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내년이 더 어렵다?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대거 쏟아진다. 금리 인상과 원자잿값 상승,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분양을 미뤘던 단지들이 버티기를 포기하고 분양에 나섰다.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경우 올해보다 내년 분양시장이 더 어려울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렙스(REPS)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총 18개 단지, 3만2177가구가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이 중 조합원 물량을 뺀 1만24 30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지난해 12월(4455가구) 대비 2.8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6789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경기도(3425가구), 인천(1249가구), 강원도(851가구), 부산(116가구) 등이다.

수도권에 예정된 물량만 1만1463가구로 전체의 92.2%에 달한다. 분양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들이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환 대출이 막히자 어쩔 수 없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부동산개발사업 시장은 PF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자금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행되는 부동산 PF 대출 금리는 연 12~15% 수준이다. 1년 전 3%대였던 데 비하면 많게는 세 배에서 다섯 배 가까이 급등했다. 그나마도 대형 사업장이나 대형 건설사가 신용보증을 해줬을 경우로, 중소사업장은 돈을 빌려줄 금융기관이 없다는 업계의 하소연도 나온다.

그럼에도 분양업계는 기대감이 높았던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 아파트 분양이 연말에 몰리면서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이 분양 시장에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최근 중도금 대출 한도를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대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단지들도 대출 가능선으로 들어와 분양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연말 선보이는 수도권 단지 어디?
재건축·재개발 물량 대거 쏟아져

하지만 중도금 대출 규제가 완화돼도 ‘로또’ 분양은 여전히 현금부자 잔치가 될 전망이다. 업계는 중도금 대출 규제가 풀리다 말았다고 말하는데, 중도금 대출 한도 ‘꼬리표’가 그대로 남아서다. 

정부는 지난 10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중도금 대출 대상을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도금 대출 보증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HF) 중 우선 HUG가 이달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이들 보증기관이 분양가 9억~12억원인 주택도 중도금 상환을 책임지는 보증서를 발급하며, 금융회사는 이 보증서를 받고 중도금을 대출해준다.

정부가 앞당겨 시행하기로 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도 중도금 대출 확대 효과가 있다. 대출 한도인 LTV(담보인정비율)가 투기과열지구에서 40%에서 50%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도 주택담보대출에 포함된다.

LTV가 늘어나도 중도금 전액을 대출받지 못한다. 중도금이 대개 분양가의 60%선이데 10%는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중도금이 이보다 더 줄어들게 된다. HUG 등의 대출 보증 한도에 걸려 있어서다. 현재 HUG가 5억원까지, HF가 3억원까지 각각 보증한다. 이들 기관은 중도금 대출 대상 범위를 확대해도 대출 보증 한도를 높이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중도금 대출 가능 금액이 어떻게 될까. 분양가가 12 억원이고 중도금이 60%인 7억2000만원 주택의 경우 대출 금액이 LTV 50%에 따라 6억원인데 HUG의 보증 한도가 5억원이어서 5억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나머지 중도금 2억2000만원은 직접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주택의 계약금이 20%라면 총 4억6000만원을 여유 자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도 현금부자가 아니면 분양받기 어려운 셈이다.

업계는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와 LTV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6억원이던 HUG 보증 한도가 문재인정부 들어 2018년부터 5억원으로 축소됐다. 중도금에 대한 LTV도 문정부 이전 70%에서 문정부 때 40%로 조였다가 이번에 50%로 다소 풀렸다. 중도금 대출을 옥죄는 사이 분양가는 상승했다. 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기준으로 3.3㎡당 분양가가 2017년 10월보다 서울 29.3%, 수도권 39% 각각 올랐다. 


017년 10월 3.3㎡당 2200만원인 서울 분양가가 지금은 2800만원이다.

중도금을 분양가의 60%로 보고 중도금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주택형이 2017년엔 45평형까지 가능했으나 지금은 30평형 정도다.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34평형)도 중도금을 모두 대출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도금 대출 대상 분양가가 12억원까지 올라가도 중도금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는 아파트는 분양가 8억3000만원 이하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8억3000만원의 중도금이 분양가 60% 기준으로 HUG 중도금 대출 한도인 5억원이다. 앞으로 중도금을 모두 대출로 해결할 수 있는 주택이 8억3000만원 이하에서 더 줄어들 수 있다. 

분양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업계가 계약금을 10%로 낮추고 중도금을 70%로 높일 경우 중도금이 5억원이 되는 가격이 7억1000만원이다. 중도금 대출 대상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중도금 대출에 적용하는 LTV와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를 올려야 중도금 대출 완화의 실효성이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는 대부분 과거 주거 중심지 역할을 하던 구도심에 자리해 기반시설은 이미 완비돼 있지만 노후 주택이 많아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은 곳”이라며 “정비사업 특성상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분양이 가시화된 곳으로 청약을 노려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달 선보이는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35층 85개동에 공동주택 총 1만2032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4786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 총 46만여㎡의 대지에 조성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전용면적별로는 29㎡A 10가구, 39㎡A 1150가구, 49㎡A 901가구, 59㎡A 936가구, 59㎡B 302가구, 59㎡C 149가구, 59㎡D 54가구, 59㎡E 47가구, 84㎡A 209가구, 84㎡B 21가구, 84㎡C 75가구,84㎡D 188가구, 84㎡E 563가구, 84㎡F 47가구, 84㎡G 19가구, 84㎡H 115가구로 구성된다. 

단지는 조경 면적이 전체의 약 37%에 달한다. 단지 중앙부에 자연과 어우러진 중앙광장 잔디 마당을 조성해 입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주차 공간도 가구당 1.4대의 넉넉한 주차 대수를 마련한다. 법정 기준(30%)보다 많은 약 99% 이상을 가로 2.5m, 세로 5.1m 이상의 확장형 주차공간을 적용했다. 

 

 

▲장위자이 레디언트= GS건설은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을 재개발하는 ‘장위자이 레디언트’를 분양한다. 지하 3층, 지상 최고 31층, 31개동, 총 284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다. 전용면적 49~97㎡, 1330가구가 일반분양 된다. 전용면적별로 49㎡ 122가구, 59㎡ 266가구, 72㎡ 354가구, 84㎡ 573가구, 97㎡ 15가구 등이다. 

최근 12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을 허용하는 정책이 나오며 ‘장위자이 레디언트’가 전 타입 최대 수혜를 누리는 단지로 떠올랐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약 9억원대 수준(일부 세대 제외)으로 인근 아파트 단지의 매매 가격 대비 합리적인 금액으로 기대된다. 

12월 8개 단지 3만2177가구…2.8배↑
대출 막히자 어쩔 수 없이 밀어내기

단지는 남향 위주다. 판상형이 많아 바람도 잘 통하도록 설계했다. 고품격 커뮤니티시설 ‘클럽 자이안’도 들어선다. 스포츠존에는 피트니스클럽, 골프연습장, GX룸, 록커룸, 사우나, 카페&라운지 등이 마련된다. 에듀존에는 작은도서관, 독서실, 키즈룸 등이 들어선다. 


분양 관계자는 “교통, 교육, 편의 등의 시설과 자연환경이 고루 갖춰진 장위뉴타운에 있는 2800여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조경과 커뮤니티시설 등을 차별화한 단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GS건설이 경기 광명시 일대에서 공세권과 수세권 입지를 갖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를 공급한다. 단지는 평지 지형에 대단지로 조성되는 아파트로 지하 3층~지상 최고 40층, 23개동, 전체 3804가구 규모로 공급된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59·84·114㎡ 163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단지는 주차장을 지하에 배치하는 대신 지상공간에 엘리시안가든(중앙광장)이 조성된다. 뷰테라스가든, 라운지가든(선큰), 자이 프롬나드(산책로), 자이펀그라운드(어린이놀이터), 웰빙가든(주민운동시설) 등 다양한 콘셉트의 정원도 곳곳에 마련될 예정이다. 중앙광장에는 수경시설 도입에 따른 리조트형 테마정원이 구현된다. 

 

 

▲더샵 아르테= 포스코건설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더샵 아르테’를 분양한다. 지하 2층, 지상 최고 29층, 10개동, 전용면적 39~84㎡ 총 1146세대(임대포함) 규모로 조성된다. 이중 770세대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39㎡ 60세대, 59㎡A 272세대, 59㎡B 25세대, 59㎡C 168세대, 74㎡ 157세대, 84㎡A 42세대, 84㎡B 46세대 등이다. 

입주민에게 높은 만족도를 주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를 선보인다. 단지 내 게스트하우스는 입주민들이 지인들을 초청해 편히 머물거나 파티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입주민이 책도 읽고 차를 마시며 담소도 나눌 수 있는 북카페도 들어선다. 이 밖에 실내골프연습장, 피트니스센터, GX룸, 독서실, 탁구장 등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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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