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송대 총장 사태’ 1년 교육부 이상한 대처

후속 조치 물었더니…3줄짜리 답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고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울렸다. 직접 소리 내서 알린 사람도 있다.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촉구됐다. 정부 기관에 신고가 접수됐고 시민단체의 형사 고발이 이어졌다. 정치권서도 좌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총장을 둘러싼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학교 내부의 자정작용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국립대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교육부 역시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지난해 4월 <일요시사> 보도(1369호 <단독> 방송대 총장 알박기? 교육부 이중잣대 추적) 이후 이미 1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

총장 되면
면죄부?

불씨는 그보다 앞선 총장 선거 때부터 있었다. 총장 임명권이 이사장에게 있는 사립대와는 달리 국립대는 교육부와 청와대의 결정이 총장 임명 시 중요하다. 대학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1~2순위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서 검증한 후 교육부 인사위원회를 거쳐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최종 임명 여부는 국무회의서 결정된다.  

고성환 방송대 총장은 2021년 11월 총장추천위원회가 진행한 선거를 통해 1순위 후보자로 결정됐다. 이후 지난해 2월 교육부의 임용 제청을 거쳐 같은 해 3월 국무회의를 통해 총장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막바지에 총장으로 발령나면서 ‘문재인정부 마지막 알박기 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는 고 총장의 자질은 물론 임명 과정서 불거진 의혹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고 총장은 ▲겸직 위반 ▲세금 체납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총장 선거가 진행될 무렵부터 방송대 내부서 관련 의혹에 관한 소문이 불거졌다.


교육부는 방송대 종합감사 시기(2021년 10월25일~11월5일)에 고 총장과 관련된 논란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대 관계자는 “고 총장은 최소 10년 이상 겸직한 사실을 숨겼다. 채무 문제로 급여까지 압류당하다가 총장 후보자로 선출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정리했다. 국립대 총장을 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며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전부 알고 있었음에도 그를 총장으로 제청했다. 가장 말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고 총장은 방송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4년 5월 설립된 한 주식회사의 이사, 대표이사, 사내이사 등을 지냈다. 방송대 전임교원 임용계약서에 따르면 교수는 ‘교육공무원’이다. 공무 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국가공무원법 64조 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

문제 제기했다 인사조치
권익위 “복직+임금 보전”

해당 회사는 2017년 12월에야 해산됐다. 그 사이 고 총장은 교무부처장, 인문대학장 등의 보직을 맡았다. 고 총장의 겸직 사실은 총장 선거에 이를 무렵에야 알려졌다. 여기에 회사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세금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지방소득세 등 38건, 총 4200만원의 세금을 체납한 것.

또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서 대출을 받아 10억원 이상의 채무가 발생했다. 원금과 이자가 더해진 액수로 고 총장은 당시 회사의 연대보증인이었다. 방송대는 국립대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대한민국’이 제3채무자로 지정된다. 고 총장의 급여에 말 그대로 ‘압류 딱지’가 붙은 이유다.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 총장은 방송대 제8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고 총장의 임명은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교육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끄집어 올렸다. 방송대 총장 선거 전에 종합감사를 진행한 점, 종합감사 시기에 다양한 경로로 민원이 제기된 점으로 미뤄봤을 때 교육부는 고 총장에 대한 의혹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보는 의견이 대다수다.


하지만 교육부는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거쳐 고 총장을 임용 제청했다. 당시 교육부 차관은 정종철 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다. 지난해 2월 방송대 관계자는 정 전 차관을 만나 고 총장에 대한 의혹을 언급했다. 그로부터 2주 뒤 교육부는 고 총장에 대한 임용 제청을 진행했다. 

교육부가 앞장서서 고 총장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 전 차관은 <일요시사> 보도 이후 방송대 관계자와의 통화서 ‘인사혁신처’를 언급했다. 정 전 차관은 “인사위원회가 되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인사혁신처가 그렇게 통보해 오는데…. (중략)”라고 말했다. 

논란·의혹
대부분 인정

당시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에 “(인사혁신처에서는)행정 절차를 진행할 뿐 국립대 총장 후보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총장 임용 제청 여부는 교육부서 인사혁신처로 전달하는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정 전 차관의 발언과 배치되는 지점이다. 

<일요시사> 보도로 총장 임용 과정이 ‘교육부-인사혁신처-청와대’가 아니라 ‘청와대-인사혁신처-교육부’로 이어지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방송대 이외의 다른 국립대서 일어나고 있는 교육부의 총장 임명 거부와 관련해서도 의심의 목소리가 나왔다. 어떤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방송대 총장 논란을 대하는 교육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사태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지난 1년여간 방송대 관계자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에서 고 총장 임용을 두고 다양한 방식의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이 과정서 강문희 방송대 전 부산지역대 학장(행정학과)은 보직해임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강 교수의 인사 발령 소식은 지난해 6월 방송대 앞에서 ‘고성환 총장 퇴진’을 외친 집회 당일 학내 게시판을 통해 알려졌다. 강 교수는 보직해임 조치 과정서 방송대 측이 사유를 밝히거나 공식적으로 통보하는 등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방적인 인사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강 교수가 고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신분보장 등 조치’ 신청과 관련해 “부산지역대학장 보직을 다시 부여하고 보직해임으로 인해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또 강 교수에게 불이익 조치를 가한 고 총장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소송서도
다 이겼다

강 교수에 대한 인사발령 조치가 문제 제기로 발생한 일종의 보복 조치였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고 총장은 권익위 결정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1월31일)에 이어 항고심(5월19일)까지도 권익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고 총장은 권익위의 결정을 현재(지난달 30일 기준)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학내 인사의 문제 제기, 시민단체의 형사고발, 정부 기관의 결정 등 고 총장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수차례에 걸쳐 울리고 있는 경고음에 오로지 교육부만이 침묵을 지키는 모양새다. 급기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고 총장 관련 논란이 언급되는 등 정치권의 목소리가 들어간 상황서도 교육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19일 국회 교육위원회서 방송대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정경희 의원은 고 총장에 대한 논란을 언급한 뒤 ▲겸직 허가를 받았는지 ▲이로 인해 징계나 처벌을 받았는지 등을 질의했다. 고 총장은 정 위원의 질문에 모두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논란을 일부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고 총장은 총장 사퇴 의사를 묻는 말에는 “답변을 곧바로 드리기 좀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선거 과정서 방송대 구성원이 해당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런 상황서도 자신을 총장으로 뽑아줬기 때문에 사퇴 문제는 구성원의 의견을 따라야 된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국감서 언급
“수사 결과 보겠다”

정 위원은 “교육부는 방송대 총장 임명 과정서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 그리고 최근 제기된 직권남용 의혹 등 비리 의혹을 세밀히 감사해야 할 것”이라며 당시 국감에 참석한 김일수 고등교육정책실장을 향해 방송대 감사 계획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실장은 검토해서 보고하겠다는 답변을 남겼다. 

그로부터 8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교육부는 고 총장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 질의에 대한 교육부 답변서는 단 3문장으로 구성됐다. 정 의원실은 지난해 국감 이후 교육부의 조치에 대해 총 4가지 질의를 보냈다.

‘방송대 관련 2022 국정감사 후속 조치’와 관련해 ▲2022 교육부 등 국정감사에서 정경희 의원이 지적한 방송대 고성환 총장의 각종 비리와 관련한 교육부의 후속 조치 상세내역 ▲2022 국정감사 이후 고성환 총장과 관련해 교육부와 방송대 간 주고받은 공문 사본 일체 ▲2022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정종철 전 교육부 차관의 방송대 관계자 회유(고성환 총장 관련 건) 관련 교육부의 후속 조치 상세 ▲고성환 총장의 인사전횡(비리행위를 비판한 고속 교수에 대한 부당한 징계)과 관련한 세부 다툼 경과, 교육부의 조치 상세 등이다.


교육부는 정 의원실의 질의에 “의원님께서 요구하신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 드립니다” “요구내용에 대해 해당 내용이 없습니다” “현재 관련 내용은 경찰에서 수사 중에 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를 검토할 예정입니다”라고 답했다.

시민단체 등에서 진행한 고 총장, 정 전 차관 등에 대한 고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감독 기관이
남의 일처럼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했고 인사 조치까지 당한 강 교수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강 교수는 “고 총장이 국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부분 인정했다. 고 총장에 대한 교육부의 인사 검증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 아닌가. 방송대 총장 사태서 교육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의원실에 한 답변만 보면 마치 제3자처럼 굴고 있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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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