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숨기고…’ 목동 예식장 사기 계약 내막

문 닫을 줄 알면서도 손님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건물주와 임차인의 갈등에 어쩔 수 없이 결혼과 돌잔치를 취소하게 됐다. 임차인인 예식장 업체가 법원의 강제집행 명령을 알면서 예약을 받고 해당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며 피해자들을 기만해 비판은 점점 거세지는 분위기다.

“웨딩 및 돌잔치를 할 수 없습니다.”

이는 결혼을 앞두고 한 예비부부가 웨딩홀 업체로부터 받은 문자다.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이 같은 통보를 받은 예비부부도 있어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결혼 준비 커뮤니티 ‘다이렉트 결혼준비’에는 “로운아뜨리움(이하 로운) 폐업 관련 진행 상황 공유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하루 앞두고…

글에는 지난달 25일, 로운에서 이달 1~2일에 결혼식이나 돌잔치를 진행하는 분들에게 “로운아뜨리움입니다. 법원 강제집행으로 웨딩 및 돌잔치를 할 수 없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빠른 대처하십시오”라고 연락이 왔다고 적혀있었다.

<일요시사>는 해당 논란의 내막을 알아봤다.


우선 이번 사태는 로운이 건물주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예총)에 코로나19로 인해 월세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벌어졌다. 코로나 시기에 경영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임대료가 연체된 것이다.

한국예총은 점차 늘어나는 미지급 임대료로 인해 지난해 12월28일 유체동산 인도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그럼에도 로운 측이 계속 예식과 돌잔치를 진행하자 지난달 15일 ‘유체동산 점유 이전 및 처분금지 가처분’을 재차 신청했다. 

당시에도 채권자는 화해권고결정요청서를 제출했지만 화해 권고는 무산됐고 결국 지난 8일 가처분이 인용됐다. 강제집행은 지난 22일 진행됐다.

문제는 로운이 강제집행 통보를 받고도 예약을 받은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로운은 내년 5월까지 주말 결혼식이나 돌잔치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5월에 돌잔치를 예약했던 한 피해자 A씨는 “계약을 지난해 11월에 맺었다”며 “12월에 시식까지 진행했는데 관련된 내용은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아이 돌잔치 당시에는 계약 체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식장과 연락됐는데 로운으로부터는 아무 얘기도 받은 적 없다”고 하소연했다.

오는 9월 결혼 예정이라는 다른 피해자 B씨는 “강제집행 전 주말에 계약을 체결했다”며 “당시 주말인데도 식이 없다는 점이 의아하긴 했지만 다음 날에 결혼식을 진행한다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느꼈다”고 말했다.

건물주와 임차인 갈등으로 시작
강제 인도 집행에도 예약 받아


이광현 로운 대표는 “계약이나 예약은 제가 진행하지 않았으며, 계고장이 게시되기 전에만 계약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계약을 담당했던 직원이 연락이 되지 않아, 저도 상황파악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련 변호사는 “강제 인도가 결정된 상황서 이를 고지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것은 명백히 사기라고 볼 수 있다”며 “보통 예식장 계약금이 적게는 50만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나오는데 내년 5월까지 예약을 받은 것으로 보아 해당 계약금으로 밀린 임대료를 내고 가처분 취소 신청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번 강제집행은 로운과 건물주의 갈등으로 빚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30억원 비용을 들여 공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예식장을 운영하려 했지만 한국예총이 용도 변경을 해주지 않아 예식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에 로운은 ‘임차인 지위보전 및 용도 변경 절차이행 등 가처분’을 신청했고 승소했다. 

그럼에도 한국예총은 “자체준공검사를 신청해야 하며 준공검사에서 합격한 이후에야 용도 변경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통보했다. 로운은 당시 용도 변경이 되지 않아 9개월가량 영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한국예총은 로운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발생한 건축사 비용 미지급 1500만원을 로운이 대납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용도 변경이 진행되지 않아 영업을 하지 못해 임차료가 밀린 상황에 더해 코로나까지 악재가 겹쳤다”며 “이로 인해 임차료가 점점 밀려 현재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로운은 출발 당시 서부지역 최대 예식장으로 기대를 받았는데 전 사업자의 이미지와 건물주와의 관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건물주와 갈등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계고장 날아와도 내년 5월까지 유지
정상영업 가능하다는 허위 광고까지

이런 상황에도 이 대표는 조만간 정상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 한국예총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운은 계약금을 환불받으러 업체를 방문한 예비부부들에게 지난달 29일부터 정상영업을 하는데 계약대로 예식을 진행하는 게 어떠냐고 안내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일생에 한 번 있는 결혼식에 직접 사정을 이야기하거나 환불해 주겠다고 안내도 하지 않은 업체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정상영업 재개도 불가능에 가깝다. 새로 선임될 한국예총 회장단과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정상영업은 협의를 해야 할 수 있다”며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은 ‘계약을 계속 유지하시고 정상영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할인해 드리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심지어 새로운 한국예총 회장 세 후보 모두 회관의 매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신임 회장단과의 협의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건물 매각 후 새로운 건물주가 나타나더라도 이미 임차료가 연체된 바 있는 로운은 새로운 계약을 맺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예총 관계자는 “30억 임차료를 못내서 강제로 나가야 한다는 재판을 받은 상황”이라며 “로운과 협의된 게 없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밀린 임차료를 다 갚아도 이미 재판서 강제집행이 진행돼 다시 정상영업은 어렵다”며 “지금 로운이 상고해서 집행이 잠시 미뤄졌지만 나가야 하는 건 변함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대표는 계약금 환불을 위해 사채까지 끌어오고 있다. 하지만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 다른 부수적인 피해보상안은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예식일 예정일로부터 150일 전까지 계약 해제 통보 시 ‘계약금 환급’을 해결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로운의 계약서에도 이용자의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할 시 위약금이 부과된다는 약관만 명시돼있다.


보상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소비자원에 집단으로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지만 구속력이 없어 피해보상을 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강제집행을 알면서도 계약을 한 점과 정상영업이 가능하다는 허위광고로 인한 민사적 피해보상을 신청하는 게 더 원활한 피해보상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힘을 합쳐 계약금 환불을 받은 뒤 피해보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미 몇몇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청구를 신청했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예식 피해 구제는?

소비자원에 따르면 예식 서비스 관련 피해 구제 신청 현황은 21년 281건, 22년 345건, 지난해 9월까지 299건으로 증가 추세다.

피해 유형으로는 계약 해지·위약금 등 계약 관련 내용이 94.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예식장 리모델링을 이유로 예비부부 70쌍이 예약 취소를 통보받기도 했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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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