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일은 종종 힘에 부친다. 터무니없는 사건 사고들을 접하기라도 하면 심지어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이 책은 그럴 때 당장 문을 닫고 재생 버튼을 누르라고 말한다. 그 ‘문’은 실재하는 문일 수도, 은유로서의 문일 수도 있다. 짧게는 1~2분, 길게는 20여분 가까이 오로지 음악과 나의 감정에만 집중하자.
그리고 그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읽어보자.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읽는 이 짧은 시간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아주 견고한 시간이 된다. 인생이 마음을 할퀴고 지나가지 않도록, 그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나만의 시간이다. 운이 좋다면 오늘 듣는 음악 하나로 깨끗하게 치유할 수도 있다.
366개의 다양한 음악과 이야기가 응축되어 있는 이 책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음악을 만들고, 듣고, 느끼고, 그 느낌을 공유할 줄 아는 우리 인간의 경이로움이다. 이 책의 목표는 독자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불을 밝히고 혹시 상처 입었을지 모르는 마음을 끌어 안아주는 것이다.
저자는 그 매개체로 음악을 이용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음악은, “인간의 가슴에 불빛을 던지는 영원한 불꽃”이다.
이 책은 전 세계 클래식 음악 애호가에게는 보석 같은 음악을, 입문자에게는 새로운 음악 세계를 선사한 <1일 1클래식 1기쁨>의 다음 이야기로, 366개의 새로운 음악 목록과 음악 이야기는 물론 전에 없던 특별한 ‘힘’을 담고 있다.
저자 클레먼시 버턴힐은 전작이 크게 성공한 이후, 책에 담으려 했던 메시지, 즉 ‘클래식 음악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자신의 믿음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클레먼시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곧바로 후속 집필에 돌입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이 책의 초고가 거의 완성될 즈음, 그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급성 뇌출혈로 쓰러져 17일간의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다. 의식을 되찾은 이후에는 언어 능력과 운동 능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작가,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는 그에게는 치명적인 상실이었다. 게다가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친구는 물론 남편, 아이들과도 만나지 못하고 오로지 혼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긴 고통과 고립의 시간 그와 함께한 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그는 전보다 더 음악에 기댔고 음악에 매달렸다. 마치 약을 먹고 재활 운동을 하듯 음악을 들었다. 그를 치료한 켈너 박사는 음악이 그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강력한 ‘음악의 힘’이 느껴진다. 음악이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매일매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는 전작의 메시지에서 한 발자국 더 깊이 들어가 음악이 우리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걷는 법과 말하는 법을 배우면서 쓴 책이다. 마치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듣는 일이 인간의 걷기, 읽기, 말하기 능력과 동등한 일이라고 이 책은 말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축제 같은 책이다.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음악은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