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불문’ 몰카 범죄의 허점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23 11:03:50
  • 호수 1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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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몰래 찍어도 100만원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몰래 찍고 사진을 소장하고 있으면 어떨까? 최소한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불쾌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몰카 범죄다. 그러나 몰카 범죄가 인정되려면 ‘공공장소’서 찍히면 안되고,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 피해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스마트폰 사용 여부를 물은 결과 97%가 ‘사용한다’고 답했다. 국내 성인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2012년 1월 53%서 그해 6월 60%, 2013년 2월 70%, 2014년 7월 80%, 2016년 하반기 90%를 돌파했다.

초소형 
카메라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93%서 정체했으나, 2021년 95%, 2022년 97%로 추가 상승했다. 스마트폰 사용률이 90%대에 접어든 시기는 저연령일수록 빨랐다. 2012년 상반기 20대, 그해 하반기 30대, 2014년 40대, 2016년 50대 순으로 90%를 돌파했다.

60대 이상 스마트폰 사용률은 2012년 상반기 10% 초반, 2013년 7월 30%, 2016년 1월 60%, 2022년 90%, 지난해 92%에 다다랐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전 국민이 ‘초소형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스마트폰에는 초소형 크기의 카메라가 부착돼있다. 이에 따라오는 것이 바로 ‘몰래카메라’ 범죄다.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휴대전화에 부착된 초소형 카메라로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년간 몰카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만8529건으로 2018년 5497명, 2019년 5556명, 2020년 5151명, 2021년 5792명으로 꾸준히 5000명대를 유지했다. 2022년에는 6533명이 몰카 범죄로 검거됐다.

특히 2022년 경찰이 검거한 6533명의 몰카 범죄자 중 10대와 20대 피의자가 3269명으로 전체 몰카 범죄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몰카 범죄자 10명 중 2명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61세 이상 몰카 범죄자도 2018년 112명서 2022년 213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몰카 피해 장소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안이 863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노상 692건, 역·대합실 357건, 지하철 361건, 숙박업소·목욕탕 269건 등이 뒤를 이었으며 학교서도 164건의 몰카 범죄가 발생했다.

특히, 최근 몰카 사건은 공중화장실도 통계 분류 유형에 포함돼, 지난해 7월 기준 공중화장실 내 몰카 범죄도 313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몰카 범죄가 나날로 심각해지면서 관련 법규도 제정됐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찰영죄’는 이동 통신기기와 온라인의 발달로 새로운 성폭력인 몰래카메라 범죄를 규정한다.

전 국민 핸드폰 소유…몰카도 기승
대부분 벌금형, 노출 없으면 무죄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몰카 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구성요건이 ‘성적 욕망 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로 특정해서, 법원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나이를 기준을 중요시한다.

또 여성의 특정한 신체 일부가 부각해서 촬영했는지를 중심으로 처벌하고 있어서 피해자가 함부로 촬영을 당하지 않을 자유와 보호가 빠졌다는 지적이다. 즉, 피해자의 관점과 경험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다.

몰카 범죄 처벌은 71.97%가 벌금형이 선고되고 있고, 촬영물이 유포돼 보복성 포르노에 이용되더라도 벌금형이 선고되는 등 미약한 처벌로 이뤄지고 있다.

원주시의 한 대학 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에서 용변을 보던 대학생의 모습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2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21)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원주시의 한 대학 건물 5층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에서 용변을 보던 B(19)군의 모습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같은 대학에 다닐 뿐 별다른 친분이 없는 B군을 상대로 불법 촬영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사실이 공소장에 담겼다. 또 A씨의 이 같은 행위는 사건화가 되지 않았을 뿐 처음이 아니었던 점도 수사와 재판 과정서 드러났다.

관련 법규
조항 보니…

박 부장판사는 “범행 직후 피해자에게 발각돼 영상을 삭제하고 수사 단계서 피해자와 합의한 점, 대학 자퇴를 선택한 것이 자숙의 의미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관사에서 동료 교사를 몰래 촬영하려다 붙잡힌 남성에게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강동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이용 촬영·반포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31)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했다.

C씨는 전남의 한 중학교 교직원 관사에서 창문을 통해 여성 교사의 샤워 모습을 몰래 촬영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샤워를 하던 여성 교사는 촬영하는 소리를 듣고 경찰에 곧바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할 임무가 있는 교사 신분으로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정도가 더욱 크다. 다만 피고인의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를 표한 점, 잘못을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자신이 입원 중인 요양병원서 의료진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거나 여성 화장실에 숨어든 6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도 있다.


광주지법 형사 9단독 전희숙 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D(61)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했다.

D씨는 자신이 입원 중인 광주 한 요양병원서 33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로 옷을 갈아입는 의료진 신체 부위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병원 여성 화장실에 성적인 목적을 갖고 몰래 침입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용변이 급해 가까운 여성 화장실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진술 번복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찍히는 
부위 따라…

재판장은 “범행 방법과 횟수, 촬영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 다만 처벌 전력 없는 초범이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 모든 양형 요소를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벌금형도 아닌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도 많다. ▲피해자의 전신 모습이 촬영됐거나 ▲영상의 전체 구도 등에서 피해자의 맨살이 드러난 부분을 부각시켜 촬영하지 않았거나 ▲촬영자가 찍은 사진에 다른 사물이 함께 찍히는 경우 ▲촬영 각도나 촬영 거리 등을 고려해 특수한 방식을 쓰지 않은 경우다.

법원은 이런 경우의 몰카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짧은 치마, 원피스, 짧은 바지를 입어도 하반신 위에 종이가방이나 가죽가방을 올려 놓거나, 전신을 촬영해서 맨살이 드러난 다리 부분을 부각시키지 않으면 무죄판결을 받았다.


촬영자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서 있는 여성의 허벅지 중간부터 다리 부위를 찍었지만, 사진 한쪽에 긴 바지를 입고 서 있는 남성의 다리가 촬영돼 무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사진들은 풍경 사진이 아닌 데다, 우연히 찍은 것도 아니다. 범죄자들은 이 같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지하철서 청바지를 입고 서 있던 10대 여성과 검정색 7부 바지를 입고 서 있던 10대 여성의 다리를 몰래 촬영해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된 가해 남성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한 사진은 피해자들의 하체 전체를 찍은 것이기는 하나, 피해자들은 몸에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있고, ‘디지털카메라의 특성상 얼마든지 사진을 확대해 특정 부위만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피고인이 촬영한 사진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7년 이하 5000만원 이하
욕망·수치심 유발해야

법원은 피해 여성이 입고 있는 옷차림과 노출의 정도도 살핀다. 무죄판결서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짧은 치마, 반바지, 레깅스 차림이었다. 법원은 이런 옷차림의 여성이 타인에 의해 몰래 촬영됐고, 그 촬영물이 유통되더라도 ‘성적인 특정 부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일상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기에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 사람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이면, 노출된 신체 부위가 촬영되더라도 피해 여성의 수치심이 유발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피해자가 촬영을 당한 시기가 여름이라면 다리 부분에 맨살이 노출됐어도 일반적인 옷차림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아래 엘리베이터 몰카 사건은 가해자가 귀가 중이던 여성에게 호감을 느껴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가서 몰카를 촬영하면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가해자는 피해 여성의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후, 피해자 몰래 가슴 상반신을 촬영했다. 당시 피해자는 우연히 촬영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나 무서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이후 엘리베이터 내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 여성은 경찰에 출석해 “너무 당황스럽고, 무섭고, 수치스럽고,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고, 법정에선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몸만 촬영했기 때문에 성적인 느낌을 갖고 촬영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대법원은 가해자의 촬영이 이뤄진 경위와 의도, 피해자의 피해 감정 진술 등을 모두 배제했다.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만으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일반 옷차림
대법 “무죄”

몰카 범죄 피해자 E씨는 이 같은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씨는 “법원은 피해자가 입은 옷차림서 범죄 여부를 판단한다. 노출이 심하지 않은 옷을 입은 여성 피해자는 범죄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노출이 있는 옷을 입어야 피해자가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개된 장소서 찍힌 사진의 피해자도 피해자가 아니다. 그런데 몰카 범죄의 피해 장소는 대부분 공공장소”라며 “미국은 최근 여성의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서 다리나 가슴을 촬영하면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형사 규제를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몰카 범죄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추세에 있으며, 성적 수치심은 문화와 사회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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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