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경북도당 이상한 징계

당사자도 모르게 ‘땅땅땅’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잘못이 맞다는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누구나 충분한 소명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 죄가 있다고 확실히 판단하려면 문제를 입증할 충분한 근거도 함께 제시해야 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김준열 전 경북도의원은 자신의 징계 사실조차 몰랐다. 당사자도 모르는 징계가 상식적이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준열 전 의원은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측 인사다. 지방선거 후보로 나섰던 김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이 전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김 전 의원에게 최근 당원정지 1년6개월 징계가 떨어졌다. 김 전 의원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윤리심판원의 징계를 받을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모호한 사유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던 그는 별 다른 잘못이 없다는 생각에 징계 통보 이후 윤리심판원에 소명자료 서류를 제출했다. 자료 제출 후 김 전 의원은 경북도당에 전화를 걸어 징계 사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본인이 어떤 사안으로 징계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탓이다. 

경북도당 측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일 당시 그를 비방했던 부분이 징계 사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전 의원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어떤 글이 잘못됐는지 물었으나, 경북도당 측에서는 이 전 대표 비방이라는 이유가 전부였다.


문제는 김 전 의원이 자신의 심판 결정문을 받기 전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먼저 징계 결정문이 확산됐다는 점이다. 앞서 딴지일보 게시판과 커뮤니티에는 김 전 의원의 징계 결정문이 게시됐던 바 있다. 해당 사실을 안 것은 평소 친분이 있던 한 당원에게 링크를 전달받고 나서다. 

이처럼 김 전 의원은 본인이 징계를 받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징계 결정문은 한 달 넘게 당사자인 김 전 의원에게 도착하지도 않았다. 징계는 지난달 13일에 내려졌는데, 김 전 의원에게는 지난 1일에서야 결정문 발송이 시작됐다.

또 경북도당은 김 전 의원이 등기를 받을 수 있는 주소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문서를 전달했다. 

소명 기회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이 인천에 머물러 있어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현재 김 전 의원은 중앙당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이재명 대선후보 당시 비방 이유
“충분한 소명 기회 부여받지 못해”

이마저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아직 민주당 중앙당 윤리위원의 선정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구성이 완료되고 나서야 김 전 원장의 재심 기회가 생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심판 결정문을 살펴보면 징계 사유는 선출 공직자의 선당후사 정신에 입각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반복적으로 같은 행위를 해 당원 간의 단합을 저해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물론 김 전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맞다. 그가 추측하기로는 과거 올렸던 사진 한 장이 문제였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김 전 의원은 이 대표를 비방하는 사진을 한 장 올렸고, 이후 문제될 것을 우려해 삭제했다. 사과문까지 올렸다. 

김 전 의원은 당시엔 아무 징계도 없다가 이제 와서 내려진 점이 수상하다는 입장이다. 차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던 김 전 의원은 1년6개월의 징계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대로라면 출마가 불투명해졌다. 

김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여러 가지 과정이 의문이 든다”며 “구체적으로 징계를 내린 근거를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반면 경북도당은 징계가 결정된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경북도당의 한 실무 관계자는 “청원자가 공개한 것으로 안다. 청원자가 공개하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절차와 형식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의 징계는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징계를 윤리심판위원의 의견을 모아 징계를 내리는 김모 윤리심판원장은 현재 경북도당위원장인 임미애 경북도당위원장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

그는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한 이력과 구청장 선거서 직접 후보로 나선 적도 있는 인물이다. 현재 SNS에서는 ‘적○○’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윤리심판원장도 과거 이낙연에 쓴소리
독립기구지만 사법기구 아니라 괜찮다?

김 원장은 과거 상당 기간 이 전 대표와 그의 지지자들을 비판해왔다. 당시 그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에게 ‘수박’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해당 기사와 욕설이 담긴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었다.

또 김 원장은 임 위원장이 경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했을 때 선거캠프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도 참여한 인물이다. 현재 경북도당의 윤리심판원장으로 임명돼있는 만큼 이해관계에 얽혀 있을 여지가 충분해 보이는 대목이다. 

민주당 당규 7호-제2조에 따르면 윤리심판원의 직무 독립성을 강조한다. 윤리심판원장과 심판위원은 업무와 관련해 양심에 따라 독립하고, 직무를 수행하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도록 규정돼있다.

또 민주당 당헌·당규 11조에는 이해충돌 방지 의무가 명시돼있다. ‘당 소속 공직자와 당직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와 관련돼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내서 자체적으로 강조하는 사안이다. 

이 밖에 당 소속 공직자와 당직자는 자신의 직접적인 이해와 관련이 있는 심사와 결정에는 스스로 회피하도록 해야 하고, 이해관계가 있는 관계 배정을 자제해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당헌·당규를 감안할 때 선대본부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이 윤리심판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임 위원장과 당헌·당규 조항을 어긴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또 경북도당 윤리심판원 위원들은 과거 명단이 공개돼있었으나 현재는 과거와 달리 비공개 상태다. 경북도당 관계자 역시 “과거에 공개돼있던 게 맞다. 현재는 윤리심판원들의 사생활 침해가 문제됐고, 상무위원회서 의결한 사안이기 때문에 비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임 위원장에게 김 원장과의 관계를 물었다. 임 위원장은 “김 원장이 선거캠프에 참여한 것은 맞다. 다만 선거캠프에 참여할 때 당원이 아니었고 추천받아 이름만 올렸다. 사무실서 한두 번 만난 게 전부”라면서도 “문제나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절차대로”

임 위원장에 따르면 김 원장은 내부서 윤리심판원 위원으로 추천받았다고 한다. 추천받은 인물들에게는 한 번씩 윤리심판원 위원을 맡아달라고 전화를 돌렸다. 임 위원장은 “자신은 임명권이 없어 통보만 받았다. 다만 윤리심판원은 독립기구여도 사법기관이 아닌 당의 당헌·당규, 정강정책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돼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전해왔다. 

<일요시사>는 당사자인 김 원장에게도 임 위원장과의 관계와 김 전 의원의 징계에 등에 대해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접근을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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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