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이 들려준 이낙연-이준석 결별 뒷얘기

“이낙연은 천천히 이준석은 빠르게 하고 싶어해”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결국 결별을 택했다. 총선 지휘권을 놓고 충돌한 것. 합당을 선언한지 불과 11일 만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기다리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새로운미래 이낙연 대표는 “그들(개혁신당)이 나를 지우려고 기획했다”며 분노를 표출한 상황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이하 김 의장)은 정치에 첫발을 들였을 때부터 보수정당에 몸을 담아왔다. 그런 그가 지난 1월12일 국민의힘을 전격 탈당했다. 김 의장은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속았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현재는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으로 일하며 당의 정책을 심의·입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상장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에 가장 관심이 많은 정치인이다. 반드시 22대 국회에 입성해 한국의 주가 수준을 끌어올리고, 철저하게 국민의 상식선서 움직인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일요시사>가 김 의장을 만나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결별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엇을 속았다고 생각하나?

▲늘 공정과 상식을 외쳤고, 30년 가까지 법조인으로 근무해왔던 인물이다. 적어도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할 줄 알았다. 물론 정치경험이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본인이 주장했던 원칙만 제대로 세웠어도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을 텐데 안타깝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여당 전당대회에 개입했다. 극우 유튜버이던 사람들이 주요 직책에 많이 가 있는데 상식적이지 않다. 쉽게 말해 정말 이렇게 못할 줄 몰랐다.

-윤정부는 차관에 힘을 실어준 내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인 것은 맞다. 다만 차관을 이용해 국정운영을 하는 게 넌센스다. 차관들도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다. 퀄리티라는 측면서 엉망이다. 대부분이 이런 사람들이다 보니 국정운영의 수준 자체가 떨어진다. 철저하게 인사권자의 문제다. 인재풀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조금 조언을 하자면 ‘유튜브 좀 그만 보라’고 하고 싶다.

-개혁신당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통합과 관련해 개혁신당의 정강정책을 마련하는 일을 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저출산과 관련해 정책 발표를 했다. 전국민 출산휴가 급여제를 제안했는데, 이는 총선의 공약으로도 연결돼 정책과 공약을 검토했다. 

-선거제가 사실상 확정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개혁신당 내부 반응은?

▲지금까지의 기류를 봐서는 기존 선거법 그대로 가는 듯 보인다. 거대 양당이 다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미 개혁신당은 만들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을 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거대 양당이 주장하는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병립형을 해야 하는 게 맞다. 

병립형은 차라리 깔끔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비례 연합정당 형태로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는데 꼼수에 꼼수가 계속 벌어지는 상황이다. 2020년 총선과 달리 30석의 캡이 풀린다. 아무리 계산기를 돌려 봐도 구체적인 경우의 수가 나오기 전에는 사전 계산이 되지 않는다. 결국 말이 되지 않는 제도다. 블랙 코미디와 다를 게 없다. 

-대응책은 마련해 놓은 것인가?


▲원칙을 지키고 손해를 봐도 괜찮다. 반드시 22대 국회서 정치개혁 과제로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뜯어고치겠다. 2020년에는 얼떨결에 선거를 치렀지만, 국회는 4년이 지난 지금 아무런 준비 없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반복해 왔다. 국민의 정치 혐오가 더 늘어났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서 크게 한번 기존의 정치 관행과는 다른 시도를 해보려 한다. 다당제를 위해서. 

-개혁신당에 여러 의원들이 문의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중 설훈(민주당)·황보승희(무소속) 의원도 영입 대상으로 거론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니다. 개혁신당은 5개 정파가 모인 정당이었다. 개별적인 친분관계를 이용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으나, 당 차원서 영입 제의를 한 적은 없다. 상황에 따라서 제의가 갈 수도 있겠지만 공식적으로는 없다. 

-개혁신당 내에서 내분이 일어났었는데?

▲아무래도 정치 이력이 다른 사람끼리 모인 당이다. 서로 다른 정치적 경험을 해 왔다. 이 과정서 소통의 기간이 필요한 부분도 사실이다. 문제는 선거가 너무 급박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은 급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많은 과정서 일부 마찰음이 났던 것은 사실이다. 

-어떤 부분서 차이가 있었나?

▲민주당 쪽은 조직위원회가 별도 기구로 돼있다. 반면 국민의힘 쪽은 사무총장 산하에 조직부총장이 위치하는 구성상의 차이가 존재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이낙연 큰 당만 경험…소수당 몰라”
“서로 출신 달라 조직 구성부터 차이”

-개혁신당의 지지율이 예상했던 부분보다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 연휴가 시작되던 날 합당 선언을 한 뒤 연휴 기간이 끝나고 합당을 했는데, 그동안 성과를 실적으로 낼 수가 없었다. 합당 과정서 조율하는 작업을 거치다 보니, 다른 정책이나 공약 발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과정서 마찰음이 생겼다. 뭉쳤지만 뭘 할 건지 확실하게 보여 드리지 못한 게 지지율을 올리지 못한 원인으로 본다. 

다시 정비해서 정책 발표가 이어지고 선거와 관련한 공천 작업도 진행되면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거대 양당의 소위 예비경선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력 조사’라고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른데 프리 경선 시즌이다. 그렇기에 양당의 지지가 과표집됐다. 특히 국민의힘의 지지가 과표집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올라갔는데, 무엇을 잘했다고 올랐겠는가?


-지지율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총선 과정서 정책에 관해 개혁신당만큼 열심히 발표하고 보여준 정당이 없다.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급속하게 당을 합치다 보니 여기서 나오는 파열음을 줄일 필요가 있다. 공관위도 빨리 꾸려 지역구 출마자가 발표되면 지지율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여러 건으로 갈등이 발현됐는데,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은?

▲속도의 차이다. 이낙연 대표는 거대 정당의 당 대표를 지냈다. 소수정당, 제3지대 경험은 전무하다. 스타일이 거대 정당의 당 대표했던 경험을 바탕에 두고 당을 운영하려고 해 왔다. 이준석 대표의 경우 국민의힘 당 대표를 거쳤지만, 과거에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 같은 소수 정당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작은 당이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 잘 안다. 작은 정당이 큰 정당처럼 똑같이 하면 차별성과 장점을 살릴 수가 없다. 소수당의 생존법과 장점은 속도감인데 그런 점에서 두 대표의 경험치가 달랐다. 

-이낙연 대표는 무엇을 천천히 하고 싶었고, 이준석 대표는 무엇을 빠르게 하고 싶어했나?


▲정책이나 공약 발표도 있고, 선거 캠페인의 방법을 빨리 정해야 했다. 예를 들어 선거 캠페인으로 요즘 유행하는 쇼츠, 릴스를 이용할지 어느 방향으로 제작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합당 선언할 때 이낙연 공동대표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하기로 한 것은 맞다.

다만 아직 선대위가 구성되지도 않았었다. 공관위를 구성한 뒤 다음 단계로 선대위를 구성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정의당 배복주 전 부대표의 입당을 두고서도 설전이 오갔다. 

▲배 전 부대표의 대중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배 전 부대표는 국민의 실생활에 큰 피해를 입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활동과 관련해 옹호 발언을 했던 인물이다. 이런 분들이 과연 개혁신당의 정체성과 맞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개혁신당과 맞지 않는 인물이 왜 개혁신당에 들어와서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원래 소속했던 정당서 남아 활동을 하든지, 아니라면 별도로 단체를 구성하면 될 일이다. 의사 표시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인터뷰 형태로 발언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미래는 이준석 대표의 사당화 의결을 주장한 이후 원래의 공보방에 따로 일정을 올렸다. 

▲사당화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개혁신당은 미리 합친 한국의희망까지 5개의 정파가 모였던 당이다. 새로운미래 빼고는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위임을 의결에 동의했다. 새로운미래의 주장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전시 상황서 정책과 공약을 최고위원회(이하 최고위)서 논의하고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본래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이지만, 새로운미래에는 김만흠 공동정책위의장이 있었다. 정책위 공동의장과 협의를 거쳐 이준석 대표가 발표하자고 한 내용이다. 사당화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 유튜브 좀 그만 봤으면”
“한동훈 신상 효과에 지나지 않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게 전결 위임 건이다. 

▲매번 최고위 논의를 거쳐서 하자는 건데, 최고위는 매일 열리지도 않을뿐더러 일일이 논의하면 끝이 나지 않는다. 결론이 나지 않는데 이렇게 되면 절대 속도를 낼 수 없다. 총선이 1년쯤 남았다면 가능했다. 50일이 남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 

-결국 새로운미래는 개혁신당과 결별을 선언한 뒤 떠났다. 

▲붙잡으려고 끝까지 노력했으나 부족했던 모양새다. 협상이 좋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결렬돼 응원해 주셨던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번 힘을 합칠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 

-이준석 대표는 영남 중심의 신당을 만들었다. 어디에 출마하는 게 좋다고 보는가?

▲이준석 대표는 마음속으로 출마할 지역을 정한 것으로 안다. 다만 출마 지역을 공표하는 순간 국민의힘서 자객 공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시기를 조절 중이다. 국민의힘의 공천 일정이 마무리되면 바로 밝힐 예정이다. 대구 혹은 수도권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의 공천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어떻게 봤나?

▲국민의힘의 공천은 아주 쉬운 1점짜리 문제만 열심히 풀었다. 배점이 높은 어려운 문제는 다 미뤄놓은 꼴이다. 

-영남권에 대통령실 출신을 공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는지? 

▲지금까지도 알음알음 많이 했다.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부산시 해운대에 공천을 받는 것은 서울 강남보다 더 쉬운 양지다. 누구를 꽂기만 하면 당선되는 지역이다. 김진모 전 비서관 같은 경우에도 사면 복권을 시켜 다음 날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단수공천해버린 케이스다.

언론서 별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을 뿐인데, 공천이 객관적이거나 공평하다고 보지 않는다. 현역 국회의원의 컷오프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개혁신당을 의식한 행위다. 우리의 존재가 없었으면 마구잡이로 잘랐을 텐데, 현역 의원의 컷오프가 많아지면 개혁신당으로 움직이는 행위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서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 2인 경선이라는 점이다.

▲도전자에게 유리해진다. 신인이 2인 경선을 했을 경우 이득을 본다. 현역에게 힘을 실어 주려고 했으면, 3인 혹은 4인 경선을 진행하는 게 맞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나?

▲전형적인 신상 효과다. 정치권에 막 들어온 신인에 대해서는 항상 기대가 있었다. 한 위원장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한 비대위원장은 사실 달변가가 아니다. 말을 듣다 보면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는다. 지금은 일종의 셀럽 효과 겸 언론의 후광 효과를 받는 중이다. 진면모가 다 드러나지 않아 인기가 많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관한 개혁신당의 입장은?

▲의대 정원을 증가시키는 게 중요하지만 결국 소아과 의사의 90%가 떠났기 때문에 정책적인 디테일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필수의료에 의사의 기피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결국 제일 큰 부분은 보험 수가의 문제다.

가장 큰 원인은 수가상 급여 항목을 하는 사람이 비급여 항목 위주의 전공의에 비해 소득 격차가 많이 벌어지는 현상이 일어나서다. 소아과와 산부인과를 전공해도 의사자격증이 있으면 클리닉을 열어 피부과 쪽 환자를 본다. 갑자기 사람을 뽑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곧 국회 임시회다. 쌍특검 표결이 국민의힘에 끼칠 영향은?

▲총선 전이라도 재표결을 해야 한다. 특검법이 3분의2를 넘기지 못해 폐기된다면 이 지점은 국민이 평가하실 일이다. 만약 재표결이 통과된다면 나름대로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총선 전 가능하다면 자유 표결이 필요하다. 

-어디로 출마할 예정인가?

▲수원서 12년간 정치를 해왔다. 여기에 출마하면 기존에 10년 넘게 같이 어울렸던 당원과 경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대신 다른 인물이 출마를 결정했고, 수원병을 떠난다. 서울쪽으로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만 하겠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개혁신당은 야당이다. 다른 당보다도 윤 대통령의 잘못된 부분과 국민의힘의 어긋난 형태를 지적하며 더 치열하게 싸우고 선명하게 지적하는 선명성을 가진 당이다. 철저하게 국민의 눈높이서 움직이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비상식으로 억지를 부릴 때 상식의 편에 서는 정당이 되는 게 우리의 목표다. 국민께서 원내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만 주시면 새로운 그리고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실 것이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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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