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이 들려준 이낙연-이준석 결별 뒷얘기

“이낙연은 천천히 이준석은 빠르게 하고 싶어해”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결국 결별을 택했다. 총선 지휘권을 놓고 충돌한 것. 합당을 선언한지 불과 11일 만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기다리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새로운미래 이낙연 대표는 “그들(개혁신당)이 나를 지우려고 기획했다”며 분노를 표출한 상황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이하 김 의장)은 정치에 첫발을 들였을 때부터 보수정당에 몸을 담아왔다. 그런 그가 지난 1월12일 국민의힘을 전격 탈당했다. 김 의장은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속았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현재는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으로 일하며 당의 정책을 심의·입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상장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에 가장 관심이 많은 정치인이다. 반드시 22대 국회에 입성해 한국의 주가 수준을 끌어올리고, 철저하게 국민의 상식선서 움직인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일요시사>가 김 의장을 만나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결별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엇을 속았다고 생각하나?

▲늘 공정과 상식을 외쳤고, 30년 가까지 법조인으로 근무해왔던 인물이다. 적어도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할 줄 알았다. 물론 정치경험이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본인이 주장했던 원칙만 제대로 세웠어도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을 텐데 안타깝다.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여당 전당대회에 개입했다. 극우 유튜버이던 사람들이 주요 직책에 많이 가 있는데 상식적이지 않다. 쉽게 말해 정말 이렇게 못할 줄 몰랐다.

-윤정부는 차관에 힘을 실어준 내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인 것은 맞다. 다만 차관을 이용해 국정운영을 하는 게 넌센스다. 차관들도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다. 퀄리티라는 측면서 엉망이다. 대부분이 이런 사람들이다 보니 국정운영의 수준 자체가 떨어진다. 철저하게 인사권자의 문제다. 인재풀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조금 조언을 하자면 ‘유튜브 좀 그만 보라’고 하고 싶다.

-개혁신당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통합과 관련해 개혁신당의 정강정책을 마련하는 일을 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저출산과 관련해 정책 발표를 했다. 전국민 출산휴가 급여제를 제안했는데, 이는 총선의 공약으로도 연결돼 정책과 공약을 검토했다. 

-선거제가 사실상 확정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개혁신당 내부 반응은?

▲지금까지의 기류를 봐서는 기존 선거법 그대로 가는 듯 보인다. 거대 양당이 다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미 개혁신당은 만들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을 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거대 양당이 주장하는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병립형을 해야 하는 게 맞다. 

병립형은 차라리 깔끔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비례 연합정당 형태로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는데 꼼수에 꼼수가 계속 벌어지는 상황이다. 2020년 총선과 달리 30석의 캡이 풀린다. 아무리 계산기를 돌려 봐도 구체적인 경우의 수가 나오기 전에는 사전 계산이 되지 않는다. 결국 말이 되지 않는 제도다. 블랙 코미디와 다를 게 없다. 

-대응책은 마련해 놓은 것인가?


▲원칙을 지키고 손해를 봐도 괜찮다. 반드시 22대 국회서 정치개혁 과제로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뜯어고치겠다. 2020년에는 얼떨결에 선거를 치렀지만, 국회는 4년이 지난 지금 아무런 준비 없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반복해 왔다. 국민의 정치 혐오가 더 늘어났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서 크게 한번 기존의 정치 관행과는 다른 시도를 해보려 한다. 다당제를 위해서. 

-개혁신당에 여러 의원들이 문의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중 설훈(민주당)·황보승희(무소속) 의원도 영입 대상으로 거론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니다. 개혁신당은 5개 정파가 모인 정당이었다. 개별적인 친분관계를 이용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으나, 당 차원서 영입 제의를 한 적은 없다. 상황에 따라서 제의가 갈 수도 있겠지만 공식적으로는 없다. 

-개혁신당 내에서 내분이 일어났었는데?

▲아무래도 정치 이력이 다른 사람끼리 모인 당이다. 서로 다른 정치적 경험을 해 왔다. 이 과정서 소통의 기간이 필요한 부분도 사실이다. 문제는 선거가 너무 급박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은 급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많은 과정서 일부 마찰음이 났던 것은 사실이다. 

-어떤 부분서 차이가 있었나?

▲민주당 쪽은 조직위원회가 별도 기구로 돼있다. 반면 국민의힘 쪽은 사무총장 산하에 조직부총장이 위치하는 구성상의 차이가 존재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이낙연 큰 당만 경험…소수당 몰라”
“서로 출신 달라 조직 구성부터 차이”

-개혁신당의 지지율이 예상했던 부분보다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 연휴가 시작되던 날 합당 선언을 한 뒤 연휴 기간이 끝나고 합당을 했는데, 그동안 성과를 실적으로 낼 수가 없었다. 합당 과정서 조율하는 작업을 거치다 보니, 다른 정책이나 공약 발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과정서 마찰음이 생겼다. 뭉쳤지만 뭘 할 건지 확실하게 보여 드리지 못한 게 지지율을 올리지 못한 원인으로 본다. 

다시 정비해서 정책 발표가 이어지고 선거와 관련한 공천 작업도 진행되면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거대 양당의 소위 예비경선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력 조사’라고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른데 프리 경선 시즌이다. 그렇기에 양당의 지지가 과표집됐다. 특히 국민의힘의 지지가 과표집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올라갔는데, 무엇을 잘했다고 올랐겠는가?


-지지율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총선 과정서 정책에 관해 개혁신당만큼 열심히 발표하고 보여준 정당이 없다.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급속하게 당을 합치다 보니 여기서 나오는 파열음을 줄일 필요가 있다. 공관위도 빨리 꾸려 지역구 출마자가 발표되면 지지율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여러 건으로 갈등이 발현됐는데,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은?

▲속도의 차이다. 이낙연 대표는 거대 정당의 당 대표를 지냈다. 소수정당, 제3지대 경험은 전무하다. 스타일이 거대 정당의 당 대표했던 경험을 바탕에 두고 당을 운영하려고 해 왔다. 이준석 대표의 경우 국민의힘 당 대표를 거쳤지만, 과거에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 같은 소수 정당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작은 당이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 잘 안다. 작은 정당이 큰 정당처럼 똑같이 하면 차별성과 장점을 살릴 수가 없다. 소수당의 생존법과 장점은 속도감인데 그런 점에서 두 대표의 경험치가 달랐다. 

-이낙연 대표는 무엇을 천천히 하고 싶었고, 이준석 대표는 무엇을 빠르게 하고 싶어했나?


▲정책이나 공약 발표도 있고, 선거 캠페인의 방법을 빨리 정해야 했다. 예를 들어 선거 캠페인으로 요즘 유행하는 쇼츠, 릴스를 이용할지 어느 방향으로 제작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합당 선언할 때 이낙연 공동대표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하기로 한 것은 맞다.

다만 아직 선대위가 구성되지도 않았었다. 공관위를 구성한 뒤 다음 단계로 선대위를 구성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정의당 배복주 전 부대표의 입당을 두고서도 설전이 오갔다. 

▲배 전 부대표의 대중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배 전 부대표는 국민의 실생활에 큰 피해를 입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활동과 관련해 옹호 발언을 했던 인물이다. 이런 분들이 과연 개혁신당의 정체성과 맞을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개혁신당과 맞지 않는 인물이 왜 개혁신당에 들어와서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원래 소속했던 정당서 남아 활동을 하든지, 아니라면 별도로 단체를 구성하면 될 일이다. 의사 표시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인터뷰 형태로 발언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미래는 이준석 대표의 사당화 의결을 주장한 이후 원래의 공보방에 따로 일정을 올렸다. 

▲사당화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개혁신당은 미리 합친 한국의희망까지 5개의 정파가 모였던 당이다. 새로운미래 빼고는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위임을 의결에 동의했다. 새로운미래의 주장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전시 상황서 정책과 공약을 최고위원회(이하 최고위)서 논의하고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본래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이지만, 새로운미래에는 김만흠 공동정책위의장이 있었다. 정책위 공동의장과 협의를 거쳐 이준석 대표가 발표하자고 한 내용이다. 사당화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 유튜브 좀 그만 봤으면”
“한동훈 신상 효과에 지나지 않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게 전결 위임 건이다. 

▲매번 최고위 논의를 거쳐서 하자는 건데, 최고위는 매일 열리지도 않을뿐더러 일일이 논의하면 끝이 나지 않는다. 결론이 나지 않는데 이렇게 되면 절대 속도를 낼 수 없다. 총선이 1년쯤 남았다면 가능했다. 50일이 남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 

-결국 새로운미래는 개혁신당과 결별을 선언한 뒤 떠났다. 

▲붙잡으려고 끝까지 노력했으나 부족했던 모양새다. 협상이 좋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결렬돼 응원해 주셨던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번 힘을 합칠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 

-이준석 대표는 영남 중심의 신당을 만들었다. 어디에 출마하는 게 좋다고 보는가?

▲이준석 대표는 마음속으로 출마할 지역을 정한 것으로 안다. 다만 출마 지역을 공표하는 순간 국민의힘서 자객 공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시기를 조절 중이다. 국민의힘의 공천 일정이 마무리되면 바로 밝힐 예정이다. 대구 혹은 수도권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의 공천이 속속 확정되고 있다. 어떻게 봤나?

▲국민의힘의 공천은 아주 쉬운 1점짜리 문제만 열심히 풀었다. 배점이 높은 어려운 문제는 다 미뤄놓은 꼴이다. 

-영남권에 대통령실 출신을 공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는지? 

▲지금까지도 알음알음 많이 했다.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부산시 해운대에 공천을 받는 것은 서울 강남보다 더 쉬운 양지다. 누구를 꽂기만 하면 당선되는 지역이다. 김진모 전 비서관 같은 경우에도 사면 복권을 시켜 다음 날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단수공천해버린 케이스다.

언론서 별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을 뿐인데, 공천이 객관적이거나 공평하다고 보지 않는다. 현역 국회의원의 컷오프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개혁신당을 의식한 행위다. 우리의 존재가 없었으면 마구잡이로 잘랐을 텐데, 현역 의원의 컷오프가 많아지면 개혁신당으로 움직이는 행위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서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 2인 경선이라는 점이다.

▲도전자에게 유리해진다. 신인이 2인 경선을 했을 경우 이득을 본다. 현역에게 힘을 실어 주려고 했으면, 3인 혹은 4인 경선을 진행하는 게 맞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나?

▲전형적인 신상 효과다. 정치권에 막 들어온 신인에 대해서는 항상 기대가 있었다. 한 위원장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한 비대위원장은 사실 달변가가 아니다. 말을 듣다 보면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는다. 지금은 일종의 셀럽 효과 겸 언론의 후광 효과를 받는 중이다. 진면모가 다 드러나지 않아 인기가 많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관한 개혁신당의 입장은?

▲의대 정원을 증가시키는 게 중요하지만 결국 소아과 의사의 90%가 떠났기 때문에 정책적인 디테일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필수의료에 의사의 기피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결국 제일 큰 부분은 보험 수가의 문제다.

가장 큰 원인은 수가상 급여 항목을 하는 사람이 비급여 항목 위주의 전공의에 비해 소득 격차가 많이 벌어지는 현상이 일어나서다. 소아과와 산부인과를 전공해도 의사자격증이 있으면 클리닉을 열어 피부과 쪽 환자를 본다. 갑자기 사람을 뽑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곧 국회 임시회다. 쌍특검 표결이 국민의힘에 끼칠 영향은?

▲총선 전이라도 재표결을 해야 한다. 특검법이 3분의2를 넘기지 못해 폐기된다면 이 지점은 국민이 평가하실 일이다. 만약 재표결이 통과된다면 나름대로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총선 전 가능하다면 자유 표결이 필요하다. 

-어디로 출마할 예정인가?

▲수원서 12년간 정치를 해왔다. 여기에 출마하면 기존에 10년 넘게 같이 어울렸던 당원과 경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대신 다른 인물이 출마를 결정했고, 수원병을 떠난다. 서울쪽으로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만 하겠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개혁신당은 야당이다. 다른 당보다도 윤 대통령의 잘못된 부분과 국민의힘의 어긋난 형태를 지적하며 더 치열하게 싸우고 선명하게 지적하는 선명성을 가진 당이다. 철저하게 국민의 눈높이서 움직이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비상식으로 억지를 부릴 때 상식의 편에 서는 정당이 되는 게 우리의 목표다. 국민께서 원내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만 주시면 새로운 그리고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실 것이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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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