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서 근친상간, 간통, 출생의 비밀, 불치병 등 매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코드들을 통해 제목과 상반된 사랑의 이미지를 그려나간다.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아늑하고, 안정적이기만 한 호수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시시각각 일변하며 위태롭기만 한 사랑의 이미지를. 그리고 소설의 끝에 다다를 때쯤 독자로 하여금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도 사랑이지만,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모든 것을 품을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은 비단 이 작품뿐 아니라 박경리의 작품들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생명은 아픔이요 생명은 사랑이다”라고 했던 박경리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박경리 문학의 세계관을 깊숙이 엿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