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슈자선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3.02.07 09:25:05
  • 호수 1413호
  • 댓글 4개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중 300억달러(약 37조원) 대(對) 한국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윤석열 대통령이 한·UAE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서 “우리나라가 원전 건설을 통해 UAE와 진정한 형제 관계로 발전했으며, 바라카 원전 현장을 방문해 우리가 쌓아 올린 금자탑을 확인했다”고 과거 업적을 치하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부가 체결한 ‘포괄적·전략적 산업 첨단기술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기반으로 제조업의 디지털화, 모빌리티, 우주항공, 스마트팜, 부품 소재와 바이오산업에 이르기까지 미래성장동력을 함께 육성해나가겠다”고 미래 도약의 의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한·UAE 간 과거 업적과 미래 도약을 언급하면서 미래 도약은 직설적으로 표현한 반면, 과거 업적은 ‘쌓아 올린 금자탑’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국제무대서 비유적인 표현은 메시지를 강조할 때 주로 사용한다.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 업적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금자탑은 한자 금(金)자 모양이 거대한 탑 안에 왕이 안치돼있는 피라미드와 닮아서 피라미드를 금자의 탑, 즉 ‘金字塔’으로 비유한 데서 유래했다. 이는 길이 후세에 남을 뛰어난 업적을 일컫는 말로, 현재 옥스퍼드 영어사전(세계 표준어 사전)에 등재되진 않았지만, 한자 문화권에서는 표준어로 사용되고 있다. 

금자탑 비유는 윤 대통령이 한·UAE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서 말한 것 외에 “현대자동차가 미국 누적 판매 1500만대 금자탑을 쌓았다” “GS25 원소주 스피릿이 누적 판매량 400만병 금자탑을 쌓았다” “손흥민 선수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250경기 출전 금자탑을 쌓았다” 등 최근 우리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금자탑은 원래 신조어였지만,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져 중국을 넘어 아시아권에서 표준어로 자리 잡았다. 중국 문자인 한자의 위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필자는 금자탑에서 힌트를 얻어 한글 모양을 응용한 신조어 ‘슈자선’을 만들어 2019년 출간한 칼럼집 <생각 연습>에 소개한 적이 있다.


슈자선은 한글 ‘슈’자 모양이 우주를 향해 치솟는 우주선과 닮아서 우주선을 슈자의 선으로 비유해 만든 신조어다. 이는 추진력 있는 미래 도약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의 위대한 업적에 방점을 둔 금자탑과 달리, 슈자선은 미래의 희망찬 도약에 방점을 둔 한글 신조어다.

필자는 윤 대통령의 한·UAE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 기사를 보면서, 윤 대통령이 “바라카 원전 현장을 방문해 우리가 쌓아올린 금자탑을 확인했고, 이제는 우리가 UAE와 미래성장동력을 함께 만들어가는 슈자선을 쏘아 올리겠다”고 언급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아랍어로 “슈크란 자질란(매우 감사합니다)”이라고 외치며 기조연설을 마쳤는데 ‘슈크란 자질란‘의 약자는 ’슈자‘다. 한글 슈자는 우주선 모양이라며 우주선처럼 미래를 향해 함께 도약하자는 의미의 “슈자선!”도 외치며 우리 한글을 홍보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 언론과 전 세계 언론이 한글 모양을 따서 만든 신조어 슈자선에 대한 해석과 함께 “윤 대통령이 UAE서 금자탑을 기반으로 슈자선을 쏘아 올렸다”고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얼마 전 세계 7대 우주강국을 넘어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선 올해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고, 2032년 달 착륙 목표를 위해 10년간 약 2조원을 투입하고, 차후에 화성까지 갈 수 있는 우주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10년 후 우리나라 우주선이 달 착륙에 성공할 때도 우리 언론과 전 세계 언론이 “한국이 드디어 달나라에 금자탑을 쌓고, 이제는 화성을 향해 슈자선을 쏘아 올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쓰면 좋겠다. 과거지향적인 금자탑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한글 신조어 슈자선도 함께 써야 우주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더욱 빛날 수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글 기원 단어 등재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한글 기원 단어 등재는 전 세계의 각기 다른 언어권에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한글을 사용할 때 영어로 번역해서 사용하지 않고 한글 자체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복을 ‘korean traditional dress’가 아닌 한글 ‘한복’을 영어 문자로 바꾼 ‘hanbok’으로 쓰고 읽고 말해야 하고, 그 뜻을 알려면 한글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글이 국제무대서 우리 문화자산으로 그 영역을 넓히면서 이제는 한글 디자인, 한글 상표 등 한글 관련 콘텐츠가 K-문화와 함께 전 세계를 누비는 시대가 됐다. 슈자선처럼 한글 모양을 따서 만든 신조어도 머지 않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돼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일조하리라 믿는다. 

한자 금자탑이 아시아권에 널리 통용되면서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듯이, 슈자선 같은 한글 신조어도 전 세계에 널리 통용되면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도 방문국과의 외교, 안보, 경제 분야의 협력 외에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신조어 슈자선이 한국서 널리 사용돼 한국 표준어가 되고, 나아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도 등재되길 기대해본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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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