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 소재 라흰갤러리서 서원미 작가의 개인전 ‘카우보이 휘슬’을 준비했다. 서원미는 ‘페이싱’ ‘블랙커튼’ ‘카니발 헤드’ 시리즈를 차례로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시리즈인 ‘숨바꼭질’ 연작으로 관람객들과 만난다.
서원미 작가는 개인전 ‘카우보이 휘슬’서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부터 이야기를 공유하는 데 사용했던 매체인 ‘말’에 주목했다. 이야기는 상상력을 말로 변환해 건설한 세상이다. 다시 말해 말과 이미지는 이 세계를 축조하는 전부나 다름없다.
그림과
입에서 나오는 말은 소설과 영화의 내러티브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갖는다. ‘카우보이 휘슬’ 전시는 말로 하는 스토리에 방점을 두고 말을 좇는 그림의 향연이다.
지난 작업서 서원미는 작가 자신을 둘러싼 서사나 역사적 사건을 캔버스에 옮기곤 했다. 이제는 지상에서의 모든 현상을 열린 비유로 감지해 실제와 꿈의 몽타주를 더듬는 이미지를 모색 중이다. 서원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매체를 찾던 중 말에 모험을 걸어보기로 했다.
말에 담긴 힘이나 말(word)과 말(horse)의 의미를 오가는 양가적인 리듬에 관심을 기울였다.
전시 제목인 ‘카우보이 휘슬’은 카우보이가 말을 불러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서원미가 이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자체가 말(horse)을 호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휘슬은 말(word)의 파동을 목구멍에 고이게 한 다음, 이 울림을 뇌에 전달해 외마디 음성으로 이야깃거리를 생성하던 먼 옛날을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를 공유하는 매체 주목
의식과 무의식 자유로운 유희
서원미는 카우보이 휘슬로 그의 작업에 말을 불러들이고 말에 손을 맡겨 미지의 이미지를 탐색하며, 그러한 이미지로 구현되는 이야기를 표현해 보는 이의 심상에 불을 지폈다. 그에게 말은 곧 이미지를 찾는 수단이다. 작품서 꿈틀거리는 말이 자주 발견되는 이유도 숨겨진 이미지에 다가가려는 작업의 추동력을 한 필의 말로 시각화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서 작가의 화신이 되는 카우보이는 말을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몰이꾼이자 숨은 이미지를 노련하게 찾는 술래가 된다. 작가와 이미지가 말을 매개로 쫓고 쫓기기를 반복하는 과정은 작업의 구심에 숨바꼭질과 같은 유희의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번 전시서 서원미가 선보이는 ‘숨바꼭질’ 시리즈는 놀이의 비유로 형식에 정신을 불어넣고 감응을 체험하게끔 하는 일련의 작업이다.
서원미는 숨바꼭질 시리즈를 통해 그림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면서 형식과 내용의 제약으로부터 그림을 해방시키고자 했다. 그가 과거에 제작했던 시리즈는 제한된 소재 탓에 형식마저 부득불 규정되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모든 것에 열린 소재와 이미지가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며 자유로운 유희를 즐긴다.
존재감
라흰갤러리 관계자는 “서원미는 몇몇 작품서 먼 과거의 동굴벽화나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의 빛바랜 인물을 그려 기원을 향수하는 노스탤지어를 유발하고 있다”며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기억을 붙들수록 작업의 무한정한 변주를 자아내는 서원미의 존재감이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우보이 휘슬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가의 감정과 존재를 현재진행형인 동사로 감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림의 다른 이름이 작가의 존재감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서원미는?]
▲학력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졸업(2017)
▲개인전
‘당신이 말을 멈추면’ 파이프 갤러리(2022)
‘Rule, Role, Ruin’ 아터테인(2021)
‘블랙 커튼’ 아트비트 갤러리(2019)
‘Facing’ 보안여관 신관(2017)
▲단체전
‘AP6: SIGN’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2023)
‘Love Letter to Peaceful Beauty’ 연강갤러리(2023)
‘세상의 모든 드로잉’ 홍천미술관(2023)
‘오월의 숲’ 포스코미술관(2022)
‘Hi-story.gif’ 자하미술관(2022)
‘노스토스와 상상의 조우’ 라흰갤러리(2022)
‘불완성 In to the Unknown’ 플레이스막 2(2021)
‘하나의 점 모든 장소’ 금호미술관(2021)
‘아침이슬 50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2021)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