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워너비그룹 실체 <일요시사> 단독 보도 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6.07 11:20:03
  • 호수 1430호
  • 댓글 1개

370개 언론사가 전 세계에 보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워너비그룹의 거짓말이 끝도 없다. 이들은 대대적인 광고로 투자자들을 모집한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60~70대 노년층들이라, 워너비그룹의 거짓 광고를 그대로 믿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거짓으로만 살 순 없다. 끝도 없이 쌓아올린 거짓말의 탑이 무너질 때가 왔다.

다단계는 판매업자에 속한 판매원이 특정인을 하위 판매원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특징을 띤다. 판매원 가입은 3단계 이상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판매업자가 판매원에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단계도 불법이 있다. 이는 ▲다단계판매업등록증 및 등록번호가 없거나 불명확한 경우 ▲후원수당 산정·지급기준 등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다단계판매원등록증, 다단계판매원 수첩 등을 주지 않거나 부실한 것을 주는 경우 ▲판매가격이 160만원(부가가치세를 포함)을 넘는 고가의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다.

사업자 모집
딜러 역할은?

이 외에도 ▲재화 등의 반품 및 환불규정이 명확하지 않거나 지켜지지 않는 경우 ▲후원수당비율이 지나치게 높은(판매원에 대한 재화등 공급가격의 35%를 초과) 경우 ▲폭력, 강압이나 그 밖에 반강제적·위협적인 수단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 ▲가입비 명목으로 1만원 이상을 요구하거나 판매원 가입조건으로 5만원 이상의 물건을 구입하게 하는 경우 ▲사람을 가입시키는 행위만으로도 수입이 발생되는 경우 등이 있다.

워너비그룹도 여기에 해당된다. 우선 다단계판매업등록증이 없고, 사람을 가입시켜야 수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수익 때문에 말이 많다.


이유는 처음과 말이 다른 수익률 때문이다. 워너비그룹은 사업자를 모집한다는 명목으로 딜러를 모집한다. 딜러는 55만원 이벤토플랫폼 광고 이용권을 구매해야 하며, 구매 금액에 따라 직급이 나뉜다. 딜러 55만원, 팀장 330만원, 본부장 2365만원, 이사 1억5180만원이다. 

워너비그룹은 “딜러는 추천수당, 보너스 코인 지급, 에코맥스 교환권과 매일 수당이 지급된다. 이 밖에도 계열사 제품을 원가로 구매 가능하고, 대리점을 운영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이런 식으로 투자했지만 돌려받는 것은 몇 백원이 고작이다. 워너비그룹에 가입한 사람들은 “몇 백만원을 투자했는데 80원 받았다” “4일간 294원이 들어왔는데 1만원이 넘어야 출금할 수 있어서 출금도 못한다” “다 그만두고 싶은데 받은 게 너무 적어서 참고 있다. 내가 소개한 사람들은 환불 신청했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강남 빌딩에 홍보한 내용 보니…
‘에어돔’ 바나나 숲은 언제 완공?

또 지난달 15일부터는 포인트 카드 교환소 서비스를 개시하더니, 같은 달 29일부터는 현금으로 주던 수당을 포인트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도 워너비그룹은 알맹이 없는 광고만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빌딩에 옥외광고를 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 광고는 “워너비그룹 전영철 회장 전 세계 언론 타전! 워너비그룹 전영철 회장 사회적 가치 경영 실천 확대 예정, ABC, FOX, <야후파이낸스> 외 370여개 전 세계 보도! ‘<중앙일보>’ 외 100여개사 국내 언론 보도! 전 세계 사회적 가치 경영을 통한 전문경영 확대 예고. WANNABE GROUP”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워너비그룹의 해당 홍보 광고에는 거짓말이 숨겨져 있다. 우선, ABC, FOX, <중앙일보>에는 워너비그룹의 기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앙일보>에는 ‘최근 다단계 사기 의혹을 받는 워너비그룹’이라는 기사가 있다. 워너비그룹 기사가 실린 언론사는 <미주중앙일보>다. 옥외광고 영상도 <중앙일보>가 아닌 <미주중앙일보>인데, 워너비그룹은 <중앙일보>서 기사가 난 것처럼 광고했다.


<야후파이낸스>에는 워너비그룹 기사가 있었지만, 이 기사는 기자가 취재해서 쓴 것이 아니었다. PR뉴스와이어 홍보회사가 제공한 보도자료를 언론사가 그대로 게재한 것이다. 이마저도 현재는 <미주중앙일보>와 <야후파이낸스>의 홍보 기사도 내려간 상태다. 

워너비그룹은 ‘거짓말 광고’를 대대적으로 자행했다. 이런 거짓말은 인터넷 검색만으로 사실 확인이 가능하다. 이같은 뻔한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워너비그룹 투자자 대부분이 60~70대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4월5일 ‘불법 다단계 워너비그룹 충격 실체(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8892)’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전 회장이 세종시 한 교회의 담임목사로, 워너비그룹에 교회 목사·권사·장로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보도했다. 이후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교회 교인은 100% 워너비그룹 투자자였다.

수상한 
광고들

결국 워너비그룹은 대부분 고령층 교인으로 이뤄져 있어서 이런 식의 거짓말이 통했던 것이다. 이런 거짓말만 한 것이 아니었다.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31일 워너비그룹 회원 강의서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전 회장은 “여기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월드컵경기장이 있다. 그곳에 2300평 과수원을 빌렸다. 거기다 1000평 에어돔을 건축하려고. 에어돔은 비닐하우스처럼 철대가 있다. 현재 전남 담양에 1000평 에어돔이 있는데, 비닐이 두 겹이다. 우리는 에어돔을 만들어서 그 안에 300평은 바나나 농사를 지을 것이다. 그리고 바나나 숲 한가운데 세미나실을 만들어서 2000명이 동시에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월 말(지난 1월) 계약한다. 이게 만들어지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비닐은 무거운데, 이 무게는 강한 내부 기압이 견딘다. 그래서 에어돔 안에 들어가 있으면 호흡이 편하고 혈액순환이 빠르게 된다. 한번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산소량이 늘어나서 그렇다. 아주 안락하고 편한 장소다. 세미나가 없을 때도 안에 들어가 있으면 건강에 좋다. 거기서 고기도 구워 먹고, 커피도 마시고, 대화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나나 숲에서 대화하는 것 얼마나 좋냐”고 설명했다.

지난 3월27일 강의에선 “토목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4월 말 완공이 목표다. 구청하고 허가 문제로 논의한다고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이제 토목공사만 하면 에어돔 공사는 사흘 만에 완공된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 강의는 유튜브 ‘워너비그룹OFFICIAL’ 채널에 올라가 있고, 이 영상에는 “회장님. 워너비그룹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흉내낼 수 없는 선한 기업이니 승승발전할 것입니다” “목사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주님이 함께하시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목사가 대표 
장로가 간부

<일요시사>가 해당 땅 주인에게 확인해본 결과, 현재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었고 언제 완공되는지 알지 못했다. 지번(땅 주소)을 검색해보니 에어돔과는 상관없는 ‘워너비렌트카’로 등록돼있었다. 심지어 해당 땅은 지목이 과수원이어서 토지전용 및 형질변경을 신청해야 차고지로 사용 가능한 곳이었다. 

에어돔 완공 목표 날짜인 4월 말을 기준으로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워너비그룹은 이 부분에 관한 어떠한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워너비 그룹이 홍보한 것 중 의심스러운 정황은 또 있다. 전 회장은 지난 3월31일 국제구호기구의 부총재로 정식 취임했다. 캥거루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 회장이 부총재로 취임하면서 저소득층 위기가정 청소년과 노인 등을 대상으로 다각적 나눔을 펼친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다.

해당 기사에서는 워너비그룹과 국제구호기구가 캄보디아, 아프리카, 태국, 인도, 미얀마, 필리핀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의 빈곤한 가정의 긴급구호와 보건, 교육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부총재로 임명되면서 “가정폭력으로 방치되는 아이가 국내에만 5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워너비그룹은 국제적으로 정상적인 가정과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을 지켜주기 위해 국제구호기구와 함께 성실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에 “안티가 공격한다”
벌써 명의 도용만 3번째인데…

전 회장은 워너비그룹 강의서 “24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서 국제구호기구 행사를 한다. 내가 부총재로 참여하는 행사다. 다음달 21일에는 경희대 대강당서 4000명을 모아 트로트가수를 불러 행사한다. 그러나 워너비그룹을 음해하는 안티가 방해할 수 있어 자세한 행사 계획은 밝히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 의원회관은 국회의원들이 사용 가능한 장소로, 일반인이 대관해 발대식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회 관계자는 “국제구호기구 발대식 일정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 취재원도 <일요시사>에 “경희대학교서 행사를 하려면 평화의전당밖에 없는데 거긴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하고 사업자번호도 필요하다. 대관료는 1500만원이며 아무나 빌릴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구호기구 홈페이지에 기재된 사무실은 두 곳이다. 한 곳은 서울시 송파구며, 다른 한 곳은 경북 상주시다. 두 장소를 국민신문고에 문의한 결과 “국제구호기구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상주시 주소에는 집기와 박스만 쌓여 있고 사무실로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제구호기구 사업자등록 주소는 경북 상주시의 다른 지역으로 폐교로 사용되는 장소다.

그렇다면 서울 사무실서 업무를 하는 것일까? 서울 사무실 주소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는 미용실, ○○의명학회, 인라인 스케이팅 상가만 있다. 어디에도 국제구호기구 간판을 찾아볼 수 없다.

거짓말이 끝도 없다. 이번에는 전 국무총리 이름도 들어가 있다. 전 회장은 지난달 25일 ‘동반성장과 따뜻한 자본주의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강남구 논현동 아모리스 역삼점서 포럼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때 전 회장의 첫 번째 특강 주제는 ‘마약 없는 세상 만들기’였다. 두 번째 특강이 정운찬 전 국무총리(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로 ‘강중국가 진입을 위한 비전과 과제’였다. 워너비그룹은 해당 포럼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참여하는 사람에겐 워너비 그룹 포인트 카드도 증정했다. 

끝없는
피해자

하지만 이날 정 전 국무총리는 해당 행사에 불참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추후에도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동반성장위원회 명칭이 사용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워너비그룹이 이런 식으로 명의를 도용한 곳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동반성장위원회까지 총 3곳이다.

명의도용 사실 확인을 위해 <일요시사>는 워너비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했지만, 워너비그룹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현재 워너비그룹 피해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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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