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소독제 ‘4급 암모늄’ 환경부 알고도 뿌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환경부가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소독제의 위험성을 알고도 사용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소독제의 성분은 4급 암모늄 화합물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당시 가장 문제였던 PHMG·PHG만큼 인체 유해성이 우려된다고 지적됐다. 이를 인지했던 환경부는 ‘코로나 소독제’ 안전성 실험을 진행했으나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코로나 펜데믹’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로부터 지적받은 소독제의 인체 유해성 문제는 크게 대두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비밀리에 실험을 진행하고 실험용 쥐들이 전부 사망한 사실을 숨겼다. ‘비공개 대상’이라는 명목을 넘어 실험 자료가 없다는 거짓말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섰음에도 계속됐다.

실험쥐
죽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병원과 요양원 등에서 많이 쓰인 방역 소독제에는 4급 암모늄 화합물이 첨가됐다. 가습기살균제에도 사용됐을 만큼 독성이 강한 성분이다. 해당 사실을 파악한 질병관리청은 환경부에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2020년 초, 이 성분을 방역 소독제로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성분이 포함된 코로나 소독제를 수건에 묻혀 물건을 닦는 데 쓰기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무기로 뿌리거나 살포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위험성은 2021년부터 직접적으로 언급됐다. 일부 언론서 인체 유해성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으나 이목을 끌진 못했다.

환경부는 안전성이 입증됐고 흡입독성 실험이 면제돼 실험을 진행할 필요가 없고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를 보면 환경부의 입장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환경부의 설명과 달리 환경과학원은 2021년 4급 암모늄의 흡입독성에 대한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해당 실험은 4급 암모늄 물질을 실험용 쥐에 단회 흡입 노출 후 발현되는 독성을 관찰하기 위해 실시됐다.

약 30마리의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0.1PPM, 0.3PPM, 0.6PPM의 농도로 하루 4시간 흡입 노출을 실시한 결과 0.193PPM의 농도서 실험체 절반이 죽었고 0.3PPM의 농도에서는 전부 사망했다.

일부 실험용 쥐의 폐에서는 부종, 충혈, 염증세포가 발생했고 후두, 비인두조직서도 궤양·자가 융해 등이 발견됐다. 해당 성분에 노출된 쥐들의 폐에서 염증과 충혈이 발생하고 일부 조직서 궤양이 생겼다. 실험 보고서에는 0.193PPM 농도만으로 죽을 수 있다고 적혀 있지만 환경과학원은 추가 실험을 진행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실험을 진행한 건 맞지만 2024년 살생물 제품 승인 평가를 앞두고 진행한 것이다.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진행됐기에 공개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추가 입장도 수상하다. 환경과학원의 실험 배경은 ▲공기 중 분무로 국민 건강이 우려된다는 언론 지적 ▲방역용 소독제로 사용되는 4급 암모늄 계열 소독제 제품 2종의 흡입독성 실험을 통한 흡입 노출 유해성을 규명이라고 명시돼있다.

2020년 인체 유해성 알고도 사용 승인
“면제 대상” 실험 안 했다고 거짓말

환경부가 언급한 ‘2024년 제품 승인 평가를 위해 원활한 업무수행 목적’이라는 문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환경부는 “보고서 작성 ‘기술상’ 추진한 배경을 언급한 것”이라는 어이없는 해명을 내놨다.

환경부는 각 시설에 분사 금지를 권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까지 지자체와 질병관리청은 현실적으로 권고를 지키기 힘들다고 전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24시간 밀착해 관리·감독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분사 소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얘길 듣고 점검에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사람이 자주 돌아다니는 곳에 분무하면 안 되는 물질”이라며 “접촉을 피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4급 암모늄의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코로나 소독제로 사용을 강행한 정황은 뚜렷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과학원은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간 역학적 상관관계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

환경과학원은 구아니딘 계열의 PHMG·PGH, 4급 암모늄 계열의 BKC, 이소치아졸리논 계열의 CMIT·MIT, 염소화합물 계열의 NaDCC에 대해 독성학적 연구를 진행했다. 이 중 코로나 소독제와 같은 4급 암모늄 BKC는 동물실험에서 반복적으로 노출 시 세기관지 및 폐포 부위의 지속적인 손상으로 섬유아세포 증식 및 콜라겐 침착 등이 유발된다.

동물 독성영향을 ▲강도 ▲특이성 ▲일관성 관점서 검토한 결과 간질성폐질환 유발에 대한 개연성이 확인됐다.

특히 환경과학원은 생물학적 개연성과 독성 발현경로 구성의 근거 수준을 통합해 BKC가 다른 가습기살균제 성분만큼이나 독성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직접적 소견이 확인된 바는 없으나 종말세기관지 과다형성, 폐포 연접부의 염증세포 침윤 등 폐 섬유화 관련 병변이 증가하고 기관지 확장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서울 지하철
최근도 분사

BKC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환경과학원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환경과학원은 지난해 48종 살생물물질 승인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제품의 시장 출시 이전에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는 경우에만 유통이 허용된다며 사전승인제도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환경부는 승인을 강행한 48종서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흡입독성’ 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해왔다.

내부 규정인 화학제품안전법과 코로나 이후 신설된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서도 4급 암모늄계 화합물 등 독성물질에 대해서는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강화된 규정으로 반드시 그 성능과 안전성이 확인돼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의 주원인으로 분류되는 4급 암모늄에 대해 이관 전 부처의 안전성 자료를 주장해왔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이후 해외 기관의 자료를 근거로 ‘면제 대상’이라고 말을 바꿨다.

환경부가 근거로 제시한 미국환경보호청(EPA)의 자료에는 5대 독성물질이 ‘성능과 안전성’이 확보된 것이 아니기에 맹독성 물질로 분류, 반드시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개인안전장비)를 갖추라고 강조하고 있고 특히 ‘비접촉·비흡입’ 조건서 방역자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


“위험 성분”
보고서 작성

환경부는 해당 자료의 지적과는 다르게 다중이 존재하는 공공방역, 즉 다중이용시설서 반드시 4급암모늄계 화합물과 염소화합물 등 5대 독성물질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개인보호장구와 비흡입·비접촉 사항에 대해서는 ‘뿌리지 말라’는 정도의 권고에 그쳤다.

환경과학원의 입장도 환경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았고 EU-BPR, US-EPA 등에서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해명뿐이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 전문가는 “유럽과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독성이 너무 강해 사용이 강제되지 않는다. 사용해야 한다면 PPE를 갖추고 방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코로나 소독제로 쓰인 4급 암모늄도 마찬가지다. 국제기준으로 따졌을 때는 흡입독성 검증 실험서 통과될 수 없는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WHO와 EPA는 4급 암모늄의 인체 유해성을 인지한 뒤 분무·분사는 바이러스 제거에 효과가 없고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단했다. 환경부와 달리 미국, 유럽 국가들은 EPA,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관련 자료들을 인용해 먼저 5대 독성물질로 만든 독성소독제에 대한 사용을 금지·강제하고 이에 대한 사용법이 나와 있는 안내 가이드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5대 독성물질이 ‘안전성과 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의 독성물질이므로 PPE를 갖춰야 하며, 인체에 접촉하거나 흡입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환경부는 WHO와 EPA가 지적한 ‘안전성’에 대한 해석도 달리했다. 환경부는 코로나 발생 이후 공공방역에 사용된 ‘5대 독성물질’을 두고 호흡독성 등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면제 대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제시한 EPA 영문자료에서는 오히려 맹독성으로 ‘비인체·비흡입’을 조건으로 강제하고 있고 사용처와 복장까지 특정하고 있다.

폐 섬유화 ‘가습기살균제’ 성분
근거 제시 EPA 보고서 일부 오역

2021년 2월 환경부 장관의 국회 업무보고 당시 공공방역에 강제하고 있는 5대 독성물질에 대해 한정애 장관은 ‘면제 대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유럽, 일본 등이 기준으로 하고 있는 EPA 등의 영문 원본 번역본을 통해 환경부와 과학원의 주장은 ‘Not Required’에 대한 오역으로, 보통 ‘요구되지 않는다’ ‘~을 필요하지 않다’는 표현이며, 이를 안전성 실험을 요구하지 않거나 필요치 않다고 오역한 바 있다.

여기서 ‘Not Required’는 독성이 높은 위험물질이니 안전성 실험에 대해 ‘~을 요구되지 않는다’ ‘~을 필요하지 않다’로 독성이 강함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환경부의 거짓말은 최근까지 지속됐다. 지난 2월10일, 국회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서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환경부와 과학원이 대처하는 행정의 안일성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며 “의원실서 호흡기 독성자료가 있느냐고 물으니 최초에는 ‘있다’고 했고 다음에는 ‘약사법 때문에 식약처에 있다’고 했다가, 결국 자료는 없었던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면제 기준을 적용한다”고 답변했다.

환경부는 KTV 국민방송을 통해 정책에 대한 오해라며 “환경부에 해당 소독제와 관련한 흡입독성 자료가 없다거나, 혹은 실험을 했는데도 그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규정에 따르면 WHO서 공인하거나 OECD 2개국 이상서 승인된 경우 흡입 독성 실험은 면제된다. 미국과 EU서 등록 후 승인된 상황이다. 정상적으로 실험이 면제되는 조건을 갖춘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 들통
말 바꾸기

이어 “다만 이후 환경과학원에서는 오는 2024년 예정된 방역용 소독제 유해성 평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관련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환경부 측에서는 실험이 진행된 것에 대해 물질서 안전성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 아니라 사전 검증을 강화하는 차원서 이뤄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물질의 경우 애초에 분사용이 아니라 모두 표면을 닦는 용으로만 허가되고 승인된 상황이다. 방역 현장서 공기 중 분사를 한 사례가 발견된 만큼 환경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소독업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