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의 시대’ 국힘 지도부 막전막후

날개 단 용산 ‘더 세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그 어느 전당대회보다 치열했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외부적으로 흥행엔 성공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신임 지도부 견제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용산(대통령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지도부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감지된다. 과연 이 같은 우려 속에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새 지도부를 잘 이끌 수 있을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초대박을 터뜨렸다. 투표율도 55.1%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득표율은 지난 4~5일 모바일 투표와 지난 6~7일까지의 ARS 투표를 합산한 결과다.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조직적인 동원 표와 분노 표가 정면으로 부딪쳐 투표한 결과다. 

친윤 점령
비윤 전멸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첫 전당대회였던 만큼 주목도 역시 높았다.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를 친윤(친 윤석열)이 이끌지, 비윤(비 윤석열)이 이끌지도 초미의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결과는 친윤 그룹인 김기현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김 대표에게는 과반 당선 여부가 상당히 중요했다.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로 가는 것 자체가 친윤에게는 상당한 위기감을 초래할 수 있었던 탓이다. 

투표 결과 김 대표는 득표수 24만4163표(52.93%)를 얻으면서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넘겼다. 안철수 의원 23.37%,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14.98%, 황교안 전 국무총리 8.72%를 각각 기록했다. 앞서 정가에선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김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터져 나왔고, 비윤계가 결집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전당대회 자리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당의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며 비윤 등 당내 타 계파에 대한 입단속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대통령이 전당대회를 찾은 것은 7년 만이다.

이제 막 당선된 지 1년이 돼가는 윤 대통령에게는 국민의힘 장악을 위해선 친윤 그룹의 승리가 필수였다.

사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별다른 존재감은 발휘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치솟기 시작한 시점은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띄우고 난 이후부터다.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후보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인물들도 친윤계 인사들로 채워졌다.

개표 결과 김재원 후보가 1위를 기록했고, 뒤이어 김병민·조수진·태영호 후보 순으로, 청년 최고위원엔 장예찬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친박(친 박근혜)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전 지도부서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으나 이번에 재입성에 성공했다.

막 오른 당·정 친정 체제
사무총장·원내대표도 관심


김병민 최고위원은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꾸준히 종편 등 방송에 패널로 출연하면서 조곤조곤한 말투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를 막아왔다. 조 위원 역시 지난 대선서 공보단장을 맡아 친윤계로 분류된다.

태 최고의원은 이번에 당선된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지역구 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의 지역구는 수도권서 유난히 보수세가 강한 강남구갑이라는 것이다. 비록 조 최고위원과 김병민 최고위원이 서울의 당협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으나 차기 총선을 감안할 때 마냥 즐거운 상황은 아니다. 

최고위원들 역시 모두 친윤계로 채워져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층 더 장악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 역시 다시 한번 치고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는 프레임의 승리로 귀결된다. 즉, 김 대표의 인물과 비전을 보고 뽑은 게 아닌, 윤 대통령을 보고 찍은 셈이다. 당내에서는 이제 막 1년 된 대통령을 도와주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구도 자체가 김 대표를 찍도록 이뤄진 셈이다.

앞서 정가에선 김 대표의 당선 이후로 우려스러운 점들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왔던 바 있다. 결선투표 없이 당선되긴 했지만, 반대로 과반에 가까운 나머지 세력과의 규합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비록 비윤, 반윤핵관 세력이 전당대회서 전멸을 당하긴 했지만, 이들 세력에게는 민심이라는 무기가 있어서다. 민심 세력까지 지지율을 확대해본다면 친윤 지지 세력은 비윤에 다소 밀린다. 

당장 김 대표는 당내 분란은 물론이고, 민심을 끌어들어야 하는 확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정가에선 김 대표가 중도층 민심을 잘 포섭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도 중도층을 움직인 쪽이 정권을 가져왔다. 차기 총선서 김 대표가 이를 해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총선 승리
필수 과제

공교롭게도 반드시 총선 승리를 거머쥐어야 하는 김 대표의 지역구는 수도권이 아닌 울산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김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구 출신”이라고 반박했지만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공천도 문제다. 앞서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이미 약속했으나 실제 실행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그는 토론회 당시 “필요하다면 대통령과 공천을 상의하겠다”고 발언했던 바 있다. 결국 공천 과정에서 불공정성 논란을 해소시킬 묘안 마련도 주요 과제다.

서로 불신이 쌓일대로 쌓인 친윤계가 비윤계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김 대표가 “연포탕을 끓일 시점”이라며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는 당무를 총괄할 사무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데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인재영입위원장 역시 지도부에서 뽑는다. 지도부가 친윤계를 전면 배치시킨다면 비윤계의 불만과 내홍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13일, 차기 사무총장에 윤핵관 인사인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사무부총장으로 당내 사정에 밝은 그는 신임 지도부와 호흡을 맞추기엔 안성맞춤인 인물이다. 반면, 사무총장 임명부터 비윤계의 극심한 반발이 표출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타협이나 배려의 정치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더욱 당의 그립을 잡으려는 액션이 강한 가운데, 당내 일각에선 공천에 대통령실 의중이 많이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공천 문제로 인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김 대표의 약속처럼 당직 인선에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책)을 끓이긴 어렵다.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과 의중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게 불 보듯 뻔해서다. 이 같은 연유로 다수의 임명직 역시 친윤계 인물들을 전면 배치할 것으로 분석된다. 

발목 잡는
윤핵관들

문제는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이다. 이들이 대놓고 반기를 들 경우, 당은 안정화보다는 분란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김 대표는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을 최대한 빨리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당분간 큰 목소리를 내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김 대표가 당선된 이상 김기현 체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섭보다는 일정 부분 협조해야 김 대표가 말하는 탕평책도 가능하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이 전 대표는 필요한 존재다. 이 전 대표 세력이 없으면 보수 우파가 힘들지만, 보수 우파의 주류 세력이 이 전 대표를 선택해주지 않으면 그 역시 주변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 그 역시 주류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신임 지도부는 벌써부터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함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차기 원내대표 역시 어떤 인물이 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내달 말경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당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을 늘 해왔다. 주 원내대표는 전당대회서 “흩어지면 죽는다”며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상 비대위 체제서 당내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당내에선 장제원 출마설 등 여러 인물들이 거론된다. 앞서 장 의원은 사무총장에 유력한 인사로 거론됐으나 지난달 2일, 임명직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바 있다.

그러자 최근 선출직인 원내대표에 출마설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장 의원은 대표적인 윤핵관 세력의 중심축으로 불리는 만큼 이번에도 후방에서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윤핵관의 재등장은 김 대표의 발목 잡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민심 끌어안을 방법 고민 필요
땅 투기 리스크 최대 약점으로

윤핵관 세력과 자칫 어긋난 메시지를 선보이면, 친윤 그룹끼리의 분화를 면치 못할 수 있다.

4선의 김학용 의원과 3선의 박대출 의원, 3선의 윤재옥 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이 중 친윤 그룹에 가장 잘 맞는 인물로는 윤 의원이 거론된다. 그는 대선 기간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을 맡았고, 당내서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져 있다.

윤 의원의 지역구 역시 보수 텃밭인 대구다. 당 대표 지역구가 수도권이 아닌 마당에 원내대표마저 비수도권 인사로 채워질 경우 차기 총선서 민주당과의 경쟁 구도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김 대표의 울산 땅 특혜 의혹은 총선 시점에 지속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해당 의혹은 말 그대로 김 대표에게 있어 아킬레스건이다.

해당 의혹은 김 대표가 울산시장 시절 김모씨가 주도한 울주군 상북지구 도시개발 사업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울산 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구수리 임야를 1998년 김 대표에게 팔았던 인물로 당시 김 대표는 “교회 지인”이라며 “정치를 그만두면 소일거리 겸 선산을 만드려는 의도였다. 어려운 교우를 도와주려는 측면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의혹들이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해당 의혹에 대해 안 의원과 황 전 총리는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당대회는 끝났지만 울산 땅 투기 관련 의혹은 지금도 하나둘씩 터져 나온다. 이 같은 의혹들은 여야의 대치 국면 상황을 한층 더 가열시키는 측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대선 기간 동안 화두였던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이 현재까지 이어져오면서 괴로워하고 있고, 친명과 비명이 갈라져 싸우는 상황이다.

결국 김 대표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 대표는 해당 의혹을 해명하느라 여러 차례 진땀을 뺐다. 앞으로는 당내가 아닌, 야당의 공격 빌미를 제공할 거리로 충분하다. 

안철수?
이준석?

이미 민주당은 김 대표 당선 이전부터 ‘김기현 울산 땅 투기 의혹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까지 띄우는 등 화력을 모으고 있다. TF 위원장엔 악연 중 악연으로 불리는 황운하 의원이 자리했다. 민주당이 끊임없이 투기 의혹을 물고 늘어지는 가운데, 최근엔 거짓 해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모든 건 김 대표에게 달려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선 부분에서 탕평책을 펼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용산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일단 상징적인 이미지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의 분란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