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갤러리마리에서 이애리 작가의 개인전 ‘작은 열매, 큰 세상’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애리가 지난 3월 독일 갤러리 클로제의 전속작가가 된 이후 국내서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애리는 개인전 ‘작은 열매 큰 세상’서 소재 이상의 다층적 함의를 품은 ‘Good luck in 꽈리’ 신작을 소개한다. 이애리의 시그니처인 주묵(붉은 먹)과 함께 녹색의 전통안료를 사용한 작업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관람객은 이전보다 더욱 풍부한 색채와 미감을 담은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조화와 화합
이애리의 모든 작업에는 꽈리가 있다. 꽈리는 작가에게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영감을 주는 소재다. 둥근 열매와 씨앗을 소재로 작업하던 이애리는 어느 날 주황색 꽈리를 발견했다. 이후 주묵을 사용해 함축된 선과 색으로 꽈리를 표현하면서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주제로 삼았다.
여름에는 하얗고 작은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붉은 주황빛 주머니 안에 작고 단단한 빨간 열매가 달리는 꽈리는 놀잇감이 부족하던 시절 아이들이 입으로 불며 갖고 놀던 피리였다.
독일 갤러리 전속작가
풍부한 색채·미감 신작
아이들은 시고 단맛이 나는 열매를 감싼 가벼운 껍질로 피리를 불며 하루를 보냈다. 이애리는 “꽈리는 시각·미각·촉각·후각·청각으로 우리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풍부한 문화 예술의 소재”라고 예찬했다.
이애리가 꽈리 작업을 통해 발견한 것은 정해진 길을 따라 묵묵히 순환하는 자연과 우주의 아름다움이다. 둥근 꽈리의 형상은 대자연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우리를 둘러싼 광활한 우주의 무한한 세계, 그리고 그 세계를 유지하는 질서를 상징한다.
조그마한 씨앗이 더 큰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과정처럼 이애리가 장지 위에 세필로 그은 셀 수 없이 많은 선은 쉼 없이 이어지면서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얇고 가는 선으로 작은 열매를 만들고 그 열매가 하나둘 모여 각자의 작은 세상을 이뤄가며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꽈리로 변주한다.
그러다 보면 화면은 하나의 거대한 세상이 된다. 현대사회서 개개인의 다양성이 만들어가는 조화와 화합을 조형적으로 표현했다.
수많은 선을 그어
다채로운 삶 전해
꽈리는 그 모양과 연관된 상징성이 여럿 존재한다. 어두운 밤 붉게 켜진 작은 초롱과 닮아 등롱초로도 불린다. 어둠을 밝힌다는 의미서 길상과 성공을 상징한다. 씨앗을 감싼 모양이 아기를 품은 엄마의 형상과 닮아 있어 다산과 다복,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복주머니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부와 행운, 행복의 의미도 지닌다. 귀신을 쫓는다고 해서 조상의 성불을 기원할 때 장식용으로도 사용됐다.
이애리는 “꽈리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뒤늦게 알게 됐다. 꽈리를 이루는 선 하나 하나에 나의 이야기를 담아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많은 사람의 안녕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게 됐다”며 “희로애락을 겪으며 스스로를 위해 수행하듯 그어내린 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를 이어주는 끈이 됐다”고 밝혔다.
질서의 순환
갤러리마리 관계자는 “각자의 자리서 때를 기다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자연의 모습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일지 모른다. 꽈리 작업을 통해 터득한 삶의 진리를 추구하는 이애리의 개인전 ‘작은 열매, 큰 세상’서 생과 멸, 유와 무, 음과 양 등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복합적인 양상으로 순환하는 자연의 질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작은 열매서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두에게 다행다복을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닿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애리는?]
▲1969년 출생
▲학력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 전공 및 동 대학원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미술학 박사
▲경력
독일 갤러리 클로제(Galerie klose) 전속작가
협성대학교 객원교수
(재)안양문화예술재단 이사
▲개인전
‘A Small Universe’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Gallery H(2022)
‘Good Luck : LUCKY BLOSSOM’ 클램프갤러리(2022)
‘Good Luck in 꽈리’ 비디갤러리(2021)
‘Good Luck-오늘의 당신에게-’ 소노아트갤러리(2020)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