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범죄 집합소 ‘메타버스’ 두 얼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23 07:07:28
  • 호수 1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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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모르는 로블록스? 제페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내가 원하는 외모와 체형으로 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메타버스’가 바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실현 장소다. 아동·청소년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메타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동시에 성범죄 장소로 둔갑했다. 진짜 문제는 범죄가 일어나 경찰에 신고해도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광받은 것이 있다. 메타버스가 이것. 메타버스는 Web 3.0과 NFT 기술 발전과 함께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Web 3.0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데이터 소유를 개인화하는 3세대 인터넷이며,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의미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토큰이다.

경제적 활동
사회적 활동

메타버스는 이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게임뿐만 아니라 관광, 문화예술, 교육, 의료, 오피스 등에서도 사용된다. 
메타버스가 다양한 분야서 활용되고 사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그 특징 때문이다. 기존 사이버 공간은 온라인이라는 특성이 있는데, 메타버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경계가 모호해 사용자가 높은 실재감이나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아바타를 활용한 게임이나 오락 서비스 제공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와 유사한 사회·문화·경제활동이 가능한 장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 같은 특징 때문에, 기존 인터넷 환경서 발생하지 않았던 사이버 범죄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각종 위협에 노출된다.

문제는 메타버스의 사용자 대부분이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국내서 가장 잘 알려진 메타버스 플랫폼의 이용자의 연령은 ▲7~12세 50.4% ▲13~18세 20.6%로 아동·청소년이 전체 이용자의 70% 이상이다. 성별로 봤을 때 여성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의 77%에 달한다. 


결국 메타버스는 규범의식이 자리 잡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이 범죄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장이 된 것이다. 특히 단일 게임 플랫폼이 아닌 경제적 활동과 사회적 활동이 함께 결합된 방법으로 성장하고 있어 범죄에 악용될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이용자는 원하는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등 현실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발생하는 과정서 ▲가상화폐를 노리는 사기 ▲공갈 ▲해킹 ▲성폭력 범죄까지 노출된다. 여기서 성폭력 범죄는 아바타를 상대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를 유발하는 행동 ▲스토킹 ▲공연 ▲음란 등 새롭게 등장한 범죄 행위로 단속이 쉽지 않다.

우선 메타버스서 일어나는 사이버 범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는 경찰청서 분류한 사이버 범죄에 해당하는 범죄다. 

이용자 대부분 여성·아동·청소년
꿈 이루는 실현 장소? 범죄 악용도

구체적으로는 ▲접근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사람이 컴퓨터나 정보통신망에 침입해 저지른 시스템 데이터를 훼손·멸실·변경 등의 행위가 포함된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 ▲피싱·스미싱 등의 개인·위치정보 침해 ▲저작권 침해 등의 정보통신망 이용 범죄 ▲법률서 금지하는 재화와 서비스 또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배포 및 판매·임대·전시하는 불법 콘텐츠 범죄다.

두 번째는 메타버스서 사용자와 동일시되는 아바타의 법적 지위 및 기존 사이버상서 찾을 수 없었던 기술과 급진적인 발전 속도와 넓어진 활용 범위 등으로 유형을 구분하기 어려운 범죄다.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 사례로는 2020년 5월, 로블록스 해킹 사건이 있다. 로블록스 직원이 뇌물수수 후 해커에게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백엔드 고객 지원 패널에 접근해 한 달 간 1억명이 넘는 활성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플랫폼 내의 가상화폐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해커에게 넘긴 사건이다.


로블록스는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게임 플랫폼으로 단일 게임이 아닌 여러 대형 게임에 관한 정보가 모두 유출됐다. 무료로 기본 제공되는 창작 툴을 이용해 이용자가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다른 유저에게 인게임 소액 결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인데, 단일 게임이 아닌 여러 대형 게임에 관한 정보가 다 유출된 것이다.

전문 게임 크리에이터들은 로블록스의 플랫폼서 기업 형태로 창작 활동을 하고 로블록스는 해당 크리에이터들로부터 중간서 수수료를 취하는 형태로 운영돼왔다. 많은 양의 정보를 가진 해킹 가해자는 로블록스의 주요 게임들에 관련된 정보가 담긴 스프레드시트와 직원들의 민감한 정보들을 볼모삼아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로블록스는 협상에 응하지 않았고, 4GB에 달하는 자료가 결국 한 온라인 포럼에 업로드됐다.

넘치는 유혹
다양한 사기

로블록스는 “탈취된 문서는 (해킹범이)갈취 시도의 일환으로 불법적으로 획득한 것이며, 우리는 해킹범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사건 발생 이후 조속히 외부 전문가들과 접촉, 자체 보안팀으로 보완했으며 비슷한 시도의 식별과 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조정했다”고 전했다.

실제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는 2022년 해킹을 통해 도난당한 가상자산은 19억달러라고 발표한 바 있다. 주공격 대상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스템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였다.

해킹 외에도 기존 사이버 환경 대비 실시간 소통과 높은 현실감을 보이는 메타버스 특징으로 인해 아바타에 대한 추행이나 폭행 등의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메타버스 아바타를 이용해 10대 여자아이를 상대로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30대 남성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내서 메타버스 아바타를 이용한 성범죄자에 대한 첫 번째 수사다. 일산동부경찰서는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동복지법 위반으로 A씨(38)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던 A씨는 2022년 1월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통해 캐나다에 학교를 다니던 B(11)양에게 접근해 뽀뽀하는 모습이나 입 벌린 사진, 결혼서약서 등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양의 나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나이를 비밀로 하고 놀자”며 아바타 관련 아이템을 사주고 환심을 산 뒤 집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또 B양에게 “숙녀로 보인다. 네가 존댓말 쓸 때면 흥분된다. 행동을 확실히 하라” “몸 찍은 영상이나 사진 보내 볼래?” “초콜릿 기프티콘 선물로 줄게. 역할 놀이 하자” 등 심리적으로 지배하려는 전형적 가스라이팅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바타
법적 지위?


A씨는 제페토에 가입한 뒤 미소년 같은 외모로 아바타를 치장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길게는 1, 2개월간 연락하며 친분을 쌓은 뒤 성적 대화를 나눴다. 자신의 신체를 찍은 영상을 피해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같은 수법으로 메타버스서 약 1년간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아동 청소년 11명의 신체 사진 등을 받아 성착취물을 제작해 보관했다.

국내에 거주 중이던 B양 부모는 A씨 행각을 알게 된 뒤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인도청구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전례가 없는 범죄로 신병을 구속·인도하는 절차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범죄인인도 불 청구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무혐의를 주장하기 위해 귀국한 A씨를 공항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물을 주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한 뒤 피해자들이 노출 사진과 영상을 보내도록 만드는 A씨의 수법은 전형적인 온라인 그루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바타를 스토킹하는 행위는 처벌이 어렵다. 아바타가 행위의 객체라는 지위를 갖지 않아서 법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서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해, 행위의 주체가 사람만 인정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6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메타버스 내 아바타 범죄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처벌 대상 행위를 ‘성적 언동’이라는 포괄적 표현으로 반영한 반면, 같은 당 윤영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성적 수치·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와 ‘스토킹’으로 불법 행위를 구체화했다. 그만큼 메타버스 스토킹 범죄가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기프티콘 줄게 역할 놀이 하자”
그루밍, 스토킹, 성착취 등 빈번

온라인 스토킹 피해 실태 조사 결과, 20대 여성 응답자 903명 중 715명(79.2%)이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은 대부분 스토킹처벌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들이었다. ▲개인정보를 알아내 저장하기 56.8% ▲사생활 캐내기 56.4% ▲원치 않는 글‧이미지 전송하기 54% 등의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수가 절반을 넘었다.

중학교 2학년 C양은 최근 한 메타버스 플랫폼서 사이버 스토킹과 성희롱을 당했다. 한 남성 아바타가 C양의 아바타를 계속 쫓아오며 말을 걸었다. C양이 이를 계속 무시하자 욕설과 함께 성희롱성 발언을 퍼부은 것은 물론 의도적으로 아바타의 신체를 접촉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D양은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서 한 남성 아바타에게 계속 쫓기고 성적인 요구를 받았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서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과 스토킹, 그루밍 등 디지털 성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및 가상공간에서는 현실 세계와 달리 타인의 접근과 호의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이들이 많고, 이런 점 때문에 아동·청소년이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실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이 현저히 부족해, 경찰의 사건 예방은 기대기 힘든 게 현실이다.

경찰청은 경찰공무원 경력 경쟁 채용시험을 실시해 사이버수사 분야에 전문적인 인력을 선발하고는 있지만, 범죄 발생 건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물리적인 인력 부족과 더불어 지능화하는 범죄 수법에 대한 무지도 수사력 가름에 배제할 수 없는 원인이다.

충분한 인력과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서 새로운 영역인 메타버스서 발생하는 범죄 수사까지 하게 된다면, 수사 효율의 저하 등의 악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은밀화
지능화

결국 메타버스 이용자가 아동·청소년인 만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이석원·김민영 자주스쿨 대표는 “최근 10년간 의무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한 결과 아이들이 성적 자기 결정권, 성적 동의, 성폭력의 정의와 유형, 현실서 해도 되는 성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하는 성 행동 등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상공간의 성교육은 보편화돼있지 않은 데다 어른들조차 로블록스, 제페토, 이프랜드, 게더타운 등이 뭔지 모르는 만큼 메타버스 시대에 대비해 자녀는 물론 부모의 성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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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