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교육계의 명품 브랜드로 단연 미국의 하버드대학을 꼽는다. 이런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1636년에 설립된 하버드대학은 미국의 건국보다 100년이 앞선다. 하지만 하버드대학이 유명해진 이유는 단순히 오래된 역사에 있지 않다. 역사만 가지고 본다면 하버드대학을 압도할 수 있는 대학은 무수히 많다.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은 개교 1220년의 역사를 가졌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은 930년에 가까운 역사를, 스페인의 살라망카대학과 이탈리아의 파두아대학은 8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외에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이 많이 있다.
또 우리나라의 대학도 이만큼은 아니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곳들이 있다. 모두 좋은 대학이기는 하지만 하버드대학의 경쟁력을 뛰어넘는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2020년을 기준으로 하버드대학은 8명의 대통령, 161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48명의 퓰리처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리고 현존하는 억만장자 중 188명이 하버드대학 출신이다. 이처럼 하버드대학 출신의 세계적인 정치가, 글로벌 CEO 등 자수성가한 사람이 많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이들 대부분이 말을 잘하고 말투가 젠틀하다. 특히 말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데, 이건 하버드대학에서 토론수업을 통해 훈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하버드대학은 아주 오래전부터 ‘말 잘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려왔다. 그것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을 진화시켜 왔고, 현재도 여전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토론수업이 하버드대학의 표준이 된 것은 100년 남짓으로 알려져 있지만, 하버드대학은 이미 300년 전부터 토론 문화를 도입했고 치열하게 논쟁하면서 검증과정을 거쳤다. 토론에 관한 믿음이 커지면서 ‘토론수업’을 학교의 정체성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하버드대학 말고도 세계 일류 대학들은 토론수업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토론이 가진 위대함을 인정했다. 거창하게 말해서 토론이라고.
하지만 결국 토론의 목적은 말 잘하는 사람을 만들어 세상을 이끌게 하려는 것이다. 토론의 과정에서 생기는 지식의 검증과 발전, 새로운 지식의 발견, 창조, 혁신 등은 부차적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를 되짚어보면, 세상은 말 잘하는 사람에게 지배받아 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은 일찌감치 그것을 간파하고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온 것이다.
이쯤 언급하면 하버드대학이 가진 토론의 기술이 대단한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그들이 가진 기술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교수는 ‘질문-질문-질문’을 반복하고, 학생들은 ‘질문-의견-질문-의견’의 과정을 반복한다.
결국 토론으로 지식을 검증하고 발전시킨다. 또한 새로운 지식을 찾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는다. 이 모든 일을 사람과 사람의 생각을 교환하고 말하기를 통해서 한다. 즉, 사람의 생각을 말로 주고받으면서 집단지성의 결과물을 찾아내는 지능적 전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