지법 형사 9단독 전희숙 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D(61)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했다.

D씨는 자신이 입원 중인 광주 한 요양병원서 33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로 옷을 갈아입는 의료진 신체 부위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병원 여성 화장실에 성적인 목적을 갖고 몰래 침입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용변이 급해 가까운 여성 화장실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진술 번복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찍히는 
부위 따라…

재판장은 “범행 방법과 횟수, 촬영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 다만 처벌 전력 없는 초범이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 모든 양형 요소를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벌금형도 아닌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도 많다. ▲피해자의 전신 모습이 촬영됐거나 ▲영상의 전체 구도 등에서 피해자의 맨살이 드러난 부분을 부각시켜 촬영하지 않았거나 ▲촬영자가 찍은 사진에 다른 사물이 함께 찍히는 경우 ▲촬영 각도나 촬영 거리 등을 고려해 특수한 방식을 쓰지 않은 경우다.

법원은 이런 경우의 몰카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짧은 치마, 원피스, 짧은 바지를 입어도 하반신 위에 종이가방이나 가죽가방을 올려 놓거나, 전신을 촬영해서 맨살이 드러난 다리 부분을 부각시키지 않으면 무죄판결을 받았다.


촬영자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서 있는 여성의 허벅지 중간부터 다리 부위를 찍었지만, 사진 한쪽에 긴 바지를 입고 서 있는 남성의 다리가 촬영돼 무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사진들은 풍경 사진이 아닌 데다, 우연히 찍은 것도 아니다. 범죄자들은 이 같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지하철서 청바지를 입고 서 있던 10대 여성과 검정색 7부 바지를 입고 서 있던 10대 여성의 다리를 몰래 촬영해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된 가해 남성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한 사진은 피해자들의 하체 전체를 찍은 것이기는 하나, 피해자들은 몸에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있고, ‘디지털카메라의 특성상 얼마든지 사진을 확대해 특정 부위만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피고인이 촬영한 사진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7년 이하 5000만원 이하
욕망·수치심 유발해야

법원은 피해 여성이 입고 있는 옷차림과 노출의 정도도 살핀다. 무죄판결서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짧은 치마, 반바지, 레깅스 차림이었다. 법원은 이런 옷차림의 여성이 타인에 의해 몰래 촬영됐고, 그 촬영물이 유통되더라도 ‘성적인 특정 부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일상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기에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 사람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이면, 노출된 신체 부위가 촬영되더라도 피해 여성의 수치심이 유발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피해자가 촬영을 당한 시기가 여름이라면 다리 부분에 맨살이 노출됐어도 일반적인 옷차림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아래 엘리베이터 몰카 사건은 가해자가 귀가 중이던 여성에게 호감을 느껴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가서 몰카를 촬영하면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가해자는 피해 여성의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후, 피해자 몰래 가슴 상반신을 촬영했다. 당시 피해자는 우연히 촬영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나 무서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이후 엘리베이터 내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 여성은 경찰에 출석해 “너무 당황스럽고, 무섭고, 수치스럽고,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고, 법정에선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몸만 촬영했기 때문에 성적인 느낌을 갖고 촬영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대법원은 가해자의 촬영이 이뤄진 경위와 의도, 피해자의 피해 감정 진술 등을 모두 배제했다.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만으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일반 옷차림
대법 “무죄”

몰카 범죄 피해자 E씨는 이 같은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씨는 “법원은 피해자가 입은 옷차림서 범죄 여부를 판단한다. 노출이 심하지 않은 옷을 입은 여성 피해자는 범죄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노출이 있는 옷을 입어야 피해자가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개된 장소서 찍힌 사진의 피해자도 피해자가 아니다. 그런데 몰카 범죄의 피해 장소는 대부분 공공장소”라며 “미국은 최근 여성의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서 다리나 가슴을 촬영하면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형사 규제를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몰카 범죄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추세에 있으며, 성적 수치심은 문화와 사회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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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