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박 신기루 ‘캥거루 온천랜드’ 추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20 09:15:37
  • 호수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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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에 호텔 짓고 온천 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워너비그룹이 충남 공주서 온천 개발 중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투자자들 사이서 온천이 그린벨트 지역이라고 소문나자 유튜브 등 홍보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지금은 워너비그룹의 자회사 이름을 투자자들에게 말하지도 않고 바꾸는 중이다.

재단법인은 일정한 목적에 의해 모여진 재산으로 구성된다. 설립자가 생전에 재산을 내놓은 경우, 그 재산은 법인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법인의 것(소유)이 된다. 재단법인은 모두 비영리로, 민법 제32조에 따라 재단법인을 만들려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비영리 재단법인은 목적사업에 대해 개인·법인 등에 기부금을 받아 사업에 사용한다. 이처럼 재단법인은 기부금을 받기 때문에, 공익법인으로서 회계 등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문체부에
없는 조직

워너비그룹에서도 재단법인을 운영한다. 워너비그룹 전영철 대표이사가 캥거루재단을 2019년도에 설립했고 회장을 맡고 있다. 전 대표이사는 각종 미디어와 워너비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워너비그룹 설립 목표를 발표했다. 

워너비그룹 홈페이지에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워너비그룹의 설립 목적은 약한 이웃인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위기가정 청소년을 품기 위함이다. ‘자생적 복지 시스템’이 곧 워너비그룹이 추구하는 것이기에 지주회사인 워너비데이터㈜의 모든 지분과 수익 배당은 복지재단에 예속돼있다”고 적혀있다.


즉, 워너비그룹의 수익은 고스란히 캥거루재단에 소속되는 셈이다. 캥거루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나온다.

캥거루재단 인사 글에는 “캥거루재단은 ‘약한 이웃(위기가정 청소년)을 품고 점프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9년부터 시작됐다. 이제야 그 기틀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어느 날 방과후 초등학교 운동장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엄마가 식당에 다니는 편모 가정 아이였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가지 못해 학교 운동장에 있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캥거루재단은 이런 아이들을 위해 2009년부터 학원, 피자집, 미용실 등으로부터 생활 콘텐츠를 기부받아 아이들에게 제공했다. 16개 교육청과 연계해 1만3000여명의 아이들 명단을 받았고, 지역 목회자 3500명을 지부장으로 선정해 아이들을 돌보도록 했다”.(중략) “캥거루재단은 고정 지출이 짜여 있는 정부자금과 지자체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캥거루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아무쪼록 귀하의 관심과 후원이 더해져 소리 없이 울어야 하는 아이들이 활짝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후원을 촉구했다. 

이 같은 캥거루재단의 움직임은 박순선 캥거루재단 이사장과 전 대표이사의 인터뷰서도 나온다. 이 영상은 워너비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다.

충남 공주시 온천리 개발 추진
알고 보니 불법 다단계 워너비

전 대표이사는 “워너비그룹은 기존 기업과 다른 사회운동을 하는 그룹이다. 한국에는 위기가정 어린이가 50만명이 있다. 이런 아이들을 지역사회가 잘 교육하고 보살펴야 한다”며 “우리 기업은 이런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회사 수익으로 아이들이 상처 없이 자라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워너비그룹은 캥거루재단을 위해 존재하는데 운영비가 많이 든다. 처음 신생된 법인은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내려주지 않고, 주더라도 1억원 이내로 준다”며 “그런데 우리를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불법’ 다단계가 아니다. 다단계는 투자자를 버리고 도망쳐서 문제인데, 우리는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피해자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 역시 전 대표이사와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박 이사장은 “워너비그룹은 설립 목적 자체가 자생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외부 지원금이 없어도 돌아가는 것인데 안티 세력이 많이 생겼다”며 “취지를 왜곡해서 전달한다. 내가 너무 속상해서 하나님께 ‘하나님, 이건 아니잖아요. 이럴 수는 없잖아요’라고 기도했더니 예수님도 핍박받으시고 오해받았는데, 내가 이런 일을 당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당연한 절차다. 어떤 사람은 우리 취지가 너무 대단하고 세계적인 일이라고 하거나 사이비라더라. 새벽예배 때 기도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힘을 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워너비 수익
캥거루재단으로

이들 주장을 종합해보면 캥거루재단 운영은 워너비그룹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의아스러운 점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허가한 비영리법인에 ‘캥거루재단’이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자인 전영철, 박순선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워너비그룹은 온천 개발을 홍보했다.

최근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워너비그룹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는 “현재 온천랜드는 850까지 파 내려가고 있고 곧 온천수가 터지면 대박이다. 땅을 지하 1000m 파고들어 가면 35도 온천수가 나오는 것을 100% 확신한다. 150m에서 20도 온천물이 나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빨간 흙이 나오면 35도 온천이 나오는데, 이미 빨간 흙이 나왔다고 한다. 그럼 호텔을 지을 수 있다.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황 온천이 나오도록 기도해달라. 온천수가 하루에 4000t 나올 것으로 보인다”는 글도 있었다.

워너비그룹이 홍보 중인 온천은 ‘충남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산21-번지’에 위치한다. 이름은 캥거루 온천랜드다. 워너비그룹은 이곳의 5만평 중 1만평을 우주와 같은 모양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당시 올라온 설명에는 “돔 형태의 글램핑이 현재 30동 지어져 있고, 기타시설 등 온천수를 활용한 국제급 글램핑장이 공사 중”이라며 “계룡산 준령에 세계 최초 온천수를 활용한 국제급 글램핑장이 들어서는 경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룡산 동쪽 준령으로 금강을 휘감아 도는 천혜의 요지에 세계 최초로 예상되는 우주형 글램핑장을 캥거루재단이 설립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준공률은 98%로 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곳은 백제시대부터 온천이 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온천리로 불리는 곳”이라고 했다.

“곧 터진다”
이상한 소문


아울러 “캥거루 온천랜드는 캥거루재단이 품어 함께 뛰는 아이들에게 치유와 힐링 공간 겸 호연지기를 다지는 산촌 학교가 될 것이다. 워너비그룹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임직원들에게는 재충전의 장소로, 지역 시민들에게는 여가 선용의 장으로 긴요하게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자연과 온천이 만나는 최적의 힐링 장소인 캥거루 온천랜드에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워너비그룹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이들은 “캥거루 온천랜드, 꼭 대박날 겁니다” “캥거루 온천랜드 오픈하면 빨리 가족들과 체험하러 가고 싶다. 선한 기업이 선한 일만 하니까 정말 좋다. 우리 모두 워너비그룹을 응원한다” “캥거루 온천랜드는 전 대표이사의 작품이다. 레저공간까지 준비하는 탁월함에 놀랐다. 펑펑 쏟아지는 온천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뻥 날아갈 것 같다” “워너비그룹을 제대로 알고 쭉 가다 보면 머지않아 엄청난 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린 워너비그룹에 탑승한 행운아들”이라는 등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직접 온천랜드에 방문한 듯 블로그에 글을 올렸고, 전 대표이사는 언론에 나와 온천랜드를 홍보했다. 앞서 언급했듯 캥거루 온천랜드 글램핑 수영장 돔 하우스는 지난 2월28일에 준공했고, 향후 모든 개발을 마치게 되면 동학사 주변은 중부권 최고의 글램핑 온천랜드가 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말한 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워너비그룹이 말했던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산21-1번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인 곳이었다. 

개발제한구역 안에는 건축물의 신·증축, 용도변경, 토지의 형질 변경, 토지 분할 등의 행위가 일체 제한하며, 개발제한구역 지정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서 국민 생활의 편익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로 허가권자의 승인이나 허가받을 경우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


“개발 허가 수리된 사항 없다”
투자자 유혹 홍보 돌연 중지

그렇다면 캥거루 온천랜드는 어떤 상황일까? 이에 대한 해당 지자체인 공주시의 공식 답변이 나왔다. 민원 내용은 ‘캥거로온천에 대한 사실관계 문의’로, 공주시는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산21-1번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현재 이곳에 대한 허가 신청이나 허가 수리된 사항은 없다.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산21-1번지 인근인 반포면 온천리 2-4번지에선 야영장 시설사업으로 허가받아 공사 중이다. 온천 개발이 아닌 음용수를 위한 지하수 개발(관정파기) 허가를 받았음을 안내해드린다.”

이런 상황임에도 워너비그룹은 온천랜드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홍보했다.

워너비그룹 투자자 A씨의 “캥거루 온천랜드는 개발제한지역이라 온천수를 개발하는 게 아닌, 일반 음용수 지하수를 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룹 카톡 상담센터는 “그린벨트가 해제돼 공사 중이며, 온천수를 개발하는 것이 맞고, 현재 900m까지 파고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100m만 더 파면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올라오자, 돌연 워너비그룹은 모든 캥거루 온천랜드 홍보 유튜브 자료들을 삭제했다. 다만, 전 대표이사의 언론 인터뷰 자료는 여전히 남아 있어, 워너비그룹이 캥거루온천으로 투자자를 모았다는 사실은 존재한다. 한 언론 매체는 워너비그룹의 캥거루 온천랜드를 두고 ‘노아의 방주’에 비유하기도 했다.

워너비그룹은 현재 또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 대표이사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블록체인사업인 ‘워너비체인소프트’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취재에
묵묵부답

한때 해당 업체에 투자했다던 B씨는 “불과 며칠 전까지 ‘워너비체인소프트’ 홈페이지 이름이 ‘에인트체인소프트’로 변경됐다. 대표 이름도 똑같고, 홈페이지 내용도 똑같은데 회사명만 바뀐 것”이라며 “워너비그룹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여전히 ‘워너비체인소프트’에 투자했다고 알고 있다. 회사명이 왜 바뀌었는지 아무도 모르고, 설명도 없다. 워너비그룹 단톡방에도 회사명이 바뀐 것을 한 번도 알린 적 없다”고 지적했다.

<일요시사>는 워너비그룹 홍보팀에 “캥거루 온천랜드의 땅이 그린벨트라고 들었다. 확인 부탁한다” “워너비체인소프트 이름인 에인트체인소프트로 바뀐 이유가 궁금하다” 등의 내용을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워너비그룹 충격 실체’ 보도 후…
<일요시사>에 보낸 수상한 이메일

지난 6일 <일요시사>는 ‘불법 다단계 워너비그룹 충격 실체’를 보도했다.

기사 내용은 워너비그룹 대표이사가 한 교단의 목사며, 교회를 통해 워너비그룹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워너비그룹은 금융감독원이 불법 자금모집 업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기사 보도 이후인 지난 10일, 워너비그룹은 <일요시사>에 메일을 보냈다.

아래는 해당 메일 전문.

“워너비 그룹 홍보팀에서 문의사항이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렸습니다. 기자님께서 2023년 4월6일에 작성하신 저희 기업 관련 기사 잘 봤습니다. 연락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기자님께서 사실에 근거해 작성하신 기사 글에 관해 약간의 수정이 가능하신지 여쭙고 싶고, 우리 그룹 차원에서 <일요시사>를 통해 광고 진행 가능 여부를 문의드리기 위해 연락드렸습니다. 기사 정정 요청이나 기사에 대한 반박을 하기 위해 연락을 드린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광고 관련 부분을 편하게 생각해 주시고 회신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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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