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야기를 할까? 그리고 왜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까? 저자의 답은 분명하다. 이야기 특히 뇌리에 박히는 강력한 이야기는 인류가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에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의 서사 유형이 존재한다.
2018년 버밍엄 대학교의 행동경제학 및 데이터과학과의 포그레브나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6000편의 영화 속에 담긴 감정 곡선을 분석했는데 6000편의 영화는 여섯 가지 형식(더 크게 보면 세 가지 범주)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헐리우드 영화든 발리우드 영화든 K-무비든 마찬가지다. 어떤 범주들일까?
첫 번째 범주에는 가난뱅이서 백만장자가 되는 이야기(누더기서 재물로), 또 하나는 거꾸로 주인공이 끝없이 추락하는 이야기(재물서 누더기로)가 있다. 두 번째 범주에는 누군가 구덩이에 빠졌다가 탈출하는 이야기(맨인홀Man in Hole) 또 하나는 반대로 누군가 한참 상승한 후에 끝없이 추락하는 이야기(이카로스)가 있다.
세 번째 범주에 우리가 익히 아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있으며 그 반대편에는 처음에는 강한 타격을 경험하고 중간에 상승하지만 결국 비극을 맞는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있다.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에만 익숙한 서사 구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는 스토리의 뼈대, 즉 마스터 플롯에는 경쟁, 구원, 탐색, 변신, 복수, 약자, 러브 스토리, 추적, 성인, 자기희생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허구이든 사실이든 혹은 뉴스, 교육, 광고를 비롯해 정보가 교환되는 모든 곳에서 이런 서사 구조가 발견된다.
2018년 6월 12명의 태국 유소년 축구단원이 물이 찬 동굴에 갇혔다. 이들의 이야기가 언론을 타기 시작하자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소년을 응원했다.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는 그들 모두가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모두 생존해 돌아왔다. 소년들이 갇혔던 동굴은 이제 매년 1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구원’ 서사의 마스터 플롯이 잘 작동한 사례다.
하지만 이런 ‘서사’가 정치인이나 정치에 이용되기 시작하면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음모 서사가 대표적이다. 정치인과 기업인은 그리고 때때로 음모론자는 이런 상황을 교묘히 이용하며 ‘내러티브’ 전쟁에 뛰어든다.
노예제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백인은 자신들이 다른 인종을 지배해 문명으로 인도해야 한다는 서사를 퍼뜨렸다. 나치는 중세부터 내려온 ‘사악한 유대인’의 이야기를 활용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우리를, 우리의 미래를 좀 더 좋은 쪽으로 바꾸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에겐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서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더 평화로운 세상을 그리는 우리의 능력, 그리고 그 세상을 위해 단결하는 능력, 즉 나쁜 과거에 대한 인식,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우리의 열정에 주목한다.
오늘날 이러한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해 보인다. 말하자면 우리가 이러한 능력을 재발견하고 유용하게 사용한다면 이는 진정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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