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LG그룹 방계 가문이 경영권 승계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홀로서기에 나선 지 4년여 만에 체제 개편이 이뤄졌고, 덩달아 후계자의 입지도 한층 탄탄해진 양상이다. 사실상 대관식만 남았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LG그룹의 방계로 분류되는 LT그룹은 2019년 1월 출범했다. 오너인 구본식 회장은 둘째 형인 구본능 회장과 함께 희성그룹 경영을 이끌다가, LT삼보(옛 삼보이엔씨)를 비롯한 4개 계열사를 떼어내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어느새 정점
구본식 회장은 2016년까지만 해도 LT삼보와 별다른 접점이 없었지만, 이듬해부터 흐름이 뒤바뀌었다. 당시 구본식 회장 일가는 LT삼보 지분 93.47%를 보유한 희성전자로부터 LT삼보 지분을 매입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후 구본식 회장은 LT삼보를 주축 삼아 LT그룹을 출범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출범 5년 차를 맞이한 LT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변경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LT삼보는 투자 부문 ㈜LT(신설)와 건설 부문 LT삼보(존속)로 기업을 분할했다. 인적분할 방식으로 LT삼보 주주 소유주식 1주당 ㈜LT 신주 0.33주를 발행하는 게 골자였다.
분할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위한 것이었다. 분할 결정에 따라 LT그룹 지배구조는 ‘㈜LT→LT삼보·LT메탈·LT정밀→LT소재’로 이어지는 그림으로 재편됐다. 오너 일가는 기존 LT삼보 주식 대신 ㈜LT 주식을 보유하게 되고, 지주사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서게 된다.
지주사 체제 개편 작업 속내
갈수록 높아지는 장남 지배력
눈여겨볼 부분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오너 2세의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LT는 지주 전환을 계기로 구본식 회장의 장남인 구웅모 LT삼보 상무보를 이사회에 전격 합류시켰다. 1989년생인 구웅모 상무보가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것은 ㈜LT가 처음이다.
2020년 LT메탈에 입사한 구웅모 상무보는 올해 초 LT삼보 기획담당 상무보로 승진한 데 이어, 입사 3년 만에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구웅모 상무보는 ㈜LT 대표이사를 맡은 부친을 보좌하면서 경영 전반에 관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조만간 진행될 예정인 ‘현물출자 및 유상증자’은 구웅모 상무보의 입지를 한층 단단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LT는 내달 중으로 LT삼보 지분 68.04%(3170억원), LT메탈 21.98%(707억원)를 현물출자 받고, 대가로 주당 3만4505원(액면가 500원)에 신주 1123만5205주를 배정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4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오너 일가는 LT삼보 지분 97.31%를 보유 중이었고, 최대주주는 지분 48.28%를 보유한 구본식 회장의 장남 구웅모 상무보였다. 구본식 회장은 지분율 45.28%로 2대 주주에 위치한 상태였다.
확실한 구도
이후에는 48.28%였던 구웅모 상무보의 LT삼보 지분이 ㈜LT 지분 56.37%로 바뀐다. LT삼보(48.30%), LT메탈(7.48%) 등 다른 계열사 보유 주식을 전량 ㈜LT 주식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LT삼보 지분 45.28%를 보유했던 구본식 회장은 ㈜LT 지분 38.17%를 보유하게 된다. 구본식 회장이 기존 LT삼보 지분 가운데 15.98%만 전환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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