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경찰이 착용하는 속칭 ‘바디캠’이 중요한 장비로 부각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멤피스 경찰의 타이어 니콜스 총격 살인 장면도 당시 현장 경찰관의 바디캠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경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다수의 전문가들도 경찰의 바디캠 착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비무장 흑인 로드니 킹에 대한 백인 경찰관들의 무자비한 총격으로 빚어진 LA 폭동,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흑인 청년 사망사건 등 경찰의 과잉 진압이 불러온 수많은 논란을 억제하는 방편으로 바디캠이 효용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경찰의 과잉 진압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전국적인 시민운동이 일어나기도 했고 급기야 “경찰에 예산을 주지 말라(Defund the police)” “경찰을 폐지하라(Abolish the police)” 등 국민적 저항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바디캠은 2005년 영국 경찰이 실험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총기 사용 문제가 연이어 보고되자 2010년대 들면서 급속히 도입되는 추세다.
특히 2014년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경찰관의 마이클 브라운 살해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배심원단이 마이클 브라운을 살해한 경찰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평결하자 마아클 브라운의 가족은 노상에서 근무하는 모든 경찰관에게 바디캠을 착용시키자는 국민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를 계기로 당시 오바마정부의 법무부가 바디캠 장착을 독려했고, 이때 설치된 ‘21세기 경찰활동에 관한 TF’는 바디캠이 경찰과 지역사회 관계를 향상시키는 한 가지 잠재적 도구라고 강조했다.
바디캠에 대해 미국 시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경찰관들 역시 바디캠이 경찰의 지역사회 관계를 향상시켰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디캠에 우호적이다. 아마도 경찰의 무력 사용이 줄어들었고, 악덕 경찰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더 많은 도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디캠은 경찰에게도 유용한 감시의 눈이 될 수 있다. 경찰에 대한 시민의 폭력이나 공무집행방해 등에 대한 물적 증거가 될 수 있고, 장차 있을 수 있는 민형사상 송사에서도 권력남용이 없었고 적법절차에 의한 법 집행이었음을 입증할 수도 있다.
결국 바디캠은 경찰관의 안전을 향상시키고, 증거의 질을 높이고, 시민의 불평·불만을 줄이고, 기관의 책임을 줄일 수 있다. 또 시민에 대한 부당한 법 집행이나 과잉 대응, 폭력과 같은 시민권 침해 소지를 줄일 수 있다.
바디캠은 경찰이라는 ‘푸른 벽(blue wall)’을 허문다는 차원에서도 중요성이 부각된다. 의료사고가 나면 환자가 의사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는데 진료실이나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함으로써 이런 부담을 덜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 남은 문제는 현장서 촬영된 영상에 대한 관리와 보관 여부다. 영상의 임의적 손상, 파괴, 변경, 조작 등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 통제돼야 한다. 원활한 통제가 뒷받침될 경우 양질의 증거, 확실한 물적 증거가 확보됨으로써 재판 절차도 단순해지고 짧아질 수 있으며 또 사법절차와 과정에 대한 가장 큰 불만과 문제로 지적됐던 지연 문제도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