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워너비그룹 충격 실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05 10:17:41
  • 호수 1421호
  • 댓글 7개

목사가 대표이사 권사·장로가 간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금융감독원이 워너비그룹을 불법 자금모집 업체로 지목했다. 누가 봐도 투자자가 사라져야 정상인 상황이다. 그러나 반전이 있다. 워너비그룹 B 대표는 한 교단의 담임목사로 재임 중이다. 워너비그룹 투자자들 역시 상당수가 교인이었다.

불법 다단계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불법 다단계는 강력한 사기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이런 상황 속에 피해자는 금전과 인간관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다.

금감원 주의
그래도 모집

문제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신종 다단계 사기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취약계층인 노년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편안하고 행복한 노후, 안정적인 경제력 등을 꿈꾸며 다단계 문을 두드렸던 노인들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불법 다단계 판매자는 주로 중년 이상의 남성이다. 반대로 피해자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고, 40대 이상 중년에게 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불법 다단계 사업 설명서에 가보면 60~70대 고령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인이 “투자는 하지 않아도 된다. 와서 설명회만 들어봐라”는 말에 설명회장으로 향했다.

대부분 다단계 사업 설명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이곳에 오신 분들은 운이 좋다” “여기서 우리 모두 부자가 되자” “대표를 믿고 기다리면 다들 부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업체와 다르다. 최신 기술을 이용해 원금을 보장한다” 등의 말로 사업 설명회가 시작된다.


사업 설명회는 보통 일주일 단위로 강의가 열리고,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도 열린다. 이 같은 불법 다단계 업체 10여개가 강남의 한 빌딩에 모여 있다. 곳곳에는 사기 피해를 본 투자자의 고성이 들린다. 

이런 업체 중 이미 금융감독원의 주의가 있었음에도 투자자가 늘고 있는 업체가 있다. 지난 2월10일 금융감독원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면서, 플랫폼, NFT 투자 등을 통해 고수익이 가능하다고 유학하는 불법 자금모집 업체를 주의하세요!’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A 그룹’을 예시로 설명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A 그룹은 1구좌(55만원)에 투자하면 매일 1만7000원을 지급해 월 수익이 100%에 달한다고 홍보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특히 A 그룹은 일반인의 신뢰를 얻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킨 TV 광고와 강남역 대형 옥외 간판 광고 및 전국적인 사업설명회 등으로 투자를 유도했다. 전국적인 사업설명회에도 불구하고 A 그룹은 사업구조 및 수익성에 대한 검증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다.

‘유명 연예인’ 내세운 플랫폼 업체 
알고 보니 기독교 한 교단과 연계

그러나 자체 플랫폼 내 광고 이용권(NFT) 투자 시 고수익을 볼 수 있는 신사업이라고 홍보하면서 투자자를 현혹했다.

금융감독원은 “A 그룹은 판매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고 투자 금액에 따라 차등적으로 수당을 지급해 거액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이 없을 경우 신규 투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폰지사기(돌려막기) 형태일 수 있다”며 “A 그룹의 자금모집 수법은 과거 불법 유사수신업체 등의 수법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A 그룹 가입자는 약 4만명, 피해 규모는 수천억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고수익을 약속하며 자금을 모집한다면 유사수신·사기 ▲투자 전 반드시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 ▲유사수신행위로 의심되면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발표 이후, 언론 매체들은 A 그룹이 ‘워너비그룹’이라고 밝혔다. 워너비그룹은 ▲메타버스 및 블록체인 임대 서비스 ▲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이용한 의약품·코스메틱 ▲글로벌 명품 유통 ▲온천 글램핑 ▲행사 기획 등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같은 행태

문제는 금융감독원의 ‘주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워너비그룹 투자자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런 투자가 가능한 이유가 있다. 워너비그룹 B 대표이사가 기독교 한 교단의 ‘담임목사’이기 때문이다.

이 사항은 해당 교단의 목사가 남긴 글과 기독교 대학교수가 남긴 SNS 글로 확인된다. 이 글에는 B 대표가 해당 교단에 ‘12억원’을 기부했는데 이 기부 사실을 신문사에 알렸는지에 대한 것과 워너비그룹에 대한 의문이 함께 적혀 있다.

C 목사에 따르면, B 대표는 해당 기독교 대학 88학번으로, 워너비그룹에 목사·권사·장로가 깊숙하게 개입돼있다.

그는 지난 1월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B 대표이사가 자신은 보증금 2000만원, 월 70만원에 사는 빈털터리라고 주장하는데 회사에 돈이 있어 주주들을 설득해 12억원을 기부했다. 자신은 하나님이 주신 감동으로 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B 대표는 계속 자신의 선의를 알아달라고 한다. 그런데 워너비그룹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에만 50억원을 썼다고 하고, 투자 회원만 4만명이라고 자랑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B 대표이사는 이미 2018년 워너비그룹의 전신인 C3W를 운영한 적 있다. 이때는 ‘자율순환 발전 플랫폼’을 내세워 ‘무한동력’을 실현했다고 주장했으나 현재 해당 회사는 폐업 상태다. 

회사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방치된 상태다. 투자자로 보이는 유저가 “운영하지 않느냐”고 묻자 다른 유저는 희망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곳 역시 다단계 형태로 투자자들을 모집했으나, 제품은 출시되지 않았다.

결국 B 대표이사는 불법 다단계 업체를 운영했고, 이 업체가 희망이 없자 곧바로 워너비그룹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말로만
이웃사랑


C 목사는 “2021년 교단서 문제를 일으켜 제명된 김모씨가 ○○교회 건축대금 3억5000만원을 빼돌려 몰래 투자한 회사가 B 대표이사의 C3W다. 당시 ○○교회 장로가 추궁해 B 대표이사는 차용증을 써주기도 했다. 결국 C3W는 사기로 판명 났다”고 B 대표이사의 과거 행적을 설명했다.

결국 B 대표이사는 C3W 사업이 기울자 워너비그룹을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해 기독교 대학 D 교수는 워너비그룹서 운영하는 캥거루재단에 의문을 표했다.

D 교수는 “워너비그룹의 캥거루재단이 뭐하는 곳인지 이해가 안 된다. 보통 재단이라는 곳은 무엇을 돕기 위해 마련된다. 그래서 비영리재단을 생각한다. 그러나 문체부에 등록된 비영리재단 중 캥거루라는 이름의 비영리법인은 없다. 캥거루재단 홈페이지 연혁을 보면 최근 2년간 워너비그룹 내용만 있다”고 주장했다.

교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해당 글에 댓글을 남겼다. “자신도 교회서 워너비그룹에 관해 들은 적 있다” “오늘 지인이 젊은 개척교회 목사를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이거였다. 알려준 사람에게 전화해서 이 사실을 알려줘야겠다” 등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후 해당 교단은 총회장 목사의 명의로 “최근 교단 목회자와 교회(성도)를 대상으로 금융(폰지)사기에 대한 접근이 있어 유의‧당부드린다. 일부 교단 기관에 거액의 후원금을 기부하는 등 모 그룹의 행태가 문제가 돼 후원금을 반환하는 등의 혼란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금융사기 주의보를 발표했다. 

이어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들도 깊이 개입돼있어 적극적인 피해 예방을 위해 거리를 둘 것을 요청한다. 금융사기의 특성상 뒤늦게 피해자가 나타나고, 피해자가 소송까지 가는 일이 쉽지 않아 사전에 대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NFT 투자로 높은 수익 보장”
고수익 신사업 투자자 현혹
“집 담보로 대출받아 이사직”

아울러 “매우 허술한 구조인데 당장의 수익에 현혹돼 투자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변에 다른 지인까지 끌어들이는 행태가 반복되면 안 된다. 주변에 이와 관련한 금융(폰지)사기에 연류된 분이 있다면 주의와 탈퇴를 부탁한다. 다시 한번 경계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워너비그룹 카톡 채팅방은 여전히 희망적이다. 이 카톡 채팅방 이름에 참여한 사람만 700명이다. 

이곳 회원은 “소리 없이 우는 아이들을 돕는다는 취지가 너무 좋아 집을 대출받아 이사직급을 가졌다. 빵 공장서 주야로 12시간 교대근무를 했다. 희망이 없었는데 희망을 밝혀준 워너비그룹에 큰 감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주일이라 교회서 예배를 드렸다. 목사님이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하냐는 대목이 꼭 내 이야기 같아서 많이 울었다”고 글을 남겼다.

결국 해당 글은 금융감독원과 소속 교단의 경고가 있음에도 워너비그룹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비단, 워너비그룹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배의 장이 돼야 할 종교시설들이 사업을 위한 사람을 모으는 장소로 전락한 모양새다. 

교회는 왜 불법 다단계를 막을 수 없을까? 교회서 한때 청년부 사역을 했다는 E씨는 교회의 ‘이웃사랑’ 정신이 이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씨는 “특정 종교를 비하할 생각은 없다. 분명히 사기꾼들이 자기 마음대로 말하며 사람을 끌어들이는 측면이 있다. 3년 전 가족 중 크게 유행한 불법 다단계 업체에 돈을 넣은 사람이 있다”며 “말렸는데 계속해서 이상한 불법 다단계 업체를 이야기했다. 피해자 가족을 보면 유난히 교회가 많이 언급된다. 연령대를 보면 전형적으로 장로‧집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왜 이런 정보를 줬냐고 하면 ‘이웃사랑’으로 합리화한다. 내가 알게 된 정보는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것”이라며 “또 한국 교회 커뮤니티가 워낙 끈끈해서 이런 불법 다단계가 침투하기 쉬운 구조”라고 부연했다.

묵묵부답
연락해도…

한편, <일요시사>는 워너비그룹 B 대표이사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해당 그룹은 홈페이지도 없는 데다, 워너비그룹 소속인 캥거루재단에 기재돼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B 대표이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세종시 소재의 한 교회 역시 홈페이지가 없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B 대표이사는 최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해당 교회 담임목사인 것과 캥거루재단을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워너비그룹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해당 교회 유튜브 채널에는 4개월 전부터 B 대표이사의 설교가 올라오고 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