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화제의 당선인 황정아

5선 거물 잡은 무서운 새내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일방 삭감을 비판하며 정계 입문을 선언한 과학자가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을에 출마한 황정아 전 연구원의 이야기다. 누리호의 주역이던 그가 R&D 예산 삭감으로 정치판에 발을 들이고 과학계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차기 국회의장이라고 불리던 이상민 의원을 이기고 당선돼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누리호 개발의 주역이 정치 신인으로 돌아왔다. 황정아 대전 유성을 국회의원 당선인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인재 영입으로 들어간 그는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을 이기고 당선됐다.

황 당선인은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일방 삭감을 비판하며 정계 입문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인재 영입 6호로 그를 영입하면서 “우주항공 분야의 굵직한 순간마다 역량을 발휘해 대한민국 우주개발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전문성뿐 아니라 정책 역량까지 겸비해 우주과학을 토대로 미래산업을 개척해 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연구개발특구
유성을 입성

황 당선인은 영입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관례대로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출마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결국 대전 유성을에 공천됐다. 정치계에서는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위치한 유성을 지역민심에 가장 최적화된 후보라고 봤다.

황 당선인은 전남 여수 출신으로 전남과학고를 나와 KAIST서 학부와 석·박사를 마쳤다. 1999년 방영됐던 인기드라마 <카이스트>의 모델이자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로 알려져 있다. 누리호 개발의 성공 주역으로, 누리호 3차 발사 당시 인공위성 기획부터 설계, 개발 등 전 과정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최초 정찰위성인 425 위성사업에도 참여했다.

한국을 빛낼 젊은 과학자 30인(포항공대, 2016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KWSE) 감사장(2020년) 등 화려한 수상 경력도 자랑한다.

그는 이 같은 경력을 토대로 선거전 내내 R&D 예산 복원과 정부예산 총지출의 5%를 R&D 예산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면서 과학계를 중심으로 민심을 파고들었다.

특히 TV 토론회서 황 당선인이 “이 후보는 R&D 삭감에 ‘여야 모두 책임이 있다’고 하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R&D 예산이 4.6조원이나 삭감되자 결국 남 탓하는 것”이라며 “1차적으로 정부여당에 책임이 있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합의·처리한 민주당도 책임서 자유롭지 못하고 수습하는 게 더 중요한 만큼 내년도 예산은 전부 복원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한 것에 대해 인상깊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 황 당선인은 이 의원을 오차범위를 넘어 압도했다. 지난달 발표된 여론조사 꽃의 총선 예측 결과에 따르면 황 당선인이 45.4%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이 의원은 29.1%에 그쳤다.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출신
민주당 6호 인재 영입 전략공천

결국 황 당선인은 과학계를 등에 업고 6만1387표(59.76%)를 득표하며 3만8209표(37.19%)의 이 의원을 큰 차이로 이기고 당선됐다. 황 당선인의 당선은 5선 중진을 이겼다는 의미와 대덕구 국회의원 당선인인 박정현과 대전에서 첫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큰 의미를 가진다.


당초 대전 유성을은 선거 초기부터 금강벨트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전 유성서 20년간의 정치경력을 토대로 탄탄한 입지를 닦아 놓은 이 의원이 당적은 옮겼지만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과 유성을은 바로 옆 지역구인 유성갑에 비해서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무리한 탈당으로 강행한 이 의원보다는 정치 신인인 황 당선인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대선서도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49.40%,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46.87% 지지를 얻어 대전서 유일하게 이재명 후보가 이겼던 선거구가 바로 유성을 지역구였다.

이 의원은 2004년 제17대 총선서 열린우리당을 시작으로 제18대 총선서 자유선진당으로, 제19대 총선서 민주통합당으로, 제20·21대서 민주당 후보로 모두 당선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됐다”며 결별을 선언했고, 한 달 뒤인 올해 1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이 당적을 바꿨지만 지난 20년간 닦아온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유성을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과학의 요람으로 대전서 석·박사 학위 소지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동시에 호남 출신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으며 KAIST와 충남대 등 대학가와 신도시를 중심으로 20~50대 등 타 선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정부가 R&D 관련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려 이번 투표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적’ 이상민
큰 차이 이겨

지난 2월16일 벌어진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졸업생 강제 퇴장 사건서 졸업생이자 교직원으로서 분노하며 사람들을 모아 정부 규탄 시위를 전개하는 등 황 당선인이 가장 큰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지지율을 올렸다는 평가도 있다.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졸업생 강제 퇴장 사건은 대전 카이스트서 열린 학위수여식서 졸업생 한 명이 윤 대통령의 축사 도중 ‘부자 감세 중단하고 R&D 예산 복원하라’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윤석열 대통령은 R&D 예산 복원하라”고 외쳤다가 경호처 요원들에게 입이 막히고 사지를 들린 채 퇴장당한 사건을 말한다.

사건 당사자인 신민기씨는 지난 9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그는 “당일 나는 석사학위 졸업장을 받으러 갔지만 경호처의 연행과 감금 때문에 (졸업장을)받지 못했고 차가운 방에서 박수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며 “대한민국의 누구도 다시는 겪어서는 안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대통령경호처가 나를 졸업식 업무방해로 신고해 경찰에 체포됐고 경찰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생각해 보라. 그렇게 받고 싶었던 졸업장이 눈앞에 있는데 내가 뭐 하러 졸업식을 방해했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 당선인은 ‘과학강국 수도, 완전히 새로운 유성’이라는 비전 아래 ▲국가 예산 5%를 연구예산(R&D)에 투입 ▲5000억원 규모의 R&D 추가경정예산 반영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한국형 하르나크 원칙 제도 마련 ▲청년 연구자 지원 확대 ▲과학기술부총리제 신설 등을 공약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비전인 글로벌 유니콘 도시 완성을 기치로 내걸고 ▲혁신벤처투자은행 ▲대전 스타트업밸리 건설 ▲출연연 연계 벤처사관학교(가칭) 도입 등을 약속했다.

다만 과학·연구 분야 공약은 탄탄하지만 타 분야 공약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교통 분야 공약은 국민의힘 공약을 베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성 과학자
과학계 지지

황 당선인은 지난 2일 CTX-A 노선 신설 추진을 비롯해 대전도시철도 2호선 지선 및 1호선 연장, 도시철도 3·4·5호선 조속 추진, 호남고속도로 지하화 등을 공약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소연 대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본부장은 “CTX 추진, 대전 도시철도 3~5호선 조속 추진, 호남고속도로 지하화 등 모두 우리 윤석열정부와 이장우 대전시장의 약속”이라며 “인재 영입으로 전직 대전시장을 밀어내고 화려하게 등판한 후보치고는 옹색하기 그지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좋은 공약에 저작권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전 도시철도 3~5호선 조속 추진은 지난 1일 이장우 시장이 직접 시민들께 약속한 내용”이라며 “도의적으로 이 시장의 이름만 지우고 성의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일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도 당시 “이 시장이 발표한 정책을 이름만 바꿔 공약에 담은 것 뿐만 아니라 훔친 것 같다”며 직격했다.

이상민 후보는 “이번 교통 공약뿐 아니라 지족터널 건설 추진, 정년 65세 환원,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과학기술부총리제 신설 등의 공약은 이미 진행되거나 입법된 자신의 공약과 대동소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 스타트업 밸리 조성, 출연연 연계 벤처사관학교 도입 등 벤처 스타트업 관련 패키지 공약은 이미 국가 지자체서 진행되고 있는 정책도 있어 재탕이라는 의혹도 있다”며 “CTX-A 신설 역시 비용 추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공약 던지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 당선인을 향해 “공약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베끼기, 해명 회피 등의 행태를 하는 것은 과학자답지 않다”며 해명을 촉구했다.

39년 만에 여성이 당선
“희망의 별 쏘아 올릴 것”

이에 황 당선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허태정 전 시장님도 추진하던 도시철도 신설과 유성구 주민들의 염원이자 민주당 후보들이 약속한 CTX-A 및 도시철도 2호선 지선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국민의힘 측에서 이장우 대전시장의 시정을 베낀 것이라며 ‘팬클럽’이라고 저를 맹비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이 의원은 민주당과 이재명 당 대표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과학기술부총리제 신설과 과기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정년 65세 환원까지 본인의 공약을 베낀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의 염원을 공약화하는 것이 정치인의 당연한 책무”라며 “좋은 정책에 여야가 어디있겠느냐, 황정아가 실제 성과를 낼까 두려운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대전과 유성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여당 시장이든, 정부 부처 장관이든 가리지 않고 만날 것”이라며 “과학강국 수도, 완전히 새로운 유성의 미래를 시민들과 함께 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국회 입성에 성공한 황 당선인은 “윤석열정권의 퇴행을 심판하고 선진국 대한민국을 복원하라는 국민의 간절함이 담긴 준엄한 명령”이라며 “절박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당선인은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에 서 있어 한시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윤석열정권의 퇴행을 멈추고 무너뜨린 대한민국을 절박한 마음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와 함께 논란이 됐던 충청권 광역급행열차(CTX-A) 건설을 비롯한 지역 숙원 사업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CTX-A는 대전과 세종, 청주를 잇는 광역철도망으로, 철도교통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성 입장에선 조속히 추진하길 바라는 대표 교통사업이다.

“참신하다”
공약 보니…

그는 “유능한 일꾼이 되어 민생경제, 민주주의, 저출생, 인구소멸, 지방소멸, 안보, 평화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 대한민국의 길을 열겠다”며 “우리별을 쏘아 올리는 마음으로 대한민국 희망의 별을 쏘아 올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해 온 과학강국 수도, 완전히 새로운 유성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정아 당선인 첫 행보는? 할아버지 묘역 참배

황정아 당선인은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지역 당선인들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홍범도 장군 묘역 참배를 마친 뒤 자신의 할아버지 묘역을 참배했다.

그의 할아버지인 고 황두옥 상병은 6·25전쟁 참전용사로 현재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있다.

황 당선인은 당선증을 할아버지의 묘역에 놓으며 “손녀가 이제 국회의원이 됐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하는 유능한 국회의원, 일 잘하는 일꾼이 되겠다. 앞으로도 쭉 지켜봐 주시고 잘 돌봐달라”고 인사했다.

황정아 당선인은 “할아버지는 무뚝뚝하시지만 정이 많은 분이셨다”며 “그래서인지 늘 세세하게 보이지 않는 것까지 많이 챙겨주시고 어디를 가든 데리고 다니고 표현은 안 하셨지만 정말 다정다감하신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살아 계셨다면 말은 많이 안 하셨겠지만 그래도 잘해보라고 응원해 주셨을 것”이라며 “늘 제가 하는 일을 묵묵하게 지원하셨기에 끝까지 응원하고 지지해 주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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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 중인 ‘이재명 2기’ 앞에 소용돌이가 닥쳤다. 지난 총선서 공천 파동이 일면서 원외로 밀려난 비주류 인사가 ‘초일회’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초일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정진한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 모임을 갖자’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다. 현재 구성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로 알려진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 전 의원 등 15명의 전직 의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바람 총선판 초일회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천 학살’ ‘공천 살생부’ 같이 살벌한 단어가 여의도 정가에 오르내리던 때다. 당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외 후보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이유만으로 지역구 현역을 꺾고 경선에 붙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공천 살생부라고 불렸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다수가 이름을 올리며 공천 학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 의원이 자리 잡은 지역구에 새로운 친명계 후보의 출마 적합도를 묻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가 행해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비명계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당시 총선을 이끌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누군가는 하위 평가를 받아야 하고 하위 평가를 받은 분들은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했다. 당을 두 쪽 낼 듯한 공천 파동이 민주당을 강타했지만 총선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이 대표 1인 체제를 만들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서 총선 압승을 가져다준 전략으로 여론이 바뀐 순간이었다. 지난 8·18 전당대회서 이 대표는 85%라는 역대 득표율을 받으며 다시 한번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고위원직 역시 친명으로 채워지면서 ‘이재명 2기 체제’가 돛을 달았다. 이 대표에게는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데다가 압도적인 지지율까지 등에 업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이 대표 앞에 꽃길이 깔렸다. 하지만 총선 이후 여의도 밖으로 밀려난 줄 알았던 비명계가 손을 잡고 초일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은 지난달 2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서 “초일회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가결파’ 또는 총선 당시에 낙천, 낙선자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 대표가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심 선고 앞두고 ‘10월 위기설’ 손잡은 비명, 앞다퉈 나오는 3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초일회의 앞날이 ‘이 대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또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두 가지 해석으로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후자 쪽으로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는 만큼 민주당 내 이 대표가 아닌 또 다른 구심점을 잡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 역시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판결이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관련 재판이 연기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춰진 다음 달 말에서 11월 초에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한 가운데 초일회뿐만이 아닌 야권의 잠룡까지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직은 각개전투이지만 뜻이 맞는 이들끼리 손을 잡아 세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댓글 여론 조작 혐의인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복권됐다. 현재 독일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뢰받는 참모로 알려졌으며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과도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 즈음 귀국 예정인 김 전 지사는 향후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던 바 있다. 잠시 여의도 뒤편에 머물렀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서 활약했던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 1극 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우고 민심을 보듬는 메시지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요구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대표는 강단 있는 투사로서의 모습, 정부·여당에 앞장선 공격을 자주 보여줬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 하면 국회 차원서라도 ‘따질 건 따지고 또 세울 건 세우고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덩치들 행보 우연일까? 이날 김 전 총리가 “언제까지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개딸(개혁의딸)들로부터 항의하는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친노·친문 계파를 끌어안으면서 부지런히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 지사는 친문계 핵심 중 한 명인 전해철 전 의원을 제2기 도정 자문위원장에 위촉했다. 전해철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며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해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청서 김 지사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서)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함께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이 아니냐고 한다”며 “일단 거기에 대해서 저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초에는 문정부 국정상황실 경험이 있는 김현곤 행정관을 경제부지사로 임명했고 지난 6월에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 지사가 윤정부를 겨냥해 확장 재정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 국가채무가 53조며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는 약 139조까지 늘어난 점을 꼬집으며 “윤정부는 부자 감세 말고 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총선 패배 이후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대표도 여의도에 소환됐다. 초일회가 이 전 대표를 만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초일회가 이 같은 요구를 한 데에는 해당 모임이 이 전 대표의 별동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에 일일이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진로와 운명에 대해서는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때때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구심점 어디로? ‘정계 은퇴설’에 선을 긋는 한편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거취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친문계 싱크탱크로 알려진 ‘민주주의 4.0’이 새 단장을 마쳤다. 송기헌·김영배 의원이 각각 새 이사장과 연구원장을 맡으면서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의도 곳곳 숨어 있던 잠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저마다 포석을 깔고 있다. 초일회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각자의 자리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의 경우 낙선한 민주당 전 의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만나다가 뜻이 모여 제대로 뭉친 것 같다”며 “이제까지 ‘비명계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친노·친문 세력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대표가 지지율 80%대를 확인한 시점서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을 보면 (초일회도)믿는 구석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직 초일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끝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비주류 세력이 뭉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항마’를 내세워야 하는데, 현재로서 이 대표와 견줄 만한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놓고 본다면 누구든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약속대련’이라는 산을 넘어야겠지만 충분한 명분이 주어진다면 당원을 설득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울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만일 초일회 소속 인사가 저마다 ‘비명계 구심점’을 자처할 경우 각자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세력 확장은커녕 모임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활동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서 단합이 안 된다면 비주류끼리의 세력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살 것이란 해석이다. “비판만 있고 대안 없다”이대로 해산? 지금은 각개전투…뭉치면 다를까 갸웃 아직 초일회의 비전이 다듬어지지 않은 만큼 대항마를 내세우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법원과 여의도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일 초일회가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대권주자를 세우고 싶다면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이어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귀국하지 않았나. 이건 명분이 될 수 없다. 강대강으로 붙어야지, 상대방이 빈틈을 보였을 때 옆구리를 치는 모양으로 이겨서는 당원에게 호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이른 시기는 아니다. 초일회가 원외 세력으로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모임으로 남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정치판에 뛰어들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에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당권을 잡은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1심 선고가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표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초일회에 대해 “그냥 낙선하신 분들의 친목 모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저도 두 차례 낙선했는데 낙선하고 나면 현역 의원들과의 연락이 잘 안 된다. 소위 낙선 거사들끼리 자주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법률가로서 봤을 때 충분히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요한 활동을 한다면 뭉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의원은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전직 의원들이 전에부터 있던 것을 재활성할 수 있지만 파벌로 형성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당의 혁신과 정책 개발, 그리고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초일회가 느슨한 연대에 그칠지 민주당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될지 아직은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주된 평이다. 모임을 더 넓은 세력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도 ‘강성 비명계’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팬덤 아닌 현실 정치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에 대해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나 조국혁신당처럼 인간관계에 의지해 세를 모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의제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복지국가, 기본 사회를 능가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단순히 반대 명제만 주장해서는 모임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호위대 ‘먹사니즘’으로 단결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비슷한 시기에 원외 친명 세력이 뭉쳤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강조한 ‘먹사니즘’ 정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외 조직 ‘먹사니즘 전국 네트워크’다. 지난 4월 총선서 고배를 마신 12명의 원외 친명계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먹사니즘이 국가적 이데올로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달 16일 출범했다. 진석범 화성을 지역위원장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조직하고자 한다”며 “오늘의 출범식을 시작으로 먹사니즘의 가치가 사회 곳곳서 꽃피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