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감자칼로 과일를 깎았다가 시어머니로부터 욕을 먹었다는 한 누리꾼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결시친 게시판에는 ‘감자칼로 과일 깎았다고 욕 먹었어요’라는 제목의 하소연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며칠 전, 출장으로 남편은 두고 혼자 한국에 갔다가 잠시 시부모님 댁에 들러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어머니가)후식으로 먹을 수 있게 배를 깎으라고 하시길래 당연한 듯 부엌서 감자칼을 가져와 껍질을 깎기 시작했는데 한숨을 푹 쉬시더니 ‘어떻게 과도가 아닌 감자칼로 과일을 손질하느냐. 네가 가정교육을 어려서부터 제대로 못 받아서 그런가 보구나’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순간 너무도 당황스러워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는 상황서 시어머니는 “평소 남편에게도 그렇게(감자칼로) 과일을 깎아주느냐”고 물었다. 당시 그는 “남편은 껍질 깎기 귀찮다고 그냥 껍질째 먹어요”라고 대꾸했다.
A씨는 “감자칼은 감자만 깎는 칼이 아니다. 얇고 단단하게 붙은 껍질을 가진 각종 야채나 과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선 감자칼을 사과껍질 깎이라는 뜻으로 ‘애플 필러’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가 중학생 때부터 보딩스쿨 다니고 오래 유학생활을 해서 늘 부모님이 곁에 계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평소 자녀를 훈육하시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저뿐만 아니라 저희 부보님까지 모욕하는 말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시는 시어머님께, 정작 대학 졸업할 때까지 품에 안아 키우던 당신 아들은 과일도 하나 제대로 깎을 줄 모르는 상태로 외국에 내보내놓고서는 어디서 누구에게 훈계질인지 하는 억하심정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K-시댁,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서로 살고 있는 곳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 영향받을 일은 크게 없겠거니 했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듯하면서도 기분 나쁜 말 한 마디로 며느리는 앞으로 한국에 가더라도 시댁에는 절대 혼자 가면 안 되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76개의 추천과 97개의 반대 수가 달렸으나 댓글 분위기는 이와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A씨가 특별한 잘못한 부분이 없는 데다 시어머니의 ‘가정교육 훈계’가 잘못됐다는 지적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베플 1위엔 “전부 평소엔 시댁서 며느리에게 과일 깎는 거 시켰다고 욕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가고 대단한 예절 박사들 나셨다. K-밥상서 포크칼로 밥 먹어도 그러려니 할 세상에 밥 먹는 자리도 아니고 자기가 쓰기 편한 도구로 과일 깎았다고 부모 욕하는 걸 편을 들고 있다”고 A씨를 옹호하는 댓글이 달렸다.
한 회원은 “여성들이 이상하게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어서 나이가 많고 갑질 할 수 있는 위치에 서면 저런 것 같다. 감자칼로 과일 깎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느냐. 그냥 나이 많고 고집스러운 여성들의 ‘자기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 종특이 발동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또 다른 회원도 “사과 좀 편하게 깎았다고 가정교육 운운하는 거 자체가 교양 없어 보인다. 부모가 과일은 과도로 깎는 것만 가르치고 말 예쁘게 하는 예의는 안 가르쳤나? 부모 욕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는 건 기본 예의 아니었나?”고 지적했다.
베플 2위도 “남편도 과일 못 깎는다고 글에 나와 있는데 남의 집 딸이 과일 못 깎는다고 가정교육 운운하는 게 문제다. 저 논리면 자기 자식도 가정교육 못 받은 건데 여기 댓글들은 왜 이러냐? 과일 못 깎는다고 대놓고 사돈 욕하는 게 정상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외에도 “나는 매일아침마다 사과 먹는데 필러로 깎는다. 과도보다 필러가 훨씬 더 편하고 빠른 데다 껍질도 얇게 깎인다. 굳이 편하고 좋은 도구 놔두고 힘들게 먹어야 하는 이유가 뭐임?” “칼질 못하는데 저렇게라도 과일 깎아주면 고마운 거 아닌가? 그게 싫으면 본인들이 깎아 먹던가…” 등 A씨를 응원하는 분위기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반면 “왜 앞에선 벙 쪄서 아무 말 못하다가 여기 와서는 그렇게 말을 잘하시나?”며 A씨를 비판하는 회원의 댓글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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