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족에 관한 백과사전적 자료는 근대에 편찬된 <채비록(采菲錄)>이다. 이 책은 1933~1934년 한 신문의 연재분을 편찬한 것으로, 전족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서 그는 이전 문헌을 인용하거나 그 자신, 친구, 독자들의 새로운 자료를 수록·소개해 새로운 지식과 욕망을 만들어내고자 시도했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의 성격은 학술적·과학적·자서전적인 것도 있고 에로틱한 것, 해학적인 것도 있다. 하지만 <채비록>은 근본적으로 포르노그래피적 성격을 띠고 있다. 남성들이 자신의 즐거움과 상업적 이득을 위해 여성의 육체를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야오링시의 목적은 철저한 문서 수집과 종합적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었다지만 이윤 추구의 동기도 숨기지 않았다. 이 책은 전족의 역사가 끈질기게 재생산되며 이어지는 동력의 한 측면을 비춰준다.
저자는 이처럼 근대를 먼저 서술한 뒤 전통 시대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전족의 문화적 명성과 성적 욕망의 추구가 극단으로 치달았던 전성기에서 책의 끝을 맺는다. 이런 도치 서술은 우리 대부분이 상식으로 갖고 있는 반전족 운동의 관점을 허무는 데 효과를 발휘한다.
전반부는 19~20세기 전족과 관련된 글과 이미지 문헌이 불꽃을 튀기는 장면을 연출한다. 반면 후반부는 12세기에서 19세기 초까지 전족의 아우라와 신비로움을 구성하고 유지했던 은폐 전략들을 검토한다. 전족의 기원과 사회적 유행에 대한 명청 고증학자들의 이론을 충실히 복원하면서, 결국 전족은 텍스트와 사회적 실행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탄생한 풍속임을 밝힌다. 나아가 더 대중적인 문학 장르에 등장하는 전족의 문화적·사회적 의미를 탐색하는 가운데 점차 여성의 시각으로 전환한다. 이로써 단순히 성적 환상의 도구만이 아니라 매일의 몸치장이자 사회적 교제 수단인 패션으로서의 전족을 살펴본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한결같이 반전족 운동을 중국 여성 해방의 이정표라며 드높였다. 하지만 저자의 결론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반전족 운동의 성공을 정의하고 수치화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천족(자연스럽게 타고난 발)의 레토릭과 그에 따른 기적적인 신체 개조의 서사는 도덕적·존재론적 확실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무엇이 성공적인 방족(전족에서 벗어남)인지 측정할 만한 객관적·보편적 기준이 우리에겐 없다. 방족의 성공이란 발 검사원이 왔던 날 전족 띠를 풀었던 소녀들의 특정한 비율을 뜻하는가? 아니면 연장자 여성들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더는 전족 띠를 단단하게 묶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일까? 만약 어떤 여성이 몇 달간 전족 띠를 느슨하게 했다가 변심해서 다시 꽉 묶는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러한 모호성은 반전족 운동에 도사리고 있던 권력 불평등 문제를 드러낸다. 천족과 방족은 모두 거대 역사의 범주에 속한다. 이것은 여성들이 체현하는 삶의 선율과 관계없는 어떤 우세한 위치에서 형성된 것이다.
현실에서는 모세의 기적과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는 한 원래의 발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방족은 그들을 피동적 대상의 자리에 배치한다. 반전족 운동의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은 전족 여성을 향한 혐오였다. 청 말 민국 초의 주요 남성 사상가들은 전족 여성을 가리켜 국가 발전에 해를 끼치는 기생충이자 팜므파탈이라 했고, 반전족 운동은 이렇게 많은 문제를 안고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