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선거에 목매는 양당 막전막후

자존심 걸린 ‘총선 전초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차기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10·11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골머리를 맞대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중간 성적표로 평가되는 만큼 차기 대선까지 영향이 끼치는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정권교체, 검찰정부’라며 국민의힘을 겨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적할 인물을 두고 고심 중이다. 내년 총선서 이기는 쪽은 한숨을돌릴 수 있다. 당장은 보선이 코앞이다.

내달 11일, 여야가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의 광복절 특사 사면 복권으로 다시 한번 맞붙게 됐다. 10·11 보궐선(이하 보선) 선거인 수는 총 50만5034명으로 지난해 4만8000여명서 2000명가량 늘었으며 투입되는 혈세는 무려 40억원에 달한다. 차기 총선을 감안할 때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선거다. 패배 시 적잖은 타격으로 당이 비상 체제로 돌입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신경전

강서구청장 보선을 두고 양당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민주당은 텃밭을 되찾기 위해, 국민의힘은 바로 직전 구청장이 되돌아오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들 중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공천했다. 진 전 차장은 정치에 발을 이제 막 들인 신인이다. 

33년 동안 경찰 밥을 먹었던 그는 지난해 6월 차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당초 민주당에는 14명의 인물들이 강서구청장에 나가겠다며 후보로 등록했다. 이후 진 전 차장을 포함한 3명의 예비후보로 추려졌고, 진 전 차장이 최종후보로 결정됐다.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후보 결정까지 공식적인 과정을 거쳤다. 진 전 차장을 전략공천한 배경에는 지지 기반을 다지면서 외연 확장이 가능한 인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출마 선언한 지 10일 만에 후보로 낙점됐지만, 지지도나 인지도가 비교적 빠르게 상승했다. 


정치 신인인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는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또 강서구서 20년 정도 거주해 지역 주민과도 소통이 가능한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검증된 인물이라며 도덕성에 결함이 없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 역시 “새로운 인재 영입도 필요하다”며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전략공천 이유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경찰청서 3년 넘게 했던 기획조정과장을 맡았던 이력도 공천에 적잖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 예산, 조직, 성과 관리 등을 업무를 담당했던 데다 행정안전부, 국회, 기획재정부 등 국가 업무 이력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라디오서 밝힌 그의 강서구청장 도전 이유는 행정가로서 구민들의 삶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서 강서구청장 탈환은 절실하다. 진 전 차장 본인은 동의하지 않았으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번 보선은 경찰과 검찰의 대립구도로 설정됐다. 이미 윤석열정부를 두고 민주당은 검찰정부, 검찰 독재로 낙인찍었다. 

이번 강서구청 보선서 민주당은 이를 시험하려는 모양새다. 진 전 차장은 이 대표의 단식 장소서 공천장을 받았다. 

테스트 격 4·10 시험무대
‘강대강’ 양측 저격수 배치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상상을 초월하는 퇴행과 민주주의 파괴를 멈춰 세워야 하는데 강서구청장 선거가 그 전초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존재감을 심어주려는 듯 나란히 앉아 사진도 함께 촬영했다. 


지난 지방선거서 국민의힘 김 전 구청장에게 패배한 이력이 있는 민주당은 전 차장의 낮은 인지도가 약점으로 통한다. 실제로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치 신인으로 일종의 배수진이기도 하다. 

함께 경선을 치렀던 후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당초 민주당은 경선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김 전 구청장이 공천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전략공천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선을 기대하고 있던 예비후보들 입장에선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규의 전 수석부대변인은 “공천 과정서 어제의 정당과 차별성이 없는 정치공학적인 모습으로 일관해 후보와 강서구민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며 “내년 총선도 이런 식으로 가지 않겠냐는 잘못된 시그널마저 주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상황은 국민의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공천서 후보를 공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탓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무공천 기조가 뚜렷했던 바 있지만 막상 선거를 앞두고 김 전 구청장이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입장이 바뀌었다. 

차기 총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이번 보선서 패배 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재점화될 수 있다. 또 대통령 사면권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강서구는 국민의힘에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후보로 누가 나와도 이기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먼저 후보를 결정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각에선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 구청장은 지난해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국민의힘 소속 후보로 출마해 서울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무공천
급선회

그러나 지난 5월18일 공무상비밀누설죄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개월의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검찰 공무원 출신인 그는 2018년부터 1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우유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와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등을 알려 최종심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3개월 뒤,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면 복권 이후 김 전 구청장은 기다렸다는 듯 보선 출사표를 던졌다. 예비후보 등록 및 선거사무소 개소식까지 끝냈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으나 민주당 후보가 결정된 직후 ‘김태우 공천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여기엔 이른바 해볼만하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후보를 내고도 패배한다면 지도부에 책임론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진 전 차장을 전략공천한 이상 민주당 내부의 반발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쉽지 않은 선거가 되겠지만, 후보를 내는 게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언급했다. 

현재 국민의힘엔 김 전 구청장을 비롯해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처럼 공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복잡한 당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7일,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완료하는 한편, 원칙대로 공정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략공천을 암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사실상 광복절 특사 때 사면 복권된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하겠다는 기류가 강했다. 

번복에 번복
또다시 혼란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전략공천은 무리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가 이번 보선의 원인 제공 당사자라는 점 때문이었는데, 재차 경선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를 구성해 후보자 추천 절차에 돌입했다.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철규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위원으로는 박성민 의원, 배현진 의원, 강민국 의원, 김선동 서울시당 위원장, 송상헌 홍보본부장 등 5명이다. 

문제는 경선이다. 김 전 구청장이 경선 대상자인지 여부를 두고 내부서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이유 등으로 인한 재·보선이 발생한 경우 해당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김 대표는 “당헌·당규상 보선 원인(제공)에 따른 무공천 사유가 아니다”라며 “이 사안은 김명수 대법원이 저지른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등’이다. 김 전 구청장이 공직선거법이 아니라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해 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당 당규에서는 등이라는 항목이 있는 만큼 공무상비밀누설죄 역시 해당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해석에 따라 김 전 구청장이 경선 대상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등을 다르게 해석할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인지도 전문가 고심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표 이탈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경선 방식을 정한다는 건 맞지 않는 논리다. 보선 유발자를 경선 대상자로 선정한 게 의문”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1심, 울산시장 선거 부정 사건 등 개입된 사건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며 “당에서는 이 사건이 (국민의힘에)유리하다면 키워야 하는데 오히려 조용하다. 한 후보(김 전 구청장)를 밀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앞서 김 위원장은 김 전 구청장에게 후보를 한차례 양보한 경험이 있다. 단일화를 통해 김 전 구청장을 도와 선대위원장까지 역임했던 바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위원장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구청장의 출마 선언과 맞물려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보선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만약 그가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내부의 혼란은 한층 더 가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에서도 선거를 앞둔 상황서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조직력도 탄탄한 편인 것으로 전해진다. 강서구청장 투표율은 25% 정도로 6만표 정도를 얻을 경우 당선이 가능한데, 김 위원장의 지지 세력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는 인물에게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당도 마찬가지다. 작은 표 차이로 패배한다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라도 듣지만, 민주당 후보에게 큰 차이로 패배하게 되면 수도권 위기론을 현실화하는 꼴이 된다. 

김 위원장은 공관위의 경선 룰 결정 이후 탈당할 가능성도 엿보이는데 이는 경선서 패배했다는 명분을 심어주지 않기 위함으로 읽힌다. 

수도권 명운
졌잘싸 없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지금은 당에서 어떤 말을 해도 믿지 못할 것 같다. 경선이 최종 결정된 뒤, 룰이 불리하다고 여겨지면 탈당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에서 경선 대상에 김 전 구청장을 포함시키는 순간 자가당착에 빠진다. 스스로 논리 모순에 빠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강서구청장 다른 당 후보는?

역대급으로 구청장 선거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치열하게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소수 야당 역시 후보를 내면서 기대감을 모은다. 

정의당에서는 현재 강서구 지역위원장을 맡은 권수정 후보를 냈다.

전주 보궐선거서 당선돼 이목을 끌었던 진보당도 권혜인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위 공동위원장을 후보로 선정했다.

이 밖에 원내에 진출하지 않은 정당들도 각각 후보를 내면서 강서구청장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녹색당 김유리 후보, 민생당 김영숙 후보, 우리공화당 이명호 후보, 자유통일당 고영일 후보다.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인물은 행정사로 일하고 있는 안성현 후보다. <차>

<기사 속 기사> 강서구 시급한 현안은?

김포공항으로 서울 강서구 전체 면적의 97.3%가 고도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런 탓에 주민 재산권 행사 및 지역 균형발전에도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2013년 30만명 주민 서명 운동을 통해 2015년 항공법(현 공항시설법)이 개정된 바 있다.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됐지만 국토교통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 기준 개정 이후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터라 7년이 지난 현재도 개정된 법규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차기 강서구청장 역시 이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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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