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좋으라고 참아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을 참으면서 산다. 가면을 쓰지 않고 밥벌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모두가 그쪽을 선택했겠지만 그런 행운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저자 역시 해야 할 말을 참지 않고 사는 건 특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특권층도, 처음부터 넘치는 자존감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흑인이자 여성이며, 어린 시절 찬 바람 부는 ‘윈디 시티’ 시카고로 이주한 이민자이자 25달러짜리 운동화도 쉽게 살 수 없었던 빈민이었다.
역설적으로 프로불평러가 되기로 했던 건 바로 그 이유였다. 저자는 말하기나 행동하기가 망설여진다면 그때야말로 용기가 필요하며,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솔직한 글을 보러 찾아오는 독자들과 자기 효능감을 위해 직장에 다니면서도 블로그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됐다.
트위터에서 한 말실수로 미국 전역에서 뭇매를 맞았을 때도 책 쓰기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됐다. 차별적인 강연료 지급 관행 앞에서 흑인이자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됐다.
우리는 상냥한 사람이 되려고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지금 저자는 미국에서 최고의 인플루언서가 됐다. 자기에게 놓인 어려움 앞에서 ‘참지 않음’으로써 자기 영향력을 키운 모범사례다.
저자는 어떻게 예쁜 말만 하고 사느냐고, 내가 할 말을 했다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대의 몫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리고 상냥한 사람이 되기보다 ‘필요한 말’을 삼키지 않는,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직장인이 가면 증후군에 시달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압박을 견뎌 지금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정작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자기 자격을 의심하며 겸손을 떤다. 연봉 협상은 어떤가. 소박하게 희망 연봉을 제시하고도 침묵이 흐르는 5초를 채 참지 못한다. 이내 “어려울까요?”라며 저자세를 취한다.
이런 겸손은 실패와 실망이 두려워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성공이 두려워서이기도 하다. 한번 맛본 성공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그에 뒤따르는 책임감을 감당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저자 역시 수많은 기회를 날려버릴 뻔했다. 10년 가까이 글을 써놓고도 노벨문학상을 탄 작가에 비교하면서 자기에게 책을 쓸 자격이 있는지 망설였다. 수많은 강연을 했으면서도 테드(TED) 메인 무대 제의 앞에서 망설였다. 저자는 그럴 때면 할머니를 떠올렸다.
이 책에는 눈치 따위 안 보고 살았던, 그러면서도 주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좀처럼 주눅 드는 법이 없었던 할머니는 칭찬을 들으면 온몸으로 감사를 표하고 받아들일 줄 알았다. 저자는 가짜 겸손이 자기를 작아지게 만들 때면 스스로 후광을 비출 줄 알았던 할머니에게서 귀감을 얻었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면 그건 지금까지 자기 노력의 결과다. 좋은 기회를 잡는 건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알아보는 것과 다름없다. 저자는 가면 증후군의 목소리를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갈 때 우리가 많은 것들을 회복하고 또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자기가 있는 자리의 자격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