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게 심리학, 심리학자가 필요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더 나은 업무수행을 위함이요, 다른 하나는 경찰조직 구성원들의 위생학적 필요다.
먼저 경찰이 더 나은 업무수행을 위해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이다. 형사들은 용의자의 범행동기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에 의존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신경과학과 심리학 연구의 발전에 힘입어 경찰은 범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범죄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예를 들어 형사들은 용의자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위를 예측하기 위해 심리적 프로파일링을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경찰관들도 인질 협상이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심리학 분야 훈련을 받는다.
인간 행위에 대한 이해를 통해 경찰은 공공의 안전을 지키고 범죄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 좋아지기 마련이다.
경찰의 업무수행을 위한 경찰심리의 필요성이 중요하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경찰관 개개인의 필요성 때문이다. 경찰은 직무 특성상 경찰관의 정신건강과 심지어 신체적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도전적인 상황에 자주 직면한다.
경찰심리학자는 자신의 정신건강, 행동과학적 지식과 전문성을 이용해 경찰관과 그 가족, 피해자와 목격자/증인 사이에 개입해 상담과 지지를 제공한다.
경찰은 사고는 물론이고 범죄로 인한 인명 살상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다뤄야 하며, 그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들의 비통함도 봐야 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도주하는 강력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무력 특히 총기를 사용하고, 그 결과 누군가가 생명을 잃거나 큰 부상을 당한다면 경찰이 겪는 트라우마는 엄청날 것이다.
서글픈 현실일지 모르지만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일하는 일선 경찰관들이 주취 폭력을 당하고 시위 현장서 시위자들과 물리적으로 대치하는 등 격무와 근무 환경으로 인한 소위 ‘소진(burn out)’도 심각한 수준이다. 상황실서 근무하는 경찰은 폭언·위협·희롱 등에 노출돼있으며 상당한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 결과 경찰관의 순직, 공상 비율은 생각 이상으로 높다. 누적되는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은 신진대사 장애와 같은 질병을 동반하며 때로는 극단적 선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에선 흔하게 총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음에도 경찰에 공식적으로 경찰심리학자를 둬서 총기 사용 경찰관을 위한 상담과 심리치료를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경찰심리학자는 경찰관의 총기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잠재적 위협을 적정하게 평가, 확인하고 경찰과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훈련시키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노력에도 경찰은 어쩔 수 없이 살인 현장과 치명적인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함으로써 그런 정신적 외상을 초래하는 사건과 사고를 경험하거나 목격해야 한다. 그 결과 경찰관의 20~30% 이상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고통을 받는다.
PTSD는 심신을 악화, 약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경찰관이 이들 사건과 사고를 처리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 또한 경찰심리학자의 몫이고 역할이다.
경찰심리학자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찰업무나 활동에 관한 전문가들은 이상적인 경찰관은 진취성, 결단력, 주도권, 솔선수범, 윤리의식, 법에 대한 존중과 지식, 의사소통 기술, 상식, 서비스 정신, 정중함, 겸손함, 절제된 성질, 새로운 지식에의 갈증 등을 갖춰야 한다고 믿는다.
면접이나 시험 등을 통해 이 같은 자질, 기질, 능력, 개성, 인성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는 데도 경찰심리학자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모든 경찰심리학자가 다 경찰관의 정신건강과 안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범죄분석, 심리적 프로파일링, 범행동기의 분석 등 범죄를 해결하고 비극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심문이 전문이라면 용의자와 피해자를 인터뷰하고 그들과의 인터뷰 해석에 도움을 주고, 일부는 협상 분야에 전문성을 가져 인질 협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