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꿈나무마을 보도 이후…"수녀님도 때렸다" 증언 나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신부님(창설자 알로이시오 슈월츠 신부)께서 가난의 상징이라면서 수녀님에게 고무신을 신도록 했다. 하지만 수녀님은 그 고무신으로 우리 발바닥을 사정없이 후려쳤다.”(정경아‧가명) “외부 사람들이 오는 행사가 있으면 수녀님이 ‘집에 가서 계산하자’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잘못한 애들을 기억해놨다가 시설로 돌아가서 때리는 것이다.”(김서희‧가명) “수녀님께 ‘한심하다’ ‘덜 떨어졌다’ ‘호구’ 같은 말을 매일 듣고 자랐다.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늘 수녀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었다.”(조두영‧가명)

<일요시사>는 지난 10월 아동보육시설인 서울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단독> 매질에 정신병원까지…천주교 산하 ‘꿈나무마을’ 아동학대 고발). 이후 서울 꿈나무마을(2020년 위탁 종료)과 부산 소년의집, 두 시설의 운영 주체인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 

엄마 수녀?

<일요시사>는 대면, 전화, 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제보자를 만났다. 4~5년 전 시설을 퇴소한 원생부터 이미 시설을 떠난 지 20여년이 흐른 졸업생까지 많은 제보자가 생전 처음 자신의 ‘집’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아동학대의 주체로 일부 수녀를 꼽은 이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초반 부산 소년의집에서 퇴소한 정경아(가명)씨는 아직도 마음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가도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문도 모르고 당한 학대의 기억이 정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지배하고 있었다. 


3층 침대, 세면장, 아침 자습, 우유와 식빵, 그리고 고무신. 30명의 아이들이 한 방에서 공동생활을 했다. 아침 6~7시에 일어나 옷을 입고 세면장으로 향했다. 수녀님이 정해준 시간 안에 아침 일과를 마치지 못하면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6명씩 5조로 앉아 줄 노트에 자습을 했다. 수녀님이 미사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30명의 노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야 했다. 

정씨는 당시 아침으로 딸기잼, 땅콩버터, 햄, 치즈 등을 속으로 한 식빵과 우유가 자주 나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자습을 다 못한 애들, 글씨를 못 쓴 애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우유 한 잔만 주어진 것이다.

그는 “‘우유 마시고 꺼져’라고 했던 그 수녀님의 말투가 기억난다. 12시 점심시간까지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모른다. 정말 서러웠다”고 진저리를 쳤다.

정씨는 살이 찔 틈이 없었다. 먹는 것도 부실했지만 하루 종일 수녀의 눈치를 보느라 온 신경이 곤두서있던 탓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어떻게 하면 수녀님에게 혼나지 않을까’ 이 문제가 정씨의 지상 과제였다. 

첫 보도 이후 제보 이어져
신체적‧정신적 학대 주장

고무신으로 30대를 때리는데 중간에 피하면 1대부터 다시 시작됐다. 다 맞고 나면 발바닥에 피가 맺혀 걸을 수가 없었다. 머리채를 잡고 빙빙 돌리는 이른바 ‘농악놀이’를 당하면 목이 축축 쳐졌다. 샤워 시간에 벽을 잡으라 한 뒤 대야로 온몸을 때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시설 어디에서도 늘 맞는 소리가 들렸다. 

정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수녀님이 한 아이에게 옷을 벗으라 했다. 말을 잘 안 들었다는 이유였다. 그 아이가 거부하자 가위를 가져와 옷을 사정없이 잘랐다. 팬티, 브래지어 할 것 없이 말 그대로 전부 잘라 버렸다. 침방 한 구석에 알몸 상태로 웅크리고 있던 그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씨와 비슷한 시기 소년의집에서 퇴소한 김서희(가명)씨의 기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식에 벌레를 섞어주며 먹으라고 강요했던 일, 6명씩 만든 조별로 차별을 받았던 일, 외부 행사에서 잘못을 하면 ‘집에 가서 계산하자’는 수녀의 말에 몇 시간 동안 덜덜 떨었던 일 등 김씨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조두영(가명)씨의 사정은 좀 더 심각했다. 정씨와 김씨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시설을 떠난 조씨는 삶에 대한 미련이 희미했다. 마음에 남은 건 분노뿐이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자신을 학대한 보육교사와 수녀에 대한 증오가 삶의 원동력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죽이고 싶다’ ‘복수하고 싶다’는 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기절할 때까지 맞은 적도 있다는 조씨의 고백은 담담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정말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줄넘기 줄로 목을 맸다 실패한 기억을 이야기 할 때도, 누워있는 자신의 얼굴을 짓밟은 수녀에 대해 말할 때도 조씨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자신이 맞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외면했던 수녀에 대해 말할 때는 끝내 울먹였다. 

조씨는 “여느 때처럼 방안에서 맞고 있는데, 수녀님이 문을 열었다. 눈빛으로 도와달라고 했는데 다시 문을 닫더라. 하지 말라고, 때리지 말라고 말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털어놨다. 저항의 대가는 가혹한 폭행으로 이어졌기에 그는 죽은 듯이 맞았다고 했다.

조용히 지내지 않으면 다른 시설로 보낸다는 말이 족쇄였다. 

조씨는 “1년에 한 번씩 수녀님하고 보육교사가 바뀐다. 모든 보육교사와 수녀님이 나빴던 건 아니다. 내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체념한 듯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당한 폭행으로 신체 일부에 영구적 손상을 입은 조씨는 자신의 꿈도 포기한 지 오래다. 다쳤을 당시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해 망가진 신체는 조씨의 꿈을 잡아먹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우울감, 망가진 몸은 스스로에 대한 학대로 이어졌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조씨는 자해를 했다. 샤프로 배를 찌르고, 발톱을 뽑고, 몸을 깨물고, 종이를 구겨 손가락을 찌르는 등 통증을 느껴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토로했다.

사과 바랐지만
싸늘한 반응만

실제 출신지 확인을 위해 조씨가 챙겨온 주민등록 초본은 잔뜩 구겨진 상태였다. 취재진이 인사와 함께 건넨 명함도 인터뷰 말미엔 너덜너덜해졌다.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바란 건 대단한 게 아니었다. 꿈나무마을, 소년의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과하길 바랐다. 정씨는 몇 년 전 마리아수녀회를 찾아가 한 수녀에게 ‘그때 자신을, 우리들을 왜 그렇게 때렸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했다.

하지만 수녀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정씨는 “수녀님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 역시 최근 시설을 찾아 수녀에게 과거에 대한 기억을 털어놨다. 긴 시간 동안 혼자 꽁꽁 싸매고 있던 기억의 봉인을 풀어헤친 것이다. 조씨는 “내 말을 다 들은 수녀님은 마치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듯이 웃었다. 이후 전화를 걸어온 보육교사들은 ‘고소만은 하지 말아 달라’ ‘난 그런 적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말만 했다”고 허탈해 했다. 

앞서 마리아수녀회 측은 <일요시사> 첫 보도 이후 입장문을 내놨다.

그들은 “수녀회가 1964년 이후 약 58년 동안 세상에 태어나 ‘엄마 수녀’의 품과 손의 온기로 성장한 ‘우리 아이들’과의 천륜을 지키고자 한다”며 “자식이 부모에게 돌을 던지려는 감정을 부추기며 오히려 예리한 칼을 쥐어주는 그릇된 조력자들을 향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꿈나무마을에서 생활했던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그리고 지금 꿈나무마을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위해 거짓 제보로 인한 어떠한 오해나 편견, 상처들이 증폭되는 행위를 자제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일요시사>가 만난 제보자들은 ‘그릇된 조력자’ ‘거짓 제보’라는 입장문 속 표현에 크게 상처 입었다.

“그저 시설에서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조씨) “언젠간 이 문제가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 생각해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런데 수녀님은 우리 이야기를 모두 거짓이라 생각하는 듯하다.”(김씨) “지훈이의 이야기를 보고 놀란 건 30년 전에 있었던 일이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수녀님들은 그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정씨)

악마 수녀?

마리아수녀회 측은 수녀의 아동학대 의혹에 대해 “기자님도, 저희도 분명한 사실 확인이 있어야 한다”면서 “저희는 지난 60여년간 우리의 자녀들을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상처로부터 보호하고자 했던 엄마 수녀의 역할을 해왔고 그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에겐 충분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