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안철수 테마주’ 땜에 쪽박 찬 사연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5: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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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때밀이로 번 생명줄 같은 돈인데…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증권가에 모럴해저드 ‘광풍’이 불고 있다. 벤처 대부였던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이 ‘안철수 테마주’로 부각돼 주식가치가 급등하자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모조리 팔아넘겨 막대한 차익을 챙긴 것이다. 안철수 대선후보가 출마선언을 하기 꼭 5일전이었다. 눈뜨고 코가 베인 개미투자자들은 분노했다. 전형적인 ‘막장드라마’를 향해가고 있는 미래산업 스토리를 들여다봤다.

“2100원에 그동안 목욕탕 때밀이해서 번 돈 4100만원 부었다가 이게 무슨 낭패입니까? 저는 4100만원 벌기 위해서 4년을 고생했는데 현재 1470만원. 앞으로 어떻게 살지 억장이 무너집니다. 손녀 2명과 지하 전세방에서 사는 딸이 ‘아빠, 돈 1000만원만 빌려줘’ 할 때 빌려 줄 것을….”

“제발 팔게 좀 해주시지. 결혼자금 다 날리겠다. 사무실에 앉아서도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명절에 부모님, 조카들 용돈은커녕 받아야 할 지경이네.”

“지금 죽으러 갑니다. 평단(평균 매수단가) 2062원. -65.32%. 고통 없이 편하게 죽는 방법 알려주세요.”

개미투자자들 ‘멘붕’

최근 미래산업 투자자들의 ‘멘붕(멘탈붕괴) 스토리’가 온라인 주식투자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벤처황제주이자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미래산업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각 포털사이트 미래산업 주식 게시판 종목 토론방에는 개미투자자들의 눈물 섞인 사연이 1분 단위로 업데이트 된다. 하루 게시글만 수천 건에 달한다. 매도주문은 연일 쇄도하는 가운데 매수주문이 없어 발목이 잡혔다는 사연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진행상황 분석 등도 전해지고 있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200원대의 ‘동전주’에 불과했던 미래산업 주가는 최대주주인 정 고문이 안철수 대선후보와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직상승했다. 안 후보가 정 고문이 낸 300억 기금으로 만들어진 ‘KAIST 정문술 석좌교수’를 지냈다는 점, 안 후보가 정 고문을 ‘멘토’로 꼽은 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8월 한 달 사이 미래산업 주가는 상한가만 9번 기록했고, 10% 이상의 급등도 3번을 기록하면서 무려 400% 가까이 올랐다. 평균 5000만 주에 불과하던 하루 거래량이 1~2억 주로 치솟았다.

개미투자자들도 눈이 휘둥그레지며 따라붙기 시작했다. 모아둔 결혼자금, 전세금,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투자를 감행한 사람도 있었다. 매출액 192억원에 영업손실 50억원. 올해 상반기 미래산업 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고 올라갔다.

이 와중에 사건이 터졌다. 지난달 13일 갑자기 상승폭이 줄어들더니 다음 날인 14일, 최대주주인 정 고문은 자신의 보유지분을 모두 팔았다. 단 하루 주식매매로 400억 원을 현금화했다. 테마주로 부각되기 전 정 고문의 지분가치는 불과 70억원 안팎.

그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 양분순씨도 보유 중이던 139만여 주를 1900원대에 나란히 팔아치웠다. 권순도 대표와 권국정 사외이사 등 주요 임원들도 주식매도에 동참했다. 정확히 안 후보의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 5일 전이었다.

“철수와 인연” 소문만 있어도 테마주 둔갑
조직적이고 계획적이었던 ‘먹튀’ 시나리오


개미투자자들은 뒤늦게 “대주주와 이사들, 세력 간의 철저한 계획하에 마무리된 시나리오”라고 분노했다.

“9월 3일 정기훈 전무이사 5만7980주 매도, 10일 김효원 이사 2만7000주 매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력물량정리가 들어간다. 1차적으로 13일 세력의 일부가 매도되고, 2차적으로 14일 대주주 외 3명의 물량을 장내 매도한다. 공시는 5거래일 안에만 하면 되니 3차적으로 17~18일 마지막 세력들의 물량이 정리된다. 17일 엄청난 물량을 장내매도 하기 위해서 ‘이사 5명의 주식매수공시’를 내고 이는 세력과 대주주 물량을 매도하기 위해 사전에 공시 낼 목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는 19일, ‘최대주주변경’ 공시가 뜬다. 이후 주가는 급락수준으로 빵빵 떨어졌다. 2000원을 넘었던 주가는 순식간에 600원대로 하락. 결론은 이제 세력은 굿바이. 남은 건 미련을 남기고 매각 안하고 오르겠지 하고 기다린 개미들만 몰렸다. 추석까지는 하한가 칠 것 같고 그 후로도 미래산업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 되자, 투자자들은 ‘개미지옥에 빠졌다’며 연일 단체행동을 소집하고 있다. ‘미래산업소액주주연합’이라는 카페에는 이미 하루만에 300여 명이 가입했고 소액주주운동을 대행해주는 네비스탁에 의뢰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이미 지분 300만 주를 모집했다.

투자자들은 “네비스탁을 통해서 소액주주연합의 최대주주 등재로 주가상승을 견인한 기업이 있다”며 “지분확보 600만 주 이상이 이루어지면 네비스탁에서 최대주주 공시를 도와줄 것이고 일단 최대주주로 등재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자”고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24일 정치테마주에서 발생한 손실의 99% 이상을 개인투자자가 떠안았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정 고문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행위 자체는 도덕적 문제일 뿐 법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기 때문.

이와 관련해 정 고문이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미래산업을 도박장으로 만든 정치테마주 투기꾼에게 경고를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밝히자 개미투자자들은 더더욱 멘붕에 빠지고 있다.

작전, 테마주의 말로

한 투자자는 “경기침체로 가계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주식으로 작게나마 보탬이 되려고 했는데 씁쓸하다. 주식을 하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느낀 점이 많다. 사람들이 욕심을 많이 부릴수록 시장은 개판이 된다는 것이다”라고 털어놨다. 

두 번의 사업실패로 가족들과 함께 동반자살까지 결심했던 정 고문. 그랬던 그가 만들어낸 막장드라마 치고는 너무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고 있다. 돈 앞에 장사 없다더니 돈 앞에는 벤처대부도 어쩔 수 없나보다.

<정문술 고문 ‘파란만장 인생사’>

두 번의 사업실패…자살결심까지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1938년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에서 태어난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 그는 40대 중반에 18년간 몸담았던 중앙정보부 과장직에서 강제 퇴직 당한 뒤 전 직장동료의 소개로 풍전기공이라는 금형회사에 퇴직금의 반을 투자해 동업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그 후 1983년 전세금 3000만원짜리 공장을 얻어 미래산업을 창업했다. 그러나 사업 초기 부푼 꿈으로 도전한 첨단 웨이퍼(반도체의 가장기본소자인 웨이퍼의 불량 여부를 검사 하는 것)는 18억원이란 빚만 남긴 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기계는 만들어졌으나 웨이퍼검사 시간이 숙달된 기술자보다 4배나 걸렸던 것. 두 번째 실패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이때 정 고문은 가족과 동반자살까지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의 축적된 기술을 이용해서 재기를 결심했고 ‘테스트 핸들러’라는 반도체 불량검사 장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반도체 업체들이 전량을 수입해오던 이 장비의 개발은 미래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01년 63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과감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회장직을 은퇴하면서 후학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자신의 재산 중 300억원을 KAIST에 기부해 화제를 모으기도했던 그는 이번에 최대주주 지위만 유지하던 미래산업 지분의 전량을 매도하면서 다시 한 번 화제의 인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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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