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줄거리를 설명한다는 건 무모한 짓이다. 하나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낳고, 그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한 편의 복수극’이었나 싶으면 산골 소녀와 부둣가 장수의 사랑 이야기가 있고, 보잘것없는 게이샤를 위해 손가락 여섯 개를 잘라 바친 어느 조직 보스의 인생 이야기인가 싶으면 주인공은 어느 사이 ‘올란도’를 능가하는 인물이 되어 있다.
빈털터리, 맨몸으로 시작해 큰 사업가가 된 한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인가 싶으면 벽돌을 굽는 한 장인의 예술혼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시 여러 시대를 살다 간 인물들의 지난 세기의 이야기인가 하면, 이것은 오늘의 이야기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