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㊾절망 빠진 이들에 최면 걸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9.21 00:00:00
  • 호수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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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그래도 그렇게 꽤 유명짜한 사람이 상습적으로 거짓 협잡질 행각을 해서야 피해 입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돼. 우리 선녀님 같은 박근혜 여왕님을 자기 애인이니 약혼녀니 설레발 풀다가 이미 감옥살이까지 했잖냐 말여. 반성을 할 줄 알아야지! 오히려 한 수 더 벌이는 낌새랑게. 하늘궁인지 뭔지 대궐 같은 궁전을 지어 올려 놓고설랑 황제나 교주인 양 떡하니 화려한 옥좌에 앉아 노닥거리던데…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왔겠어, 응?”

사이비

“내가 어찌 알겠어요. 아마 신도들이 헌금한 거겠죠 뭐.”

“자발적인 헌금이라고 말하더라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어떤 신성한 사업에 동참 동업하자고 해서 많은 돈이나 부동산을 냈는데, 알고 보니 사기술에 속은 것 같아 돌려 달라고 하면… 큰 재앙을 당한다면서 겁박하는 바람에 땡전 한 푼 못 찾고 알거지가 된 사람도 있다더구먼. 그런 식의 금전 갈취는 만고불변하는 사이비 녀석들의 수법인데 왜 그리 멍청하게 당하는지 몰라. 헹, 고약스러운지고!”

“혹시 부러워서 질투하는 거 아닌가요?”


“당찮은 소릴! 혹세무민이 염려스러워하는 얘기일 뿐이야. 앞으로 두고 보랑께. 점점 노추해지고 기력이 쇠약해져 정치적으로 황제의 꿈을 펼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면 서서히 사이비 종교로 방향을 틀 게야. 지금도 그런 조짐이 보이니깐 두루 조심해야 할 텐디 말여….”

영감은 자기 자신의 야릇한 행각에 관해서는 전혀 사이비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듯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양동 뒷골목의 허름한 여인숙 같은 데 깃들어 매춘하는 여자들에게 교주 영감은 선물 대신 돈을 직접 건네었다. 그러고는 여체를 탐하는 대신 그녀들의 영혼이 갱생하길 바라는 심정을 담아 교설을 폈다.

“여인이여, 그대는 큰 착각을 하고 있습네다. 그대 자신이 이 세상의 맨 밑바닥을 기어 다니는 한 마리 벌레라고…. 허지만 이곳은 결코 밑바닥 시궁창이 아닙네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에게 침을 뱉지 말고, 오염된 진흙탕 구정물을 정화시키며 피어나는 아리따운 한 송이 연꽃처럼 현실 고해의 세파를 극복하고 반 걸음 한 걸음씩 상승하며 새로운 인생을 열어 나가야 하는 것입네다!”

“호호호, 그런 어려운 일은 골치 아파서 싫어요.”

“물론 어려운 일이지요. 그건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어려우니 절대적 구세주이신 신을 믿어야 가능한 것입네다! 그러면 어느 날 그대는 여왕이나 선녀 혹은 천사와 같은, 스스로 마음 깊이 진심으로 원하는 존재로서 거듭나 있을 것입네다!”

“그러지 말고 그냥 이불 속으로 들어와서 간단히 한탕 뛰고서 몸이나 풀고 가세요. 이미 상할 대로 상해버린 몸뚱인데 어찌 백합 같은 천사가 될 수 있겠어요, 응?”


무조건적 “신 믿어야 한다”강조
여인숙 구석서 ‘선도 포교 활동’

“가련한 여인이여, 절대로 아니올시다! 전지전능하신 신은 언제나 우리를 굽어 살피시며 우리가 지성껏 바라는 것을 이루어 주십네다. 절망보다는 희망! 마음가짐이 중요합네다. 과학적으로도 증명되는 사실입네다. 우리 몸은 원자로 구성돼 있습네다. 원자 수준에서 보면 피부는 6주마다, 간은 8주마다 새로 바뀐다고 합네다. 뼈는 3개월이고, 그리하여 일년이면 신체의 대부분이 바뀐다는 사십입네다.”

영감은 헛기침을 한 후 말을 이었다.

“더구나 우리 몸을 순환하는 원자들은 공간적으로 소나 개 혹은 닭의 몸을 순환했던 것이고, 시간적으론 저 먼 옛날 선덕여왕이나 광개토대왕의 몸을 순환했던 것일 수도 있습네다. 즉 우린 매일같이 자기 몸의 일부를 내버리고 다른 몸의 일부를 받아들이고 있는 셈인 것입네다. 자, 따라서 우리가 마음을 새롭게 바꾸면 몸도 차츰 바뀐다고 할 수 있습네다. 우린 결코 똑같은 몸뚱이에 두 번 꽃을 담글 수는 없습네다. 다만 우리의 기억이 그 사실을 은폐하고 있을 뿐입네다. 고정된 기억이 흐르는 몸속에서 동일한 작용을 하기에 비유하자면, 간은 바뀌는데 간암은 남는다는 사실입네다. 꼭 기억하시오! 몸은 언제나 흐르는 것…. 우리가 나쁜 기억의 감옥에서 벗어난다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입네다!”

과연 영감이 침을 튀는 설교로 몇 명의 여인을 구렁창에서 건져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한 발짝 더 그 구렁창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했는지도 모를 노릇이다.

마치 부처님이 중생들을 건지기 위해 지옥 속으로 내려가고 예수님이 불쌍한 사람들과 고통을 함께 했듯이. 아무튼 괴교주 영감은 언제부턴가 하숙집 옥탑방으로 잘 들어오지 않고 외박하는 날이 잦았다.

피에로씨에게 슬쩍 물어보니 양동 여인숙 구석에서 ‘선도 포교 활동’ 중이라 대꾸했는데, 때때로 그 자신도 전도 활동을 돕는답시고 낯짝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어스름이 내릴 무렵, 나는 서울역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 오르다가 동자동 쪽방 골목으로 슬슬 발길을 옮겼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 일종의 변덕 같은 행각인 셈이었다.

하늘 한 귀퉁이에 걸려 쓰러져 가는 노을이나 도시의 길바닥에 내리는 땅거미, 혹은 그 둘이 합작하여 빚어낸 기묘한 영향 때문이었을까.

버스에서 본 해쓱하고 예쁘고 수심 깊은 어떤 아가씨를 그냥 두고 온 아쉬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선도 활동

나는 천천히 걸어 어둑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그 묘이(妙異)하게 아리따운 여인은 대체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사연을 지녔길래 요즘 같은 세상에 고뇌를 정신적인 미로 승화시켰을까?


나는 계속 생각하며 걸었다. 길가에 주저앉아 소주병을 들고 홀로 중얼대는 노인을 지나쳐 어느 건물 앞에 섰다. 처음 와본 곳이었다.

주변에 비해 번듯한 3층짜리 건물인데 잔뜩 낡아빠져 노인네처럼 허름해 보였다.

입구의 문이 열려 있어 어둑어둑한 안쪽이 왠지 문득 궁금증을 자극했다.

나는 한 발짝 다가섰다. 위로 오르는 계단이 희미하게 보였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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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