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키맨’ 이준석 변수 셋

입에 칼 물고 두 손에 폭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한 손에 서슬 퍼런 칼을 들은 듯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거침없이 국민의힘을 향해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다. 반대쪽 손에는 빼곡하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책을 숨겨놓고, 패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 전 대표가 내년 총선서 ‘변수’ 그 자체가 돼 판을 쥐고 흔들 수 있을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세 결집을 위한 투어에 나섰다. 최근 두 달 사이 6번째 방문이다. 보수의 중심 지역을 방문해 대구 정치권을 휘젓기 위함인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26일에도 자신의 든든한 우군인 천하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과 함께 자신이 온라인으로 구축한 연락망 참여자를 만났다. 전국 투어를 통해 연일 세몰이에 나서면서 파급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주가 
고공행진

이 전 대표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어느덧 정치에 입문한 지도 12년이 지났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마삼중(마이너스 삼선 중진)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마저 생겼다. 그러나 꾸준히 보수진영에 몸담아온 그는 최연소 당 대표라는 타이틀까지 달아봤다. 

그가 진행한 ‘실험’은 국민의힘이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당의 주류 세력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갈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당 대표직서 쫓겨났고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야 했다. 문제는 가만히 있을 이준석이 아니라는 점이다. 복수전을 위해 칼을 갈았고,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시작한 또 다른 실험인 이 전 대표의 온라인 연락망에는 수만명가량이 참여했다. 서울과 경기도가 각각 1위, 2위를 차지했고, 대구가 3위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로서는 나쁘지 않다. 연락망 구축 이유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줄이고, 누군가에게 큰 빚을 지는 정치를 하지 않기 위함이다.


연락망에 자신의 이름을 등록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최근 이 전 대표는 각종 언론 인터뷰, 라디오에 나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놓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분야는 신당 창당이다. 창당 가능성은 하루에 1%씩 상승한다. 50%부터 시작한 가능성이 현재는 어느덧 70% 가까이 올랐다. 

그의 말대로라면 신당 창당은 꽤 구체화된 사안이다. 연락망 구축하는 행위 자체엔 창당을 하겠다는 전제가 기저에 깔려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가능성만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날짜까지 언급하자 창당이 실제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창당을 언급한 날짜는 내달 27일이다. 이 날은 12년 전 이 전 대표가 ‘박근혜 비대위’의 비대위원으로 임명돼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였던 날이다.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날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당 창당의 명분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이 미워서가 아닌 진지하게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다만 정치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총선서 여당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선 이 전 대표의 창당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호남권을 중심으로 다수 의석수를 확보했던 ‘국민의당’ 모델로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서 진보와 개혁적인 부분을 선택하지 못하고, 과도한 우클릭으로 유권자들의 반감을 샀다. 이 전 대표도 국민의당과 마찬가지로 연일 중도로 클릭하고 있는 국민의힘 개혁을 명분으로 창당 작업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의 반감을 통해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셈이다.


신당 창당 예고…여야에 타격
극적 화해한 뒤 당에서 역할?

국민의힘 내에서 이미 영남권은 ‘물갈이’ 신호탄이 쏴 올려진 곳이다. 현역 의원마저 공천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조만간 당의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되는데, 여기서부터 분란의 싹이 자라날 조짐이 아른거리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노리는 지점은 단순히 현 국민의힘 거부 세력뿐만이 아니다. 반 민주당 조직 등 중도세력도 함께 포용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상당히 불리해질 수 있는 형국이다. 이 전 대표 본인도 그동안 꾸준히 도전해온 노원구가 아닌 대구 출마를 염두에 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신당 창당이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단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갉아먹고 있다. 대구·경북서 이 전 대표의 창당을 지지하는 세력이 30%를 상회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최근 이 전 대표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20% 정도로 여야의 지지 세력을 충분히 이탈시킬 수 있는 지표다. 

일단 신당 창당론을 지속적으로 띄우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게 이슈를 끌어오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승부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게 일단 목표일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제3지대간 연합 전선 구축도 여당과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제3지대가 총선서 30석 정도를 차지하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과반 의석수를 차지하기 힘들다. 

표가 분산되면 분명 이 전 대표에게 득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도 선거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총선 구도를 이재명 대 윤석열이 아닌 이준석 대 윤석열 구도로 만든다면, 현 정부에게는 어렵고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 정의당, 국민의힘 비윤(비 윤석열)계 등 여러 범위에 포진돼있는 인물을 끊임없이 만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전국에 걸쳐 조금씩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생긴다. 

경우의 수
따져보니…

하지만 신당 창당에도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우선 이 전 대표의 지지 기반이다. 그를 주로 지지하는 세력은 2030세대인데, 이들은 다른 인물도 지지하고 있다. 또 지역 기반성의 문제도 있다. 연일 대구를 찾아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고 실제로 많이 늘긴 했지만, 고향도 아닌 데다 정치적 기반이 있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그가 자꾸 대구를 찾는 이유도 대구서의 지분을 더욱 늘리기 위해서다. TK 지역서 이 전 대표의 편을 들며 지지를 선언한 인물은 여전히 한 명도 없다. 보수 텃밭 특성상 조직적으로 움직이기가 수월한 지역인데, 이를 도우며 전면에 나선 인물이 아직까진 눈에 띄지 않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두고 바람이 불지 않을 것이라며 도울 의사가 없음을 일찌감치 내비쳤다. 이번 신당 창당이 단순히 자신의 복수를 위한 창인 것이라면 이 전 대표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길이다. 또 넓은 범위서 인물을 영입하게 되면 이 역시 분란만 키우는 행태가 될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도 이 전 대표가 경계할 부분이다. 이 전 대표의 이슈가 커지자 여권서 한 장관 카드를 급히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최근 언론의 이슈를 이 전 대표 못지않게 끌어오고 있다. 

이런 점을 아는 듯 이 전 대표도 한 장관이 경쟁자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지층이 달라 오히려 동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아직까진 한 장관을 향해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분산 시
고득점

앞서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설을 띄운 바 있다. 그가 원하는 대로 만약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후,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에게 다시 돌아오라며 손짓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미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한 듯한 말을 쏟아내고 있는 이 전 대표지만 극적으로 화해할 경우, 이는 총선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향해 돌아오라며 손을 내밀었으나 그는 화해를 거부하는 의사를 밝혔다. 


관건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여당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면 다시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화해의 전제조건으로 윤 대통령이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내걸었다. 다만 대통령이 먼저 전직 당 대표에게 화해하자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앞서 지난 대선서도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는 갈등과 화해를 몇 번이나 반복했던 바 있다. 이번에도 총선 직전 극적으로 화해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안다. 

화해의 여지를 던진 쪽은 이 전 대표였다. 그는 “(대통령의)태도가 변화하면 탈당하지 않을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최근 “대통령에게 신뢰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아직까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응 자체가 지고 들어가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앞선 두 차례의 갈등 봉합 사례는 대선 승리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제3지대 입당 가능성도
전략적 대응책 이미 마련

다음 총선서 이들은 정치 지형의 ‘물갈이’라는 공통된 목표는 있지만, 함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화해의 전제조건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윤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해병대 사망사건 특검을 도입하고 이태원 유족과 만남을 가지면 된다.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몸값이 더욱 커졌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그의 세력이 커질수록 여당에는 불리한 구도다. 결국 이 전 대표에게 화해하자며 먼저 나설 수밖에 없고, 빚을 지게 된다. 이 전 대표가 탈당하지 않는다면, 분명 선거 국면서 일정한 역할을 원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분란을 키우는 꼴이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탈당하려면 지금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시계만 바라보고 있다. 탈당 카드는 자신의 몸값이 가장 높아졌을 무렵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가 총선 직전에 탈당하게 된다면 국민의힘의 청년층 지지율이 더욱 줄어드는 것을 체감시켜 전국적으로 이슈를 끌어올 변수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 빈 공간을 잘 노린다. 기존 정치인은 자신의 조직을 지키는 전략을 꾸준히 써왔다. 이탈 세력을 끌어모으는 전략으로 본래 세력과 중도층을 한꺼번에 공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전 대표가 보수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중도 정치인을 표방하기 위해 제3지대로 입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른바 연합 전선의 빅텐트에 자신이 직접 입성하는 방식이다. 이때 제3지대는 비례의원 다수 배출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치권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 개혁 이전인 병립형으로 돌아갈지 말지에만 집중하는 논의가 한창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3지대가 나아갈 공간이 좁아진다. 

끌면 끌수록
“유리하다”

앞으로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선거제도, 한 장관 영입 등의 사안이 결정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패를 꺼내면 대응책이 마련돼 버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 상황을 고려한 뒤 본격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와 전략을 하나씩 풀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전 대표가 상황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놨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너도 나도’ 창당 러시?
민주당이 선거 국면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온다.

비명계의 공천 학살이 조만간 시작된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탓에 비명계는 살아남기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당 밖에서도 창당 바람이 분다.

우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의 내년 총선 출마는 현재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다.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게 총선 출마와 창당의 명분이다.

한편 현재 무소속인 송영길 전 대표도 창당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비례대표 중심의 당을 만들겠다며 거듭 창당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런 탓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두 인물의 창당이 수도권 표심에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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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