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마을’ 단독보도 그 이후…

끝나지 않은 소년의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껑충하게 키가 큰 아이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지난 1월 취재진 사이에서 어렵게 입을 뗐던 아이는 10개월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자신이 평생 살아온 ‘집’을 상대로 한 아이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16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은평구청 앞에서 시민단체 고아권익연대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고아권익연대는 보육시설인 꿈나무마을과 당시 운영 주체였던 마리아수녀회에 대한 은평구청의 철저한 감사를 요구했다. 꿈나무마을 법인 취소, 시설 폐쇄를 요청하는 의견서도 전달했다. 

고아권익연대 
“전수조사해야”

지난해 8월 박지훈(가명)군은 2007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꿈나무마을에서 거주했다. 당시 꿈나무마을(옛 소년의집)에 근무했던 보육교사 3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지훈군은 성○○ 교사, 장○○ 교사, 정○○ 교사에게 시설에 거주하는 동안 상습적인 폭행 등 오랜 시간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10월 1344호 ‘<단독> 매질에 정신병원까지…천주교 산하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고발’ 기사(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1702)를 통해 지훈군의 사연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고소장에는 지훈군이 꿈나무마을에 거주하던 12년 동안의 생활이 빼곡하게 담겨있었다. 그는 3명의 교사에게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를 당한 것은 물론 정신병원에도 강제로 입원당했다고 주장했다. 

지훈군의 변호를 맡은 한강법률사무소 유정화 변호사는 당시 고소장에 “피고소인의 범행 당시 고소인이 처한 미성년자 고아라는 열악한 처지와 고소인을 양육‧보호해야 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피고소인의 지위, 고소인이 입게 된 상해와 심적 충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소인이 저지른 범죄 행위는 문명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이고 야만적인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소인의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는 ‘소년의집’으로 설립돼 서울시립 양육시설로 취약 아동 보호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으나 존폐 위기에 직면한 꿈나무마을의 존립 이유를 근본적으로 의심케 한다는 점에서 비난성이 극히 높으며 특별히 엄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고소 이후 1년3개월
‘아니라더니…’ 전원 검찰 송치

<일요시사> 보도 이후 꿈나무마을과 부산 소년의집 등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 출신의 아동학대 피해 제보가 잇따랐다. 특히 가출을 반복한 서준(가명)군이 경남 합천군 삼가면에 위치한 마리아수녀회 삼가면 수녀원으로 보내져 농장일을 했다는 주장(1352호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의혹 ‘삼가면 힐링농장’의 비밀’, 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3059)이 나오면서 같은 일을 겪었다는 제보자가 여러 명 나타났다.

여기에 몇몇 제보자를 중심으로 수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일었다. 과거 수녀가 아동의 보육을 담당했던 시절 아동학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해당 내용은 1352호 ‘꿈나무마을 보도 이후…“수녀님도 때렸다” 증언 나왔다’(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32474) 기사를 통해 보도됐다. 

마리아수녀회는 <일요시사> 보도 이후 두 번의 입장문을 내놨다.

첫 번째 입장문에서 “마리아수녀회는 거짓되고 의도적인, 사실 여부와 관계없는 일방적이며 왜곡된, 진실을 외면한 자극적인 이슈로 몰아간 기사 내용에 대해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짓 제보로 인한 어떠한 오해나 편견, 상처들이 증폭되는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요시사>의 추가 보도, MBC <PD수첩>의 보도 등이 이어지면서 지난 1월30일 아동학대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아동보육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시 입장문에서 마리아수녀회는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참담함과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보도 이후
사과문 내

이어 “긴 시간 동안 혼자 아픔을 삭이며 감내해왔을 피해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수녀로서, 또 엄마로서 아이에게 아픈 시간을 오래 보내게 해서 정말 미안하고, 잘못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알로이시오 신부로부터 시작된 가장 가난한 아동을 돌보는 모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덧붙였다.

잠잠해지나 했던 마리아수녀회 아동학대 의혹은 최근 지훈군이 고소한 사건의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다시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서울경찰청 아동학대수사2팀은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세 보육교사를 전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8월 지훈군의 고소 이후 1년3개월 만에 이들이 검찰에 넘겨진 것이다. 

경찰 수사 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성모씨는 2011~2016년 지훈군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동급생 앞에서 그를 ‘지능이 낮은 아이’ ‘저능아’ 등으로 부르며 정서적으로 학대했다. 또 ‘투명인간’ 제도를 만들어 지훈군에게 말을 시키지 않고 아는 척 하지 못하도록 해 따돌림을 시키는 등 상습적인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혐의를 인정했다. 

2012년 지훈군이 초등학교 6학년인 시절에는 뺨을 10대가량 때리고 휴대폰으로 머리를 5회가량 내리 찍어 피가 나게 했다. 지훈군에 따르면 당시 성씨에게 맞아 생긴 흉터가 여전히 머리에 남아 있다. 휴대폰을 이용한 폭행은 2013년에도 계속됐다. 지훈군을 몰아붙이며 뺨을 때리고 휴대폰으로 온몸을 수십회 내리 찍어 피가 나게 한 것이다. 

경찰은 성씨의 ▲나무 몽둥이로 지훈군의 엉덩이를 때려 피부가 찢어지고 곪아 터지는 등의 신체적 학대 행위 ▲지훈군의 얼굴을 때려 귀 왼쪽 연골이 영구 손상되는 등의 신체적 학대 행위 ▲‘앉았다 일어났다’ 등의 단체 체벌로 인한 정서적 학대 행위 ▲다른 아이들로 하여금 지훈군을 때리게 하는 등의 정서적 학대 행위 ▲지훈군을 수시로 방에 불러 마사지를 시키는 등의 정서적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일부 무혐의
증거 불충분

장모씨는 2016년 친구와 다툰 지훈군에게 ‘오토바이 자세’를 취하는 벌을 주다가 그가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걸레봉으로 엉덩이를 10~30회 때렸다. 또 이를 피해 도망치는 지훈군을 쫓아가 플라스틱 재질의 빗자루로 얼굴과 머리, 손 등을 수십회 때린 사실이 인정됐다.

지훈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 1회가량 기마 자세, 엎드려뻗쳐 등의 벌을 시키는 등 상습적인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부분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정모씨는 2011년 초등학교 5학년인 지훈군이 간식을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두산동아 전과를 두 손으로 들게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1만회가량 시키는 등 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 또 서열 정리를 위해 동급생이 보는 앞에서 지훈군에게 다른 동급생과 싸우도록 지시하는 등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됐다. 

2011~2013년 지훈군의 발바닥을 10~100회 때리거나 나무 몽둥이로 엉덩이나 발바닥, 팔꿈치, 머리 등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신체적 학대 행위, 주 1~2회 12명가량의 아이를 좁은 화장실에서 어깨동무를 하도록 시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도록 한 정서적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신체·정서적 학대 일부 인정
변호사 “불기소 부분 아쉽다”

유정화 변호사는 “이번 경찰의 송치 결정은 응당 받아야 할 죗값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불기소된 부분의 경우 증거불충분으로 처리된 점이 상당히 안타깝고 아쉽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 사람 모두 ‘상습적으로’ 학대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습의 요건을 수사기관이 충분히 밝혀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학대 피해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향후 검찰은 이들의 상습적인 학대를 충분히 검토하고 인정해서 반드시 가중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재판 단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이 사건은 인권 사각지대에서 학대받고 있을 보이지 않는 고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옳은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사회의 어른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훈군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마리아수녀회가 여전히 꿈나무마을에 간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울에서 철수했으면 한다”며 “마리아수녀회가 소유하고 있는 주변 땅도 팔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훈군의 피해 사실을 알고 법적 지원을 해온 고아권익연대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의 조속한 대처를 촉구했다. 고아권익연대는 “몸과 마음이 바르게 성장해야 할 시기에 지속적으로 가해진 다양한 방식의 학대 행위로 인해 지훈군은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회의 구석진 곳에서 혼자 방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육교사 3인과 당시 시설운영 법인이었던 마리아수녀회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을 요구한다”며 “시설에 대한 감사와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은평구가 꿈나무마을 시설 폐쇄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마리아수녀회의 법인 허가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3년 전 10여건의 학대 사건이 일어나 시설 폐쇄와 법인허가 취소가 이뤄진 충북희망원의 선례를 언급했다.

“상습적”
검찰은?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의혹 보도 이후 고아권익연대로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지훈군의 피해 사례 외에도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의 일을 당한 아이가 많았다. 이번 경찰 송치는 마리아수녀회와 꿈나무마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경찰이 송치한 사례는 지훈군이 당한 일 중에서 그나마 ‘신사적’인 것만 고른 것”이라며 “민관 합동으로 팀을 구성해 지훈군 일뿐만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일까지 전수조사해 피해 아동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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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