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최초 보도 ‘버닝썬 게이트’ 5년 총정리

‘정준영 단톡방’ 멤버 다 나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의 나이트클럽서 일어난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게이트로 비화됐다. 폭행을 비롯해 마약, 성범죄가 드러났고 이 과정서 수사기관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의 유탄은 연예계로도 튀었다. 유명 연예인이 입방아에 올랐고 그 가운데 일부는 법정에 섰다.

2018년 11월 강남 클럽 ‘버닝썬’서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손님인 김상교씨가 보안요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었다. 단순 폭행 사건으로 일단락될 줄 알았던 사건은 각종 범죄 의혹과 함께 일파만파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버닝썬 게이트의 시발점이었다. 

연예계 발칵

아이돌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성접대, 마약 의혹 등이 짧은 기간 사이에 제기됐다.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연예계와 유흥가의 유착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특히 ‘정준영 단톡방’ 사건으로 불린 불법 촬영물 제작, 유포 의혹이 연예계를 강타했다.

지난 19일 오전 가수 정준영이 전남 목포교도소서 출소했다. 정준영은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 3월 대구 등지서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2015년 말 연예인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서 여성과 성관계한 사실을 밝히며 몰래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등 11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혐의도 받았다. 

정준영은 재판 과정서 일부 성폭행 혐의에 대해 합의된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정준영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심서도 정준영의 혐의가 모두 인정됐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1년 감형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 취업제한을 명했다. 해당 판결은 2020년 9월 대법원서 확정됐다.

만기 출소 당일 정준영은 검정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채 교도소를 빠져나왔다. 취재진이 있었지만 아무런 말 없이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영은 검찰의 보호관찰처분 요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전자발찌 착용 등은 피했다.

그 결과 정준영의 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서 조회할 수 없다. 

정준영의 출소를 끝으로 정준영 단톡방 멤버들은 모두 사회로 돌아오게 됐다. 정준영과 같이 집단 성폭행 혐의를 받은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은 1심서 징역 5년, 2심서 징역 2년6개월을 받고 복역하다 2021년 11월 출소했다. 

또 다른 단톡방 멤버인 김모씨, 권모씨, 허모씨 등은 각각 징역 5년, 징역 4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항소심서 1년이 감형돼 징역 4년, 권씨와 허씨의 판결은 대법원까지 유지됐다. 

법적 처벌은 마무리됐지만 이들의 복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종훈은 “연예계 생활을 종료하겠다”며 은퇴를 시사했지만 최근 일본 유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복귀를 시도해 비판을 받았다. 정준영 역시 모든 방송사 출연 정지 명단에 올라 있어 국내 활동 길은 막힌 상태다.

징역 5년 만기 출소
승리는 사생활 이슈


그가 출연한 영상도 모두 삭제됐다. 해외 영상 플랫폼 등을 통해 활동할 가능성도 있지만 여론은 극도로 좋지 않다.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멤버인 승리 역시 지난해 만기 출소했다. 승리는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클럽과 금융투자업 등의 투자 유치를 위해 대만, 일본, 홍콩 등 투자자를 상대로 여러 차례 성매매를 알선하고 자신도 성매수를 한 혐의를 받았다. 

또 서울 강남의 주점 ‘몽키뮤지엄’의 브랜드 사용료 등 명목으로 클럽 버닝썬의 자금 5억2800여만원을 횡령하고 직원들의 변호사비 명목으로 유리홀딩스의 회삿돈 2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여기에 2013~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 등에서 도박으로 약 22억원의 돈을 사용하고 도박 자금으로 100만달러 상당의 칩을 대여하면서 아무런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 2015년 12월 말 서울 강남구의 한 주점서 지인과 술을 마시다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자 이를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에게 알려 조폭을 동원해 위협을 가한 혐의 등 승리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9개에 달했다.

1심부터 3심까지 재판부는 해당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 법원인 보통군사법원은 승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심리한 고등군사법원은 형량을 징역 1년6개월로 감형했다. 병역법에 따라 전역 보류 처분을 받아 군인 신분으로 상급심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 5월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승리는 지난해 2월 만기 출소했다.

승리는 연예계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도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사생활 이슈가 계속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클럽 목격담이 올라오는가 하면 주변 지인에게 클럽에 가자고 제안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같은 그룹 멤버였던 지드래곤을 언급해 빈축을 샀다. 캄보디아의 프놈펜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언젠가 지드래곤을 이곳에 데리고 오겠다”고 외친 것이다. 해당 발언이 담긴 영상이 SNS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승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돼 그룹에 큰 영향을 미쳤으면서 전 멤버를 언급한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오랜 시간 그룹을 지지하고 승리를 응원했던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용히 사회로

연예계와 유흥가의 유착 의혹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버닝썬 게이트가 일어난 지도 5년이 지났다. 일부는 유유히 법망을 피해 갔고 또 다른 일부는 법적 처벌을 받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는 호시탐탐 복귀 기회를 노리면서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의 잔흔이 여전히 연예계에 묻어 있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초 제보자도 법정에?


버닝썬 게이트를 촉발시킨 장본인인 김상교씨가 클럽서 여성을 추행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2심서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1-3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공중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업무방해,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과 같은 형량이다. 

김씨는 2018년 11월24일 오전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서 여성 3명을 성추행하고 당시 클럽 이사였던 장모씨에게 끌려 나가자 10여분 동안 난동을 부리며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1,2심 재판부는 3건의 성추행 혐의 중 피해자 2명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1명에 대한 성추행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다.

김씨는 성추행 혐의가 사후 조작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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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