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 가습기살균제 참사, 그후 ④엎치락뒤치락 과실치사 공방전

‘13명 무죄’ 망신당하고도 무기력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법원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 기업에 면죄부를 던져준 지 2년이 돼간다. 항소심에서는 여전히 1심처럼 5명도 되지 않는 공판 담당 검사가 10명이 넘는 대형 로펌 변호사를 상대하고 있다. 검찰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광고기사를 심사에서 제외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SK케미칼과 애경은 그간 일부 가습기살균제 원료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광고해왔으나 공정위는 해당 광고기사들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은 가습기살균제의 제조 및 판매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근거가 밝혀진 바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주요 임원들
전원 면죄부

그러나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SK케미칼 무혐의 처분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면서 가해기업 유죄 입증이 수월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검찰은 1심에서 SK케미칼과 애경의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지난해 1월12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상해·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의 나머지 쟁점은 살펴볼 필요가 없이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2018년 11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현직 대표에 대한 고발을 계기로 재수사에 착수했고 “최초 개발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부실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2019년 2월 첫 기소가 이뤄진 후 피고인 13명에 대해 3개의 사건이 병합되고, 2년 가까운 기간 심리가 이뤄졌다.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지만,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원료의 인체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왔다.

그러나 2년 만에 나온 1심 결론은 ‘무죄’였다.

재판부는 역학조사, 임상사례, 세포독성시험, 빅데이터 연구를 흡입독성시험 결과와 함께 살펴보더라도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모든 연구 결과를 종합하더라도 CMIT·MIT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단 것이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 기준은 근본적으로 PHMG 성분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로부터 도출된 것”이라며 “물질적 성질이 상당히 다른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CMIT·MIT에 의한 폐손상 피해를 공식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피해자 구제라는 목적을 위해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피해 인정 절차에서 피해 인정 결과를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형사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 공정위 위헌 판단…항소심 영향 가능성
검, 주의의무 위반·침해 인과관계 규명 박차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를 ‘단독’으로 사용해 폐질환 피해를 인정받은 사람이 존재(11명)하는 것에 대해서도 “CMIT·MIT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의심할만한 사정이 다수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환경부 종합보고서’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기존 연구결과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추정 내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일종의 ‘의견서’”라며 “형사재판에서 이런 추정에 기초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재판 항소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면 항소심 공판을 지켜보며 상황을 지켜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도 있다. 특조위 출신 한 관계자는 “1심과 느낌이 다르다. 1심 당시 검찰은 여론에 떠밀려 수사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 담당 검사가 정해지고 난 후 공판이 답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인체 위해성과 상해,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아닌 주의의무 위반 행위와 침해 결과 간의 인과관계 규명에 힘쓰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 공소사실 중 사실관계나 주장이 불명확한 부분을 지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사건 주심인 김대현 부장판사는 검찰에 “공소장을 보면 피해자들의 제품 사용 시기가 2000년부터 시작되는데, 제품 생산 시기를 보면 2002년부터로 돼있다”며 “실제 사용 시기가 맞는지 차근차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윤승은 재판장도 “과실범으로 처벌하려면 ‘주의의무’가 전제돼야 하는데, 개별 피고인들의 주의의무가 명시된 게 아니라 뭉뚱그려져 있다”며 “근거를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SK케미칼·애경
고발 가능성 높아

최근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그런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고서도 이를 무시하고 추가적인 안전성 실험 없이 판매를 강행했다”며 “안전기준이나 근거 없이 표준 사용량을 결정하고 과량 사용 등에 대한 주의 등 고지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품 판매 중에도 소비자들이 호흡기 불편, 피부 과민 등 불만을 접수했고 영유아와 산모에게 안전한지 문의가 많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결국 본인들이 화학물질 제조 판매업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해자 박나원·박다원 등 44명에게 폐 손상을 입히고 피해자 4명에게 천식 상해를 입혔다는 게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라고 했다.

검찰은 동물과 인간 간 종간 차이 등을 무시한 채 동물 실험만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등 원심 오류도 지적했다.


검찰은 “전문가 진술, 증거 등을 종합해 인과관계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 법률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원심은 단편적인 접근으로 (과학적인 연구 결과 등)증거를 개별적으로 분리하고 비합리적인 근거로 주요 증거를 배척했다”며 “증거 전체 취지를 왜곡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시험 결과와 전문가 진술 등에 대한 판단을 누락했다”고 했다.

일례로 원심은 이규홍 박사 진술의 경우 “천식이 악화된다고 단정적으로 결론내리기는 어렵다”는 답변 취지를 왜곡했다. 이는 단 하나의 동물 실험 결과를 가지고 단정적으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무엇보다 이 박사의 답변 취지는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천식 발생에 근거가 된다”는 것이었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가습기살균제 관련 광고성 온라인 기사도 공정위 조사 대상이라고 결정했다. 2016년 조사 당시 공정위는 기자 이름이 쓰인 2005년의 온라인 기사는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헌재가 기사 형식이라도 광고로 볼 수 있고, 처분시효가 지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례적
신속 처리

해당 기사 3건은 여전히 구글과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헌재는 ‘당시 공정위가 사건을 종결할 때까지 인체 위해성 여부가 판단되지 않았으므로 거짓·과장 광고로 보고 행정처분과 고발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판단으로 공정위의 재조사가 이뤄지는 것도 맞지만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보통 회의는 수요일이나 금요일에 열리는데 오는 24일에 전원회의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만큼 사건을 질질 끌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공정위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회의는 매주 수요일에 개최된다. 총 9명의 위원이 모여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 여부와 처벌 수위 등을 정하게 된다. 관행적인 일정대로라면 전원회의는 오는 26일에 열려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의 공소·처분시효가 오는 30일 종료되기 때문에 공정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표시광고법의 공소·처분시효는 제품이 판매를 위해 마지막으로 진열된 시점부터 5년을 기준으로 한다.

만약 오는 24일 공정위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게 되면 SK케미칼과 애경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검찰 고발도 이뤄질 수 있다. 공정위가 이달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면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없고, 검찰에 고발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가 불가능하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미흡한 부분이 있던 것 같아 사과드린다”며 “처분시효가 지나기 전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가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한 조사를 부실하게 진행하지만 않았더라도 1심 재판의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금까지 SK케미칼과 애경은 CMIT·MIT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광고해왔다. 가해 기업 측이 CMIT·MIT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과관계가 드러난 바 없다고 주장해온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인체 무해” 거짓광고 기사
가해 기업 변호 논리와 대조

1심 재판부도 가해 기업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법조계에서는 공정위의 조사 후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한 처분이 확정되면 가해 기업 측 변호인들의 논리가 흐트러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확실한 실험 결과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 더 확실하지만 SK케미칼과 애경이 거짓광고를 해왔다는 게 인정되면 CMIT·MIT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었다는 게 된다”며 “검찰의 혐의 입증이 한층 쉬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의 무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만이 아니다. 지난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지커 대표다. 신 전 대표는 2018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징역 6년형을 확정받고 감옥살이를 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사건 본질은 SK케미칼이 PHMG가 흡입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고, 가습기살균제로 만들어질 것을 알았다면 흡입독성 실험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본질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2016년 진행된 첫 번째 가습기살균제 검찰 수사는 신 전 대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당시 검찰은 옥시제품에 PHMG를 공급한 SK케미칼은 기소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될 줄 모르고 원료를 납품했다”는 SK케미칼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2019년 시작한 2차 가습기살균제 수사는 달랐다. 1998~2007년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팀 연구실에서 PHMG 개발 업무 등을 총괄한 최모씨 등이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PHMG를 옥시에 추천하면서 원료 분석자료에 독성 정보를 빼거나 누락한 정황을 확인했다. 신 전 대표도 서울남부교도소에서 검찰수사에 여러 차례 협조했다.

신 전 대표는 2020년 10월 최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SK케미칼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PHMG가 유독물임을 알았더라면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원료물질로 채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SK케미칼 측이 원료 독성 정보를 누락하거나 허위 기재한 자료를 옥시에 넘긴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잘못과 인명피해의 연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자료에) 부주의가 있더라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이나 상해 결과에 본질적 기여를 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공동정범으로서 죄책을 질 만큼 과실을 범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심은 오판
거짓말 확신”

SK케미칼 측이 자신들이 넘긴 PHMG로 옥시가 가습기살균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의견교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판단했다. 그러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의 원료물질을 선정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 배합비율을 적절하게 정해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옥시의 업무”라며 흡입 독성 여부를 판단할 주체는 원료공급자인 SK케미칼이 아닌 제조사 옥시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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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