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안에 영화관이 있다고?

대형 건설사가 짓는 브랜드 & 대단지가 분양시장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입지나 상품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세를 리딩하는 경우도 많아서다. 

차별화된 주민 이용시설을 갖춘 3000가구 이상의 매머드급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규모감 있는 커뮤니티, 조경은 물론 브랜드 프리미엄까지 갖추고 있다 보니 시장 침체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입주 이후에는 분양가 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 서울 및 수도권서 공급된 3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가운데 입주를 마친 19개 단지를 대상으로 시세를 조사한 결과 분양가보다 수천만원서 수억원 이상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머드급
규모의 품격

가장 최근 입주한 3432가구 규모의 ‘수원센트럴아이파크자이’ (2023년 7월 입주) 전용 84㎡는 입주 당시 8억1136만원(15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2020년 6월 분양 당시 분양가보다 1억5000만원가량 가격이 오른 것이다. 분양 당시 시장 호황 이후 최근 시장침체를 겪은 가운데서도 가격이 다시 빠르게 반등하며 현재 8억8000만원~9억원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입주를 시작한 ‘일루미스테이트’ 역시 전용 84㎡가 6억6000만원(18층)에 거래되며 분양가 대비 약 1억3000만원가량 프리미엄이 붙었다. 입주 당시 상황이 안 좋았음에도 분양가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고, 현재는 8억~9억원대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침체기에 분양했던 단지들도 입주 이후에는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을 보였다. 2013년 7월 ‘DMC파크뷰자이’는 청약 당시 미달이었지만 2015년 10월 입주 이후에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 대비 8000만~1억원가량의 웃돈이 붙은 6억2000만~6억4000만원 선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현재 12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3000가구 넘는 대단지에 수요자 관심↑
브랜드 프리미엄에 차별화된 이용시설

신규 대단지 아파트는 일반적인 커뮤니티시설을 넘어 쇼핑몰, 영화관, 대규모 수영장 등의 편의시설을 조성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단지 규모가 클수록 영화관, 대형학원, 스카이라운지, 삼식 제공 등의 서비스를 운영·관리하기 유리해 매머드급 단지마다 다양한 이용시설을 선보이고 있다.

희소성을 갖춘 주민시설은 지역 내 랜드마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서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는 10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이 조성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근에 대림아크로빌, 타워팰리스 등 고급 주거단지에도 수영장이 있지만 10개 레인을 갖춘 대형 수영장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대단지는 분양 성적도 좋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경기 화성시에 분양된 1227가구 규모의 ‘동탄레이크파크자연&e편한세상’은 1순위 청약에 당시 최다 청약 접수가 이뤄지면서 평균 240.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구에 분양된 ‘래미안라그란데’ 역시 총 3069가구의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하며 일반공급 468가구 모집에 3만7000여명이 몰려 평균 79.11대1의 경쟁률로 전 평형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단지 규모가 클수록 집값도 크게 올랐다. 1500가구 이상 대단지가 평균 763만원이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1000~1499가구 단지가 629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300가구 미만 단지는 553만원 오르는 데에 그쳤다. 

클수록
오른다

지난해 부동산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 때도 큰 단지들은 회복 속도도 빨랐다. 부동산 114자료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7~10월)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규모별 가격 상승률을 보면 15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0.38%, 1000세대~1500세대 미만 0.06%, 700~1000세대 미만 0.04% 올랐다.

반면 500~700세대 미만 -0.03%, 300~500세대 -0.08%, 300세대 미만 -0.02% 등을 기록하며 면적이 클수록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니 신도시로 불릴 만큼 규모가 큰 3000가구 이상 매머드급 단지가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3000가구 이상 단지는 압도적인 규모서 얻는 랜드마크 효과를 비롯해 인근으로 교통, 쇼핑, 문화 등 각종 개발 호재들이 집중돼 향후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수요자들은 비슷한 입지라면 안정성이 높은 매머드급 단지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대단지는 관리비 절감, 생활 인프라스트럭처 발전 등의 프리미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수도권서 분양 중이거나 분양을 앞두고 있는 3000가구 이상 대단지.

▲트리우스 광명=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광명시에 공급하는 선시공 후분양 아파트 ‘트리우스 광명’이 미분양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잔여 물량 해소를 위해 기존 계약금을 10%서 5%로 낮춰 수요자들의 입주 부담을 최소화했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1동 일원 광명2R구역 정비사업을 통해 탄생하는 아파트로, 1순위 청약에서 전용 36~102㎡ 517가구 모집에 2444명이 몰려 평균 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지하 3층~지상 35층, 26개 동, 총 3344가구로 전용면적 36~102㎡로 구성된다.

남향 위주로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고, 안방 드레스룸을 비롯해 다양한 수납공간을 갖췄다.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시설로 실내골프클럽, 사우나, 피트니스클럽, 독서실, 북카페, 라운지, 작은도서관, 청소년문화의집 등이 들어선다.

미분양 물량
빠르게 소진


선착순 동호 지정이 가능하고,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발코니 확장 무료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입주는 올해 12월 예정.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과 1호선 개봉역을 도보 10분 내외로 이용할 수 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케아 광명점, 광명 전통시장, 중앙시장, 롯데시네마, 광명시청, 광명시민회관, 철산로데오거리, 코스트코 고척점, 고척 아이파크몰, 스타필드 부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단지 내 어린이집을 비롯해 광명초, 광명북중, 광명북고가 도보 거리에 있다. 연서도서관도 가깝고 철산역 학원가도 1.3㎞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아파트 전세, 월세, 매매 가격이 급락하면서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늘고 있으나, 광명은 서울과 가깝고 편리한 교통여건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이플자이= GS건설이 신반포8·9·10·11·17차 아파트와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 등을 통합해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하는 ‘메이플자이’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9개동 총 3307가구다. 이 중 전용면적 43~59㎡ 16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서초구에 위치한 반포자이, 신반포자이, 반포센트럴자이와 함께 8000여가구 규모의 자이(Xi)브랜드 타운을 완성할 예정이다. 수목과 휴게 시설물이 어우러지는 정원, 테마형 놀이터, 운동공간 등 다양한 조경특화시설이 조성된다.


단지 내 입주민 편의를 위한 고품격 커뮤니티센터 ‘CLUB XIAN’에 스카이라운지인 CLUB CLOUD 및 연회장, 게스트하우스, 골프연습장, 피트니스클럽, 수영장, 사우나, 실내체육관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도 들어설 계획이다.

수도권 지하철 3호선 잠원역과 직결되고, 7호선 반포역도 바로 인접한 초역세권 단지다. 3, 7, 9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과도 인접해 있으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통한 시외로의 이동도 용이하다. 올림픽대로, 한남대교, 경부고속도로 반포IC를 통해 시내외 교통도 이용하기 편리하다.

그들만의 미니 신도시
시장 흔들려도 ‘굳건’

단지 인근으로 원촌초, 원촌중, 경원중, 신동중, 반포고, 세화여고 등 명문 초중고교가 있다. 사립초등학교인 계성초, 서초구립 반포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및 반포학원가도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뉴코아아울렛 등 백화점 및 대형마트와 고속터미널, 신사, 논현역 중심상업지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도 도보권에 있다. 한강공원을 걸어서 갈 수 있고, 단지 앞에는 신동근린공원 산책로가 위치하며 서리풀, 몽마르뜨공원 산책로도 인접해 있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 현대건설이 경기 파주시 와동동 일원(P1, P2블록)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이 분양 중이다. 지하 5층~지상 49층, 총 13개동으로 아파트 744가구, 주거형 오피스텔 2669실 등 총 3413가구로 조성된다. 이번에 분양하는 물량은 아파트다. 주거형 오피스텔은 앞서 계약을 모두 완료한 바 있다.  

단지에는 국내 최초로 ‘스타필드 빌리지’가 들어선다. 스타필드 개발 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새롭게 선보이는 커뮤니티형 쇼핑공간이다. 온 가족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아카데미와 엔터테이먼트, 교육과 놀이가 결합된 키즈 콘텐츠 등 주민의 일상생활 서포트뿐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고품격 스트리트몰 및 6개 상영관이 설치·운영될 멀티플렉스관인 CGV, 유명 사립 교육기관인 종로엠스쿨도 입점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지 내에 영화관, 대형 사설학원 등을 조성할 수 있는 것도 대단지여야 가능하다”며 “차별화된 주민 이용시설은 생활 편의성뿐만 아니라 단지 가치상승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즐기고
누리고

운정신도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 A 노선은 파주운정역(가칭)서 서울역과 삼성역을 거쳐 동탄역까지 연결된다. 지하철 3호선 연장 사업도 추진 중이다. 3호선 대화역서 운정신도시를 거쳐 파주시 금촌동(금릉역)까지 연결된다. 

경의중앙선 운정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자유로와 제2자유로, 서울-문산 고속도로 진입이 수월하다. 지산초등학교, 파주와동초등학교, 한가람중학교 등 교육시설이 가까운 것도 단지의 강점으로 꼽힌다. 운정호수공원도 인접해 있다. 72만4937㎡에 달하는 생태공원으로 여의도공원의 3.2배에 이른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