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은 세상을 만들었다,
사소한 것부터 그야말로 장엄한 것까지!“
1976년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묘사한 이래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되풀이되었다. 그런데 도킨스의 말대로 우리의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협력’의 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모든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를 설명한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 즉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묘사한다고 해서 유전자가 이기적 인간의 특정인 부도덕이나 교활함 같은 특성을 포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의 유전자가 이기적이라 함은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관심사’가 있음을 뜻한다. 그 유일한 목표는 바로 미래 세대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이기적 유전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고, 실제로 자주 협력한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 개념이나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면 결국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너무나 만연하지만, 그럼에도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는 집단행동과 협력으로 역사를 이루었다. 협력이야말로 이기적 전략인 셈이다.
최근 세계는 서로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협력이 끊어지는 매우 구체적인 상황을 맞닥뜨렸다. 코로나바이러스19로 온 사회가 마비되었을 때 두려움에 질려 무엇이든 마구 사들이는 사람들로 인해 텅 빈 슈퍼마켓 선반을 마주했다. 위중한 한자의 수가 늘어나자 국가 의료 대책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사실 팬데믹은 우리 인류가 마주한 유일한 문제도 아니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더욱 아니다.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 동식물의 서식지 파괴와 멸종, 환경 오염 증가, 핵무기 등은 모두 우리 인간이 공공의 이익을 달성하고자 협력하는 데 실패한 우울한 목록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까닭은 인류 전체가 협력해야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구촌 인구는 거의 80억명에 이른다. 놀랍기 그지없는 성취다. 이 성과는 우리의 사회본능, 가까운 친구와 가족, 사랑하는 사람을 도우려는 욕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구가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우리는 타고난 본능을 뛰어넘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협력해야 한다. 작고한 노벨상 수상자 엘리너 오스트롬은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지구적으로 생각하되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관계가 탄탄한 사람이나 피붙이와 협력하는 수준을 넘어 모르는 사람들, 그것도 앞으로 결코 만날 일 없는 사람들까지도 믿고 협력해야 한다.
우리 인류는 협력에 힘입어 여기까지 다다랐다. 하지만 우리가 협력을 이용할 바른 길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가 이뤄낸 성공이 우리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협력이야말로 인류의 본성이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위기를 극복할 힘 또한 우리 스스로에게 있음을. 우리 인류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 요소는, 누가 뭐래도 협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