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유전학자들은 그런 생성의 원리가 방대한 유전변이 덕분임을 깨달았다. 말하자면 재료는 같아도 재료를 요리하는 레시피가 달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화라는 생명 프로그래머는 이런 레시피를 하나하나 창조적으로 누적해왔다.
이때 바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인간은 인간답게, 초파리는 초파리답게 태어난 것은 이 우주에서 필연적인 과정이었는가, 아니면 우연한 신의 장난이었는가? 정말로 진화는 반복 불가능한 것인가? 젊은 생물학자 리처드 렌스키는 실험을 통해 진화의 우연성과 필연성을 실제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1988년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장기 실험 진화’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