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용산 다녀간 백재권 누구?

천공과 헷갈린 ‘관상가 양반’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정부를 향한 국정 농단 의혹은 정권을 흔들어 놓기 충분하다. 지난해 3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할 당시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를 답사하는 과정서 역술인 천공이 동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은 ‘마스크 밑으로 흰 수염을 봤다는 제보가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천공과 같은 흰 수염을 지닌 풍수지리학자 백재권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서 역술인 ‘천공’이 아닌 풍수지리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후보지를 둘러본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4월 지난해 3월, 한 달 치 육군참모총장 공관 CCTV를 모두 분석하는 과정서 천공은 없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드디어 
입 열다

경찰은 당시 공관서 근무한 군 관계자 등 참고인 조사에서 공관을 방문한 인물이 백 교수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백 교수가 대통령 관저 선정 당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부팀장인 김용현 경호처장과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백 교수가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한 의혹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풍수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정하는 잣대인가”라며 “사실을 은폐해놓고 이토록 뻔뻔할 수 있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천공이 아닌 백 교수가 방문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경찰 수사 결과를 두고 풍수지리학자가 국정에 개입했다며 연일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대통령 관저 졸속 이전 과정서 풍수지리가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는데 지금까지 대통령실은 각종 의혹에 관해서 백모씨는 빼고 진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도 백 교수의 현장 방문과 자문 사실에 관해서 부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백 교수를 ‘풍수지리학계 권위자’라며 민주당의 대통령 관저 관련 공세를 두고 ‘억지 프레임’이라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천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천공이라고 얘기한 사람들에게 사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백재권씨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가서 그냥 조언해줬을 뿐이고 외교부 장관 공관(현 대통령 사저)가 좋다는 조언은 하지도 않았다”며 “백 교수 조언을 듣고 육군참모총장 공관서 외교부 장관 공관을 옮겼다는 말도 사실이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로 청와대 이전 TF는 백 교수의 풍수지리학적 견해를 참고차 들은 것”이라며 “그러나 최종 관저 선정은 경호·안보·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 심지어 백 교수의 의견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힌 바 있다. 

“마스크 밑으로 흰 수염 봤다” 
알고 보니 비슷한 외모 백 교수

실제로 백 교수는 대통령 관저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청와대 이전 TF로부터 보고를 듣고 현재의 외교부 장관 공관 자리를 직접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군사기밀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천공의 대통령 관저 사전 답사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인물이다. 부 전 대변인은 천공이 아닌 백 교수가 공관을 다녀갔다는 정황을 두고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부 전 대변인은 책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의혹>을 펴내면서 논란이 일었다. 저서는 천공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직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를 다녀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민사25-3부(재판장 정종관)는 정부가 부 대변인 저서의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도서출판·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항고에 일부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총 400쪽 중 6쪽 분량을 삭제하지 않으면 책을 출판·판매·배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삭제하라고 명령한 6쪽 분량에 천공 의혹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있지 않았다.

정부는 “책 전체의 출판, 인쇄, 복제 등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군사기밀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한 채 출판을 허용하는 것으로 가처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과 천공 의혹 및 관련 발언을 최초 보도한 언론 매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논란이 불거지는 와중에도 백 교수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때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 관저 이전을 추진할 당시 풍수지리 전문가인 백 교수를 불러 풍수상 문제는 없는지 전문가 소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과?
영부인과?

여야는 백 교수를 두고 ‘무속 공방’에 다시 불을 지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씨도 백 교수에게 관상을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주장해온 무속인 국정 농단 프레임이 아닌 풍수지리에 관한 조언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 석사와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관상학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서 유력 대선후보와 국내외 지도자의 관상을 동물에 빗댄 칼럼이 처음 화제를 모았다. 백 교수는 2018년에도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주변 4강 정상 관상을 주제로 미국 언론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의 아시아지국장과 대담도 했다고 알려졌다.

백 교수는 2021년부터 <여성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그는 ‘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이라는 칼럼서 여러 정·재계 인사의 관상을 언급했다.

지난해 3월에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의 관상을 분석하며 장단점을 꼽았다. 해당 매체는 “필자는 여야 유력 대선후보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물론, 부인들의 관상을 직접 보고 조언을 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당시 이 대표의 관상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살쾡이 관상이다. 살쾡이는 살벌한 야생에서도 살아남는다”며 “이재명이 거짓과 위선이 판치는 현대 정치판서 손해 볼 일은 없다. 홀로 자수성가해 여당의 대선후보가 된 인물이다. 그만큼 대단한 관상을 지녔다”고 말했다.

당시 또다른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에 대해선 “윤석열 후보는 ‘악어 관상’이다. 악어는 파괴력과 생존력이 갑인 동물”이라며 “시대에 부름을 받은 관상”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백 교수는 “악어 관상 자체가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할 만큼 극히 드문 관상이다. 희귀한 만큼 국가에 큰 공적을 남긴다”며 “우리나라가 국운이 좋아지려고 윤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라고 호평했다.

백 교수는 2017년 대선 결과를 예측했던 사례도 소개했다.

정치가와
풍수지리

그는 “누가 영부인이 될지를 주제로 <중앙일보>에 칼럼을 쓸 기회가 있어서 대선후보들의 배우자 관상을 보기 위해 먼저 김정숙 여사를 본 적이 있다”며 “보자마자 영부인이 되겠다는 것을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가 영부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다른 후보 배우자의 관상은 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데일리안>과 한 인터뷰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유를 두고 선영을 지목했다. 선영은 조상의 묘를 뜻한다. 백 교수는 “2016년 7월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가진 식사 자리서 10월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듬해 3월까지 가는데, 그 사이에 박 대통령이 살기를 맞아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까지 얘기했다”며 “(관계자가)엄청나게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원인은 두 가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상을 보고 ‘위기가 와서 살기를 맞겠구나’ 한 것이 있고, 박 대통령의 조상 선영 묘가 대통령은 나오는데 죽는 자리라 박정희 대통령처럼 죽는 위기까지 갈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각 대선후보의 선영을 찾아 풍수지리를 살폈다. 앞서 백 교수는 일부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서도 정치인의 선영 위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정운영에 풍수지리가가 관여하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억지 무속 프레임’이라고 되받아쳤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대통령의 관저를 선정하는 것은 개인이 부동산을 둘러보러 다니는 것이 아닌 중대한 국정 사안”이라며 “이를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어 결정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지난해 대통령 관저 이전에 역술인이 개입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다 가짜 뉴스로 드러나자 입장을 바꿨다”며 “민주당은 ‘풍수전문가가 조선시대 궁궐을 정하듯 관저를 정했다’며 비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정부 당시 추진했던 신 행정수도 이전 과정서도 풍수지리 전문가들이 참석했던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며 “2004년 발간된 신 행정수도 백서에 있는 85명 자문위원단 중 풍수지리가 전문가인 이대우 서문풍수조경연구소 대표와 김두규 우석대 교수가 포함돼있다”고 꼬집었다.

야 “국정운영에 풍수지리가 관여 비정상”
여 “이 대표도 만났다…억지 무속 프레임”

정치와 풍수지리는 역사적으로 사이가 깊다. 2002년 12월 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서 앞다퉈 풍수지리가 좋은 지역으로 선영을 옮기거나 이사를 가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대는 한때 ‘정치인 주거 1번지’로 불렸다. 그러나 평창동에 거주하던 정치인이 잇따른 불운을 겪었다. 문민정부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최형후 전 내무부 장관과 김영삼정부 시절 총무처 장관을 지낸 서석재 전 의원이 와병 등 뜻하지 않는 불운을 겪었다. 이들은 당시 평창동에 거주하던 정치인이다.

두 전 의원은 거주 지역이 풍수지리가 나빠 떠나는 게 좋겠다는 승려의 조언을 듣고 평창동을 떠났다. 당시 이사를 검토 중이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평창동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지만 풍수지리 때문에 사실상 이사를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각 정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들은 청와대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청와대 자리가 풍수지리상 기가 강해서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을 겪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백 교수가 관저 풍수를 봐준 것에 대해 신평 변호사는 민주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정부 때 세종시 선정 과정서 자문위원으로 풍수지리가 몇 명을 버젓이 공식적으로 임명한 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다.

신 변호사는 백 교수와 만났을 때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당선인 신분으로 있을 때였다. 내 친구에게 어떤 관상가가 급히 찾아왔다”며 “그의 말은 ‘당선인은 범의 상이다. 그는 앞만 보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임기 중 변을 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데 당신은 오랑우탄의 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랑우탄은 항상 앞뒤를 번갈아보며 살핀다. 당신이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가 되면 그 변을 미리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신통방통
미래예측?

그러면서 “(내 친구는)박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말이 있었다가 다른 사람으로 결정됐고, 그 후 다 아는 대로 탄핵의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며 “김무성이라는 다른 호랑이가 박근혜 호랑이의 뒤에 갑자기 다가가 목덜미를 물어서 죽인 것으로 탄핵을 풀이했다고 한다. 그 관상가가 백재권 선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용산으로의 대통령실 이전 과정서 백재권 선생이 자문한 일로 몹시 시끄럽다”며 “민주당이 이를 정쟁의 불쏘시개로 삼고 있으나, 민주당이 저지르는 내로남불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ojh34522@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무속인 국정 농단, 민주당 주장하는 이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직전까지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관련해 ‘무속 의존’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민주당은 정권을 되찾았다.

민주당은 정권이 바뀌자 ‘무속인 국정 농단’을 앞세워 질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경선 후보 시절 TV 토론서 자신의 손바닥에 적힌 ‘왕’자가 세 차례 보여 논란이 됐다.

이에 민주당은 “최순실이 떠오른다”며 주술 논란을 앞세워 비판했다.

윤 대통령정권 출범 이후에도 무속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난 도사와 이야기 좋아해”
논란 불 지핀 김건희 녹취록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모씨는 과거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선대본부를 방문한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는 등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을 통해서도 무속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나는 영적인 사람이라 도사들과 삶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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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