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인문학> 19세기 영국 골프의 지존

지금으로부터 180년 전인 1843년. 북해의 황량한 바람이 스코틀랜드의 바닷가를 휘감는다. 추적추적한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에딘버러 인근의 머슬버러골프장에서는 두 골퍼 간의 맞대결이 벌어지고 있었다.

문헌에 기록된 최초의 프로골퍼 간 경기였다. ‘골프의 신’이라고 불린 당대 최강자 알렌 로버트슨과 떠오르는 신예 윌리 던이 영국 최고의 골프 지존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중이었다.

한판 승부

28세의 알렌은 골프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 올드코스서 활약한 당대 최고수였다. 굳이 패배한 기록을 찾으라면 훗날 영국 골프의 아버지라 불리는 톰 모리스와 겨룬 친선 경기가 전부였다.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그는 골프의 신으로 불렸다. 당시 프로 선수들은 일대일로 실력을 겨루곤 했다. 프로들은 늘 알렌에게 도전했고, 날마다 찾아오는 대결 신청을 그는 기꺼이 받아줬다.

이번에 도전자로 나선 22세의 윌리는 잉글랜드 남부 ‘블랙히스(Black Heath)’ 골프장의 헤드프로이자, 이 지역서 실력을 인정받던 신예였다. 윌리가 몸담았던 블랙히스 골프장은 잉글랜드서 최초로 생긴 골프장이었다.


윌리의 집안은 만만치 않은 골프 명가였다. 쌍둥이 형인 제이미 던 역시 내로라하는 골프 선수였으며, 그의 아들 윌리 던 주니어는 디 오픈서 우승하는 등 아버지에 이어 19세기 후반 스코틀랜드의 프로골퍼로서 한 세대를 풍미한 선수였다.

끝날 때까지 계속된 접전
오늘날 프로골프 경기 초석

윌리가 도전장을 낸 것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아우르는 최고 선수로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수락 의사를 밝힌 알렌은 경기 일정과 장소 등 모든 제반 사항을 윌리에게 위임한다고 최고다운 여유를 보였다.

이번 대결은 제3지대인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 위치한 머슬버러 골프장서 펼쳐지게 됐다. 총 8홀이었던 코스서 하루 2라운드씩 무려 열흘간 160홀, 20라운드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머슬버러는 16세기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이 골프를 즐긴 곳으로 올드코스보다 더 일찍 만들어진 골프장이었다. 게다가 윌리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 그에게는 홈구장 같은 이점이 있었다.

알렌은 이른 새벽 동이 트기 전 세인트앤드루스서 배를 타고 에딘버러로 향하면서 안개 낀 바닷가를 바라봤고, 잠시 상념에 잠겼다. 마차를 타고 육지로 돌아가려면 100㎞는 족히 가야 했지만, 뱃길을 이용하면 10㎞도 안되는 지척이었다. 

알렌의 부인은 1610년부터 왕가의 골프볼을 제조한 토마스 부도의 자손이었고, 가업인 골프볼 제조 일은 사위인 알렌의 손에 맡겨진 상태였다. 그에게 프로골퍼와 벌이는 일대일 대결은 부수입의 원천이었다. 


당대 최강자 일대일 자존심 싸움 
스코틀랜드·잉글랜드 대리전 양상

당대 최고인 알렌은 도전을 거의 매일 받다시피 했다. 그를 이겨야만 비로소 스코틀랜드서 최고로 대접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단 돈이 걸린 경기가 시작되면 알렌은 냉정한 전사로 변해 이변이 생길 여지를 남기지 않곤 했다. 그는 경기에 임할 때마다 전혀 긴장감 없이 담담하기만 했다.

알렌과 윌리의 경기를 구경하기 위해 새벽부터 머슬버러 골프장 인근에 1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알렌의 티업으로 역사적인 경기는 시작됐다.

두 사람의 경기는 그야말로 막상막하였다. 오전·오후 내내 무승부로 끝내는가 하면, 어떤 날은 알렌과 윌리가 오전과 오후 라운드를 나눠 가졌다. 관람객들은 1주일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보다 더 긴장했다.

8일째까지 두 선수의 점수는 동률이었고, 9일째가 돼서야 알렌이 겨우 1라운드를 앞섰다. 열흘째인 마지막 날에는 알렌이 오전 라운드서 이기면 오후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승리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오전 대결서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클럽을 평소보다 더 길게 잡으면서 왼손을 그립의 거의 끝에다 올려놓았다. 왜소했던 그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 늘 클럽을 길게 잡고 스윙을 하곤 했다.

역사적 발자취

마지막 날 오전 라운드 역시 팽팽하게 진행됐고, 8번 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윌리가 보기를 기록한 반면 알렌은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오후 라운드와 관계없이 경기가 마무리된 것이다.

윌리는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알렌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 대결 이후 영국에서는 프로 선수 간 내기와 자존심을 건 경기가 수없이 펼쳐졌고, 이들의 대결은 오늘날 프로골프 경기로 발전하는 초석이 됐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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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