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워너비그룹 실체 <일요시사> 단독 보도 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6.07 11:20:03
  • 호수 1430호
  • 댓글 1개

370개 언론사가 전 세계에 보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워너비그룹의 거짓말이 끝도 없다. 이들은 대대적인 광고로 투자자들을 모집한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60~70대 노년층들이라, 워너비그룹의 거짓 광고를 그대로 믿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거짓으로만 살 순 없다. 끝도 없이 쌓아올린 거짓말의 탑이 무너질 때가 왔다.

다단계는 판매업자에 속한 판매원이 특정인을 하위 판매원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특징을 띤다. 판매원 가입은 3단계 이상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판매업자가 판매원에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단계도 불법이 있다. 이는 ▲다단계판매업등록증 및 등록번호가 없거나 불명확한 경우 ▲후원수당 산정·지급기준 등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다단계판매원등록증, 다단계판매원 수첩 등을 주지 않거나 부실한 것을 주는 경우 ▲판매가격이 160만원(부가가치세를 포함)을 넘는 고가의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다.

사업자 모집
딜러 역할은?

이 외에도 ▲재화 등의 반품 및 환불규정이 명확하지 않거나 지켜지지 않는 경우 ▲후원수당비율이 지나치게 높은(판매원에 대한 재화등 공급가격의 35%를 초과) 경우 ▲폭력, 강압이나 그 밖에 반강제적·위협적인 수단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 ▲가입비 명목으로 1만원 이상을 요구하거나 판매원 가입조건으로 5만원 이상의 물건을 구입하게 하는 경우 ▲사람을 가입시키는 행위만으로도 수입이 발생되는 경우 등이 있다.

워너비그룹도 여기에 해당된다. 우선 다단계판매업등록증이 없고, 사람을 가입시켜야 수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수익 때문에 말이 많다.

이유는 처음과 말이 다른 수익률 때문이다. 워너비그룹은 사업자를 모집한다는 명목으로 딜러를 모집한다. 딜러는 55만원 이벤토플랫폼 광고 이용권을 구매해야 하며, 구매 금액에 따라 직급이 나뉜다. 딜러 55만원, 팀장 330만원, 본부장 2365만원, 이사 1억5180만원이다. 

워너비그룹은 “딜러는 추천수당, 보너스 코인 지급, 에코맥스 교환권과 매일 수당이 지급된다. 이 밖에도 계열사 제품을 원가로 구매 가능하고, 대리점을 운영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이런 식으로 투자했지만 돌려받는 것은 몇 백원이 고작이다. 워너비그룹에 가입한 사람들은 “몇 백만원을 투자했는데 80원 받았다” “4일간 294원이 들어왔는데 1만원이 넘어야 출금할 수 있어서 출금도 못한다” “다 그만두고 싶은데 받은 게 너무 적어서 참고 있다. 내가 소개한 사람들은 환불 신청했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강남 빌딩에 홍보한 내용 보니…
‘에어돔’ 바나나 숲은 언제 완공?

또 지난달 15일부터는 포인트 카드 교환소 서비스를 개시하더니, 같은 달 29일부터는 현금으로 주던 수당을 포인트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도 워너비그룹은 알맹이 없는 광고만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빌딩에 옥외광고를 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 광고는 “워너비그룹 전영철 회장 전 세계 언론 타전! 워너비그룹 전영철 회장 사회적 가치 경영 실천 확대 예정, ABC, FOX, <야후파이낸스> 외 370여개 전 세계 보도! ‘<중앙일보>’ 외 100여개사 국내 언론 보도! 전 세계 사회적 가치 경영을 통한 전문경영 확대 예고. WANNABE GROUP”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워너비그룹의 해당 홍보 광고에는 거짓말이 숨겨져 있다. 우선, ABC, FOX, <중앙일보>에는 워너비그룹의 기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앙일보>에는 ‘최근 다단계 사기 의혹을 받는 워너비그룹’이라는 기사가 있다. 워너비그룹 기사가 실린 언론사는 <미주중앙일보>다. 옥외광고 영상도 <중앙일보>가 아닌 <미주중앙일보>인데, 워너비그룹은 <중앙일보>서 기사가 난 것처럼 광고했다.

<야후파이낸스>에는 워너비그룹 기사가 있었지만, 이 기사는 기자가 취재해서 쓴 것이 아니었다. PR뉴스와이어 홍보회사가 제공한 보도자료를 언론사가 그대로 게재한 것이다. 이마저도 현재는 <미주중앙일보>와 <야후파이낸스>의 홍보 기사도 내려간 상태다. 

워너비그룹은 ‘거짓말 광고’를 대대적으로 자행했다. 이런 거짓말은 인터넷 검색만으로 사실 확인이 가능하다. 이같은 뻔한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워너비그룹 투자자 대부분이 60~70대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지난 4월5일 ‘불법 다단계 워너비그룹 충격 실체(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8892)’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전 회장이 세종시 한 교회의 담임목사로, 워너비그룹에 교회 목사·권사·장로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보도했다. 이후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교회 교인은 100% 워너비그룹 투자자였다.

수상한 
광고들

결국 워너비그룹은 대부분 고령층 교인으로 이뤄져 있어서 이런 식의 거짓말이 통했던 것이다. 이런 거짓말만 한 것이 아니었다.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31일 워너비그룹 회원 강의서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전 회장은 “여기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월드컵경기장이 있다. 그곳에 2300평 과수원을 빌렸다. 거기다 1000평 에어돔을 건축하려고. 에어돔은 비닐하우스처럼 철대가 있다. 현재 전남 담양에 1000평 에어돔이 있는데, 비닐이 두 겹이다. 우리는 에어돔을 만들어서 그 안에 300평은 바나나 농사를 지을 것이다. 그리고 바나나 숲 한가운데 세미나실을 만들어서 2000명이 동시에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월 말(지난 1월) 계약한다. 이게 만들어지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비닐은 무거운데, 이 무게는 강한 내부 기압이 견딘다. 그래서 에어돔 안에 들어가 있으면 호흡이 편하고 혈액순환이 빠르게 된다. 한번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산소량이 늘어나서 그렇다. 아주 안락하고 편한 장소다. 세미나가 없을 때도 안에 들어가 있으면 건강에 좋다. 거기서 고기도 구워 먹고, 커피도 마시고, 대화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나나 숲에서 대화하는 것 얼마나 좋냐”고 설명했다.

지난 3월27일 강의에선 “토목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4월 말 완공이 목표다. 구청하고 허가 문제로 논의한다고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이제 토목공사만 하면 에어돔 공사는 사흘 만에 완공된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 강의는 유튜브 ‘워너비그룹OFFICIAL’ 채널에 올라가 있고, 이 영상에는 “회장님. 워너비그룹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흉내낼 수 없는 선한 기업이니 승승발전할 것입니다” “목사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주님이 함께하시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목사가 대표 
장로가 간부

<일요시사>가 해당 땅 주인에게 확인해본 결과, 현재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었고 언제 완공되는지 알지 못했다. 지번(땅 주소)을 검색해보니 에어돔과는 상관없는 ‘워너비렌트카’로 등록돼있었다. 심지어 해당 땅은 지목이 과수원이어서 토지전용 및 형질변경을 신청해야 차고지로 사용 가능한 곳이었다. 

에어돔 완공 목표 날짜인 4월 말을 기준으로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워너비그룹은 이 부분에 관한 어떠한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워너비 그룹이 홍보한 것 중 의심스러운 정황은 또 있다. 전 회장은 지난 3월31일 국제구호기구의 부총재로 정식 취임했다. 캥거루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 회장이 부총재로 취임하면서 저소득층 위기가정 청소년과 노인 등을 대상으로 다각적 나눔을 펼친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다.

해당 기사에서는 워너비그룹과 국제구호기구가 캄보디아, 아프리카, 태국, 인도, 미얀마, 필리핀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의 빈곤한 가정의 긴급구호와 보건, 교육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부총재로 임명되면서 “가정폭력으로 방치되는 아이가 국내에만 5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워너비그룹은 국제적으로 정상적인 가정과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을 지켜주기 위해 국제구호기구와 함께 성실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에 “안티가 공격한다”
벌써 명의 도용만 3번째인데…

전 회장은 워너비그룹 강의서 “24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서 국제구호기구 행사를 한다. 내가 부총재로 참여하는 행사다. 다음달 21일에는 경희대 대강당서 4000명을 모아 트로트가수를 불러 행사한다. 그러나 워너비그룹을 음해하는 안티가 방해할 수 있어 자세한 행사 계획은 밝히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 의원회관은 국회의원들이 사용 가능한 장소로, 일반인이 대관해 발대식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회 관계자는 “국제구호기구 발대식 일정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 취재원도 <일요시사>에 “경희대학교서 행사를 하려면 평화의전당밖에 없는데 거긴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하고 사업자번호도 필요하다. 대관료는 1500만원이며 아무나 빌릴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구호기구 홈페이지에 기재된 사무실은 두 곳이다. 한 곳은 서울시 송파구며, 다른 한 곳은 경북 상주시다. 두 장소를 국민신문고에 문의한 결과 “국제구호기구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상주시 주소에는 집기와 박스만 쌓여 있고 사무실로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제구호기구 사업자등록 주소는 경북 상주시의 다른 지역으로 폐교로 사용되는 장소다.

그렇다면 서울 사무실서 업무를 하는 것일까? 서울 사무실 주소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는 미용실, ○○의명학회, 인라인 스케이팅 상가만 있다. 어디에도 국제구호기구 간판을 찾아볼 수 없다.

거짓말이 끝도 없다. 이번에는 전 국무총리 이름도 들어가 있다. 전 회장은 지난달 25일 ‘동반성장과 따뜻한 자본주의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강남구 논현동 아모리스 역삼점서 포럼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때 전 회장의 첫 번째 특강 주제는 ‘마약 없는 세상 만들기’였다. 두 번째 특강이 정운찬 전 국무총리(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로 ‘강중국가 진입을 위한 비전과 과제’였다. 워너비그룹은 해당 포럼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참여하는 사람에겐 워너비 그룹 포인트 카드도 증정했다. 

끝없는
피해자

하지만 이날 정 전 국무총리는 해당 행사에 불참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추후에도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동반성장위원회 명칭이 사용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워너비그룹이 이런 식으로 명의를 도용한 곳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동반성장위원회까지 총 3곳이다.

명의도용 사실 확인을 위해 <일요시사>는 워너비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했지만, 워너비그룹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현재 워너비그룹 피해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