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워너비그룹 충격 실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05 10:17:41
  • 호수 1421호
  • 댓글 7개

목사가 대표이사 권사·장로가 간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금융감독원이 워너비그룹을 불법 자금모집 업체로 지목했다. 누가 봐도 투자자가 사라져야 정상인 상황이다. 그러나 반전이 있다. 워너비그룹 B 대표는 한 교단의 담임목사로 재임 중이다. 워너비그룹 투자자들 역시 상당수가 교인이었다.

불법 다단계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불법 다단계는 강력한 사기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이런 상황 속에 피해자는 금전과 인간관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다.

금감원 주의
그래도 모집

문제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신종 다단계 사기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취약계층인 노년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편안하고 행복한 노후, 안정적인 경제력 등을 꿈꾸며 다단계 문을 두드렸던 노인들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불법 다단계 판매자는 주로 중년 이상의 남성이다. 반대로 피해자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고, 40대 이상 중년에게 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불법 다단계 사업 설명서에 가보면 60~70대 고령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인이 “투자는 하지 않아도 된다. 와서 설명회만 들어봐라”는 말에 설명회장으로 향했다.

대부분 다단계 사업 설명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이곳에 오신 분들은 운이 좋다” “여기서 우리 모두 부자가 되자” “대표를 믿고 기다리면 다들 부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업체와 다르다. 최신 기술을 이용해 원금을 보장한다” 등의 말로 사업 설명회가 시작된다.


사업 설명회는 보통 일주일 단위로 강의가 열리고,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도 열린다. 이 같은 불법 다단계 업체 10여개가 강남의 한 빌딩에 모여 있다. 곳곳에는 사기 피해를 본 투자자의 고성이 들린다. 

이런 업체 중 이미 금융감독원의 주의가 있었음에도 투자자가 늘고 있는 업체가 있다. 지난 2월10일 금융감독원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면서, 플랫폼, NFT 투자 등을 통해 고수익이 가능하다고 유학하는 불법 자금모집 업체를 주의하세요!’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A 그룹’을 예시로 설명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A 그룹은 1구좌(55만원)에 투자하면 매일 1만7000원을 지급해 월 수익이 100%에 달한다고 홍보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특히 A 그룹은 일반인의 신뢰를 얻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킨 TV 광고와 강남역 대형 옥외 간판 광고 및 전국적인 사업설명회 등으로 투자를 유도했다. 전국적인 사업설명회에도 불구하고 A 그룹은 사업구조 및 수익성에 대한 검증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다.

‘유명 연예인’ 내세운 플랫폼 업체 
알고 보니 기독교 한 교단과 연계

그러나 자체 플랫폼 내 광고 이용권(NFT) 투자 시 고수익을 볼 수 있는 신사업이라고 홍보하면서 투자자를 현혹했다.

금융감독원은 “A 그룹은 판매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고 투자 금액에 따라 차등적으로 수당을 지급해 거액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이 없을 경우 신규 투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폰지사기(돌려막기) 형태일 수 있다”며 “A 그룹의 자금모집 수법은 과거 불법 유사수신업체 등의 수법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A 그룹 가입자는 약 4만명, 피해 규모는 수천억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고수익을 약속하며 자금을 모집한다면 유사수신·사기 ▲투자 전 반드시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 ▲유사수신행위로 의심되면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 발표 이후, 언론 매체들은 A 그룹이 ‘워너비그룹’이라고 밝혔다. 워너비그룹은 ▲메타버스 및 블록체인 임대 서비스 ▲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이용한 의약품·코스메틱 ▲글로벌 명품 유통 ▲온천 글램핑 ▲행사 기획 등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같은 행태

문제는 금융감독원의 ‘주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워너비그룹 투자자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런 투자가 가능한 이유가 있다. 워너비그룹 B 대표이사가 기독교 한 교단의 ‘담임목사’이기 때문이다.

이 사항은 해당 교단의 목사가 남긴 글과 기독교 대학교수가 남긴 SNS 글로 확인된다. 이 글에는 B 대표가 해당 교단에 ‘12억원’을 기부했는데 이 기부 사실을 신문사에 알렸는지에 대한 것과 워너비그룹에 대한 의문이 함께 적혀 있다.

C 목사에 따르면, B 대표는 해당 기독교 대학 88학번으로, 워너비그룹에 목사·권사·장로가 깊숙하게 개입돼있다.

그는 지난 1월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B 대표이사가 자신은 보증금 2000만원, 월 70만원에 사는 빈털터리라고 주장하는데 회사에 돈이 있어 주주들을 설득해 12억원을 기부했다. 자신은 하나님이 주신 감동으로 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B 대표는 계속 자신의 선의를 알아달라고 한다. 그런데 워너비그룹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에만 50억원을 썼다고 하고, 투자 회원만 4만명이라고 자랑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B 대표이사는 이미 2018년 워너비그룹의 전신인 C3W를 운영한 적 있다. 이때는 ‘자율순환 발전 플랫폼’을 내세워 ‘무한동력’을 실현했다고 주장했으나 현재 해당 회사는 폐업 상태다. 

회사 관계자와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방치된 상태다. 투자자로 보이는 유저가 “운영하지 않느냐”고 묻자 다른 유저는 희망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곳 역시 다단계 형태로 투자자들을 모집했으나, 제품은 출시되지 않았다.

결국 B 대표이사는 불법 다단계 업체를 운영했고, 이 업체가 희망이 없자 곧바로 워너비그룹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말로만
이웃사랑


C 목사는 “2021년 교단서 문제를 일으켜 제명된 김모씨가 ○○교회 건축대금 3억5000만원을 빼돌려 몰래 투자한 회사가 B 대표이사의 C3W다. 당시 ○○교회 장로가 추궁해 B 대표이사는 차용증을 써주기도 했다. 결국 C3W는 사기로 판명 났다”고 B 대표이사의 과거 행적을 설명했다.

결국 B 대표이사는 C3W 사업이 기울자 워너비그룹을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해 기독교 대학 D 교수는 워너비그룹서 운영하는 캥거루재단에 의문을 표했다.

D 교수는 “워너비그룹의 캥거루재단이 뭐하는 곳인지 이해가 안 된다. 보통 재단이라는 곳은 무엇을 돕기 위해 마련된다. 그래서 비영리재단을 생각한다. 그러나 문체부에 등록된 비영리재단 중 캥거루라는 이름의 비영리법인은 없다. 캥거루재단 홈페이지 연혁을 보면 최근 2년간 워너비그룹 내용만 있다”고 주장했다.

교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해당 글에 댓글을 남겼다. “자신도 교회서 워너비그룹에 관해 들은 적 있다” “오늘 지인이 젊은 개척교회 목사를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이거였다. 알려준 사람에게 전화해서 이 사실을 알려줘야겠다” 등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후 해당 교단은 총회장 목사의 명의로 “최근 교단 목회자와 교회(성도)를 대상으로 금융(폰지)사기에 대한 접근이 있어 유의‧당부드린다. 일부 교단 기관에 거액의 후원금을 기부하는 등 모 그룹의 행태가 문제가 돼 후원금을 반환하는 등의 혼란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금융사기 주의보를 발표했다. 

이어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들도 깊이 개입돼있어 적극적인 피해 예방을 위해 거리를 둘 것을 요청한다. 금융사기의 특성상 뒤늦게 피해자가 나타나고, 피해자가 소송까지 가는 일이 쉽지 않아 사전에 대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NFT 투자로 높은 수익 보장”
고수익 신사업 투자자 현혹
“집 담보로 대출받아 이사직”

아울러 “매우 허술한 구조인데 당장의 수익에 현혹돼 투자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변에 다른 지인까지 끌어들이는 행태가 반복되면 안 된다. 주변에 이와 관련한 금융(폰지)사기에 연류된 분이 있다면 주의와 탈퇴를 부탁한다. 다시 한번 경계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워너비그룹 카톡 채팅방은 여전히 희망적이다. 이 카톡 채팅방 이름에 참여한 사람만 700명이다. 

이곳 회원은 “소리 없이 우는 아이들을 돕는다는 취지가 너무 좋아 집을 대출받아 이사직급을 가졌다. 빵 공장서 주야로 12시간 교대근무를 했다. 희망이 없었는데 희망을 밝혀준 워너비그룹에 큰 감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주일이라 교회서 예배를 드렸다. 목사님이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하냐는 대목이 꼭 내 이야기 같아서 많이 울었다”고 글을 남겼다.

결국 해당 글은 금융감독원과 소속 교단의 경고가 있음에도 워너비그룹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비단, 워너비그룹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배의 장이 돼야 할 종교시설들이 사업을 위한 사람을 모으는 장소로 전락한 모양새다. 

교회는 왜 불법 다단계를 막을 수 없을까? 교회서 한때 청년부 사역을 했다는 E씨는 교회의 ‘이웃사랑’ 정신이 이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씨는 “특정 종교를 비하할 생각은 없다. 분명히 사기꾼들이 자기 마음대로 말하며 사람을 끌어들이는 측면이 있다. 3년 전 가족 중 크게 유행한 불법 다단계 업체에 돈을 넣은 사람이 있다”며 “말렸는데 계속해서 이상한 불법 다단계 업체를 이야기했다. 피해자 가족을 보면 유난히 교회가 많이 언급된다. 연령대를 보면 전형적으로 장로‧집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왜 이런 정보를 줬냐고 하면 ‘이웃사랑’으로 합리화한다. 내가 알게 된 정보는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것”이라며 “또 한국 교회 커뮤니티가 워낙 끈끈해서 이런 불법 다단계가 침투하기 쉬운 구조”라고 부연했다.

묵묵부답
연락해도…

한편, <일요시사>는 워너비그룹 B 대표이사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해당 그룹은 홈페이지도 없는 데다, 워너비그룹 소속인 캥거루재단에 기재돼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B 대표이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세종시 소재의 한 교회 역시 홈페이지가 없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B 대표이사는 최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해당 교회 담임목사인 것과 캥거루재단을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워너비그룹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해당 교회 유튜브 채널에는 4개월 전부터 B 대표이사의 설교가 올라오고 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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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