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3연타 헛발질 책임론

‘넓고 얕은’ 수석님 오지랖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운동 기간 동안 수십 개의 공약들을 쏟아냈다. 치열한 선거였던 만큼 윤석열 캠프는 각종 현안에 관한 공약을 내걸었고, 그때마다 유권자들은 윤석열 후보의 성향과 윤석열정부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쏟아진 공약들이 현재 윤정부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깊은 숙고 없이 내뱉었던 공약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 중 가장 파격적이었던 것은 ‘청와대 용산 이전’과 ‘대통령실 인력 감축’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청와대 용산 이전’을 발표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경청하겠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막나온
공약들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지자 각계각층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통령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안보 문제부터 이전에 들어갈 예산 문제까지,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풀어야 할 숙제를 잔뜩 떠안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반대 의견들을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3월20일,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용산 공원을 조성해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할 수 있고, 국민들과의 교감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며 “주변에 수십만평 상당의 국민 공간을 조속히 조성해 임기 중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으로의 정부청사 이전의 또 다른 이유를 ‘정부조직의 인력과 기능 슬림화’에 두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한 국정운영 계획 구상에서 “대통령실을 공무원과 민간 인재들이 함께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며 “국정운영 방식의 대전환으로 국민과 같이하는 대통령을 실현하겠다”고 인선 개편의 취지를 역설했다. 

윤석열정부는 실제로 수석비서관, 민정수석실, 제2부속실 등을 폐지했고, 앞으로 전체 인원의 30%가량을 감축해 대통령실의 조직을 더욱 줄여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측은 “민관 합동위에는 공무원과 각종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하게 될 것이며, 각 분야의 대표격 인사를 초빙해 국정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인력 개편의 방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용산 집무실 출범 당시 인력을 대거 감축한 상태서 출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전 정부보다 수석 직책 세 개가 줄었고, 실장 자리도 하나 줄었다”며 “실장 두 명과 다섯 명의 수석으로 출발한 셈인데, 대통령 공약이 대통령실 인력감축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세 명의 실장과 여덟 명의 수석이 담당하던 국정운영을 두 명의 실장과 다섯 명의 수석이 온전히 떠안아야 했고, 5년간 익숙했던 대통령실 직원들의 업무 시스템도 대대적으로 개편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실무 관계자들, 또 정계 전문가들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사개편은 그대로 단행됐다. 대통령 인수위 측은 조직 슬림화로 인한 업무공백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인력 증원이 아닌 재배치로 우선 대응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답했다. 시스템이 발전한만큼 정부가 인력에 과거만큼 의존할 필요가 없고, 효율성의 재고를 통해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인수위 측의 설명이었다.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이전 배경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의견을 직접 경청’하고, 인력 감축을 통해 비대해진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민들로부터의 의견 경청과 인력 배치의 효율성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정계 전문가들은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최근 윤정부가 내놓는 정책이 연달아 폐지되는 것을 지켜본 후 국민 의견을 경청하지도, 인력이 효율적으로 배치되지도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정부는 정책들을 일단 내놓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다시 철회하는 그림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후보 시절 내놓은 인력 감축 공약 ‘발목’
3실 8수석 체제 2실 5수석으로 1수석 늘려

여론 수렴 후 정책을 수립하고 공포하는 방식을 역으로 뒤집고 있는 것인데, 지난 1년간 이런 경우가 3건이 넘는다. 윤정부는 그동안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 ▲비동의강간죄 추진 ▲주 69시간 근무제 등을 추진했다가 모두 철회했다.

헛발질은 지난해 7월29일 교육부가 내놨던 ‘초등학교 취학 연령 만 5세 하향’ 정책으로부터 출발했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학제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사회적 양극화의 모든 원인은 교육이 어떻게 출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 정부 내에 실현할 수 있는 학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정책 도입의 취지를 밝혔다.

윤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교육비 하향에 방점을 찍었고, 입학 연령을 낮추는 쪽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박 전 장관은 “영유아와 초등학교 시기가 (성인에 비해)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입학 연령 하향은)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해당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여론이 들끓었다. 학부모 단체와 영유아 교육·보육 관련 단체들, 교육 전문가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윤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8월1일에는 교육관련 시민단체 43개가 모여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발족하고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 모여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소통의 부재’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저출산으로 존립의 위협을 당하고 있는 유치원 관계자들과 저학년을 꺼려하는 현장의 초교 교사들, 그리고 1년 일찍 아이를 경쟁속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조금도 경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련 논의 한 차례 없이 교육부 장관이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발표했고, 대통령이 뒤에서 정책을 밀어주는 형태는 여러 모로 여론의 불만을 샀다.

부처간
엇박자

결국 교육부는 초등학교 취학 연령 만5세 하향 정책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책을 발표한지 11일 만의 일이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해 8월9일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서 만 5세 입학 정책을 폐기한다고 봐도 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정책의 공식 철회를 사실상 인정했다. 이 정책을 주도했던 박 전 장관 또한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결국 사퇴했다.

대통령실 또한 정책 실패의 심각성을 인정한 뒤 ‘국정기획수석’이라는 자리를 신설해 정책 헛발질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국정기획수석은 국정운영 기조와 국정과제 목표 등 기획 단계서부터 정책 취지를 전 부처에 원활하게 전파하고 부처 간의 소통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정책실장과도 같은 자리며 일각에서는 ‘2실 6수석’으로의 개편이 아니라 ‘3실 5수석’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상당하다.

그러나 국정기획수석의 도입이 무색하게도 윤정부의 정책 헛발질은 계속됐다. 올해 1월 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에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이 ‘폭행과 협박’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것을 ‘동의 여부’로 개정한다는 취지의 입법 발의였다.

여가부는 지난 1월26일, 제3차양성평등정책 기본 계획 발표에서 법무부와 함께 형법상 강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발표했다. 여가부는 “법무부의 요청으로 수개월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고, 국제 추세에 맞춰 정책을 도입하려 한다”고 도입 과정을 설명했다.

발표를 들은 국민들은 법무부와 여가부가 함께 소통하며 준비했고, 그것이 완성돼 추진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발표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법무부 쪽에서 ‘그런 논의를 여가부와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잡음이 들려왔다. 결국 법안에 대한 공식 반대 입장이 터져 나왔다.


법무부는 “비동의강간죄 개정 계획이 없다”며 “성범죄의 근본 체계에 관한 문제이기 떄문에 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 입법 사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포함해 성폭력범죄 처벌법 체계 전체에 대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대 취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고 부처 간 오해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국제 추세
정책 도입

여가부는 기자들에게 “(비동의강간죄는)법무부 과제고, 법무부가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알려와 ‘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며 “법무부가 계획이 없다고 해서 최종 철회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책을 발표한지 9시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최근에 있었던 ‘주 69시간 근무’ 정책 논란도 맥락을 같이 한다. 비동의강간죄 논란이 부처 간의 엇박자로 비롯됐다면, 노동정책 논란은 대통령실 내부의 소통 문제서 비롯됐다. 대통령실 직원이 주장한 사실과 대통령 본인이 주장한 사실이 전혀 딴판이었던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일, 일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는 현행 노동 시간을 69시간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은 근로 개편안을 발표했다. 다만 노동 시간의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로, 또 ‘연’까지 단위를 확대해 근무시간의 탄력성을 더했다.

그러나 총노동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고, 노동단체와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의 도입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맞섰다. 노동 전문가들은 “현행 52시간 근무제도 일주일에 하루만 쉬고 일하는 노동자가 허다한데, 69시간이 통과된다면 주말을 아예 안 쉬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대신 전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며 노동 개편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의지를 다시 확인해줬다.

다시 한번 정책을 철회한 셈이 된 것이다.

전임 정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 같은 정책 헛발질은 왜 자꾸 나오는 것일까?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줄어든 수석 자리의 공백과 6명의 수석이 관장하는 분야서 그 이유를 찾았다. 현재 대통령실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헛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입학연령 하향, 비동의 강간, 노동시간 폐지
노동, 교육 전문가도 아닌 사회수석이 관장?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줄어든 자리를 적은 인원이 담당해야 하는 만큼 정책의 깊이가 얕을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안상훈 사회수석의 어깨가 매우 무거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회수석 자리가 제일 애매하고 할 것도 많다. ‘사회’라는 이름 아래 관여해야 하는 분야가 모두 들어가 있다”며 “안 수석이 노동 전문가도, 교육 전문가도 아닌데 관련 정책들에 깊이가 있을 리 만무하다. 기후, 환경이나 문화, 체육 분야도 안 수석이 다 관여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에 불거진 주 69시간 근무 논란도, 저번에 불거진 만 5세 입학 논란도 같은 맥락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에 조심스럽게 “안 수석을 탓하는 게 아니라 현재 대통령실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 수석은 3선 국회의원인 안병구 전 의원의 장남으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이른 나이에 교수로 발령 난 재원이다. 2001년부터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일해왔으며 2013년부터 종종 정치에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해왔다.

앞서 노무현정부와 박근혜정부서 일하거나 고문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여야 정치인 모두 선호하는 복지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분야가 복지 쪽으로 한정돼있고, 연구원으로 쌓은 커리어가 강한 만큼 실질적인 정치에서의 능력에는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직책상 다양한 분야를 총괄해야 하는 안 수석은 ‘깊이 없는’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질타받아왔다. 그에 대한 비판 의견은 여당 내부에서도 종종 나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해 ‘만 5세 입학’ 논란 당시 한 라디오와 인터뷰서 “사회수석이 어떻게 보면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이걸 추진하느냐 마느냐 이런 정무적 판단을 해서 대통령한테 보고하는 자리”라며 “(안수석이)추진해도 된다고 보고했을 거라고 본다. 안 그러면 교육부 장관이 왜 이걸 하겠다고 발표했겠나”고 비판했다.

“사회수석이 
더 큰 책임”

대통령실은 인력 30% 완전 감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최근 언론에 밝혔다. 더 이상 인력을 감축하면 실무에 큰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 아래서다. 호기로웠던 후보 시절 공약이 국가에 해가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 윤 대통령이 시급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은 노동 시간 개편안이 아닌 대통령실 인력 공백 문제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이 셋 군면제도 철회?

최근 국민의힘은 20대에 자녀를 셋 낳은 아버지의 병역을 면제한다는 골자의 법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만 0세부터 8세 미만 아동 양육 가정에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수당을 18세 미만까지 월 100만원으로 늘리는 내용과 셋 이상 자녀를 둔 20대 남성의 병역 면제 건 등을 담은 저출산 대책을 만들어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 대책이 정책으로 관철된다면 아이를 낳은 가정은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약 2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병역을 마치지 못한 가장은 병역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실성과 타당성 등을 놓고서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20대 남성이 아이 셋을 낳을 경제력이 없다는 지적과 부족한 예산 등이 현실과 동 떨어졌다고 지적된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여당 측은 “당에서 공식적으로 검토된 게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아이 셋을 낳으면 군면제를 해준다는 보도는 국민의힘에서 공식 제안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해프닝이 근로시간 개편안, 취학연령 학제 개편안 등 ‘선발표 후논의’ 형태의 정책 철회와 매우 닮아 있어 이것 또한 대통령실 작품 아니냐"는 의심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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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