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은 조각(爪角). 한때 ‘손톱’으로 불리던 그녀는 40여년간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으며, 날카롭고 빈틈없는 깔끔한 마무리로 ‘방역작업’을 처리해왔다. 하지만 몸도 기억도 예전 같지 않게 삐걱거리면서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는다.
한편 노화와 쇠잔의 과정을 겪으며,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평생을 되뇌어왔지만, 마음속에 어느새 지키고 싶은 것이 하나둘 생겨난다.
‘파과’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다. 부서진 과일, 흠집 난 과실이 그 첫 번째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 나이 16세 이팔청춘, 즉 가장 빛나는 시절을 뜻한다.
우리 모두 깨지고 상하고 부서져 사라지는 ‘파과(破果)’임을 받아들일 때, 주어진 모든 상실도 기꺼이 살아내리라 의연하게 결심할 때 비로소 ‘파과(破瓜)’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처럼 소설 <파과>는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뜨거운 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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