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해결될 기미는커녕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 같다.
학교폭력이 문제인 것은 다수의 피해자가 학업을 중단하고, 몇몇은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피해 학생은 우울증·불안장애·분노 등 심리적 문제를 겪고, 이런 트라우마와 장애는 성인이 돼서도 문제로 남아 평생을 괴롭힌다고 한다.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가해 학생을 학교서 내몰게 하고, 잘못된 삶의 경로로 접어들게 할 수도 있다.
또 가해 학생이 언젠가는 피해자가 되고, 반대로 피해 학생이 언젠가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이를 청소년 비행분야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중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가해 학생은 한때 폭력에 노출됐던 피해자였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게 폭력을 당하지 않고 안전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순간의 문제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만을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뿐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교폭력을 단순히 목격하는 일반 학생도 영향을 받는다. 우선 당하는 친구를 보고도 도와주지 못한 데 대한 죄의식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도 학교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과 위협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 경우 학생들은 ‘Mean World Syndrome’, 즉 세상을 안전하지 않은 잔인한 세계로 보게 된다.
학교폭력은 학부모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가해 학생의 학부모는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학교폭력에 대한 대처 방안에는 학생생활기록부 기록 장기 보존과 진학이나 대학 입학 사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 등이 있다. 다만 가해 학생이 재판을 통한 시간끌기와 그를 통한 불이익 해소나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생활기록부 기재와 보존기간은 연장하되 재판에서 피해 학생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 학생이 자신의 가해행위가 없었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 책임을 지우면 어떨까? 마치 의료사고 발생 시 현재는 환자가 의사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것을 의사가 자신의 잘못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자는 주장과 같은 것이다.
이런 변화는 어쩌면 현재의 가해자 중심 사법제도서 피해자 중심의 사법제도로의 제자리 찾기와도 관련이 있다. 특히 사법절차와 과정을 거치면서 2차 피해까지 감내해야 하는 피해 학생의 입장을 감안하면 학교폭력의 사후 처리에 접근 방법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안타깝게도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비해 문제의식은 아직까지 충분치 않은 것 같다. 최근 고위공직 후보자 자녀의 학교폭력이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새로운 학교폭력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학교폭력이 여타 범죄와 그에 대응하는 형사정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즉,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이 대부분 사후 대응에 집중돼있다. 책임을 철저하게 엄격하게 묻겠다는 것이다.
모든 범죄는 일단 발생하면 피해자 생기고 그 피해가 회복되지 않거나 회복되려면 큰 비용과 시간을 요하게 되는데, 학교폭력은 더더구나 청소년의 문제라 일단 발생하면 그 영향은 훨씬 크고 더 오래가기 마련이어서 어느 범죄보다도 사전 예방이 우선이어야 한다.
학교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학교와 선생님의 의지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학교 경찰 활성화는 어떨까? 학교와 경찰, 학생과 경찰의 징검다리요, 도우미요, 해결사로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화해를 도모해 더 큰 폭력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중재자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고려해봄직하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