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불문’ 몰카 범죄의 허점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23 11:03:50
  • 호수 1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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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몰래 찍어도 100만원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몰래 찍고 사진을 소장하고 있으면 어떨까? 최소한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불쾌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몰카 범죄다. 그러나 몰카 범죄가 인정되려면 ‘공공장소’서 찍히면 안되고,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 피해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스마트폰 사용 여부를 물은 결과 97%가 ‘사용한다’고 답했다. 국내 성인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2012년 1월 53%서 그해 6월 60%, 2013년 2월 70%, 2014년 7월 80%, 2016년 하반기 90%를 돌파했다.

초소형 
카메라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93%서 정체했으나, 2021년 95%, 2022년 97%로 추가 상승했다. 스마트폰 사용률이 90%대에 접어든 시기는 저연령일수록 빨랐다. 2012년 상반기 20대, 그해 하반기 30대, 2014년 40대, 2016년 50대 순으로 90%를 돌파했다.

60대 이상 스마트폰 사용률은 2012년 상반기 10% 초반, 2013년 7월 30%, 2016년 1월 60%, 2022년 90%, 지난해 92%에 다다랐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전 국민이 ‘초소형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스마트폰에는 초소형 크기의 카메라가 부착돼있다. 이에 따라오는 것이 바로 ‘몰래카메라’ 범죄다.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휴대전화에 부착된 초소형 카메라로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년간 몰카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만8529건으로 2018년 5497명, 2019년 5556명, 2020년 5151명, 2021년 5792명으로 꾸준히 5000명대를 유지했다. 2022년에는 6533명이 몰카 범죄로 검거됐다.

특히 2022년 경찰이 검거한 6533명의 몰카 범죄자 중 10대와 20대 피의자가 3269명으로 전체 몰카 범죄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몰카 범죄자 10명 중 2명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61세 이상 몰카 범죄자도 2018년 112명서 2022년 213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몰카 피해 장소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안이 863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노상 692건, 역·대합실 357건, 지하철 361건, 숙박업소·목욕탕 269건 등이 뒤를 이었으며 학교서도 164건의 몰카 범죄가 발생했다.

특히, 최근 몰카 사건은 공중화장실도 통계 분류 유형에 포함돼, 지난해 7월 기준 공중화장실 내 몰카 범죄도 313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몰카 범죄가 나날로 심각해지면서 관련 법규도 제정됐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찰영죄’는 이동 통신기기와 온라인의 발달로 새로운 성폭력인 몰래카메라 범죄를 규정한다.

전 국민 핸드폰 소유…몰카도 기승
대부분 벌금형, 노출 없으면 무죄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몰카 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구성요건이 ‘성적 욕망 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로 특정해서, 법원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나이를 기준을 중요시한다.

또 여성의 특정한 신체 일부가 부각해서 촬영했는지를 중심으로 처벌하고 있어서 피해자가 함부로 촬영을 당하지 않을 자유와 보호가 빠졌다는 지적이다. 즉, 피해자의 관점과 경험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다.

몰카 범죄 처벌은 71.97%가 벌금형이 선고되고 있고, 촬영물이 유포돼 보복성 포르노에 이용되더라도 벌금형이 선고되는 등 미약한 처벌로 이뤄지고 있다.

원주시의 한 대학 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에서 용변을 보던 대학생의 모습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2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21)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원주시의 한 대학 건물 5층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에서 용변을 보던 B(19)군의 모습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같은 대학에 다닐 뿐 별다른 친분이 없는 B군을 상대로 불법 촬영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사실이 공소장에 담겼다. 또 A씨의 이 같은 행위는 사건화가 되지 않았을 뿐 처음이 아니었던 점도 수사와 재판 과정서 드러났다.

관련 법규
조항 보니…

박 부장판사는 “범행 직후 피해자에게 발각돼 영상을 삭제하고 수사 단계서 피해자와 합의한 점, 대학 자퇴를 선택한 것이 자숙의 의미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관사에서 동료 교사를 몰래 촬영하려다 붙잡힌 남성에게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강동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이용 촬영·반포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31)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했다.

C씨는 전남의 한 중학교 교직원 관사에서 창문을 통해 여성 교사의 샤워 모습을 몰래 촬영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샤워를 하던 여성 교사는 촬영하는 소리를 듣고 경찰에 곧바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할 임무가 있는 교사 신분으로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정도가 더욱 크다. 다만 피고인의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를 표한 점, 잘못을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자신이 입원 중인 요양병원서 의료진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거나 여성 화장실에 숨어든 6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도 있다.

광주지법 형사 9단독 전희숙 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D(61)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했다.

D씨는 자신이 입원 중인 광주 한 요양병원서 33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로 옷을 갈아입는 의료진 신체 부위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병원 여성 화장실에 성적인 목적을 갖고 몰래 침입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용변이 급해 가까운 여성 화장실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진술 번복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찍히는 
부위 따라…

재판장은 “범행 방법과 횟수, 촬영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 다만 처벌 전력 없는 초범이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 모든 양형 요소를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벌금형도 아닌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도 많다. ▲피해자의 전신 모습이 촬영됐거나 ▲영상의 전체 구도 등에서 피해자의 맨살이 드러난 부분을 부각시켜 촬영하지 않았거나 ▲촬영자가 찍은 사진에 다른 사물이 함께 찍히는 경우 ▲촬영 각도나 촬영 거리 등을 고려해 특수한 방식을 쓰지 않은 경우다.

법원은 이런 경우의 몰카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짧은 치마, 원피스, 짧은 바지를 입어도 하반신 위에 종이가방이나 가죽가방을 올려 놓거나, 전신을 촬영해서 맨살이 드러난 다리 부분을 부각시키지 않으면 무죄판결을 받았다.

촬영자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서 있는 여성의 허벅지 중간부터 다리 부위를 찍었지만, 사진 한쪽에 긴 바지를 입고 서 있는 남성의 다리가 촬영돼 무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사진들은 풍경 사진이 아닌 데다, 우연히 찍은 것도 아니다. 범죄자들은 이 같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지하철서 청바지를 입고 서 있던 10대 여성과 검정색 7부 바지를 입고 서 있던 10대 여성의 다리를 몰래 촬영해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된 가해 남성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한 사진은 피해자들의 하체 전체를 찍은 것이기는 하나, 피해자들은 몸에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있고, ‘디지털카메라의 특성상 얼마든지 사진을 확대해 특정 부위만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피고인이 촬영한 사진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7년 이하 5000만원 이하
욕망·수치심 유발해야

법원은 피해 여성이 입고 있는 옷차림과 노출의 정도도 살핀다. 무죄판결서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짧은 치마, 반바지, 레깅스 차림이었다. 법원은 이런 옷차림의 여성이 타인에 의해 몰래 촬영됐고, 그 촬영물이 유통되더라도 ‘성적인 특정 부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일상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기에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 사람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이면, 노출된 신체 부위가 촬영되더라도 피해 여성의 수치심이 유발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피해자가 촬영을 당한 시기가 여름이라면 다리 부분에 맨살이 노출됐어도 일반적인 옷차림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아래 엘리베이터 몰카 사건은 가해자가 귀가 중이던 여성에게 호감을 느껴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가서 몰카를 촬영하면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가해자는 피해 여성의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후, 피해자 몰래 가슴 상반신을 촬영했다. 당시 피해자는 우연히 촬영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나 무서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이후 엘리베이터 내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 여성은 경찰에 출석해 “너무 당황스럽고, 무섭고, 수치스럽고,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고, 법정에선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몸만 촬영했기 때문에 성적인 느낌을 갖고 촬영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대법원은 가해자의 촬영이 이뤄진 경위와 의도, 피해자의 피해 감정 진술 등을 모두 배제했다.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만으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일반 옷차림
대법 “무죄”

몰카 범죄 피해자 E씨는 이 같은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씨는 “법원은 피해자가 입은 옷차림서 범죄 여부를 판단한다. 노출이 심하지 않은 옷을 입은 여성 피해자는 범죄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노출이 있는 옷을 입어야 피해자가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개된 장소서 찍힌 사진의 피해자도 피해자가 아니다. 그런데 몰카 범죄의 피해 장소는 대부분 공공장소”라며 “미국은 최근 여성의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서 다리나 가슴을 촬영하면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형사 규제를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몰카 범죄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추세에 있으며, 성적 수치심은 문화와 사회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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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