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신변보호, 이대로 괜찮은가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2.11.18 11:56:22
  • 호수 14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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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관계 폭력’이 난무하면서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의 강화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경찰은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체감안전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이 제공하는 신변보호는 방식은 ▲피해자를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하고 스마트워치 지급 ▲피해자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접근금지 등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긴급응급조치 ▲영장 청구 등에 국한된다.

하지만 이 방법들이 명확한 해답을 주는 건 아니다.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더라도 착용자가 긴급상황 시 긴장하고 겁먹은 나머지 작동 자체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스마트워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착용자가 기기를 작동시키더라도 착용자 가까이 접근한 용의자보다 경찰이 현장에 먼저 도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실상 ‘골든타임’을 놓치게 돼 피해를 막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로 신고하고 3분 만에 경찰이 도착했지만, 그사이 가해자가 피해자를 해친 사례도 있다.

접근금지도 마찬가지다. 접근하지 말라고 아무리 명령이나 조처를 해도 그 명령이나 조처를 지키는지 감시와 감독이 어려워 피해자 보호에 별 도움이 되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신고한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분노와 증오만 키운다고 우려한다.


피해자 신변이 제 시간에 보호되지 못하면, 극단적으로는 피해자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살해되기도 한다. 피해자 신변보호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제도와 장치들이 피해자의 사전주의에만 의존하는 관계로 효과가 없거나 한계가 있다. 

먼저 스마트워치는 접근해오는 가해자를 능동적으로 막거나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신변보호는 피해자의 주의와 조심이 아니라 가해자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당연히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채워져야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나 그 가족, 그리고 직장과 주거지 등 필요한 장소에로 일정한 거리 이내로 접근해오면 즉시 경찰과 피해자 및 그 가족에게 경보가 울리도록 해서 경찰이 미리 가해자의 위치에 출동해 접근을 차단하고, 피해자와 가족에게는 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이는 접근금지명령에도 적용된다. 가해자에게 스마트워치가 채워지면 기존에 불가능했던 접근 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와 감독도 이뤄져야 한다. 정해진 구역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피해자의 범위를 신고자 본인에만 국한돼 주변인, 즉 가족이나 친인척까지도 보호 대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신고자와 주변 친인척의 현재 위치는 물론이고 그들의 직장, 주거지, 그리고 주요 활동 구역까지도 접근금지 등 조처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부분의 폭력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 있어야 발생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이버 폭력도 허다하지만, 전통적 관점의 폭력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간적, 공간적 공존을 범죄 발생의 필요충분조건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바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이 같은 기본적 이론을 더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강제적인 즉시 분리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스토킹 범죄를 비롯한 관계 폭력은 초동조치에 따라 생사가 갈리기 때문에 초기 분리 조치가 더욱 절실하다고 하겠다. 

비단 스토킹 범죄 피해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범죄 피해자들이 필요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훨씬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피해자 중심의, 피해자 지향의 신변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개명, 이주, 전직, 심지어 성형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해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외국의 노력들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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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방해 공작’ 언더 찐윤 이중 플레이

‘혁신 방해 공작’ 언더 찐윤 이중 플레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당내 구성원 모두를 겨냥한 혁신 구상을 밝혔다. 그러자 친윤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매일 추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은 “언더 찐윤이 꿈꾸는 미래는 지역구 대물림을 통한 부와 권력의 세습”이라고 주장했다. 정말로 이 때문에 이들의 당 혁신을 방해하는 걸까?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전임자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위 인선안 의결 후 30분 뒤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면서 사퇴했다. 혁신위 역할은?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소신파로 통하는 인물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윤 위원장을 임명한 이유는 지난 5월 대선 중 행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윤 위원장은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여부를 놓고 “김 후보는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후보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친윤(친 윤석열)계 중심으로 구성된 현 비대위로선 “윤희숙 위원장과는 대화가 될 것”이란 기대를 했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친윤계의 기대와 달리 강경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이 망한 8가지 이유’를 밝혔다. 윤 위원장이 언급한 8개 이유는 ▲과거 단절과 실패하면서 대선 패배 ▲대선 경선 당시 후보 강제 교체 시도 ▲단일화를 약속한 김 전 후보의 당원 배신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관저로 몰려간 의원 45명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사태 수습 실패와 내분 ▲총선 공천 과정 중 규정과 관행 무시 ▲특정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과 연판장 논란 ▲대통령을 통해 호가호위하면서 국정 운영 왜곡 방치 등이었다. 윤 위원장은 친윤계와 친한(친 한동훈)계 모두를 겨냥했다. 이어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약속했다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태도를 바꾼 김 전 후보도 비판했다. 친윤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세력에게도 책임을 물었지만, 근본적으론 적당한 모양새만을 원했을 것으로 보이는 친윤계에겐 달갑지 않은 지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윤 위원장은 “당 쇄신의 첫걸음은 사과”라며 “사과·반성하지 않는 의원은 당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과해야 할 주체로는 “총선 공천 이후 비상계엄·윤 전 대통령 파면·대선 패배 과정 중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에 나서지 않은 이들”이라며 “인적 쇄신의 범위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위원장에겐 인적 청산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당원 소환제를 마련해 당원의 의지로 칼을 이용할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원 소환을 거쳐 특정 지역구 강제 불출마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친윤계 의원 중 윤 위원장을 가장 강하게 비판한 사람은 나경원·장동혁 의원이었다.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때문에 당 대표 도전 의사가 좌절됐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던 이력이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선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했다. 지지율은 추락하는데… “난 아니야” 요지부동 장 의원은 친한계로 분류됐다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수석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한동훈 당시 대표 체제 붕괴에 일조한 이후 “친윤으로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지역구는 충남 보령·서천이다. 충남 보령·서천은 제16대 국회 이후 보수 정당 후보만 당선됐고, 장 의원은 재선 의원이다. 지난 10일엔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고, “의원 107명을 하나로 묶어 제대로 잘 싸울 수 있는 전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마음이 없는 분들은 당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따라서 일각에선 장 의원에 대해 “언더 찐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은 43%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19%로 집계됐다. 심지어 대구·경북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 이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서도 국민의힘에 인적 청산 등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단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백서를 통해 대선 패배 원인 등을 정리하고, 잘잘못이 정해지면 책임을 묻는 게 순서”라며, “인적 청산 얘기부터 먼저 하는 건 명분·당위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위는 특정 계파가 다른 특정 계파를 몰아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필패한다”며 “우리 모두가 혁신의 객체이자 주체란 정신으로 함께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일명 ‘쌍권’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쌍권은 격렬하게 반발했고, 안 의원이 사퇴함으로써 두 사람에 대한 청산 시도는 끝났다. 친윤 친한 모두 겨냥 하지만 쌍권에 대한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선후보가 아니었던 한덕수 전 총리를 위해 당이 100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지출했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이냐”면서 권 전 비대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당시 당 지도부가 한 전 총리 이름이 적힌 선거 운동복을 준비하고, 선거 차량까지 주문했다가 후보가 되지 못해 160억원을 날렸단 얘기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옷들은 버리지도 못하고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는 말도 함께 돌고 있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권 전 비대위원장은 “그 소문은 이미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법망을 피해 저와 당시 지도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비열한 행태이니, 저와 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발해야겠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비판하면서 ‘언더 찐윤’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김 의원이 주장하는 언더 찐윤은 지역구 기득권에 집착하는 친윤계 핵심 의원 20~30명을 말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지역구 외 지역에선 유명하지 않다. 그리고 이들의 지역구는 대체로 영남·강원 등 변화를 꺼리는 보수적인 지역이다. 이들은 의정 활동보단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더 집착한다. 기득권을 유지해야 해서 혁신을 방해하고,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선 적당한 얼굴마담을 물색해 옹립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쌍권을 포함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친윤계 인사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현 상황엔 관심이 없다고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혁신 작업은 연이어 차질을 빚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은 벌써 방학을 맞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 1년 동안 당 혁신이나 의정 활동은 도외시하고, 민주당을 비난하면서 지역구만 다질 것”이라며 “이들에게 중요한 건 공천을 받아 당선되고, 당권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연이은 선거 패배와 지지율 추락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혁신을 방해하는 의원들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언더 찐윤은 철저하게 사람의 본성에 따른 의정 활동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안정적인 정치·경제적 기반을 다져 부·권력을 확보하면, 세습을 꿈꾼다. 우리나라는 세습 정치인을 부정적으로 여기지만, 세습 정치인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숭문당 대표는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아버지의 지역구 의정부갑에 출마하려고 했다. 민주당은 매우 난처해하다가 의정부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한 후 오영환 전 의원을 공천했다. 문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약 8%를 득표한 후 낙선했다. 당권만 지킨다 문 전 의장 가문은 의정부 지역 내에서 대단히 유력한 가문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아버지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위상과 정치력을 입증했다면, 세습 논란이 불거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는 정치 신인이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새누리당 유승민 전 의원도 세습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버지의 후광보다 독자적인 정치 활동을 통해 유명세를 누렸다. 정치인의 세습이 구조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중국이다. 6·25 전쟁 때문에 모든 국토와 산업 기반이 파괴돼 새로 시작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본토 상륙이 시작되기 전 항복했다. 그래서 전쟁 때문에 국토가 황폐해진 적은 없다. 따라서 센코쿠 시대부터 다이묘로서 권력을 누렸던 가문의 기득권은 현재까지 보전돼 세습 정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021년 10월 일본 중의원에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진행된 총 8회의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13%는 세습 정치인이었고, 그들의 당선 가능성은 80%에 달했던 반면, 비 세습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30%에 불과했다. 세습 정치인의 약 70%는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후보였다.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를 포함해 2000년 이후 총리를 지낸 11명 중 8명도 세습 정치인이었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3대째 지역구를 세습받은 정치인이었다. 파벌 정치를 타파하려고 하는 등 관행과 다른 정치를 이어갔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조차 차남 신지로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고이즈미 가문은 4대째 정치를 이어가고 있고,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상은 해당 지역구에서 현재 6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 세습 정치인이 강한 이유는 국가 선거 풍토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 정치권에선 “선거 승리를 위해 ‘3개의 반’이 필요하다”는 말이 돌아다닌다. 3개의 반은 ▲지반(후원회·지역구 조직) ▲간판(가문·지명도 등) ▲가방(자금력) 등을 말한다. 부모의 지역구를 물려받으면, 3개의 반은 한꺼번에 해결된다. 이들의 정치 행태는 일본의 역사적 사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치 센코쿠 시대 다이묘가 아들에게 봉토를 물려주듯이 지역구를 물려준다. 지역구에서 세력을 세습하는 가문은 대체로 센코쿠 시대 당시 해당 지역의 다이묘·가신·촌장 가문이었던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대물림, 이권 세습… 국힘 망한 8대 이유 답습 또 일본에선 가문 배경이 없는 정치 신인을 꺼리는 풍토도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쉽게 말해, 정치 신인을 ‘근본’이 없어서 언젠가 정치적으로 큰 사고를 쳐서 당에 물의를 일으킬 사람으로 인식한다. 역사적 연원과 보수적인 정치 풍토가 맞물려, 서민의 삶과 지나치게 유리된 세습 정치인이 대거 나타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쌀값이 폭등해 서민경제에 위협이 된 상황에서 “지지자들이 쌀을 많이 주셔서 밖에 팔아도 될 정도로 많다”며 “쌀을 사본 적이 없다”는 망언을 해 사퇴했던 에토 다쿠 전 농림상도 장관을 지낸 10선 의원의 아들로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치를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엔 태자당이란 파벌이 있다. 고위층 인사 자녀들의 집합을 말한다. 정당의 파벌처럼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대로부터 이어진 혈연 등 연결체계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콴시’가 이들의 주요 연결고리다. 인연과 이익을 매개로 연결돼, 중국의 주요 분야를 주름잡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기업 총수 중엔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등 태자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은 시중쉰 전 국무원 부총리였다. 그래서 정치 활동 초기엔 태자당으로 분류됐다. 시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매개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뭉친 파벌 상하이방을 몰아냈다. 이어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이하 공청단) 인사들도 권력 일선에서 축출했다. 이 때문에 후 전 주석이 지난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 대표대회 폐막식 중 시 주석의 3 연임을 항의하다가 강제로 끌려 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독재권력을 구축한 시 주석은 소수 정예 측근 그룹 ‘시자쥔’을 만들었다. 시자쥔은 태자당 내 시 주석의 오랜 측근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로 구성됐다. 시자쥔은 상하이방과 공청단 인사들이 사라진 공백을 메웠고, 사실상 중국을 통치하고 있다. 인연과 이익을 매개로 연결된 파벌이라고 할지라도 강한 야심과 카리스마를 가진 1인자가 나타나, 순식간에 주도권을 장악할 수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일요시사>와 만나 “언더 찐윤이 꿈꾸는 미래는 지역구 대물림을 통한 부와 권력의 세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계속 이익을 누리는 것”이라며 “항상 이권에 발을 디디고 싶어 하므로 ‘언더’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만 확실히 잡으면, 뒷돈은 항상 지역으로부터 들어온다”고 말했다. 김 의원 주장대로라면,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의원 그룹의 구상은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식 세습정치’의 탄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남는다. 일본 정치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와 시 주석의 독재로 이어진 중국 정치의 현실은 이권을 독점하는 특정 파벌과 세습 정치 형태로부터 비롯됐다. 심각한 퇴화 가능성 제기 국민의힘이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 정치 전체의 매우 심각한 퇴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올해 들어 세 번째 시도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은 실패했고, 안 의원은 시작부터 막혔다. 과연 윤 위원장은 한국 정치 전체의 심각한 퇴화 가능성을 막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