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룰렛’ 최후의 스모킹건

검의 창 VS 명의 방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 어느 쪽이 더 강한 지는 맞부딪쳐 봐야 알 수 있다. 그동안 각자의 무기를 들고 변죽만 울리던 검찰과 거대 야당이 제대로 맞붙는 모양새다. 선공은 검찰이다. 

전초전이 길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감돌기 시작한 전운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칼끝을 다듬었고 민주당은 방패로 삼을 법안을 만들었다. 검찰의 최종 목표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의원, 당 대표, 개딸(개혁의 딸) 등 여러 겹의 방패를 둘러 입었다. 

변죽만
울리다

처음에는 집안싸움이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시발점이 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할 당시 특정 업체에 이익금이 집중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면서 개발 이익금이 정관계 유력 인사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로비 의혹도 함께 부상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무렵 추진된 사업이었다.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언론인 출신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남욱 변호사(천하동인 4호 소유주)·정영학 회계사(천하동인 5호 소유주)·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팀장)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 등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대장동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화두였다. ‘대장동 사건의 몸통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이 대표와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서로를 향해 손가락을 겨눴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 전담팀을 만들어 ‘윗선’ 규명에 나섰다. 하지만 수사에 돌입한 지 몇 개월이 지나도록 윗선으로 지목된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늑장 수사’ ‘눈치 보기’ 등의 비판이 일었다. 대선 결과와 수사가 연동된 게 아니냐는 의문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공소시효 만료 하루 앞두고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

지난 3월9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나왔다. 대선 결과로 공격과 수비 진영이 명확해졌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5년 만에 집권여당에서 거대 야당으로 바뀌었다. 대형 선거에서 연달아 지면서 궤멸 직전에 몰렸던 보수진영은 대선 승리로 공격 포지션에 자리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양 진영은 전열 가다듬기에 나섰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윤 대통령은 최측근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는 식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전 검수완박 법안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국무회의 통과까지 밀어붙였다. 

여기에 한 장관은 검찰인사로 화답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검사는 법무연수원 등 한직으로 밀려났고 좌천됐던 ‘윤석열 사단’이 전면에 배치됐다. 검찰총장 역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초토화됐던 검찰이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여 만에 진영을 갖춘 것이다. 


그 사이 이 대표는 방패 구축에 나섰다. 대선 패배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방탄 배지’라는 비판이 같은 편인 민주당에서도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도 맡은 이 대표는 결국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법안 통과
조직 재정비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당 대표’라는 또 한 겹의 방패를 덧세우기에 이른다. 사법 리스크를 지닌 이 대표가 당 대표 임기 도중 기소될 가능성을 두고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대선 이후 이 대표의 강력한 지지자로 떠오른 개딸(개혁의 딸)의 요구에 민주당이 갈피를 못 잡고 휘청거릴 정도였다. 

칼끝을 날카롭게 벼린 검찰은 배지·당 대표·개딸이라는 방패로 무장한 이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 외에도 ▲성남FC 후원금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이재명 대표 자택 옆집 비선 캠프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배우자(법인카드 유용 의혹)와 장남(불법도박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선공은 검찰이 날렸다. 검찰은 지난 1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소환 통보를 보냈다. 대표 취임 나흘 만이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부동산 개발회사 아사이벨로퍼 측이 용도변경(자연녹지→준주거) 과정에서 성남시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인섭씨가 2015년 이 회사에 영입된 후 사업이 급속도로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식품연구원 등 공기업 이전 부지의 용도변경 경위에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발언했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사망한 김문기 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처장을 알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 그는 ‘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그때 당시 팀장이었을 텐데 제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경기도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에 알았다’고 답한 바 있다.

산 넘어 산
첩첩산중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그 이전부터 김 처장을 알고 있다고 봤다. 

김 처장과 관련된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수사 중이던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 대표를 지난 8일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불구속기소했다. 백현동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에서 불구속기소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서면 답변만 제출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는 검찰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만일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되고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길이 막히게 되는 셈이다.


이 대표가 패할 경우, 민주당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대선 선거비용 약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도 구석에 몰린 상황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수사 결과가 뒤집혔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4~2016년 두산건설로부터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의 의혹 제기로 시작됐다. 3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않고 있던 경찰은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데 이어 수사 무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대장동 사건과 함께 대선 내내 화두로 떠올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송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뇌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경찰의 재수사 끝에 180도 다른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사건을 이관한 경찰은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새로운 진술을 청취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해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보완수사 결과를 내놨다. 

문제는 검찰이 들고 있는 사건이 아직 많다는 점이다. 특히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18년 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가 대납됐다는 내용으로 수원지검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 백현동 사건 등과 달리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 본인이 직접 관계돼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검찰은 쌍방울 그룹의 횡령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 대표와의 연관성도 함께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자택인 분당 수내동 아파트 옆집에 있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합숙소가 선거사무소로 쓰였다는 ‘이재명 대표 자택 옆집 비선 캠프 의혹’은 경찰 수사가 한창이다. 이 대표의 측근인 배모씨가 문제의 집을 집주인 대신 전세 매물로 내놨고 GH는 2020년 8월 이 물건을 2년간 임차하기로 계약한 정황을 잡았다고 한다.

이제 시작
다음은?

해적 룰렛은 참가자가 돌아가면서 칼집에 장난감 칼을 밀어넣는 게임이다. 특정 자리에 칼을 꽂으면 해적 모양의 머리가 튀어 오른다.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한 사건 수사 결과를 하나씩 내놓으며 칼을 꽂는 모양새다. 아직 이 대표가 ‘펄쩍’ 튀어 오를만한 스모킹건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의 창과 이 대표의 방패, 어느 쪽이 강할 지는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내와 아들까지 ‘가족 잔혹사’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직후인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측근인 배씨가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자신의 음식값 등을 치른 사실을 알고도 용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와 배씨를 검찰로 넘긴 상태다.

이 대표의 장남 동호씨도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14일 불법도박과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동호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2019년부터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 카드게임 사이트에서 수차례에 걸쳐 불법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